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M] "우리도 속상해요"‥디지털이 무서운 어르신들](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1/12/18/hiy20211218_2-1.jpg)
#한겨울에 피켓을 든 노인들‥이들이 두려워 하는 건?
지난 3일과 14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아파트 상가 앞에 어르신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유가 뭔지 알아봤더니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안 은행을 디지털지점으로 바꾸지 말아 달라는 거였습니다.
어르신들은 34년 된 이 은행이 내년 2월 디지털지점으로 바뀌면, 입출금처럼 간단한 업무조차 보기 어려워질까봐 겁이나 추운 날씨에도 길거리로 나온 것이었습니다.
"우리(노인)보고 (모두 디지털로) 하라면 하겠습니까? 참 어려운 일이에요. 34년간 동고동락하다가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그런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살아가겠습니까."
'혹시 어르신들의 걱정이 기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이미 디지털지점으로 바뀐 은행을 할머니 한 분을 모시고 함께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 어르신들과 은행 디지털지점 이용해보니‥"계좌 만드는데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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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우선 원격으로 직원을 만나는 디지털데스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돋보기가 없어서 화면 속 글씨를 제대로 읽을 수 없었습니다. 직원이 화상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긴 했지만, 서명을 입력하는 단계에서 난관이 찾아왔습니다.
왼쪽에 이름을 쓰고 오른쪽에 서명해야 하는데, 직원이 말을 해줘도 할머니가 제대로 알아듣지를 못해 3번이나 다른 칸에 서명한 겁니다. 계좌 하나 만드는 데도 결국 30분이나 고생을 하자 할머니는 무척 속상해 하셨습니다.
#식당 무인 키오스크 도전해봤더니‥카드 제대로 꼽는데 '진땀'
![[탐정M] "우리도 속상해요"‥디지털이 무서운 어르신들](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1/12/18/hiy20211218_2-3.jpg)
82살 김태하 할아버지도 식당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하셨습니다.
일단 메뉴 버튼을 찾지 못해 한참을 망설이다가 간신히 음식을 골랐는데, 결제를 하는게 난관이었습니다. 결제를 제대로 못해 이전 화면으로 돌아가기를 몇 번, '찰칵' 소리가 나게 카드를 제대로 꽂는데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후식 커피를 주문할 때도 기계가 말하는 걸 알아듣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러 잔을 시키려는데, 무엇을 눌러야 할지 몰라 헤매셨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다가 안쓰러운 마음에 슬쩍 힌트를 드리자, 그 때서야 성공하셨습니다.
키오스크를 사용해본 소감을 물었더니, 오히려 할아버지가 다시 질문해왔습니다.
"티오스? 지금 뭐 티오스라고 했어? 뭐라고 했어? 뭐야? 나 아까부터 그 소리 듣고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이상하네‥"
#은행 앱 깔기위해 30분 걸어가‥"각종 인증, 혼자서는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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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스럽게 먼 길을 찾아간 이유는 다름 아닌, 스마트폰에 은행 앱을 설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은행을 가지 않고 휴대전화로 편리하게 은행업무를 보라고 만들어놓은 앱인데, 오히려 이 앱때문에 무릎도 안 좋은데 먼 길을 걷고 계단까지 올라가며 은행을 찾아가야 했던 겁니다.
"뭐 인증을 하라 그러고, 번호가 자꾸 틀렸다고 그러고… 무슨 플레이스토어를 들어가라…. 그런 용어가 낯서니까 이걸 깔아도 되는지 걱정스럽기도 해서 은행에 왔어요."
어르신들이 서울 월계동 은행의 절대 사수를 외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만약 월계동의 은행이 디지털지점으로 바뀌어 사용하기 어려워지면, 다른 은행에 가기 위해 지팡이를 짚은 채 철길을 넘어 30분을 걸어가야 합니다.
"(아파트 단지에) 노인들이 상당히 많아요. 여기 다 지팡이 짚고 다녀요 사람들이. 눈 오고 하면
지팡이 짚고 어떻게 가요."
노인들은 여전히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만, 은행은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점포를 줄이고 비대면 거래를 늘리고 있습니다. 2015년 4천 3백여 곳이던 5대 은행 점포 수는 이제 3천 3백여 곳으로, 무려 1천 개가 줄었습니다.
# 디지털, 그들에겐 '낯섦'보다 먼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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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잘못 눌러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걱정되고, 용기를 내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봤는데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자괴감까지 든다고 했습니다.
"하다가 잘못되면 사람이 있으면 물어라도 보잖아. 근데 그런 거 없으면 겁나잖아. 이체 잘못해서 내 돈이 쑥 빠져나가든지. 동그래미 하나 더 해서 (돈이) 빠져나갈까봐.."
"(이용 방법을) 잊어먹으면 짜증나고 '어떡하지 내가 이러다가 무너지나' 이런 두려움이 생겨요. 하다가 못하면 막 속상하고 우울증 오고 그래요."
누군가는 '왜 어르신들이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려고 노력하지 않느냐'고 묻기도 하지만, 단순히 귀찮고 낯설어서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몸이 자주 아픈 어르신들은 디지털 교육을 받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디지털지점에 모시고 간 한난수 할머니도 노인 대상 디지털 교육을 받아보려다 사정상 포기했다고 합니다.
"복지관에서 그걸 내가 배우려고 했는데 우리 할아버지가 치매가 와서 곁을 못 떠났어요. 기회를 놓쳤죠"
우리는 모두 언젠간 노인이 되고, 세상은 계속해서 변하기 마련입니다.
"노인네들이 늙고 싶어 늙는가, 저절로 늙어서 이게 자꾸 기억력이 잊어버리고 그러는데‥"
젊은 사람들도 쫓아가기가 버거운 급속한 변화 속에, 우리들의 가족이기도 한 노인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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