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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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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M] 프로파일러 "이은해를 말한다"‥남편은 어떻게 당했나

[탐정M] 프로파일러 "이은해를 말한다"‥남편은 어떻게 당했나
입력 2022-04-13 09:23 | 수정 2022-04-1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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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M] 프로파일러 "이은해를 말한다"‥남편은 어떻게 당했나

    '가평 계곡 살인' 사건 용의자 이은해(왼쪽)와 조현수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계곡에서 남편 39살 윤 모씨를 살인한 혐의를 받고 있는 31살 이은해. 공범 30살 조현수와 함께 공개수배된 지 열흘이 넘었지만, 아직도 이들의 행방이 묘연합니다.

    온갖 풍문과 전언,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은해 사건을 과연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세 명의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 배상훈 프로파일러, 한국범죄심리학회 고문을 맡고 있는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입니다.


    ㅁ 이은해는 제2의 엄인숙, 제2의 고유정인가? 사이코패스 맞나?

    "사이코패스 테스트를 하면 만점일 것이다"

    최악의 연쇄살인범 '엄 여인'을 아시나요? 본명 엄인숙. 2005년 29살의 나이로 두 명의 남편을 살해하고 어머니와 오빠를 실명하게 만들고 불까지 지르는 등 닥치는 대로 사람을 해친 범죄자입니다. 목적은? 오로지 돈, 보험금이었습니다.

    "왜요? 제가 당했는데‥"

    전 남편을 자식 옆에서 살해하고 시신을 흔적도 없이 훼손시켜 버린 36살 고유정. 경찰에 체포되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피해자인 양 연기를 했죠. 사이코패스라기보다는 경계성 인격장애에 가깝다는 그녀, 새 남편과의 새출발을 꿈꾸며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제기됐죠.

    여성, 살인범. 그럼 이은해는 엄인숙, 고유정과 비슷할까요, 전혀 다를까요?
    [탐정M] 프로파일러 "이은해를 말한다"‥남편은 어떻게 당했나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
    "엄 여인, 고유정은 모두 단독 범행입니다. 그리고 엄 여인 같은 경우는 사이코패스로 이미 확인이 됐죠. 그런데 지금 이은해 사건 같은 경우는 아직 명확하지 않아요. 조현수와 이은해 둘 중에 누가 주범이고 누가 종범일까, 누가 더 주도적이었을까?"

    일단 결정적 차이는, 엄인숙과 고유정은 단독범이었지만, 이은해는 조현수라는 공범이 있습니다. 심지어 계곡에 함께 동행했던 사람들이 더 있었죠.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
    "이은해가 살아온 삶을 본다면 청소년기부터 성매매를 통해 성매수 남성으로부터 돈을 절취하다가 절도죄로 또 전과자가 되는, 그런 경로 속에서 조현수나 다른 공범을 만나고 범죄문화 속으로 편입된 흔적이 역력하거든요. 그건 엄 여인이나 고유정처럼 다른 범죄 경력이 없는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과는 상당히 차원이 다른 형태입니다."

    범행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 없이 멀쩡해 보였던 엄인숙과 고유정. 하지만 이은해는 그야말로 '범죄 집단' 속에서 자라왔습니다. 그래서 이은해의 범행은 집단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왔는지, 그 맥락부터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은해는 사이코패스냐 아니냐?'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일종인데, 이를 확인하는 정식 검사가 있죠. 이은해의 경우 아직 붙잡지 못했으니 아무런 조사도, 검사도 해보지 못한 상황이고요. 이런 상태에서 함부로 사이코패스 여부를 추측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ㅁ 이은해 남편은 왜?‥심리적 지배 혹은 '가스라이팅'

    경제권을 빼앗긴 것은 물론, 일상생활 속 일거수일투족을 이은해에게 허락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남편 윤 씨. 멀쩡한 직업이 있고, 나이도 많고, 그런데 왜 이은해와 관계를 끊고 도망치지 못했을까요?
    [탐정M] 프로파일러 "이은해를 말한다"‥남편은 어떻게 당했나
    <배상훈 프로파일러>
    "연인 관계라고 표현하면 굉장히 사치스러운 것이고, 실제로는 착취관계, 지배적 착취관계로서의 가스라이팅인 거죠. 이 지배적 착취관계에 들어가면 일단 논리 구조가 붕괴합니다. 그리고 범죄 기획자들이, 피해자 주변의 친구관계라든가 가족관계를 다 잘라냅니다. 그리고 나서 범죄자들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이게 가장 대표적인 형태입니다."

    이은해와 남편 간의 관계는 1대 1의 정상적 관계가 아니라, '이은해 집단'이 남편을 혼자 철저히 고립시켜 버린 관계였을 거란 얘기입니다. 피해자를 정하고, 범죄를 기획한 다음, 이들은 주변에 도와줄 사람들을 먼저 제거하고 단절시켜 버린다고 하네요.

    <배상훈 프로파일러>
    "신혼집이라는 공간은 일종의 범죄 아지트 형태였어요. 처음 만남도 이은해와 그의 패거리들이 윤 씨를 범죄 대상으로 겨냥한 뒤, 우연한 만남을 가장해서 무엇인가를 했을 가능성이 아주 다분한 거죠."

    "이런 집단의 가장 큰 특성이 그렇습니다. 집단적으로 특정 범죄 대상에 대해서 지배적인 착취를 한 다음에 필요 없어지면 과감히 버리는 방식, 그냥 사회적 폐인을 만들어 버립니다. 이 집단은 돈만을 노리지 않습니다. 소위 말해서 '갖고 노는' 거죠. 지금 있는 현금이라든가, 사회적 자산이라든가, 빼먹을 것을 다 빼먹고 마지막에 버리는 겁니다."


    그 '버리는 방식'이 이번 사건에선 살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타인을 조종하는 능력, 어떻게 생기는 걸까요?

    [탐정M] 프로파일러 "이은해를 말한다"‥남편은 어떻게 당했나
    <김상균 범죄심리학회 고문>
    "타인을 지배하고 조종한다는 게 상당히 어려운 일인데, 주로 연쇄 살인범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특징 중에 하나거든요. 평소에 본인이 어떤 사회적인 규범이나 행동을 통해서 지배와 조종, 통제할 수 있는 욕구를 좀 해소해 나가면 덜할 텐데, 어린 시절에 불우한 가정환경이나 학력이나, 사회적인 위치때문에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는 지배와 통제의 욕구들을 잘 해소할 수 없을 때 약자나 다른 주변 사람들을 자신의 지배 하에 두려고 하는 그런 욕구와 심리들이 발현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선천적으로 지배와 조종, 통제 욕구를 강하게 타고난 사람들이 있는데, 자신의 욕구에 맞는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지 못한 경우 이렇게 반사회적 방식으로나마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겁니다.


    ㅁ 대체 왜 언론사에 사건을 제보했을까?

    남편을 살해한 목적 자체가 보험금이었는데, 보험 회사가 사고 조사 때문에 보험금을 곧바로 주지 않으니 아마 이은해는 조바심이 났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론사에 보험회사를 제보하다니,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럴 경우 자신의 범행이 모조리 들통날 수도 있는데 왜 그런 일을 한 걸까요?

    <김상균 범죄심리학회 고문>
    "범죄심리학적 측면에서 그걸 범죄자들의 '과잉 낙천성'이라고 합니다. 나는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방법을 통해서 오히려 보험회사를 더 압박할 수 있다는 그런 심리가 작용하는 겁니다. '나의 범행은 완벽하니까 나는 다 속일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범죄자들은 검거가 되면 자신의 범행 계획은 문제가 없었는데 단지 '운이 좋지 않았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특히 상습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 곧바로 잡히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고 믿어 버리는 거죠.

    표창원 소장은 이를 '범죄자의 준합리성'이라고 표현했는데, 심지어 CCTV 앞에서 범행을 하면서도 "저 CCTV는 고장났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절도범들이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탐정M] 프로파일러 "이은해를 말한다"‥남편은 어떻게 당했나
    ㅁ 이은해와 조현수, 왜 아직도 안 잡힐까?

    살인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2019년. 이은해와 조현수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건 작년 말. 공개 수배는 지난달 30일에 내려졌습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국내에 있는지 해외에 있는지, 둘이 같이 있는지 따로 있는지, 아무것도 명확하게 알 수 없죠.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얼굴이 전부 세상에 드러났는데, 왜 아직도 잡지 못했을까? 아니, 그 전에 왜 이 사건의 용의자로 일찌감치 체포되거나 구속되지 않은 걸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하나같이 '검찰과 경찰의 공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첫째로 꼽았습니다.

    들여다 보면 검찰도, 경찰도, 잘 한 게 없습니다. 처음 윤 씨 사망 사건을 수사한 경기 가평경찰서는 단순 변사로 결론내리고 내사를 종결해 버립니다. 유족 지인이 경기 일산 서부경찰서에 제보를 한 뒤에야 재수사가 들어가죠.

    하지만 이은해와 조현수가 검찰에 송치되기까지 꼬박 1년 넘게 걸렸습니다. 그 사이에 이은해는 "보험금 내놓으라"고 보험회사에 요구하고, 언론사에 제보도 했죠. 2020년 10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방송되고, 2020년 12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송치가 됩니다. 2021년 2월에 인천지검이 사건을 넘겨받아(이은해의 주거지 관할이 인천지검이기 때문입니다) 전면 재수사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은해와 조현수를 검찰에 불러 조사하는데 또 10개월이 걸립니다. 그리고 작년 12월 13일, 1차 조사를 받은 두 명은 다음날인 2차 조사에 출석하지 않고 곧바로 도주해 버립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미 사회적인 관심도 상당한 사건이었는데, 그때까지 이들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던 겁니다. 이들이 달아나고도 석 달 이상이 지나서야 검찰은 지명수배 결정을 내렸습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
    "이은해와 조현수는 청소년기부터 많은 범죄에 연루돼 있었고요. 그래서 자신 명의 휴대전화, 신용카드, 은행 계좌, 이런 걸 이용하지 않고서도 상당히 오랜 기간 생활할 수 있는, 지하 암흑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또 하나는 분명 조력자가 있을 것이다.. 교도소에서 만난 사람, 조현수가 알고 있는 범죄자, 지금 구속돼 있는 또다른 공범과 연계된 범죄자, 이들과 친분 관계가 있기 때문에 지금도 도움을 받고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지금은 현상금을 높인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내부의 배신을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죠."
    [탐정M] 프로파일러 "이은해를 말한다"‥남편은 어떻게 당했나
    ㅁ 본질은 '소년범' 문제

    20년 전 MBC 러브하우스에 출연했을 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던 13살 이은해.

    이 사건은 소년범이 결국엔 살인범이 될 때까지 우리 사회가 막지 못한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지적했습니다. 이은해가 청소년기 시절부터 반복된 범죄로 여러 번 처벌을 받았지만 과연 그게 무슨 효과가 있었는지, 촉법소년 나이를 낮춰서 처벌을 강화한다면, 과연 그것만으로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겁니다.

    <김상균 범죄심리학회 고문>
    "거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아동기 때 불우한 가정 환경, 여러 가지 정서적·신체적으로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 이런 문제부터 보듬어주는 게 전반적으로 사회가 건강해지는 어떤 지름길이 아닐까‥"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
    "지금 현재도 잠재적 이은해, 잠재적 조현수가 우리 주변에 있다고 저는 생각이 돼요. 지금 이 순간에도 방황하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 가출 청소년, 또 촉법소년, 범죄 청소년들‥"


    <배상훈 프로파일러>
    "이번에도 이 사람을 너무 악마화하는 건 하나도 도움이 안 됩니다. 왜 13살 짜리 이은해가 31살까지 범죄 경력을 차근차근 쌓아서 사람을 이렇게 많이 공격하고 상하게 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얘기가 안 나오잖아요. 사이코패스냐 아니냐, 이건 검거하고 나서 테스트를 하면 되고요. 이들의 반사회적 행위가 어디서부터 유래됐는가에 대한 게 필요합니다. 이게 사회 시스템의 문제인지, 복지 시스템의 문제인지, 아니면 우리 법무부 교정 시스템의 문제인지 이것부터 체크를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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