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발생한 동해안 산불의 주불이 9일 만인 지난 13일에 완전히 잡혔습니다. 역대 최장기간인 213시간 동안, 약 6만 9천 명의 연인원이 산불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이 가운데 아직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산림청 소속의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입니다. 이들은 산의 능선을 타고 다니며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산불의 최전선에서 진화작업에 나섭니다. 전체 435명 가운데 약 300명이 이번 동해안 산불에 투입됐습니다.
<알고보니>는 산림청 소속 계약직 직원인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원’들이 초과근무수당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알렸습니다.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를 떠나, 정당한 노동의 대가에 대한 보상은 이뤄져야 합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진화에 나섰던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알고보니>는 지난 14일 현장에 투입됐던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원’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나이와 근무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 [신정현 / 남부지방산림청 특수진화대]
올해로 38살이고, 특수진화대로 일한 지 4년 째 되었습니다.
◆ 이번 동해안 산불에서는 어떻게 작업을 하셨나요?
◇ (동해안 산불 이후) 저희가 계속 밤샘 작업을 하고 있어서요. 처음 산불이 났을 때는 2~3일 동안 쉬지 않고 계속 현장에 있었고요. 그런데 (진화 작업이 길어지면서) 피로가 계속 쌓이니깐, 현재는 교대 시간을 만들어서 24시간 근무를 하고, 그다음 조가 투입돼서 또 24시간 근무를 하는 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제까지 진화 현장에 나갔었고, 원래라면 오늘 다시 정상 근무를 해야 하는데 피로도가 너무 쌓여 있어서 (현재 주불 진화가 완료됐기 때문에) 현장에 다시 나가야 하는 필수 인원들 빼고는 업무를 잠시 쉬고 있습니다.
◆ 정기적인 휴일이 있으신가요?
◇ 원칙적으로는 개인별 휴무가 정해져 있기는 한데, 제대로 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 24시간 동안 근무를 하시게 되면 계약서에 명시된 근무 시간의 3배 정도 일을 하시게 되는 건데, 이에 따른 휴일은 보장되나요?
◇ 네. 근무 시간 외 근무나, 야간 근무를 할 때는 업무시간 대비 1.5~2배의 휴일이 나오게 됩니다.
◆ 대체휴일 대신 추가 근로 수당은 전혀 지급되지 않는 건가요?
◇ 그렇죠. 초과 수당이 보장되는 게 가장 좋지만, 아직 그러한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아서, 그냥 대체휴일로 대신하고 있어요. 비 오는 날이나 본인이 필요한 날에요.
◆ 초과근로수당 제도가 없기 때문에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쉬실 때도 있을 것 같아요.
◇ 네. 2~3월에 불이 자주 나서 저희 팀이 쉬지 못하고 거의 매일 출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처럼 장기간 연속 근무를 한 경우에는 쓰지 않은 대체휴일이 대략 20~30일, 즉 한 달 가까이 쌓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걸 쓰기에도 애매해요. 직장 생활 하면서 한 달 동안 휴가 쓰기 좀 그렇잖아요. 보통 연가가 15일이 나오기 때문에 그걸로도 충분히 1년 동안 나눠서 쉴 수 있고요. 때문에 추가적인 휴일은 사실상 불필요하죠. 또 쉬고 있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대형 산불이 터지면 근무하러 나와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 쉬는 날이라도 산불이 나면 무조건 출동하셔야 하나요?
◇ 휴무 때 웬만하면 잘 부르지는 않지만, 만약 갑작스러운 출동이 있으면, 팀 전원 출근이 원칙입니다. 대기자들도 마찬가지고요.
◆ 그럼 연말에 결산해서 보면 휴일을 다 못 쓰는 경우도 생길 수 있겠네요?
◇ 올해처럼 산불이 많이 난 경우에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 3, 4월은 산불 대책 기간 중에서도 특별대책 기간으로 들어갑니다. 쉽게 말해 통상적으로 가장 불이 자주 나는 시기가 이제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얼마나 일을 더 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휴일을 다 소진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 제도가 도입된 2016년도에는 일당을 지급했었죠?
◇ 네. 일당으로 지급되었던 것이 20년도 때부터 월급제로 바뀌면서, 한 달 동안 25일 고정 근무일이 생기고, 기본급은 250만 원으로 동결됐습니다.
◆ 최근에 처우 개선비가 5만 원 추가됐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 네. 처우 개선비라고 해서 올해부터 추가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여기에 추가로 식대가 월 14~16만 원 정도 들어옵니다.
◆ 특수진화대원분들이 대부분 한 집안의 가장이실 텐데 임금 월 250만 원이 부족하지 않나요. 투잡을 하실 상황도 있지 않나요?
◇ 투잡 자체는 근로기준법으로 금지가 되어 있습니다. 만약 저희가(무기계약직) 생계 목적으로 투잡을 하게 되더라도 관리 담당자에게 보고하는 것이 원칙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 단기계약직 가운데서는 없을까요?
◇ 할 수가 없죠. 투잡 자체가 아예 안 되는 이유가, 근무 시간이 아니더라도 저희는 항시 대기를 해야 해요. 불이 언제 날지도 모르고 산불 철을 보통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라고 정해놓지만, 그 시기가 6월 말 혹은 그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동안에는 퇴근한다고 해도 지금처럼 이렇게 대형 산불이 나거나 급하게 출동을 할 일이 생기면 소집을 다 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렇기 때문에 휴무 날이 되더라도 전화 대기는 항상 받아야 하는 거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전혀 아닙니다. 근데 실상 저희 중에 자녀를 두분, 세 분, 네 분 이렇게 키우시는 분들도 있는데 기본급 자체로는 금액이 조금 좀 모자라는 감이 있어요. 그래서 ‘시간외근무수당이’ 예산으로 측정이 돼서 저희에게 지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야간작업할 때 보면 위험한 상황도 있지 않나요?
◇ 그렇죠. 많이 위험하죠. 저희는 야간에 헬멧에 달린 랜턴 불빛 하나만을 의지하고, 작업합니다. 이번 울진 산불처럼 돌산에 불이 난 경우에는 산 위에서 낙석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 불빛만으로는 (시야 확보가 힘들어서) 순간적으로 도망을 가기가 힘들 수가 있는 거죠.
◆ 그럼 상처를 입는 경우도 많으시겠어요.
◇ 작게 스크래치도 많이 나고, 큰 중상을 입지 않더라도 나뭇가지에 부딪히거나, 돌에 맞거나, 긁히는 건 셀 수 없이 있는 일입니다.
◆ 현장 작업에 필요한 장비들도 무게가 상당하다던데요.
◇ 네. 펌프도 40kg짜리 메고 산 위로 올라가야 하고 호스도 기본 10~20kg 기본적으로 메고 올라가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체력이 안 되면 버티지를 못해요. 밥도 산으로 바로 조달해주거든요. 그러면 대충 빵, 주먹밥 같은 걸 먹고 계속 견뎌야 허는데 장비 자체가 워낙 무거워서 체력적으로 많이 지치죠. 특히 야간작업할 때 꼭 필요한 하이바(방탄 헬멧) 자체가 무거워서 대원들이 안 그래도 피로도를 많이 느끼는데, 목 부분에 대한 통증을 많이 호소하죠. 개인적으로 장비가 경량화됐으면 합니다.
◆ 계약직으로 채용되신 분들은 보통 1년 단위로 연장을 하시죠?
◇ 1년 계약이 끝나고 나서 재모집을 할 때 다시 서류 전형과 체력 시험 및 면접전형을 거치게 됩니다. 이때 이번에도 기준에 적합하다고 뽑히게 되면 또다시 근무를 할 수 있는 거죠.
◆ 그럼 계약직 분들은 장기적으로 지원을 하시나요, 아니면 몇 년 내로 그만두시나요?
◇ 저도 마찬가지고, 대부분의 대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합니다. ‘나로 인해 산림에 최대한 소실을 덜었다.’, ‘우리가 빨리 불을 꺼서 주민들에게 피해가 덜 갔구나’라는 뿌듯함과 자부심이 있는 거죠. 그래서 이듬해 체력 시험장에 거의 같은 분들이 그대로 오세요. 만약 지원하셨는데, 체력이 안 돼서 떨어지면 안타까워하시면서 1년 동안 체력관리 열심히 하셔서 그다음 연도에 다시 오시더라고요.
◆ 처우는 열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명감과 보람이 있으시다는 말씀이네요.
◇ 그렇죠. 다들 보람 느끼면서 일을 하니까 좀 힘들더라도 다들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원의 처우 개선을 위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 제가 19년도에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지금보다 더 상황이 열악했습니다. 일급으로 받았기 때문에, 비가 오거나 출동을 하지 않는 날에는 아예 수당을 받을 수 조차 없었죠. 생활도 컨테이너 하나에서 다 같이 생활했고요. 물론 현재는 기본급이 정해져 있어서 일정한 월급을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은 지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최전선에서 일하는 저희에게 필요한 것은 의무적인 휴일이 아니라, 이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산불 최전선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이들”
최인호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특수진화대원은 2020년에 부여받은 대체 휴무를 많게는 13.9% 가까이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앞서 진화대원의 말 대로 휴무 중이더라도 긴급한 상황이면 출동을 해야하기 때문에 온전히 자유롭게 쉰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더구나 올해 들어 3월 5일까지 발생한 산불은 작년 이맘때보다 약 2배 이상 많아, 특수대원들이 의무적으로 쉬어야 하는 날은 크게 늘 것으로 보입니다. ‘산불 없을 때 이들이 하는 일이 별로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산림청은 “현장에 같이 있어 보지 못한 분들이 하는 말”이라고 일축합니다.
김정오 산림청 조사계장은 “산불이 요즘에는 연중화가 되고 있고, 진화대원들은 여름에도 산사태라든가 현장의 응급 복구와 주민 대피 등의 업무에도 투입이 된다”며 “가을이 오기 전에 (법으로 규정된) 교육과 훈련을 해야 하고 장비 점검도 해야 한다. 가을철에는 대기 중에도 오전마다 대원들끼리 훈련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급증한 대체휴무를 어찌하여 다 쓴다 하더라도, 그만큼 긴급상황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는 부담도 안아야 하는 것입니다. 김정오 계장은 “산불이 나면 헬리콥터가 물 뿌려주고 그 아래 맨 앞 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게 특수진화대원들이지만 (산 속에 있다보니)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면서 “수당과 관련해 기재부와 적극 협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글/구성: 박호수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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