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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핫라인] 현지·집중방송으로 본 북한의 새해 풍경

[평양핫라인] 현지·집중방송으로 본 북한의 새해 풍경
입력 2022-01-14 10:15 | 수정 2022-01-1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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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핫라인] 현지·집중방송으로 본 북한의 새해 풍경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자료사진: 연합뉴스 제공]

    새해가 시작된 지 2주가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북한 방송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표현은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정 관철'입니다. 노동당 중앙위 제8기 4차 전원회의는 지난해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닷새간 열렸습니다. 전원회의에서는 2022년 북한의 정책적 과업을 총망라하는 문제들을 논의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보고와 결론을 맡은 이번 회의의 내용을 신년사를 대신해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TV는 1시간 길이의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를 지난 1월 1일 처음 방송했습니다. 지난 12일까지 모두 28차례 방송됐는데 하루에 2차례 이상 방영한 셈입니다.

    #. '전원회의 결정관철'에 집중하는 북한 방송

    조선중앙TV는 전원회의 이후 북한 전역에서 진행된 시·도별 결의대회도 비중있게 보도했습니다. 특히 지난 5일 열린 평양시 궐기대회는 55분 길이의 녹화 실황으로 행사 다음 날(6일)부터 2차례 방영했습니다. 평양시 대회는 김덕훈 내각총리, 리일환 노동당 중앙위 비서 등 주요인사들을 비롯해 시 안의 기관과 공장, 농장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 청년·학생들이 참여한 대규모 행사였습니다. 추위 속에서도 주민들은 김일성 광장을 가득 메워 도열했고 각종 혁명 구호를 앞세운 군중시위도 진행됐습니다. 평양시 외에 라선시와 남포시, 개성시 그리고 함경북도, 황해남북도와 강원도, 자강도 등 4개 시와 5개 도의 궐기대회·군중시위 소식은 5시와 8시 정규 뉴스 시간에 소개됐습니다.
    [평양핫라인] 현지·집중방송으로 본 북한의 새해 풍경

    ▲ [녹화실황] 평양시궐기대회 (조선중앙TV 1월 6일 방영)

    #. 구호, 핵심 정보, 그래픽으로 선전선동하는 '집중방송'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집중방송]입니다. [집중방송]은 글자 그대로 북한 당국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정보를 구호 자막과 그래픽 등으로 집중 선전·선동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올들어 방영된 북한의 [집중방송]은 총 4편입니다. 이 가운데 코로나 방역을 주제로 제작한 것이 2편, 절약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1편, 득장탄전을 다룬 방송이 1편입니다.
    [평양핫라인] 현지·집중방송으로 본 북한의 새해 풍경
    그중 [1]번 [집중방송, 절약 곧 증산]은 지난해 12월 20일 처음 방송된 뒤 반복 편성됐다가, 올 들어 2차례 방송됐습니다. 제목에서 보듯 절약을 잘하면 증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북한이 강조한 '재자원화'가 핵심 메시지입니다.

    코로나 방역을 주제로 한 2개의 방송 가운데 [2]번 [집중방송, 순간도 긴장성을 늦추지 말고 비상방역진지를 더욱 철통같이 다져나가자]는 12월 7일 첫 방송 이후 한 달 여간 '오미크론 변이'의 위험성과 빈틈없는 방역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방영됐습니다. 이후 1월 6일부터는 [3]번 [집중방송, 전체인민이 최대로 각성하여 비상방역전을 보다 강도높게 벌려나가자]로 대체됐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앞서 방송된 집중방송 [2]번과 비슷하지만 8기 4차 노동당 전원회의 결론이 추가됐습니다. 노동당 전원회의가 결론에서 "선진적이며 인민적인 방역에로 이행'을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신규 [집중방송]은 이 내용을 담아 이전에 없던 "선진적이며 인민적인 방역"이라는 표현과 "이에 필요한 수단과 역량을 보강 완비하는 사업을 적극 내밀어야 한다"라는 구절을 구호처럼 만들어 반복적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1월 12일까지 10회 방영됐습ㄴ다. 통일부는 '북한이 이번에 새로운 방역 기조로 제시'한 '선진·인민적 방역'이 국경봉쇄와 같은 통제 기조에서 어떻게 변화할 지 주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집중방송 화면에는 각종 그래픽과 CG, 커다란 자막이 도드라집니다. 방송원이 크로마키 화면 앞에서 한 톤 높은 목소리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구호는 커다랗고 화려한 자막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비상방역과 관련된 [3]번 [집중방송]에서도 '비상방역 규률(규율)은 누구도 흥정할 수 없는 국가의 법'등의 구호를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역동적인 자막으로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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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방송] '전체 인민이 최대로 각성하여 비상방역전을 보다 강도높이 벌려나가자' (조선중앙TV 1월 6일 방영)

    모든 [집중방송]이 그래픽 정보와 구호 자막으로 구성된 것은 아닙니다. 1월 9일 신규 편성된 [집중방송, 혁신의 기상 나래치는 득장탄전]은 조금 달랐습니다. 조선중앙TV 편성 예고표 '오늘의 방송순서'에는 [집중방송]으로 분류됐지만 구호 자막이나 그래픽 화면을 강조하지 않고 기자의 현지 취재 형식으로 제작했습니다. 북한에서는 보도 프로그램 이외 시간의 현장 취재 프로그램을 [현지방송]으로 분류하는데, 이 기준에 따른다면 이 프로그램은 [집중방송]보다는 [현지방송]에 가깝습니다.

    [집중방송, 혁신의 기상 나래치는 득장탄전]은 평안남도 북창군에 있는 룡산탄광과 득장청년탄광의 분위기와 표정을 담았습니다. 방송원은 굴진(굴 모양을 이루며서 땅을 파 들어감)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암질에 따라 다른 발파작업을 시도하는 노력을 취재하며 아래 사진에서처럼 막장(갱도의 막다른 곳)까지 동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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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방송] '혁신의 기상 나래치는 득장탄전' (조선중앙TV 1월 9일 방영)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는 석탄부문에 "탐사를 앞세우고 고속도 굴진운동을 힘있게" 벌이며 "선진적 채탄방법과 기계수단을 받아들여" 석탄을 증산하라는 지시를 내놨습니다. 방송에서는 고속도 굴진운동과 함께 석탄 수송량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기계수단인 '접촉식교류전차'를 완성한 득장탄전의 모습을 부각했습니다. 득장청년탄광의 김영철 중대장은 '운반능력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 접촉식교류전차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기술적 완성도를 더해 증산에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생동감 넘치는 취재 현장의 분위기‥'현지방송'

    [현지방송]은 기자가 현장을 직접 찾아가 분위기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올해부터 방영하는 8편 중 7개는 2.8직동탄광과 개천탄광, 순천화력발전소와 북창화력발전연합기업소, 황해제철연합기업소와 천리마제강기업소 등 경제를 뒷받침하는 기간산업 현장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시설과 설비를 가동시키는 에너지원, 석탄을 생산하는 탄광과 전력을 만드는 발전소, 철강재를 제작하는 제강소들입니다. 지난 12일에는 김정숙방직공장을 취재한 [현지방송]이 추가됐습니다.
    [평양핫라인] 현지·집중방송으로 본 북한의 새해 풍경
    [현지방송]에 나오는 방송원은 아래 사진에서처럼 펄펄 끓는 쇳물이 쏟아지는 용해로 앞에 서서 치열한 현장을 직접 소개합니다. [현지방송]은 현장 고유의 특성을 최대한 부각하는 화면들로 구성합니다.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를 취재한 [현지방송, 강선이 첫걸음을 힘차게 내짚었다]에서는 용해로 바로 옆에서 쇳물을 점검하는 용해공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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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지방송] '강선이 첫걸음을 힘차게 내짚었다' (조선중앙TV 1월 7일 방영)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는 산업 부문별로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금속공업 부문에는 '철강재 생산 능력확장과 현대화', 전력공업 부문에는 '전력 수요 보장과 전력 손실 최소화'를 요구했습니다. 올해 조선중앙TV가 방송한 [현지방송]은 르포 형식으로 노동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당국의 지시 사항을 잘 이해하고 노력하는 각오와 경험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새해 [현지방송] 프로그램의 길이는 최소 3분 53초 정도에서 최대 8분 26초 가량입니다. 분량은 일정치 않지만 모두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각 산업 부문에 제시한 핵심 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 "농촌건설 세멘트 우선 공급"‥시멘트 증산 현지방송

    1월 10일에 방영한 [6]번 [현지방송, 순천의 미더운 세멘트 생산자들] 역시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정관철을 독려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시멘트 생산의 주 원료가 되는 석회석을 공급하는 순천석회석광산에서 소성로(벽돌을 구워내는 가마)의 가동 일수를 늘릴 데 대해 연구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순천석회석광산에서는 지난해보다 높은 생산 목표를 잡고 설비를 선진화하는 데에도 골몰하고 있습니다.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모든 시·군들에 농촌건설에 필요한 세멘트(시멘트)를 우선적으로 전진 공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지시대로라면 올해 이 공장의 시멘트 생산분은 농촌에 우선 공급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북한이 역량을 집중했던 평양시 1만세대 살림집, 보통강 고급주택 건설사업 당시에도 조선중앙TV는 시멘트 공장들의 증산 소식을 잇따라 보도했습니다.

    #. "질 좋은 교복 보장"‥방직공장 근로자의 증산 결의 현지방송

    지난 12일 첫 방영한 [8]번 [현지방송, 증산의 동음 높이 울린다-김정숙평양방직공장]은 북한 [현지방송]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공장에서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과제들은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과업들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온 나라 학생들에게 국가적 부담으로 질좋은 교복과 학용품을 보장'하라고 직접 지시한 바 있습니다.

    리용근 김정숙평양방직공장 지배인은 공장의 고위 간부들까지 생산현장에 나가서 원료와 부자재 등을 공급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설비들을 총 가동하는 '생산돌격전'을 펼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전했습니다. "공장의 책임일군들이 중요 생산자리들을 한자리씩 타고 앉았습니다. 원료, 부속, 자재들을 선행시켜서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 것과 함께 기술관리사업을 짜고들어서 제품의 질을 최상의 수준에서 보장하기 위한 사업을 힘있게 벌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개학일이 4월 1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교복과 학용품의 재료가 되는 직물 생산 기간은 2달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방송에서는 "만가동 만부하의 동음이 세차게 울리는 인견천직장" 현장의 분위기를 김정숙평양방직공장 직포공 주홍심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전달합니다. "제가 짜는 천 1m, 1m가 내 동생 옷감이 되고 온 나라 학생들 옷감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더 많은 천을 짜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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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지방송] '증산의 동음 높이 울린다-김정숙평양방직공장' (조선중앙TV 1월 12일 방영)

    조선중앙TV는 농업과 농촌 발전 과제 이행은 기본이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전 산업 영역에서의 생산 의지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선전·선동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올해 방영 중인 [집중방송]과 [현지방송]에서는 그 의도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실제 각 생산 현장에서도 지난해보다 높은 생산 목표를 세우고 전투적인 작업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김일성 탄생 110돌과 김정은 탄생 80돌을 맞는 올해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달성이 어려운 목표를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독려하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2022년 새해가 시작됐지만 북한 주민들은 더 많은 구호와 다짐, 목표 안에 고립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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