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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이지수F

1호선에 나타난 투구남‥왜 이러는지 물어봤습니다.

1호선에 나타난 투구남‥왜 이러는지 물어봤습니다.
입력 2022-05-22 07:49 | 수정 2022-05-2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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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호선에 나타난 투구남‥왜 이러는지 물어봤습니다.
    "인생이 재미없을 땐 1호선을 타라"

    특이한 승객 많기로 유명한 지하철 1호선에
    이번엔 투구에 기사 복장을 한 남성이 나타났습니다.

    왜 들고 다니는지 알 수 없는 닭 모형과 성경.
    누군가 쳐다보면 장난감을 눌러 '꽤액~' 하는 소리를 내기도 하는데요,
    1호선에 나타난 투구남‥왜 이러는지 물어봤습니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엠빅뉴스 〈땀사보도〉 제작진이 직접 만나봤습니다.
    1호선에 나타난 투구남‥왜 이러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를 만난 곳은 서울역. 함께 지하철에 들어서자마자 엄청난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대부분 그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며 옆자리에도 앉지 못했지만
    함께 사진을 찍자며 다가오는 시민, "이렇게 살면 안 된다"며 조언하는 승객도 있었습니다.
    1호선에 나타난 투구남‥왜 이러는지 물어봤습니다.
    이날 서울의 최고기온은 26도. 투구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 앞을 봐야 했기 때문에 넘어질 뻔한 위기가 많았습니다.

    이동하는 내내 단답형으로 말하며 경계심을 보이던 1호선 투구남은 모두가 사라진 인터뷰룸에 오고나서야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1호선에 나타난 투구남‥왜 이러는지 물어봤습니다.
    "나이는 96년생이고요‥ 친구는 없어요"

    올해 나이 스물일곱. 오래전 정신과 진단을 받은 그는 세상과 단절된 채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집에 혼자 있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통제하지 못해 소리를 지르거나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해칠 것이란 망상이 찾아오면 더 움츠러들었습니다.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 친구도 없습니다.
    유일한 취미는 인터넷. 공사현장에서 일한 적도 있지만 그 일이 있고 나서는 집 밖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1호선에 나타난 투구남‥왜 이러는지 물어봤습니다.
    "4년 전 버스에서 큰 실수를 했어요"

    고시텔 배관 작업을 받아 현장으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버스 안에 사람이 많아 돌발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헛기침을 해가며 참아 눌렀는데 하필 출근 전에 봤던 유튜브 영상 하나가 떠오르고 말았습니다.
    1호선에 나타난 투구남‥왜 이러는지 물어봤습니다.
    [김민수(가명) / 1호선 투구남]
    "그걸 좀 머릿속에서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그게 입 밖으로 나오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럴 때마다 헛기침하면서 무마했죠. 이러고. 근데 그게 결국에 못 참고 한 번 터졌죠."

    드라마에서 봤던 독일어 두 문장이 큰 소리로 터져 나와버렸습니다.
    1호선에 나타난 투구남‥왜 이러는지 물어봤습니다.
    [김민수(가명) / 1호선 투구남]
    "버스에 있는 모두가 절 쳐다봤어요. 그래서 어떻게 무마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유리창에 머리를 쿵쿵 박았어요. 저는 미친놈이니까 신경 쓰지 말라는 신호를 주려고요."

    도망치듯 빠져나와 일터에 도착했지만 버스에서 했던 실수가 잊히지 않았습니다.

    [김민수(가명) / 1호선 투구남]
    "출근해서 일해야 되는데 그게 계속 기억에 남으니까 일에 집중을 못 했어요. 그날 유독 사고를 좀 많이 쳤어요."

    1300센티미터로 잘라야 하는 배관을 130센티미터로 자르고 전선을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현장 전체가 정전되기도 했습니다.
    너무 당황해 어디를 건드렸는지 까맣게 잊어 엄청난 비난을 들어야 했고 집에 돌아와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이 계속됐습니다.

    [김민수(가명) / 1호선 투구남]
    "죄책감도 들었죠. 그래서 그날 퇴근하고 ’그만둬야겠다‘ 결심했어요. 그리고 또 집 밖으로 안 나오려고 그랬죠."
    1호선에 나타난 투구남‥왜 이러는지 물어봤습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옷을 샀어요"

    어느 순간부터 가족들도 그를 외면했습니다.
    온전히 혼자 산 지 1년. 끝없는 자기 비하를 하며 괴로워하던 차에
    우연히 인터넷 쇼핑몰에서 팔고 있던 기사 복장을 발견했습니다.

    투구를 쓰면 얼굴이 가려진다는 생각에 이상하게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김민수(가명) / 1호선 투구남]
    "그냥 뭔가 광대가 된 기분이었어요. 평소에 집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절 흉본다거나 외모 가지고 평가한다거나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많이 불안했는데요 근데 갑옷을 입으면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요. 그러다 보니까 자신감도 생기고 모르는 사람한테 말도 걸 수 있게 되더라고요 쉽게."
    1호선에 나타난 투구남‥왜 이러는지 물어봤습니다.
    "저를 보고 사람들이 웃으면 즐거워요"

    민수 씨가 기사 복장을 하고 집 밖에 나온 건 '살기 위해서'였습니다.
    난생처음 브이로그도 만들어보고 SNS도 열었습니다.
    투구를 벗고 춤도 춰봤습니다.

    [김민수(가명) / 1호선 투구남]
    "막상 이것저것 다 해보니까요. 예전에 무서워했던 것들이 그렇게 생각보다 무서운 애들은 아니더라고요. 사람들이 나 해칠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을 하더라도 실제로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방 안에 틀어박혀 두려워하기만 했던 세상.
    이제는 그 세상을 향해 손을 뻗는 중입니다.

    [연관기사][엠빅뉴스][땀사보도]1호선 신흥강자 '투구남' 찾아가 큰 맘 먹고 말 걸어봄 https://tv.naver.com/v/26898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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