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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역대 최다' 사외이사 내각‥'꿀알바'에서 장관 직행?

[알고보니] '역대 최다' 사외이사 내각‥'꿀알바'에서 장관 직행?
입력 2022-04-22 10:35 | 수정 2022-04-2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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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보니] '역대 최다' 사외이사 내각‥'꿀알바'에서 장관 직행?
    윤석열 정부의 초기 내각 후보자들의 사외이사 경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19명의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 가운데 7명이 사외이사 경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의 3분의 1이 넘습니다. 이사로 몸담았던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이해충돌' 우려가 나옵니다.
    [알고보니] '역대 최다' 사외이사 내각‥'꿀알바'에서 장관 직행?
    사외이사는 '대주주 견제·감시' 목적

    사외이사는 본래 대주주나 대표이사로부터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경영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지난 1998년 상장법인을 상대로 도입됐고, 2001년부터 상장기업이 아니더라도 일정 조건을 갖춘 기업에 사외이사 제도 운영이 의무화됐습니다.

    문제는 본래의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민간기업 사외이사 출신 장관이 입각하는 게 어제 오늘 일도 아닙니다. <알고보니>팀은 지난 내각의 사외이사 이력을 전수조사해보았습니다.

    이명박~문재인 내각, 사외이사 출신 14%

    조사 기간은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 초기 내각 부터로 잡았습니다. 장관 인사청문회가 시행된 게 2006년 부터로, 이후부터 장관(후보자)들의 사외이사 경력이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내각을 구성했던 총리와 장관은 총 154명. 이 가운데 입각하기 전에 사외이사를 지냈던 인사는 총 22명이었습니다. 비율로는 약 14%가량 됩니다. 정부 별로 보면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때 각각 6명-10명-6명으로 박근혜 정부 때가 가장 많았습니다.

    초기 내각, 이명박(3명)-박근혜(5명)-문재인(2명)
    [알고보니] '역대 최다' 사외이사 내각‥'꿀알바'에서 장관 직행?

    역대 정부 초기 내각 사외이사 출신 인사 명단

    초기 내각 기준으로 보면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때 사외이사 출신 총리·장관은 각각 3명-5명-2명이었습니다.

    면면을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 때는 한승수 국무총리(오스코텍)와 강만수 기재부 장관(메리츠증권), 이만의 환경부 장관(예당엔터테인먼트) 등 3명이 민간기업 사외이사를 지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정홍원 국무총리(하이닉스 반도체-舊 현대전자)를 비롯해 최문기 미래부 장관(임프레스정보통신, 미리텍, 텔리언, 헤리트), 이동필 농림부 장관(농협한삼인), 유정복 안행부 장관(대양종합건설), 현오석 기재부 장관(GS, 우리금융, 증권예탁원) 등 5명이 사외이사 이력이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유영민 과기부 장관(한전 KDN), 백운규 산업부 장관(티씨케이) 등 2명입니다.

    확정시 '역대 최다' 사외이사 내각

    윤석열 정부의 경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에쓰오일),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롯데첨단소재-現 롯데케미칼, 롯데GRS), 이상민 행안부 장관 후보(AK홀딩스),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삼성전자), 박보균 문체부 장관 후보(신세계인터내셔날), 이창양 산업부 장관 후보(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티씨케이),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후보(농협경제지주) 등 7명이 사외이사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은 후보자 신분으로, 인선안이 그대로 확정이 된다면 '역대 최다' 사외이사 출신 내각이 만들어집니다.
    [알고보니] '역대 최다' 사외이사 내각‥'꿀알바'에서 장관 직행?
    새 정부 7명 사외이사, 내각 후보 '직행'

    그런데 단지 '많다'에 그치지 않습니다. 총리나 장관으로 지명되기 '얼마 전까지' 사외이사를 지냈는지를 봤더니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최근 후보자 7명 모두 총리·장관 지명 당시 사외이사에 재임중이거나 그만둔 직후였습니다. 발표 전에 언질을 받거나 내부 하마평에 올랐더 점을 감안하면 7명 모두 사실상 민간기업에서 최고위 공직으로 '직행'하는 겁니다. 유예기간이 없습니다.

    이전 정부 10명 중 8명 '최소 2년' 시간차

    이전에는 어땠을까. 5명의 사외이사 경력자가 초기 내각을 구성했던 박근혜 정부의 경우, 사외이사를 그만두고 국무위원이 되기까지 정홍원 총리는 5년 1개월, 최문기 장관은 7년, 류길재 장관은 약 4년, 유정복 장관은 약 9년, 현오석 장관은 약 5년의 시간차가 있었습니다. 이동필 농림부 장관은 장관에 임명되기 약 2년 전에 사외이사에 취임한 걸로 나오지만, 언제 그만뒀는지 자료를 찾지 못했습니다.

    2명의 사외이사 경력자가 초기 내각을 구성했던 문재인 정부의 경우, 사외이사를 그만두고 국무위원이 되기까지 유영민 장관은 7년 6개월, 백운규 장관은 3년 4개월이라는 시차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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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전 두 정부의 초기 내각에서는 유예기간이 짧게는 2년, 길게는 8년 넘게 있었던 겁니다. 물론 이명박 정부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한승수 총리와 이만의 장관이 사외이사를 하다가 공직으로 직행한 이력이 있습니다. 앞선 세 정부에서 사외이사를 지낸 10명 가운데 단 2명만이 내각으로 직행한 겁니다. 7명 모두 사외이사에서 총리와 장관 후보자로 직행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민간기업→고위공직자 이동 '걸림돌' 없어

    민간기업 사외이사가 고위공직자가 되지 말라고 규정된 법은 없습니다. 반대의 경우, 즉 고위공직자 출신이 민간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허가를 받는 것과 대비됩니다. 퇴직공무원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취업심사를 받습니다. 퇴임전 업무와 취업대상기관의 연관성, 퇴임후 경과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능 여부가 결정됩니다. 장관은 어떨까.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장관은 퇴임후 3년이 지나야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3년이 지나야 되는 이유는 그 정도 시간이 지나야 이전 조직에서의 '영향력'이 사라진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인맥을 통한 영향력의 유효기간을 3년이라고 국가가 판단한 겁니다. 그런데,민간에서 공직으로 '직행'할 경우애는 업무 연관성이나, 인맥의 유효기간을 따지는 절차가 전혀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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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규정 (공직자윤리법, 인사혁신처 홈페이지)

    사외이사 등 안건 반대 0.4%에 불과

    사외이사가 대주주나 대표이사와 긴장관계를 유지해왔다면 달리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객관적 지표를 보면,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보다는 대주주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일반적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8개 기업집단 이사회 안건 6,898건 가운데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26건으로 0.4%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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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보도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김재훈 KD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가 변질이 됐다"면서 "대주주가 사외이사 추천위원회의 구성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대주주 의사가 반영이 돼서 사외이사가 선임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대주주가 '잘 아는 사람'이나 대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사외이사에 앉히는 겁니다. 이 경우 투명한 기업활동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다수의 소액주주의 권익을 대변하는 제도의 취지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국내 1/3이 관료 출신, 미국은 기업인이 80%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대기업집단 사외이사 3명 중 1명은 '관료' 출신이고 3분의 1은 '학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10대 기업 사외이사의 82%, 영국 10대 기업 사외이사의 84%가 전현직 '기업인'이라는 통계와 극명히 대비됩니다. 이는 그만큼 우리의 기업활동의 정부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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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대기업 신규 사외이사 3분의 1이 '관료' 출신 (CEO스코어, 2019년)

    '사상 최다' 사외이사가 '유예기간 없이' 총리와 장관이 되는 것을 바라보는 기업의 입장에선, 관료를 채용하는 기존의 관행을 더 철저하게 고수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일 겁니다. 언제 현직으로 돌아갈지 모르는 '전관'과의 인연을 만들어 놓는 것은, 미래를 위한 '보험'이자 '투자'가 되는 셈이니까요. 기업 사외이사는 전관과 예비 고위공직자들에게 이른바 '꿀 알바'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는 게 업계에서 도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청구서로 날아오고 있습니다.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자료조사: 박호수, 권혜인, 김다빈, 고민주, 고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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