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M] 38살 고 김다운, 끝내 끼지 못한 39만원짜리 절연장갑](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2/01/15/0_1.jpg)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29618_35744.html
"왜 기사가 나오지 않았나요?"‥철저하게 잊혀진 죽음
2만2천9백볼트 특고압에 감전돼 서른 여덟의 나이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김다운 씨. 다운 씨의 소식을 유가족들로부터 처음 들은 건 지난해 말. 그런데, 이미 세상을 떠난지 한 달이나 흐른 뒤였습니다.
"상견례를 2주 앞둔 예비신랑이 머리에 불이 붙어 까맣게 타들어 간채 전신주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병원에서 19일을 버티다 끝내 숨졌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 전화 너머로 듣는데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런 죽음이라면 분명 이슈가 됐을 게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듣는 소식이었습니다. 검색을 해봤지만, 착각이 아니었습니다. 다운 씨의 죽음은 신문 어느 한 귀퉁이에도 실리지 않았습니다. TV 뉴스에 두세 줄짜리 단신조차 나가지 않았습니다. 철저하게 잊혀진 죽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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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살 김다운, '60대 무명남'으로 기록‥"알아볼 수 없었어요"
사고 당일, 가족들은 '다운이가 감전당해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로 실려갔다'는 이야기만 듣고 급하게 달려갔습니다. 소식을 전한 건 다운 씨의 예전 직장 동료였습니다. 하청업체도, 한국전력도, 어느 한 곳에서도 먼저 연락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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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만난 다운 씨는 온몸에 붕대를 친친 감고 있었습니다. 전신의 40%가 감전으로 인해 3도 화상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의식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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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볼 수가 없었어요."
38년 동안 지켜본 동생이었지만, 친누나도 알아볼 수 없을만큼 처참한 상태로 돌아온 다운 씨. 화상 치료전문 병원에서 화상 입은 피부를 다 긁어내가면서 수술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중환자실에서 신장 투석을 하며 버티던 다운씨는 패혈증 쇼크로 사고 19일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38번째 생일 바로 다음날이었습니다. 올 봄 결혼을 앞두고 바로 전 주에 잡아놨던 상견례는 영원히 갈 수 없게 돼버렸습니다. '사랑한다'는 메시지와 "일 끝나고 얼른 집에 가겠다"는 통화가 약혼녀와의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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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씨가 근무하던 한국전력 하청업체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통화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안타까운 사고"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고의 경위를 캐묻자,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며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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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지난 거잖아요 다 발인도 했고‥다 이제 종식돼가는데 이걸 다시 불을 지피셔가지고 그거하신다 는 건 저는 좀 그거한데‥"
- 하청업체 대표와의 통화 中-
무관심하고 무책임했던 한국전력, 이해하기 힘든 답변만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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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취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에도 한전은 사고 책임을 좀처럼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비교적 간단한 질문을 해도 답변을 받으려면 5~6시간 이상이 걸렸습니다. 항상 뉴스 시간이 닥쳐와서야 이메일로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그나마도 전기 관련 업무를 하는 전문가들이나 알 법한 전문용어로 가득해,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이었습니다. 결국 MBC 취재진이 한전 나주본사까지 찾아가고 나서야, '설명이 불친절했다'는 인정과 함께 수수께끼같은 답변의 풀이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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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직원은 사고 뒤 유족을 만났을 때, "'펑' 소리가 나는 걸 듣고 사고 지점으로 달려갔다"고 말했습니다. 한전도 "해당 직원이 사고 당시, 다른 지점에서 다운씨의 작업과는 별개의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거짓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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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도 한전은 자신들이 '발주처'라고 계속 강조했습니다. 현행법상 하청업체를 직접 관리하는 원청업체는 사망 사고가 나면 처벌을 받습니다. 하지만 작업에 관여하지 않는 '발주처'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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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만5천원짜리 단순 공사"‥지켜지지 않은 규정들
다운씨 유족들은 처음 MBC에 제보를 할 당시 '고민이 많이 된다'고 했습니다. 다운 씨의 죽음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 그 파장을 남겨진 자들이 견뎌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이들은 다운 씨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라고 허락하면서, 이 안타까운 죽음이 결코 망자의 책임이 아님을 밝혀 달라고 거듭 부탁했습니다. 개인의 부주의로 인한 죽음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봤습니다. '작업자가 조금더 신경쓰고 조심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가 아니었냐'는 의문도 일부 있었습니다. 과연 그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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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1조 작업이 원칙이지만 혼자였습니다. 애초에 사고가 난 작업구역이, 다운 씨 담당도 아니었습니다. 다른 하청업체가 했어야 할 일을 퇴근 직전, 소장의 지시로 혼자 떠맡았던 것이었습니다.
안전관리자도 물론 없었습니다. "13만 5천원짜리 단순 공사"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결제하지 못하고 인터넷 쇼핑몰 장바구니에 남은 절연장갑
다운 씨의 유족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못다한 말이 있는지 듣고 싶었습니다. 다운 씨의 휴대전화에서 뒤늦게 발견한 사진 한 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탐정M] 38살 고 김다운, 끝내 끼지 못한 39만원짜리 절연장갑](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2/01/16/R220116-M1_1.jpg)
다운 씨의 죽음은 결코 부주의에서 비롯된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사람의 목숨을 지켜내기 위한 시스템에 빈틈이 있었습니다. 그나마 그 시스템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시스템을 따르는 사람들도 안일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어난, 다시는 없어야 할 비극이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취재: 고재민 jmin@mbc.co.kr · 김건휘 gunning@mbc.co.kr · 임명찬 chan2@mbc.co.kr / 영상취재: 김희건, 윤병순, 이상용, 강재훈, 김우람, 최인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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