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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핫라인] "도시처녀 시집와요" 30년만의 역주행, 그 이유는?

[평양핫라인] "도시처녀 시집와요" 30년만의 역주행, 그 이유는?
입력 2022-01-07 10:54 | 수정 2022-01-0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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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핫라인] "도시처녀 시집와요" 30년만의 역주행, 그 이유는?
    북한 방송은 1월 1일부터 다양한 신년 특집 프로그램들을 내보내면서 새해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닷새간 열린 전원회의의 결정사항과 후속 조치들을 부각하는 관련 보도의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1시간가량으로 편집된 '전원회의 관련 보도'물은 1월 1일부터 첫 방송을 시작해 1월 4일까지 15차례나 재방송됐고, 전원회의 결정을 관철시키기위한 각 지역 공장들의 분주한 움직임, 그리고 전원회의 내용을 숙지하기 위한 주민들의 학습 모습 등도 연일 부각됩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북한이 가장 중요하게 다룬 것은 '농촌진흥 문제'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농촌문제 해결을 전원회의의 단일 의정으로 상정해 하루종일 회의를 이어갔고, '새로운 사회주의농촌건설강령'을 그 결과로 제시했습니다. 목표는 크게 "농업근로자의 사상의식 제고, 농업 생산력의 비약적 발전, 농촌생활환경의 근본적 개변" 등 3가지입니다.

    공교롭게도 북한 방송은 최근 도시 처녀가 농촌으로 시집을 온다는 내용을 담은 '도시처녀 시집와요'라는 옛노래와 영화를 집중적으로 해설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했습니다. 이 특집 코너에서 노래와 1시간 가량의 영화를 어느 측면에 중점을 두고 집중 조명했는지를 살펴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전원회의에서 밝힌 사회주의농촌건설강령의 내용과 북한이 제시한 농촌 정책 방향 등을 엿볼 수 있습니다.

    # '도시처녀 시집와요'

    북한의 '도시처녀 시집와요'는 1990년 만들어진 노래와 3년 뒤 제작된 영화의 같은 이름입니다. 북한 방송은 지난해 12월 27일 '도시처녀 시집와요' 작품을 해설하는 25분 분량의 특집물을 첫 방송하고, 1월 1일에도 한 차례 재방송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도시처녀 시집와요'라는 제목의 노래와 영화가 만들어진 배경과 의미 등을 자세히 언급합니다. 당시 노래의 작사, 작곡자,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 제작자, 주연 배우들까지 인터뷰 대상자로 나섰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이 작품에 대한 평가도 소개합니다.

    도시처녀 시집와요라는 노래 창작의 배경이 된 곳은 황해북도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입니다. 이곳은 김일성과 김정일이 생전에 "사회주의농촌의 본보기"로 내세우며 수차례 현지지도한 곳으로, 김정은 시대 "삼지연시"와 같은 상징적인 장소로 여겨집니다.

    당시 조선인민군 협주단 최준경 작가는 친구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을 찾으면서 창작이 시작됩니다. 몰라보게 달라진 농촌 마을의 발전상에 감명을 받고, 친구의 며느리가 도시에서 온 소문난 재단사라는 점에 놀랐다고 합니다. 그렇게 친구 아들의 결혼식 장면을 모티브로 삼아 이 노래의 가사는 쓰여지게 됩니다.
    [평양핫라인] "도시처녀 시집와요" 30년만의 역주행, 그 이유는?

    노래 '도시처녀 시집와요'

    이 노래 제작에는 북한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나섰습니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북한 가요 '휘파람', '반갑습니다' 등을 작곡한 인민예술가 리종오(2016년 사망)가 작곡가로, 노래는 '반갑습니다'를 부른 공훈배우 리경숙이 맡았습니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이 노래를 주민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생활가요'로 만들어보라고 지시했고,
    리경숙이 이 노래를 처음 부른 것도 김정일 위원장 앞에서였다고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보천보전자악단이 일본 방문공연을 떠날 때에는 아리랑을 부른 다음 이 노래를 부르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고도 전했습니다.
    [평양핫라인] "도시처녀 시집와요" 30년만의 역주행, 그 이유는?
    [리경숙 ('도시처녀 시집와요'를 부른 가수)]
    "제가 일본 방문 공연시 이 노래를 아주 많이 불렀습니다. (일본 기자가) 이 '도시처녀 시집와요' 이 노래는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되는 노래인가, 무슨 뜻이 담겨져 있는가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노래는 우리나라에서 위대한 수령님께서 밝혀주신 농촌테제의 우월성과 생활력을 그대로 담은 노래라는 것을 알려졌습니다."

    3년 뒤인 1993년에는 이 노래가 영화로까지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 영화는 모내기철 평양의 재단 공장 사람들이 모내기를 도와주러 농촌으로 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남녀 두 주인공은 도시 처녀 '리향'과 농촌 총각 '성식', 리향은 평양 재단공장에서 인정받는 고급재단사이고 성식은 농촌의 기계화, 과학화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하는 유능한 사람으로 나옵니다.

    이 둘은 처음에는 농촌 총각과 결혼하기 싫어하는 도시 처녀와, 도시 처녀에 대한 편견을 지닌 농촌 총각으로 대비되며 소소한 갈등을 겪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둘의 오해가 풀리면서 호감을 갖게 됩니다. 결국 시간이 흐른 뒤 리향은 성식이 있는 농촌으로 다시 돌아와 둘이 재회를 하게 되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는 것이 주요내용입니다.

    이 영화는 남녀간의 사랑이야기에 코믹 요소까지 가미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 영화의 여자 주인공 리향역을 맡았던 리경희 배우는 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은 도시여성들이 실제 농촌으로 시집을 가게됐다는 일화도 소개했습니다.
    [평양핫라인] "도시처녀 시집와요" 30년만의 역주행, 그 이유는?
    [리경희 배우(여주인공 리향 역)]
    "숱한 처녀들한테서 나한테 편지가 왔습니다. '도시처녀 시집와요' 영화를 보고 그 영화에 감동돼서 농장에 시집갔다는 것입니다."

    # 30년만에 "도시처녀 시집와요"를 선전하는 이유?

    이 특집 프로그램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 지도자들이 모두 '도시처녀 시집와요'를 높이 평가한 이유도 설명했습니다. 먼저 북한 농업의 지침이라고 할 수 있는 김일성의 사회주의 농촌문제 테제를 잘 짚었다는 겁니다.

    김일성 주석은 이 영화에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농촌문제들, 메탄가스화문제, 태양열온실문제, 오리농법 등을 비롯해 농촌과 관련된 다양한 소재들이 총망라됐다고 평가하면서 주민들에게 이 영화를 많이 보게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노래 '도시처녀 시집와요'가 도시 여성이 사회주의 농촌으로 시집을 온다는 간단한 내용을 가지고 썼지만, 사회주의 농촌문제에 관한 테제의 빛발아래 농촌마을이 도시 부럽지 않게 되어간다는 사상이 잘 반영되어 있다"고 평가합니다.
    [평양핫라인] "도시처녀 시집와요" 30년만의 역주행, 그 이유는?
    [성식이 (농촌총각) /[특집] 도시처녀 시집와요 中]
    "우리가 푸는 이 한 삽 한 삽의 거름이 오늘은 비록 메탄가스와의 첫걸음에 불과하지만 내일에는 우리 농촌에 종합적 기계화, 과학화에 밑거름이 될거란 말입니다."

    2022년, 30년이 지난 지금 김정은 위원장은 이 작품을 다시 끄집어내면서 더욱 극찬합니다. "사회주의 현실을 반영한 좋은 노래라고 하시면서 노래의 구절마다에는 사회주의 농촌테제를 철저히 관철해서 우리나라 농촌을 살기 좋은 문화농촌으로 건설해야 한다는 사상이 소박하면서도 진실하게 담겨져 있다"는 겁니다.

    # "세기적 숙망‥쌀밥에 고깃국"

    조선중앙TV는 지난 1월 1일 전원회의에서 나온 논의 내용들을 1시간 정도의 분량으로 편집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라는 이름으로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내용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내용또한 농촌 진흥과 관련된 안건들이었는데, 실제 '도시처녀 시집와요'의 메시지와 일맥상통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원회의 보고에서 "농업근로자의 사상의식 제고, 농업 생산력의 비약적 발전, 농촌생활환경의 근본적 개변" 등 3가지를 구체적인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특히 "농업 생산과 관련해서 나라의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을 농촌발전전략의 기본과업으로 규정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의 "세기적인 숙망(소망)"을 반드시 실현하기 위한 의지로, "식생활 문화를 흰쌀밥과 밀가루음식 위주"로 바꾸는데 농업생산 지향점을 맞출 것을 지시했습니다.

    특히 "흰쌀밥"이라고 하면 북한 주민들은 1962년 김일성 주석이 최고인민회의에서 인민들에게 '이밥(쌀밥)에 고깃국'을 먹게 해주겠다고 처음 약속한 것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2022년 '도시처녀 시집와요' 특집 프로그램에서, 전체 영화 내용 가운데 선택한 대사에도 이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평양핫라인] "도시처녀 시집와요" 30년만의 역주행, 그 이유는?
    [성식이(농촌총각) 어머니 / [특집] 도시처녀 시집와요 中]
    "사람들이 이 밥에 고깃국을 먹고 비단옷에 기와집을 쓰고 산다는게 아마 쉽지 않은가보지, 우리 성식이 그 녀석 말이네, 애미된 마음에 니 혼자 뭘 그리 애쓰냐고 걱정을 하면, 어머니 그게 바로 우리 조선 사람들이 대를 두고 내려오는 세기적 숙망을 헤아려보신 우리 수령님의 뜻입니다. 이러지 않겠나."

    #'사회주의 농촌 테제(강령)' 계승

    특히 김일성 주석이 제시한 사회주의 농촌 테제를 잘 관철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영화는 물론 이번 전원회의에서도 자주 언급됩니다. 사회주의 농촌 테제는 1964년 2월 25일 당중앙위원회 제4기 제8차 전원회의에서 김일성 주석이 발표한 내용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북한의 농촌 분야 대책은 사회주의 농촌 테제를 심화 발전시킨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평양핫라인] "도시처녀 시집와요" 30년만의 역주행, 그 이유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보도 中]
    "새로운 사회주의농촌건설강령은 위대한 사회주의농촌테제의 심화발전으로서 농촌혁명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려 사회주의의 전면적부흥을 다그치고…"

    무엇보다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제시된 농촌 진흥 방안은 누구와 와서 살고 싶어하는 농촌으로 만들기 위해 문화적으로, 또는 실생활 측면에서도 발전을 시키겠다고 공언합니다.

    그 중 농업근로자들을 지식형 근로자로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위해 농업과학기술학습과 선진영농 기술 보급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농촌에 대학졸업생들을 많이 배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농촌근로자들이 과학적으로 농업에 접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식량 생산율도 늘어나게되고, 농촌의 질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도시의 젊은 총각, 처녀들이 농촌으로 몰려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입니다.

    # 삼지연시가 모범, 함경남도 적극 지원


    김정은 위원장은 "전국의 모든 농촌마을을 삼지연시 농촌마을의 수준으로, 부유하고 문화적인 사회주의리상촌으로 만들자는것이 우리 당의 농촌건설정책"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혁명의 성지라고 주장하는 백두산을 상징하는 삼지연시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로 전면적인 재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농촌분야에 국가적인 지원을 확대하고 농민들의 부채도 탕감해주겠다고도 약속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대표적인 쌀 생산지인 '황해남도'에는 더욱 힘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밝혔습니다.

    북한이 농촌 개발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만큼 식량 문제가 심각하고, 또 경제난이 계속 악화되면서 도시와 농촌 간 격차도 날이 갈수록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를 걸치는 동안 농촌 분야 목표는 거의 동일합니다. 어떻게든 도농 간 격차를 줄이고 식량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쌀밥에 고깃국을 먹이겠다던 60년전의 약속이나, 30년 전 영화 속 대사, 그리고 2022년 또 한번의 약속까지, 여전히 같은 약속만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북한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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