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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핫라인] 북한 "농촌진흥의 표준"- 삼지연시 개건 공사는 어떻게?

[평양 핫라인] 북한 "농촌진흥의 표준"- 삼지연시 개건 공사는 어떻게?
입력 2022-01-21 15:20 | 수정 2022-01-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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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핫라인] 북한 "농촌진흥의 표준"- 삼지연시 개건 공사는 어떻게?
    올들어 북한 텔레비전에 가장 많이 소개되는 지역은 삼지연시입니다. 삼지연시는 2021년말 3단계 "꾸리기"(개건)공사를 마쳤는데, 북한은 이곳을 농촌마을의 미래, 농촌진흥의 표준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새해 첫날 공개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노동당총비서는 농촌발전 문제를 독립의정으로 선정해 "우리식 사회주의농촌발전의 위대한 새시대를 열어나가자"는 제목의 보고를 했습니다. 이 보고에서 김총비서는 "전국의 모든 농촌마을을 삼지연시 농촌마을의 수준으로, 부유하고 문화적인 사회주의 이상촌으로 만들자는 것"을 최중대사업으로 제기했습니다.

    삼지연시는 백두산 기슭 양강도의 동북부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른바 '백두혈통'이 이어진 곳이라고 해서 ‘혁명의 성지’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총비서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태어났다는 '고향집'이 자리하고 있어서, 북한은 삼지연시를 "장군님의 고향집 뜨락"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마무리된 삼지연시 꾸리기(개건) 사업은 모두 3단계로 진행됐습니다. 1단계 공사는 김정은 집권 2년 만인 2013년 말 김 위원장의 지시로 개건 사업이 시작돼 그로부터 2년 뒤인 2015년에 완공됐습니다. 당시에는 주로 체육, 문화, 교육, 식당 등 편의시설들이 리모델링 대상이었는데, 삼지연학생소년궁전과 베개봉국수집, 삼지연문화회관, 백두산지구 체육촌 등이 포함됐습니다.

    2단계는 2017년 말부터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우리로치면 군청 소재지역인 삼지연읍 중심지역에 대한 공사가 시작돼 호텔과 병원, 주택 등이 지어지고 살림집도 수천세대가 새롭게 만들어졌다고 북한 매체는 전했습니다. 특히 2단계 공사가 완공된 2019년 12월을 전후해 북한은 기존 삼지연군을 시로 승격시켰습니다. 이후 2020년 초부터는 3단계 공사가 곧장 시작됐는데, 삼지연시 외곽의 산골짜기나 외딴 농촌마을들을 개건하는 사업이 진행됐습니다.

    삼지연시의 1.2.3 단계 공사는 단순한 건설사업이 아니라 정치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장성택 숙청을 앞둔 2013년 말, 핵무력 완성 이후 남북 북미관계 개선을 통한 부강한 국가 비전 제시하기 직전인 2017년 말, 하노이 노딜 이후 '자력갱생 노선'을 강조한 2019년 등 김정은 위원장은 정치외교적으로 중대한 결심을 할 때마다 이곳 삼지연을 찾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7년엔 삼지연군을 찾아 "이 세상 그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군, 남들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특색있는 군,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사는 군으로 꾸릴 것"을 지시하기도 했는데요, 그의 의지대로 수년 간에 걸친 삼지연시 개건 사업이 완료되면서, 북한은 이제 삼지연시를 산간 문화도시의 표준이자 이상적인 본보기 지방 도시로 앞장세우면서 다른 농촌 지방도시들까지도 이를 따라 배우도록 경험을 공유하는 등 성과를 적극 선전하고 있습니다.
    [평양 핫라인] 북한 "농촌진흥의 표준"- 삼지연시 개건 공사는 어떻게?

    북한 양강도 삼지연시 (출처 : 구글어스)

    북한은 삼지연시가 '천지개벽'할 변화를 이뤘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데, 최근 북한 방송에서도 '삼지연시'를 소재로 한 특집 프로그램이나 각종 뉴스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농촌 마을들이 삼지연시의 공사 과정과 발전상을 방송을 통해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있어 보이는데, 북한 방송이 공개한 삼지연시의 모습은 어떤지, 또 지난 4년간의 공사는 어떻게 진행됐는지 이번주 텔레비전-북에서 살펴보겠습니다.

    ##### 험난했던 삼지연시 공사 과정 #####

    지난 1월 15일 조선중앙TV는 약 53분 분량의 '[TV기록편집물] 백두대지에 새겨진 건설자들의 위훈-삼지연시꾸리기 3단계공사의 나날을 더듬어'라는 프로그램을 첫 방송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1,2,3단계의 삼지연시 공사 과정 중 2020년 1월부터 시작된 3단계 공사 과정을 상세히 소개합니다.

    방송은 삼지연시 꾸리기 2단계는 중심구역에 대한 공사가, 3단계는 삼지연시 외곽 지역에 있는 동과 리 지역에 살림집과 공공건물을 짓는 과정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합니다. 공사 초반에는 방대한 공사량에 건설자재 부족, 수송로 부재 등 산재한 악조건때문에 공사계획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했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수차례 현장을 찾아와 설계안까지 직접 살피면서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언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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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삼지연시 시찰 모습

    #### 악조건‥'군인 정신' 강조 ###

    2020년 1월, 삼지연시 중심구역을 벗어나 산골짜기에 위치한 각 동과 리 지역에 대한 공사를 진행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문제가 됐던 건 차량 등 건설자재나 물자를 가지고 드나들 수 있는 수송로를 확보하는 일이었던걸로 보입니다. '리명수동' 건설에는 '조선인민군김세형소속부대'가 투입됐습니다. 삼지연시의 겨울철 평균 기온은 영하 3-40도 정도, 공사가 진행될 당시 오가는 길은 눈이 쌓이고 얼어붙어 차들이 오갈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당시 '고만성' 부대 소속원은 자갈을 확보하기 위해 군인들이 직접 통상적으로 소가 끄는 발구를 이용해 막돌을 실어나르기 시작했는데, 200kg에 달하는 막돌을 실은 발구를 끌고 행군한 거리만 하루에 100리가 넘었다고 말합니다.

    워낙 추운 날씨탓에 자동차의 연유(유류)가 얼어 시동이 꺼지는 현상을 고치기 위해 연유탱크의 온도를 보장하는 방법도 찾아야했고, 내린 눈이 녹으면서 질퍽해진 진흙땅을 메꿔 수송로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역시도 장비가 아닌 군인들이 직접 나섭니다. 직접 등짐에 마대를 지고 흙을 날라 땅을 메꾸기 시작한 겁니다.
    [평양 핫라인] 북한 "농촌진흥의 표준"- 삼지연시 개건 공사는 어떻게?
    "3만 입방의 흙을 날라 수천평방의 진펄을 메우고 도로를 개척하여 공사를 성과적으로 보장할 수 있었습니다."

    #### '골조 공사'도 속도전 ###

    2020년 3월, 봄이되도 삼지연시에는 평균 3m 정도로 눈이 꽁꽁 얼어있어서 기초 공사를 시작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속도전이 생명인 북한, 216사단 전투원들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정해진 공사 기일을 지키기 위해 또 직접 나섰습니다. 꽁꽁 언 땅에 아무리 굴착기를 써봐도 이가 계속 꺽여나가는 상황에서 군인들은 해머를 이용해 자신들의 개인 전호를 파듯이 위에서 쪼아 내리고, 아래쪽에서 관통해 절개하고 중기계가 바위처럼 언 땅을 뜯어내는 방식을 썼습니다.

    골조 공사도 원래 삼지연시의 추운 날씨 때문에 3-4월까지는 진행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건설장마다 골조물들이 얼지 않도록 보온집도 짓고, 난로도 설치해 대부분 지역에서 4월까지 골조 공사를 마무리했다고 설명합니다. 북한 방송은 이런 과정을 거쳐 삼지연시 일대에 새롭게 생겨난 건물들의 모습을 과거와 비교해 보여주고, 또 만세를 부르며 살림집에 입주하는 주민 모습과 공원을 가꾸는 모습 등을 통해 삼지연시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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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지연시 변화 모습

    ##### '자력갱생'전시관‥밀림속의 병기창 ######

    북한은 삼지연시 개건 공사의 경험을 담은 "자력갱생전시관"을 문화회관 내에 만들었습니다. 삼지연시 3단계 공사를 총괄한 216사단이 직접 공사 과정에서 이용했다는 수백여점의 제품들이 전시됐습니다. 삼지연시 공사 과정 자체에 발휘된 자력갱생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료들입니다. 부족한 건설자재, 에너지, 중장비와 어려운 여건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건설자재를 어떻게 절약하고 확보했는지 그 경험과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겁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현장의 열악한 조건과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1) 부족한 시멘트, 석탄, 석판 석재까지 자력갱생

    먼저 시멘트를 절약하기 위해 삼지연에서 흔한 원료인 규조토를 섞어 썼습니다. 규조토에는 점성이 강한 성분들이 포함돼있어 시멘트를 덜 쓰고 규조토를 각각 절반씩 혼합해도 세기가 아주 좋은 접합제를 만들 수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또 시멘트를 쓰는 철근 콘크리트 건물 대신 벽돌을 쌓아 건축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텔레비전은 시멘트를 대용할 수 있는 벽돌 생산에 어떻게 공을 들였는지를 소개합니다. 문제는 벽돌을 만드는 재료도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결국 삼지연에 널려있는 진흙에 인근 감자가루공장에서 나오는 연재(탄을 때고 남은 재나 그을음)를 섞어서 연재벽돌을 만들었습니다.
    [평양 핫라인] 북한 "농촌진흥의 표준"- 삼지연시 개건 공사는 어떻게?
    "벽돌을 생산해서 시멘트를 절약할 방도를 찾자 우리가 계획을 세우고, 여기 흔한 진흙과 감자가루공장에서 나오는 연재를 가지고 하자고 방향을 세웠습니다. 고생도 많이하고 실패도 많이 했습니다, 성공하니까 효과가 대단히 높았습니다."

    철근을 가공하는 것도 큰 문제였습니다. 현장에서 철근을 굽히거나 늘이는 연신작업을 했는데, 연신을 위해 필수적인 소둔(열처리) 작업을 위한 에너지마저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연신에 필요한 석탄을 아끼기 위해 열처리 과정을 생략한 '무소둔철근연신기'를 새롭게 제작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월 50톤 가량의 석탄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인조대리석이나 판석 등 유색 돌판도 현장에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다른 지방에서 석판을 확보해 수송하는 대신 삼지연시에서 나오는 붉은 돌을 파쇄해 가루로 만든 뒤 적색, 적밤색 등 다양한 색의 돌판을 배합해 만들어 냈다고 주장합니다. 지붕재인 기와도 물론 현장에서 원료를 조달해 제작했습니다. 목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문, 창문, 가구 등은 원래 함경북도 무산의 가구공장에서 조달할 예정이었지만 수송 사정이 어렵다보니 완공날짜를 맞추기 어렵게 되자 현장에서 목재를 조달해 제작했습니다.

    2) 기술전수, 경험공유

    현장에서 원료조달, 건재 생산, 건설 등 전 과정에 걸쳐 자력갱생을 해야 하다보니 전문인력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북한 텔레비전은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기술을 전수해 하나씩 해결해나갔다고 주장합니다. 예를들어 목재와 가구의 경우 현장 전문가 오디션까지 시행했습니다. 현장 일군들중에 가구 제작 기술 시험을 치도록 한 뒤 우수한 사람을 선발하고, 선발된 사람이 다시 주변 사람들에게 기술을 전수해 함께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겁니다.

    기와도 제작을 위한 기계 조작 기술 등이 부족했지만 다른 지역을 찾아가 경험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배워와, 기와생산도 차질없이 진행해 나갔다고 강조합니다. 모두 자력갱생의 정신이 돋보인 사례들이라고 북한 방송은 강조합니다.

    ###### 삼지연시는 어떻게 변했나? #####

    이 프로그램 마지막 카테고리에서 삼지연시 3단계 공사를 통해 변모한 각 지역들의 모습을 과거와 비교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부각했습니다. 대부분 산골짜기 가운데에 만들어진 단층에서 3-4층 높이의 공공건물과 살림집들은 비슷한 규격에 알록달록한 색깔의 페인트로 칠해져 있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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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라진 삼지연시 모습

    특히 이 도시들 가운데 북한 방송은 유독 ‘포태동’을 주목했습니다. '[소개편집물] 포태산기슭의 새 보금자리', '[풍경] 포태동의 새 풍경', '[시] 포태동전망대에서- 김윤걸' 등과 같은 포태동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방송됐습니다. 1월 16일 첫 방송된 '[소개편집물] 포태산기슭의 새 보금자리'라는 프로그램에서는 포태동의 유래부터 과거 모습, 포태동에 세워져 있는 감자가루생산공장,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진 살림집들 모습과 주민들의 반향까지도 소개합니다. 북한 방송은 '포태'라는 지명의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 가운데 '포수가 태를 묻은 고장이다'라는 말이 있다면서, 그만큼 이 곳은 산이 너무 깊고 험해서 몇몇 포수들이 사냥하러 다니던 것 외에는 인적을 찾아볼 수 없었던 동네였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1960년대 500여명의 군인들이 포태동에 와서 살기 시작했고, 이후 삼지연감자가루생산공장이 생겨나면서 종업원들이 모여들고 살림집들이 생겨나면서 천지개벽하기 시작했다는 게 북한의 설명입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이 감자공장을 4차례나 찾아 연간 생산능력을 더욱 키울 것을 지시할 정도로 큰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포태동은 산업지역과 주거지역을 명확하게 구분시켜 각 구획에 맞게 새로운 시설들이 들어섰다고 합니다. 산업지역에는 중릉농장, 보서농장 등 여섯 개의 농장과 농기계 작업소, 유기질복합비료공장, 돼지목장 등이 들어섰고, 주거 구역에는 문화시설과 탁아소, 유치원, 학교, 진료소 등이 모두 갖춰져 있어 과거 두메산골이던 지역이 현재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고장이 됐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전기로 밥을 해먹고, 전기로 난방을 할 수 있게 됐다며 크게 만족해하는 주민들의 반응도 인터뷰로 소개합니다.
    [평양 핫라인] 북한 "농촌진흥의 표준"- 삼지연시 개건 공사는 어떻게?

    한영설 / 삼지연시 주민

    "우리 포태 산골이 이렇게 변모되리라고는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지금 이렇게 새 집 와서 보니까 다 전기로 밥하게 됐지, 전기로 집을 덮이게 됐지‥"

    ##### 삼지연시를 부각하는 이유? #####

    북한 방송은 삼지연시 꾸리기 3단계공사가 마무된 된 것은 복잡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합니다.

    불과 2년도 안되는 시간에 몇 개 도시에 맞먹는, 여러 동과 리 지역을 사회주의 산간문화도시 본보기, 농촌진흥의 표준으로 건설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수령에게 충성하는 전체 인민들의 신념과 의지가 과시되고, 또 건설과정에서 이룩한 성과와 경험, 기틀을 통해 노동당의 지방건설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고도 의미를 부여합니다.

    무엇보다 북한 방송은 '제국주의자들의 끈질긴 고립압살 책동', 이른바 경제 제재와 '대재앙', 코로나19 속에서도 자력갱생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만으로 삼지연시가 큰 변화를 이룩해 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이런 점을 앞세우면서 다른 농촌 지역에서도 동기를 부여받고, 기술을 본받아 대대적인 농촌 건설에 나서도록 하려는 북한 당국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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