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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자이미지 김세진

[취재플러스] 배민, 알고리즘에 묻혀버린 '불공정' 1

[취재플러스] 배민, 알고리즘에 묻혀버린 '불공정' 1
입력 2022-03-19 11:55 | 수정 2022-03-2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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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플러스] 배민, 알고리즘에 묻혀버린 '불공정' 1
    - 갑자기 사라진 음식점‥뚝 떨어진 매출

    지난 12월 중순 배달의 민족 앱에 입점한 음식점 중 갑자기 매출이 뚝 떨어지는 곳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비도 안 오고, 눈도 안 오는데..왜 주문이 뚝 떨어지지?"

    코로나로 장사도 안되고 배달에 목숨을 걸고 있는 음식점주들은 애가 탔습니다.

    매출이 떨어진 규모는 평소의 3-40%, 절반 이상 되는 가게들도 많았습니다.
    [취재플러스] 배민, 알고리즘에 묻혀버린 '불공정' 1
    피해를 호소하는 가게들은 대부분 지난해 6월부터 배민이 시작한 1주문 1배달 서비스인 배민원에 가입된 상태였습니다.
    [취재플러스] 배민, 알고리즘에 묻혀버린 '불공정' 1
    음식점을 평가하는 리뷰나 별점도 단골집 개수인 찜도 그대로인데, 갑자기 매출이 떨어진 음식점 주인들은 배민 측에 문의했지만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 매출 하락에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멀쩡히 주문이 잘 들어오던 동네의 주문이 뚝 끊긴 겁니다.

    주로 가게에서 2~3km 떨어진 동네였습니다.

    관악구의 한 만두 맛집도 같은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이 가게는 원래 3km 정도 떨어진 동네에서도 배민 앱에서 만두를 검색하면 10위권 정도에 나왔습니다.

    10위 정도면 배민앱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1-2번 내리면 보이는 곳입니다.

    1.2km 에서 만두를 검색하니 첫 번 째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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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100미터씩 거리를 늘려가며 만두를 계속 검색해봐도 1-3위를 반복하던 순위는 1.7km에서 450 위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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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2주 넘게 똑같은 검색을 반복했는데 거의 비슷한 결과가 반복됐습니다.

    400번 대 순위는 스마트폰 화면을 90번 이상 내려야 볼 수 있습니다.

    반경 1.7km 밖의 손님이 이 가게의 만두를 먹기 위해 90번 이상 스마트폰 화면을 내릴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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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배민이 배민1 계약을 할 때 약속한 것은 반경 4km의 배달과 가게 노출입니다.

    이런 제약이 있을 거라고는 이야기해주지 않았습니다.

    배민 홈페이지를 찾아봤습니다.

    흐릿한 글씨로 가게노출반경은 반경 4km이긴 하나 탄력적으로 운영된다고 써놓았습니다.
    [취재플러스] 배민, 알고리즘에 묻혀버린 '불공정' 1
    라이더 수급이나 날씨에 따라 노출 반경이 알고리즘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아 놓은 겁니다.

    배민의 해명대로라면 노출반경은 상황에 따라 바뀌어야 되는데, 저 만두가게는 무엇을 잘못했길래 '1.7km'에 갇히는 고통을 겪고 있는 걸까요?

    그래서 취재진은 서울 시내 6개 음식점들을 일주일 이상 메뉴 검색을 해 실제 어떻게 음식점이 노출되는지 추적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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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km 내외에 갇혀 있는 가게들‥손님은 계속 줄어

    그 결과 1-2백 m의 차이만 있을 뿐 1.5km 정도를 지나면 어김없이 가게 노출 순위가 사실상 주문할 수 없는 위치까지 떨어지는 걸 확인했습니다.
    [취재플러스] 배민, 알고리즘에 묻혀버린 '불공정' 1
    계약은 반경 4km인데 실제는 1.5km 안팎으로음식점을 묶어 둔 셈인데, 이 부분만큼 매출도 줄고 검색으로 들어올 미래 고객 수요도 차단당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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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점주는 반경 4km 배달을 전제로 수수료와 배달비까지 부담하고 있는데 장사는 그 절반도 못하게 만들어 놓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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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자 배민은 "같은 메뉴라면 가게 간 형평성을 고려해 고객에게 좀 더 따뜻한 음식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가게가 먼저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 김밥먹고 싶은데 빙수집 추천?

    진짜 그럴까?

    이번엔 검색결과를 분석해봤습니다.

    1-2위로 검색되던 A 김밥집의 경우 1.5km 에서 98번째로 떨어졌는데, 이때 더 높은 순위에 파스타, 빙수, 떡볶이 전문점이 올라옵니다.

    만두로 검색해도 만두집보다 엉뚱한 가게들이 먼저 올라옵니다.
    [취재플러스] 배민, 알고리즘에 묻혀버린 '불공정' 1
    251번째로 떨어진 B 샐러드집의 경우엔 샐러드로 검색했는데 위로 햄버거 전문점, 곱창전골, 돈가스 전문점이 먼저 나왔습니다.

    고객을 위해 설계된 검색결과라는 설명이 무색합니다.

    이른바 이 '검색제한'에 얼마나 많은 음식점들이 걸려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배민은 매장이 노출을 결정하는 알고리즘에 어떤 요소가 들어가고 또 어떤 가중치를 두는지 공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업비밀이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 "수수료 내는 데 알 권리 없나?"

    그러나 음식점주들은 배민이 알고리즘 뒤에 숨어서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배민1의 약관에는 회사가 가게노출 등 배달영역을 일방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지만 동시에 업주의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 사전에 공지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취재플러스] 배민, 알고리즘에 묻혀버린 '불공정' 1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음식점주들은 무엇이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식점들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배민으로부터 사전고지를 듣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납득할만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엄연히 배민에 수수료와 배송비를 내고 있는 고객인 음식점주는 이런 배민의 행태를 '갑질횡포'로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은 배달권역을 두고 또 다른 '갑질'에 고통받는 음식점주들이 만났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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