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5일은 북한에서는 이른바 ‘태양절’이라고 부르는 김일성 생일 110주년이었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지 30년이 다 되가지만 북한은 이 날을 여전히 최고의 명절로 기념하고 있는데, 특히 올해는 5년과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여서 북한은 더욱 다양하고 성대한 기념 행사들을 개최했습니다.
조선중앙TV는 '태양절' 당일인 15일에는 오전 8시, 16일과 17일에는 오전 9시부터 종일 방송 체제로 운영하면서, 방송 시간 대부분을 김일성 관련 소식들로 채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중앙보고대회 등 공식 행사는 물론 김일성의 과거 업적을 선전하는 신규 특집프로그램들도 쏟아져나왔습니다.
#. 열병식 대신 대규모 군중시위
이번 태양절 기념 공식 행사에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이 공개된 건 금수산태양궁전참배와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 평양시군중시위 행사였습니다.
북한 방송은 4월 16일 김정은 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식을 오전 9시 첫 방송으로 전했고, 이후 10시부터는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와 대규모 군중시위(군중대회) 행사 소식을 방송했습니다.
4월 15일에는 라이브 방송으로 김일성광장에서 수만 명의 주민들이 참여한 대공연이 진행되는 모습을 방송하며 태양절을 '축제'로 장식하는 모습을 과시했습니다.
#. 김일성 업적 부각 프로그램도 잇따라
북한 방송은 김일성과 관련된 다양한 특집 프로그램도 제작해 방송했습니다. 4월 16일에는 ‘학생교복이 전하는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1958년부터 김일성이 학생들에게 교복을 무상으로 제공해주기로 했다는 사연을 전하기도 했고,
‘역사의 집들이 전하는 이야기’에서는 김일성의 만경대고향집과 해방 후 거주했던 집, 해방산 기슭에 있던 집, 반토굴 집 등 살아생전 거주했다는 집들을 하나하나 열거했습니다.
특히 최근 리춘희 아나운서 등에게 선물한 평양 경루동 주택 자리가 김일성이 1970년대 주석궁(현 금수산태양궁전)으로 옮기기 전까지 살았던 ‘5호댁 관저’가 있던 곳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 명당에 호화주택을 지어 주민들에게 공급했다는 걸 적극 선전하기도 했습니다.
#. 4년 만에 열린 국제행사,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특히 가장 눈길을 끈 건 코로나로 중단됐던 국제예술행사인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행사가 약 4년만에 부활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겁니다.
‘친선예술축전’ 행사는 김일성의 70번째 생일이던 1982년 '4·15 경축 세계 여러 나라 예술인들의 친선음악회'로 처음 시작됐는데, 지난 2018년까지 짝수해마다 개최돼왔습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여파로 열리지 못했다가 올해 다시 개최된 겁니다.
#. 중국은 국가예술단, 러시아는 17개 단체 참가
4월 10일부터 열린 올해 행사는 약 10일동안 사전에 각국 예술단체로부터 받은 출전 영상을 TV로 방송하는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축전에 중국과 러시아, 쿠바, 베트남, 라오스, 벨라루시 등 28개국에서 63개 단체가 참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참가국들은 대부분 사회주의 국가, 과거 사회주의 체제였던 국가들, 그리고 북한과 우호관계가 깊은 과거 비동맹국가들, 그리고 일부 유럽국가들입니다.
참가단체들은 예술단과 교예단, 해외동포들로 나눠져 공연에 나섰습니다. 중국은 문화여유부(우리의 문화체육관광부)의 산하기관인 ‘중국동방연예집단’이 직접 참가해 높은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이번 축전에 가장 많은 단체들을 참가시킨 건 러시아입니다. 참가한 전체 46개의 예술단 가운데 러시아가 합창단, 중창단 등 16개의 예술단을 출연시켰고, 교예단 1곳도 무대에 올렸습니다.
이밖에 몽골, 라오스, 쿠바,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 개인 자격으로 참가했고, 재일조선인예술단과 재중조선인예술단 등 해외동포들도 공연 무대에 나섰다고 북한은 설명했습니다
#. 중국, 러시아와 친선 과시
조선중앙TV는 축전 개막 첫 공연을 중국 동방연예집단의 '평화 친선의 송가'로 결정해 1시간 남짓 방송했습니다.
중국 동방연예집단은 개막 공연에서 '김일성 장군의 노래' '불타는 소원' 등 북한 지도자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북중 간 친선 의지를 다지는 '조중 친선은 영원하리라'를 합창하기도 했고,
합창이 진행되는 동안 2018년 3월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 영상을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11일에는 러시아 민족근위군 아카데미아 협주단의 공연이 1시간동안 방송됐습니다.
이 공연에서는 북한 노래 '불타는 조선' '조선의 장군' 등이 연주됐는데, 특히 이들은 '김일성 장군의 노래' '김정일 장군의 노래'는 북한말로 부르는 성의를 보였습니다.
#. 가장 적극적인 건 베트남?
북한 방송은 4월 16일 친선예술축전 중 베트남국가가무극장예술단의 공연을 약 1시간 20분 분량으로 편집해 방송했는데,
기존의 공연들을 짜깁기하거나, 축하인사로 대체한 일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이번 공연에서 북한의 노래인 ‘노래하라 전선길아’, ‘인민의 환희’, ‘김일성원수께 드리는 노래’ 등을 가장 많이 선보였습니다.
몽골이나 북미 정상회담 장소였던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들의 공연은 여러나라의 예술단체 공연으로 따로 묶어 짤막하게 방송했는데,
실제 이번 축전을 위해 공연을 진행한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공연 영상을 편집하고 인사말 정도를 새로 인터뷰해 북한에게 보내준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김정은 위원장이 유학 생활을 한 곳으로 알려진 ‘스위스’의 등장입니다. 스위스 제네바음악대학 학장이 직접 나와 인사말을 했고 노래 1곡을 연주하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전세계적인 위상 과시?
북한 방송은 50여명의 여러 국가의 저명한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예술단 단장들, 예술인들이 축하의 인사를 보내왔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들은 인사말에서 김일성의 생일 축하 메시지와 함께 김정은의 업적을 칭송하는 내용들을 주로 이야기했습니다.
또 각 국가마다 북한과의 친선관계를 부각하고, 굳건한 관계 유지를 강조하는 등 이번 공연을 통해 북한이 세계 여러나라들 사이에서 높은 위상을 구가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선전하는데 집중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최대의 명절을 맞아 북한 주민들에게 TV를 통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4년만의 국제 예술 행사 개최함으로써 북한 내부적으로도 코로나 봉쇄와 고립조치가 점차 해소될 것이라는 희망섞인 메시지도 전달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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