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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자이미지 전준홍

[알고보니] 여가부 폐지 압도적? 여론조사 따져보니‥

[알고보니] 여가부 폐지 압도적? 여론조사 따져보니‥
입력 2022-05-05 09:59 | 수정 2022-05-0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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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보니] 여가부 폐지 압도적? 여론조사 따져보니‥

    여성가족부 폐지 여론 높다는 언론 보도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서 '여성가족부 폐지'가 제외된 것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대선 기간 윤석열 당선인의 대표적인 '한줄 공약'이었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달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가부 폐지는 시대정신이자 당선인이 여러 차례 공언했던 핵심 공약"이라면서 "폐지 수순을 밟는 것은 명확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국정 과제에서 빠지면서 일각에선 '공약 파기' 논란이 일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라도 이행 될지 지켜보겠다는 유보적인 입장도 교차하고 있습니다.

    "여가부 폐지 국민여론 높아"

    그동안 당선인측이 여가부 폐지 주장의 근거로 내세운 건, 바로 폐지에 찬성하는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겁니다. 실제 여론조사를 인용한 언론보도들을 보면 '폐지 찬성 여론이 과반이 넘는다'는 식의 기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여론조사 기사에선 '여가부를 존치해야한다'는 응답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오는지, 어떤게 진짜 여론인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조사마다 들죽날쭉한 폐지 여론

    사례를 들어볼까요. 여론조사기관 조원이앤씨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3월에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 응답자 가운데 52.4%가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의 과반이 넘는 겁니다. 조선일보 등 다른 언론들도 이 수치를 앞세워서 여가부 폐지 여론이 높다고 보도했습니다.
    [알고보니] 여가부 폐지 압도적? 여론조사 따져보니‥

    여가부 폐지 찬·반 여론조사 인용 보도

    그런데 그보다 뒤인 4월에 실시된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가부 폐지 의견이 30.2%로 쪼그라들었습니다. 한달새 여가부 폐지 여론이 잦아든 걸까요. 아닙니다. 이러한 차이의 이유는 '질문'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알고보니] 여가부 폐지 압도적? 여론조사 따져보니‥

    여가부 '유지하되 개편' 의견 45.5% (출처: SBS)

    앞선 설문의 문항은 "귀하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것이 얼마나 적절하다고 혹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① 매우 부적절하다 ② 어느 정도 부적절하다 ③ 어느 정도 적절하다 ④ 매우 적절하다 ⑤ 모름' 의 다섯가지 답변 중에 하나를 고르게 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어느 정도 적절'과 '매우 적절'을 합쳐서 '여가부 폐지 찬성 52.4%'라는 숫자가 나온 겁니다. 즉 여가부 폐지에 찬성이냐 반대냐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식이었던 셈입니다.
    [알고보니] 여가부 폐지 압도적? 여론조사 따져보니‥

    조원이앤씨(스트레이트) 여론조사 문항

    반면 SBS 설문의 문항은 "귀하는 여성가족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선택지는 '① 현행대로 유지 ② 유지하되 개편 ③ 완전 폐지 ④ 모름/무응답' 이었습니다. 이는 여성가족부 존폐 뿐만 아니라 유지를 한 상태에서 개편하는 경우까지 집어 넣은 설문이었습니다. 그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인 45.5%가 여가부를 '유지하되 개편'해야 한다고 골랐고, 완전 폐지를 지지하는 응답자는 30.2%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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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스트리서치(SBS) 여론조사 문항

    '여가부 기능 개편'에 여론 더 관심

    즉 '여가부 폐지에 찬성이냐, 반대냐'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폐지 찬성'이 높게 나오지만, 선택지에 '여가부 기능 개편'이 들어가면 폐지 의견이 크게 주는 겁니다. 두 여론조사가 각자 '튀는' 조사인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지난 1월엔 비슷한 여론조사가 비슷한 시기에 6개나 있었는데, 이른바 '양자택일'을 하게 한 조사 2개에선 여가부 폐지 찬성이 50% 넘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4개 조사에선 '여가부 이름을 바꾸거나 부처 기능과 역할을 개편해야 한다'는 등 제3의 답변이 40%대로 일관성 있게 가장 많았습니다.

    [알고보니] 여가부 폐지 압도적? 여론조사 따져보니‥

    사진6: 폐지 대신 '여가부 기능 개편' 응답자 가장 많아

    결국 '여성가족부 폐지'의 의미가 묻는 사람이나 대답하는 사람들이나 각자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양자 택일 문항에서 여가부 폐지에 찬성한다고 한 응답 속에는 (양)성평등가족부 같이 이름을 바꾸자는 의견부터, 현재 부처를 유지하되 기능 재편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두루 포함됐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국민 60%가 여가부 제역할 못해" 보도

    이처럼 여론조사를 단순화시켜 생겨나는 오해는 또 있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가 5월 1일부터 잇따라 기사화가 됐는데, 기사 제목을 보면 상당수가 "국민의 60%가 여가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돼 있습니다. 왜 그렇게 평가를 하는지 자세히 보면, 전체의 49.5%가 '여성 지원에만 치중해서'라고 답해 응답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2위와 3위는 각각 '성차별 문제에 제대로 대응을 못 해서'(39.5%), '공직사회 성비위에 적극 개입하지 못해서'(36.8%)란 답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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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가부 역할 부정적 평가 이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폐지론자만 여가부 비판하는 것 아냐"

    결국 해당 조사는 여가부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보여줬던 겁니다. 연구를 수행한 김원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센터장은 "여가부 폐지 의견을 가진 사람만 부정적으로 평가를 하는 게 아니라, 성차별 성평등과 관련된 일을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역시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며 "여가부가 일을 잘한다 못한다라는 국민들의 어떤 평가만 가지고 여가부를 없앤다 만다라는 논의로 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알고보니] 여가부 폐지 압도적? 여론조사 따져보니‥
    결국 여가부 폐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주장을 하려면 어디를 여가부 폐지로 볼 것인지 개념을 분명히 하고, 주장의 근거를 가져다 써야 할 것입니다. 분명한 의견을 제대로 담지 못한 단순화된 여론조사는 실제 여론을 대변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가부와 관련된 다양한 여론조사가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들의 진짜 여론은 '여가부 폐지냐 유지냐'가 아니라 여가부의 '개선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자료조사: 박호수·권혜인·정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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