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M본부] 박범계 수사지휘권 추진에서 무산까지‥신경전의 전말은?](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2/04/01/R220331-16_1.jpg)
사진 제공: 연합뉴스
어제, 박범계 장관의 출근길. 박 장관을 기다리던 기자들이 현안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런데, 박 장관이 평소와 달랐습니다. "제가 따로 고민하는 게 있다"며 그대로 사무실로 직행했습니다. 임기 초부터 매일 출근길 기자들과 대화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여운을 남기고 들어간 박 장관. 이날 오후 박 장관이 "따로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졌습니다. 바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려고 고민했던 거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오후 늦게 법무부는 수사지휘권 발동 논의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돼버린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법무부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박 장관이 하려던 '수사지휘'는… 김오수 총장 지휘권 복원
박 장관은 이날 오전 구자현 검찰국장 등 일부 간부들에게 수사지휘권 발동을 추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내용은 김오수 검찰총장이 배제돼 있는 일부 사건에 대해 지휘권을 복원시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앞서 2020년 추미애 전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두 차례 발동해 6개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배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기자 간 ‘검언유착’ 의혹 사건,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윤 당선인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 등 모두 6개 사건입니다.
윤 당선인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과 윤 당선인의 아내 등 주변인들이 연루된 의혹들이 대부분입니다. 윤석열 당시 총장이 개입하면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스스로 옷을 벗었고, 검찰총장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수사지휘권은 여전히 유효하다보니, 새로 온 김오수 검찰총장까지 그대로 이 사건들을 지휘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지휘권을 회복시켜 줘야 한다는 게 박범계 장관의 논리였던 겁니다. 검찰총장이 자신과 개인적 이해관계가 없는 사건들에 대해 마땅히 행사해야 할 지휘권을 계속 막는 것도 이상하기 때문입니다.
![[서초동M본부] 박범계 수사지휘권 추진에서 무산까지‥신경전의 전말은?](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2/04/01/R220331-15.jpg)
한동훈 검사장 [사진 제공: 연합뉴스]
"특정인 겨눴다" 쏟아진 보도에… 하루만에 무산된 수사지휘권 발동
그런데, 변수가 생겼습니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온라인 기사를 통해 '박 장관이 한동훈 검사장을 겨냥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내놓은 겁니다.
한 검사장은 지난 2020년 2~3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의혹을 취재하던 채널A 기자가 취재원을 협박했다는 의혹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채널A 기자는 일찌감치 구속기소됐지만, 한 검사장은 2년째 ‘수사 진행 중’입니다. 심지어 재판을 받은 채널A 기자는 1심에서 이미 무죄까지 선고된 상태입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통해서만 사건 처리에 대한 지시를 할 수 있습니다. 장관이 직접 검사들에게 사건에 대한 지시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검찰총장에게 이 사건에 대해 의견을 전하려 해도, 검찰총장이 이 사건에서 배제돼 있습니다.
즉, 검찰총장이 한동훈 검사장 사건을 다시 지휘하도록 복원시킨 뒤, 박범계 장관이 또 한번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이 사건을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예측을, 일부 언론들이 내놓은 겁니다.
이 보도 이후 몇시간 뒤 법무부는 "왜곡된 내용의 기사가 나와 오해의 우려가 있어 수사지휘권 논의를 중단하기로 하였다"고 공지했습니다.
출근길과 달랐던 퇴근길… "한 사람만 겨냥? 놀라 자빠질 뻔"
박범계 장관의 입에 다시 관심이 쏠린 상황. 퇴근길 박 장관은 입을 열었습니다.
"한 사람만 겨냥해서 (수사지휘권 발동을) 고려했다는 기사를 보고 정말 놀라 자빠질 뻔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갖고 있던 원래의 취지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서 현재로서는 논의를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참모들과 이견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이견이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는 어땠을까? 박 장관은 실제로는 1) 검찰총장 지휘권을 복원시키는 동시에, 2) 한동훈 사건에 대한 지휘까지, 2가지 수사지휘권 발동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박 장관의 설명과 달리 참모들과는 이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참모들은 2가지 수사지휘권을 동시에 발동하는 건 부담이 크다고 말렸다고 합니다.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복원시킨 게 아니라 장관이 한동훈 사건을 지휘하는 통로로 이용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단 1)번 지휘권만 복원시킨 뒤, 검찰총장에게 사건을 맡기고, 그래도 지휘할 필요가 있을 때 2)번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고 절충안도 제시했다고 합니다.
참모들의 반대, 그리고 언론보도까지 나오면서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추진은 몇시간만에 무산됐습니다.
또 다시 논란 중심 된 한동훈 검사장 사건… 어쩌면 마지막?
한동훈 검사장이 채널A 기자의 취재원 협박에 가담한 증거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통상 수사에서 핵심증거로 삼는 휴대전화조차 분석 못한 상태입니다.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는 보안이 강한 아이폰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박범계 장관과 현 검찰 수뇌부는 휴대폰을 분석하기 전까지는 수사를 끝내선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윤석열 당선인과 새 정부의 생각은 전혀 다릅니다. 한 검사장이 문재인 정권과 각을 세워왔기 때문에 현 정권의 검찰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더구나 새 정부가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에서, 정치인 출신 장관이 마지막까지 정치적 행보를 하는 거라고도 비난합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임기를 시작하면 최측근인 한 검사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고, 요직에 가게 될 거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어쩌면 박 장관에게는 수사지휘권 발동이 마지막 카드였던 셈입니다.
신구 권력의 충돌… 마지막 한달 서초동에선?
하루만에 무산된 수사지휘권 발동. 정권 교체기 신구 권력 충돌의 작은 국지전이 서초동 검찰청과 과천 법무부에서 벌어진 모양새입니다.
일단 이번엔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박 장관은 "논의가 중단됐다고 완전히 없었던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니"라며 다시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암시했습니다. 박 장관 입장에선 다시 국회로 돌아가야 되는데, '나는 할만큼 했다. 끝까지 싸웠다'라는 명분도 챙기고 싶을 겁니다.
박 장관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수사지휘권 발동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어떤 묘안을 짜내 수를 던질지, 윤 당선인의 친정인 검찰과, 새 정부 눈치가 보이는 법무부는 어떻게 나올지, 새 정부 출범까지 남은 한 달, 서초동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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