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정치
기자이미지 최유찬

[평양핫라인] "모든 혁명진지를 3대혁명화하라"

[평양핫라인] "모든 혁명진지를 3대혁명화하라"
입력 2021-11-26 16:36 | 수정 2021-11-26 16:40
재생목록
    [평양핫라인] "모든 혁명진지를 3대혁명화하라"
    11월 18일부터 약 나흘간의 일정으로 북한이 제5차 '3대혁명 선구자대회'를 열었습니다. 11월 18일은 김정일 위원장이 46년 전인 1975년 3대혁명붉은기운동을 처음으로 발기한 날로 북한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는 지난 1986년과 1995년, 2006년, 2015년에 이어 5번째 개최되는 행사인데, 앞선 4차례의 대회에서는 '3대혁명붉은기 쟁취운동 선구자대회'라는 이름을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3대혁명 선구자대회'라는 용어로 바꾼 겁니다.

    북한에서는 사상·기술·문화혁명을 3대혁명이라고 말합니다. 사상혁명은 사람을 개조하는 혁명, 기술혁명은 자연을 개조하는 혁명, 문화혁명은 사회를 개조하는 혁명을 말합니다. 역사적으로 3대혁명과 관련해서는 김일성 주석이 1973년 2월에 발기했다는 '3대혁명소조운동'과 1975년 11월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로 시작됐다는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 두 가지 운동이 핵심입니다.

    3대혁명소조운동은 대학 졸업생과 당 핵심인력 등을 공업과 농업부문 등에 파견해 지식과 사상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는데, 당시 후계자로 입지를 다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방의 공장과 농장 등에 직접 소조원들을 배치하며 이 운동을 진두지휘했고, 이어 1975년 3대혁명붉은지쟁취운동을 발기하면서 소조원들이 파견된 공장과 기관, 기업소 등 전인민적인 경쟁 중심의 대중노력동원운동으로 확산시켰습니다. 사실상 3대혁명소조운동이 대학생 등 지식청년을 생산현장에 투입해 기존 간부들의 실무 수준을 높이는 등 간부혁신 정책의 일환이었다면,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은 전 인민이 참여하는 대중운동으로 전개돼온 겁니다.

    북한 방송도 지난주부터 '3대혁명 선구자대회' 개최 소식과 함께, 3대혁명 관련 아이템들을 잇따라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어떤 사안들이 논의됐는지, 또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지, 조선중앙TV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나흘간 열린 '3대혁명 선구자대회']

    북한은 지난 15일 언론매체를 통해 3대혁명 기수, 소조원 등 대회 참가자들의 평양 집결 소직을 전하면서, 3대혁명 선구자대회의 개최 소식을 사전에 알렸습니다. 실제 대회가 개최된 건 이로부터 3일 뒤인 11월 18일이었는데, 이 날은 46년 전 김정일 위원장이 처음으로 3대혁명 붉은기 쟁취운동을 시작했던 날입니다.

    "1975년 11월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천리마작업반 운동을 일으킨 것처럼 사회주의건설의 총 전선에서 3대혁명붉은기 쟁취운동을 벌일 데 대한 역사적인 발기를 하셨습니다. 12월 초 공업부문에서는 검덕광업연합기업소, 농업부문에서 청산협동농장에 그 첫 봉화를 지펴주시고 이 온동이 전 사회적인 운동이 되도록 세심히 이끌어 주셨습니다."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에서는 이른바 각 분야에서 걸출한 성과를 낸 기관들에게 1개에서 3개의 붉은기를 수여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유도하고 있는데, 이날 보도에서는 지난 5년간 2천4백여 개의 단위가 3대혁명 붉은기를 쟁취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서한, 지난 6년간 3대혁명 운동 평가]

    이번 선구자대회에서는 지난 2015년 개최 이후 6년 만에 열리는 만큼 그 기간 동안의 성과를 평가하고, 미진했던 부분과 개선해야 할 점, 또 앞으로의 목표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대회가 이어졌습니다. 조선중앙TV는 다음날인 19일 오후 3시 첫 방송부터 '3대혁명 선구자대회'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마스크를 쓴 참가자들은 평양체육관 행사장을 가득 채웠는데요, 이날 대회장에는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장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 등이 참석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대신 서한을 통해 상당히 많은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평양핫라인] "모든 혁명진지를 3대혁명화하라"

    북한 3대혁명 선구자대회 대회장

    북한방송은 김정은의 "3대혁명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려 사회주의의 전면적발전을 이룩하자"는 제목의 서한을 CG형식의 화면에, 앵커가 대신 읽는 방식으로 보도했습니다. 방송된 길이만 39분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양이 담겼는데, 지난 19일을 시작으로 23일까지 하루에 3번 정도씩 무려 15번차례나 재방송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서한에서 "3대혁명노선에 관통되어있는 정신은 자기 힘으로 자기 나라 혁명을 완수하는 철저한 자주정신이며 여기에서 기본은 주체적혁명력량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전인민적 운동으로‥예외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을 더욱 확대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기관과 기업소, 공장, 협동농장, 직장 등의 단위로만 벌여왔던 운동을, 시, 군, 연합기업소 등 보다 넓은 범위로 확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로 치면 지방의 작은 공장부터 이른바 대기업까지 어느 기관도 어느 누구도 예외없는 전사회적, 전인민적인 운동으로 전개하겠다는 점을 공언한 겁니다.

    이처럼 3대혁명 운동을 전인민적인 운동으로 확대강화하겠다고 밝힌 이유는 역시 당정책 상 목표 달성을 위한 목적과도 결부돼있습니다. 서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당정책이 모두 사상과 기술, 문화 등 3대영역에 속해있으며, 그 범위들에는 각 시, 군이 직접 책임지고 집행해야 할 정책적 과제들이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는 당의 핵심 사업들인 지방공업공장 현대화, 농촌 개조, 학교와 병원 개건, 살림집건설, 원림녹화, 치산치수 등 또한 3대혁명의 과업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확실한 상벌제도 실시]

    김정은 위원장은 붉은기쟁취운동이 단지 붉은기를 수여받기 위한 운동, 붉은기를 수여받으면 끝나는 운동처럼 되고 있는 상황을 질타했습니다. 결국 운동의 열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강력한 상벌제도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성과를 낸 단위들에는 수훈과 표창을 주고, 거기에 국가적인 우대조치 등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하는 대신, 그렇지 않은 단위들에는 응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붉은기를 이미 쟁취한 집단이라고 할지라도 언제든 성과가 미진하면 붉은기를 빼앗아 제명하거나 칭호를 박탈하고, 더 나아가 응당한 책임까지 묻겠다는 겁니다. 그에 따른 관리감독과 책임은 도당위원회까지 연결시켜, 간부들의 인사와 평가에도 반영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도 전달했습니다.
    [평양핫라인] "모든 혁명진지를 3대혁명화하라"
    특히 3대혁명소조운동을 다시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습니다. 소조원들은 각 부분으로 파견돼 과학기술적 문제를 푸는데 집중해야 한다면서, 각 경제부문에 투입되는 소조원들을 정치사상적으로 건전하고 학과성적이 우수한 대학졸업생들로 엄선하는 등 파견역량을 강화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또 생산단위뿐 아니라 지역으로도 파견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마찬가지로 우수한 성과를 거둔 소조원에게는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라며 확고한 상벌주의를 시행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평양핫라인] "모든 혁명진지를 3대혁명화하라"
    [김정은 서한, 집중 학습 돌입]

    서한이 발표된 다음날부터는 3대혁명 선구자대회장에서 참가자들이 노동신문을 통해 서한 내용을 살펴보는 등 집중 학습이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평양핫라인] "모든 혁명진지를 3대혁명화하라"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을 시, 군, 연합기업소를 포괄해서 보다 넓은 범위로 확대해서 전사회적으로 전인민적 운동으로 힘있게 벌이도록 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시, 군이 마땅히 3대혁명의 거점으로 돼야 한다고 가르쳐주셨습니다."
    [평양핫라인] "모든 혁명진지를 3대혁명화하라"
    "3중3대혁명까지 받고 나니 마음의 탕개가 좀 늦춰졌습니다.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 보내주신 역사적인 서한을 받아안고 이제부터 우리 종업원들을 더 발동시켜 3대혁명기수의 영예를 빛내기이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특히 참가자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무엇을 뜯어고치려고 하는지를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참가자들은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이 시,군으로까지 확대되도록 노력할 것이고, 또 붉은기를 획득했다고 해서 나태해지지 않고 더욱 분발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폐막, 호소문 채택‥실천단계 돌입]

    지난 22일 북한 매체 보도를 통해 대회의 폐막과 호소문 채택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특히 이날 보도에서는 연합기업소, 대학, 협동농장, 탄광, 공장 등 각 분야별 지배인, 책임비서 등이 토론에 나선 모습이 조명됐습니다. 그간 괄목한 만한 성과를 낸 기관들은 나름대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성과를 내지 못한 분야에서는 그 이유와 문제점 등을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성과를 낸 기관들에서는 모든 부서들이 자기 몫을 찾아 철저히 집행했다거나, 당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집단의 사상의지적 단합을 이뤄냈다, 기술혁신운동을 활발히 전개해 생산공정의 현대화, 정보화를 가져왔다는 등의 일종의 자화자찬 토론이 이뤄졌고, 특정 기관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과 3대혁명소조사업에서 문제가 발생한 이유에는 사상사업을 확고히 진행하지 못하거나, 무책임한 사업태도, 정확한 계획 없이 사업하는 낡은 일하는 태도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끝으로 이번 대회에서는 3대혁명 기수나 근로자 등 북한 주민들에게 보내는 호소문도 채택됐습니다. 호소를 통해 모든 주민들이 김정은 서한에 담긴 3대혁명 운동의 원칙을 따르고 실현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이는데, 김정은 서한과 대회의 호소문은 당분간 북한 방송에서 자주 언급되면서 북한 주민들을 계속 세뇌하고 독려하는 데 활용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3대혁명 강조, 절박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3대혁명을 동력으로 국가사회생활의 모든 분야, 나라의 모든 지역의 동시적이며 균형적인 발전을 강력히 추동하자는 것이 이번 대회의 기본정신"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 대북제재, 경제난, 식량난 등 겹겹이 쌓인 난관 앞에서, 일부 큰 도시들은 사정이 그나마 낫지만, 날이 갈수록 지방 도시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만큼 균형적인 지역 발전을 위해 전인민적인 운동이 펼쳐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재원이나 설비 투자를 해준다는 약속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제시한 해법은 오로지 근로자들의 자각과 창의성, 자력갱생과 사상무장뿐,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