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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전준홍

[알고보니] 특혜 아니라는데‥구치소 독방 왜 자꾸 논란되나

[알고보니] 특혜 아니라는데‥구치소 독방 왜 자꾸 논란되나
입력 2022-03-05 12:57 | 수정 2022-03-0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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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보니] 특혜 아니라는데‥구치소 독방 왜 자꾸 논란되나

    구치소 독거실에 수감중인 장용준씨 (출처:연합뉴스)

    최근 음주측정 거부와 경찰관 폭행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래퍼 장용준씨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장씨가 5개월째 서울구치소에 독거실(독방)에 수감중인게 특혜가 아니냐는 논란이 인 것입니다. 아버지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아들의 문제가 발생한 이후, 저는 어떤 개입을 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법무부도 “수용자 독거수용 등 거실지정은 관련 규정에 따라 시행하고 있으므로 특혜라고 볼 수 없다”는 원칙을 <알고보니>팀에 밝혔습니다.

    법무부 “독거실 수용이 원칙, 특혜 아냐”

    한마디로 ‘규정대로’ 집행되고 있다는 겁니다. 법무부가 밝힌 관련 규정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을 말합니다. 형집행법 제14조에 따르면, 구치소 등 교정시설의 수용자는 독거수용, 즉 독방을 쓰는게 원칙입니다. 독거실이 특별한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누구든 독거실에 수용되진 않습니다. 형집행법 제15조에 따르면 거실을 정할 때 소장은 ‘죄명·형기·죄질·성격·범죄전력·나이·경력·수용생활 태도를 비롯한 개인적인 특성’을 고려한다고 돼 있습니다. 여기서 수용자의 개인적인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법무부는 설명했습니다. 결국 누구를 독거실에 있게 할지는 제반 상황과 법적 기준을 고려한 구치소장의 재량에 달려 있습니다.
    [알고보니] 특혜 아니라는데‥구치소 독방 왜 자꾸 논란되나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과정상’ 특혜는 없다지만..

    종합하면 장씨의 경우 특혜를 요구하지도 않았고, 요구를 해도 받아들여지지도 않을뿐더러, 법적 근거에 따라 결정한 것이란 얘깁니다. 이를 토대로 특혜라고 단정할 근거가 없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건, ‘특혜’에 대한 인식차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사자와 법무부의 공통된 입장은 독거실 배정 ‘과정’에서 특혜가 없었다는 말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장용준씨 측은 오히려 혼거실을 원했다고 말했다고도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세간의 의혹은 독거실 배정이라는 ‘결과’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동안 정재계 유력인사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은 인물들이 독거실에 수용될 때 마다 반복됐던 논란입니다. 물론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수감됐던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경우처럼 독거실 배정은 안된다는 국민적인 여론 속에 다른 수용자들과 같이 혼거실에 수용된 경우도 있긴합니다.
    [알고보니] 특혜 아니라는데‥구치소 독방 왜 자꾸 논란되나

    독거실 수용 정재계 유력인사들(이명박, 이재용, 안희정, 이재현)

    2017년 말 현재, ‘혼거실>독거실’

    독거실 배정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알고보니>팀은 현재 교정시설의 독거실과 혼거실 현황을 알려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직무수행이 곤란해질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숫자의 비공개 방침을 알려왔습니다. 그래서 <알고보니>팀은 지난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구금시설 과밀 수용’에 대해 직권조사를 한 뒤 발표한 결정문을 참조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말 현재 14개 대도시 교정시설의 혼거실은 9,020개로 8,903개인 독거실보다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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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거실보다 혼거실이 더 많아 (출처: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독거실보다 혼거실이 더 많고, 9천 명 가량이 독거실에 수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체 수용자 가운데 독거실 수용자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지난 2017년 말 기준 전체 수용자는 5만 5,198명입니다. 전체 수용자의 약 17% 정도입니다. 따라서 83%인 4만 6천 명은 혼거실을 사용한다고 추산할 수 있습니다.

    헌재, ‘교정시설 과밀 수용’ 위헌 결정

    하지만 많은 객관적인 수치와 자료가 혼거실의 인권침해 요소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헌법재판소는 교정시설의 과밀수용이 인권침해라고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수형자 1인당 적어도 2.58㎡(0.78평) 이상의 면적이 확보돼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당시 헌법소원을 제기한 수형자의 경우 1인당 면적이 1.06㎡~1.27㎡로 권고안의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후 과밀수용 문제로 국가를 상대로한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의 혼거실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소 면적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8년 장제원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교정시설의 과밀수용에 대한 국가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1인당 수용 공간’ 독일, 우리나라의 2배

    법무부시설기준규칙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최소 수용공간 면적은 혼거실의 경우 화장실을 포함해 3.4㎡입니다. 법적 기준만 놓고 보면 현실을 웃돌지만 이마저도 선진국보다는 낮습니다. 독일의 경우 혼거실 기준 1인당 최소 면적이 7㎡로 우리의 두배가 넘고, 미국의 경우 3인실은 4.67㎡, 영국은 2인실의 경우 4.9㎡입니다. 우리나라 독거실의 면적 기준은 5.4㎡(화장실 불포함)입니다. 좁긴하지만 혼거실보다 상대적으로 공간이 넓고 개인용 TV와 화장실, 매트리스, 세면대 등도 있어서 다른 수용자들과 나눠쓰는 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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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당 최소 수용 면적, 독일의 절반 (출처: 중앙일보)

    “좁아서 관물함에 몸 일부 넣고 취침”

    2018년 인권위의 조사에서 혼거실 수용자들의 고충이 드러나 있습니다. 교도소 혼거실 수감자가운데는 방이 비좁아 ‘관물대’나 ‘테이블’에 몸을 일부 걸쳐 놓고 잠을 잔다는 진술도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구치소 수감자의 발언만 소개해보겠습니다.

    인천구치소 수용자 이OO
    “8명이 정원인 거실(21.19㎡)에서 15명이 생활했다. 더운 날씨에 선풍기 1대만 있어 더위와 좁은 공간으로 인해 수용자간 싸움이 자주 발생했다.”

    수원구치소 수용자 김OO
    “너무 좁아 앉아서 책을 볼 수도 없으며, 서로 감정이 안 좋지만 다투어 문제가 생길까봐 전전긍긍하며 생활하고 있다”

    서울구치소 수용자 최OO
    “현재 3명 정원인 거실에서 6명이 수용 중에 있다. 취침시 칼잠을 자야만 하고 숙면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재판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공간도 없다”


    생리적인 문제 해결은 물론 재판에서 방어권을 행사하는데도 열악한 여건인 것입니다. 구치소 수감자들은 미결구금자로, 재판결과에 따라 풀려날 수도 있는 사람들입니다.
    [알고보니] 특혜 아니라는데‥구치소 독방 왜 자꾸 논란되나

    교도소 혼거실 사진 (출처: 국가인권위원회)

    “독거실 배정해주겠다” 브로커 활개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치소에서 독거실로 옮겨주겠다는 비리와 부조리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지난 2019년 법무부는 독거실 배정 관련 부조리 신고를 공개적으로 접수를 받았습니다. 이듬해에는 재소자들을 독거실에 수용해주겠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변호사에게 대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시 재소자들은 교도관의 안내에 따라 코고는 소리가 심하거나, 야뇨증상이 있거나, 다른 수용자들에게 일부러 피해를 줘 혼거생활이 부족한 자로 보고가 됐습니다. 이처럼 각종 편법과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독거실로 가려는 수용자들이 많다는 사실은, ‘독거실이 필요한 사람은 독거실로, 혼거실이 필요한 사람은 혼거실에 배정한다’고 밝히는 법무부의 원칙론적인 답변과 큰 간극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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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거실 배정 부조리 신고 안내문 (출처: 법무부)

    ‘특혜논란’ 계기로 보는 교정시설 과밀 문제

    최근에는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교정시설에서 혼거실 과밀과 독거실 부족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여전히 정원의 두 배에 달하는 인원을 구치소 혼거실에 수용해 고통을 겪고 있다는 다수의 인권위 진정들이 접수됐습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교정시설 수용률은 113%로 OECD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입니다.

    교정시설 과밀화는 해묵은 과제입니다. 교정관련 예산과 인력을 늘리고, 시설을 확충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구속수사 비율을 줄이고, 보석과 가석방을 활용해 기존 시설의 여력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해법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용자의 인권보장이나 이를 위한 예산 확충에 막연한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이처럼 열악한 혼거실의 개선이 더디고, ‘독거실이 특별한’ 상황이 바뀌지 않는 이상, 유력인사들의 독거실 배정을 둘러싼 특혜 논란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최근 장씨의 사례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 자료조사: 박호수, 권혜인, 정다원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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