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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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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M] '혹시 나도‥?" 가스라이팅을 알아차리는 12가지 신호

[탐정M] '혹시 나도‥?" 가스라이팅을 알아차리는 12가지 신호
입력 2022-04-26 15:42 | 수정 2022-04-2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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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M] '혹시 나도‥?" 가스라이팅을 알아차리는 12가지 신호
    <가스라이팅을 알아차리는 신호>

    1. 더 이상 내가 생각했던 과거의 내가 아니라고 느껴질 때
    2. 예전보다 더 불안하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
    3. 종종 내가 너무 과민반응을 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때
    4. 내가 하는 모든 것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질 때
    5. 일이 잘못될 때마다 항상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 때
    6. 너무 자주 나만 사과를 해야 할 때
    7.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걸 정확히 알 수 없을 때
    8. 친구나 가족과 대화하는 것을 피할 때
    9. 연인이나 친구와의 대립을 무조건적으로 피하려고 할 때
    10. 친구나 가족으로부터 고립된 느낌을 받을 때
    11.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을 발견할 때
    12. 절망감을 느끼고, 과거에 즐기던 활동에서 전혀 즐거움을 못 느낄 때

    (Robin Stern, 2018) - 자료 제공: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


    '계곡 살인사건' 용의자 이은해와 남편의 비정상적인 혼인 생활과 경제적 착취 관계, 심리적 지배 정황이 드러나면서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가스라이팅'이 뭘까요?
    [탐정M] '혹시 나도‥?" 가스라이팅을 알아차리는 12가지 신호

    Robin Stern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규정한 사람은 컬럼비아대학교 사범대 교수이자 정신분석가·심리치료사인 로빈 스턴입니다.

    스턴 박사는 원래 유능하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잘못된 관계를 통해 자존감이 무너지는 수많은 사례들을 관찰하고, 이를 '가스라이트 효과(The Gaslight Effect)'라고 이름 붙였는데요.

    잉그리드 버그만과 찰스 보이어 등이 출연한 1940년대 영화 <가스등>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탐정M] '혹시 나도‥?" 가스라이팅을 알아차리는 12가지 신호
    [탐정M] '혹시 나도‥?" 가스라이팅을 알아차리는 12가지 신호
    [탐정M] '혹시 나도‥?" 가스라이팅을 알아차리는 12가지 신호
    이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 그레고리는 여자 주인공 폴라의 유산을 빼앗기 위해서 그녀가 스스로 미쳐가고 있다고 믿도록 만듭니다.

    가스등을 일부러 깜빡거리게 해놓고 "멀쩡하다"고 속이고, 자신이 선물로 줬던 브로치를 몰래 숨겨놓고는 "왜 이렇게 잘 잊어버리냐"고 타박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폴라는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을 느끼게 되고, 자신의 기억보다 그레고리의 이야기를 더 믿게 되고, 결국은 진짜로 미쳐 버립니다. (Robin Stern,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中)
    [탐정M] '혹시 나도‥?" 가스라이팅을 알아차리는 12가지 신호
    Q. 살인 같은 강력 범죄에만 가스라이팅이 있는 걸까요?

    A. 곽금주 교수/서울대 심리학과
    "누구나 조금씩은 가스라이팅에 가까운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친구 관계, 연인 관계, 가족 관계에서 부모 자식 관계에서 내가 저 사람을 잘 이끌고 싶고, 또 때로는 이용을 하고 싶고. 이게 긍정적인 관계에서는 '심리적인 의존'이죠. 아이들이 부모에게 의존하는 건 긍정적인 측면이잖아요. 그런데 부모가 긍정적인 정신 상태를 갖고 있는 게 아니라 굉장히 이기적이라든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하면 그때 이 관계가 비정상적이 되는 거죠."
    [탐정M] '혹시 나도‥?" 가스라이팅을 알아차리는 12가지 신호
    Q. 어떤 사람이 가스라이팅을 하고, 어떤 사람이 당하는 걸까요?

    A. 곽금주 교수/서울대 심리학과
    "가스라이팅 가해자들은 극단적인 자기애, 나르시시즘을 갖고 있는 경우입니다. 자신 위주로 모든 걸 생각하고, 상대를 내가 조종하는 것도 나쁘다고 생각 안 해요. 왜? 나는 특별하니까. 내가 하는 모든 것은 합리적인 거죠. 그래서 죄책감도 전혀 못 느낍니다. 그런데 자존감이 낮거나, 자신감이 없거나, 또 약간의 우울감을 가진 그런 사람들은 상대가 굉장히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면 자연스럽게 따라가고 의존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면 또 가해자는 '내가 이렇게 힘이 있으니까 저 사람이 날 따라오잖아. 거봐, 결과가 좋잖아' 이렇게 해서 또 자기합리화를 하죠. 다시 얘기하면, 가스라이팅 가해자는 피해자가 있기 떄문에 존재하는 겁니다. 둘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거죠. 특히 피해자가 '착한 사람 신드롬'을 가진 경우, 혹은 내가 거절하면 저 사람이 혹시 무안해할 수 있고 내가 나쁜 사람 같고.. 그렇게 너무 지나치게 죄책감이 발달돼 있거나 공감능력이 과도할 경우 오히려 가스라이팅 피해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스턴 박사 역시 "가해자와 피해자는 가스라이팅에 공동 책임을 진다는 게 이 비정상적인 관계의 본질"이라며, 피해자가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가해자가 봐주기를 바라고, 인정을 받으려고 얘쓰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고 합니다.
    [탐정M] '혹시 나도‥?" 가스라이팅을 알아차리는 12가지 신호
    Q. 사실 좀 헷갈립니다. '멘토'와 '가스라이터(가스라이팅 가해자)'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A. 곽금주 교수/서울대 심리학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가족이나 친구간 친밀한 관계가 있거나, 또다른 멘토가 있다면 지금 내 행동이 옳은 건지를 그 사람들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거든요. 그러면 그렇게 쉽게 조종당할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가스라이팅이 시작될 때 '조금 이상하다, 이건 뭔가 아니다' 이런 느낌은 다 가져요. 그 사람이 선생님일 수도 있고, 부모일 수도 있고, 애인일 수도 있고, "이게 너한테 옳아" 라면서 방향을 제시하거든요. 가스라이팅의 첫 단계가 '불신'이에요. 뭔가 이상하지만 이걸 남한테 얘기하기엔 좀 부끄럽기도 하고 지질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얘기를 못 하고 넘어가면 단계가 계속 넘어가면서 판단력을 잃고 완전한 의존 단계까지 가게 됩니다. 그때는 다른 사람들 얘기가 안 들려요."



    가스라이터들은 가스라이팅 대상자의 주변 관계를 하나씩 하나씩 단절시키고 자신에게만 온전히 집중시키려 합니다.

    로빈 스턴 박사는 그래서, 가스라이팅 피해자에게 '승무원을 주시하라'고 제안했습니다.


    "비행기가 갑자기 흔들릴 때 승무원들의 행동을 보면 사소한 난기류인지 뭔가 큰 문제가 생긴 것인지를 대략 알 수 있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방법은 새로 사귄 남자친구의 행동이 오늘 기분이 나빠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지속될 학대의 징후인지를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신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이 생길 때 친구, 가족, 심리상담사 등 삶의 승무원들이 당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이런 조언도 있습니다.

    미국의 임상심리 전문가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는 "가스라이터는 오직 자신을 떠받드는 사람과 어울린다"면서 가스라이터를 만나면 "최대한 멀리 달아나라. 관계를 완전히 끊는 것이 어렵다면, 과감하게 줄이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절대 보이지 마라. 당신이 힘들어하는 모습은 가스라이터에게는 일종의 보상이다. 반응하지 않거나 따분해하면 오히려 당신을 내버려둔다"고 얘기했습니다.

    직장에서도 누군가 나를 가스라이팅할 수 있습니다. 실적만을 다그치면서 직원들을 도구처럼 부리고, 결과를 자신의 공적으로 다 가져가고도 죄책감이 없는 리더의 얘기를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죠. 가스라이터는 '공감하는 척', '불쌍한 척', '상대를 위해주는 척'에도 아주 능하다고 합니다. 이런 능력을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보다는, 후천적으로 반복 경험과 학습을 통해 계속 발달시켜 나가는 측면이 크다고 하네요.

    혹시 나도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건 아닐까? 의심이 들면 이 글 맨 처음의 12가지 항목을 한 번 읽어보세요. '몇 개 이상이면 가스라이팅', 이런 기준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해당되는 항목이 여러 개라면, 그래서 불안하다면, 내 주변의 친밀한 사람들에게 -'승무원들'에게- 반드시 물어보세요. 내가 보기엔 너무 멋지고 나에게 과분하다고 느끼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나에게 하는 행동들, 정말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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