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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과거에는 민변 도배" 주장 따져보니‥

[알고보니] "과거에는 민변 도배" 주장 따져보니‥
입력 2022-06-13 11:58 | 수정 2022-06-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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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보니] "과거에는 민변 도배" 주장 따져보니‥
    새 정부의 주요 직책에 검찰 출신 인사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요직에 임명된 검찰 출신 인사는 최대 15명으로 거론됩니다. 이 가운데 4선 국회의원 출신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국회의원과 제주도지사를 지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경우 정치인 이력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이들을 제외할 경우 13명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정부의 장차관급이거나 대통령실의 비서관급 이상의 고위공무원들입니다.

    검찰 편향 인사 지적에 대해 초기에는 '능력 위주'의 인사라고 해명을 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일 기자들에게 "과거에는 민변 출신이 도배하지 않았냐"며 반박했습니다. 현재의 검찰 편향 인사는 과거에 선례에 비춰 문제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알고보니>는 윤 대통령의 발언 당일 발언의 진위를 검증했습니다.

    정부 초기 '검찰 13명' vs '민변 1명'

    출범 한달을 넘긴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비교는 시기상 출범 초기만 가능합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경우 그해 6월까지의 장차관, 청와대 인선을 기준으로 비교했습니다. 정부와 대통령실(청와대) 주요 직책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검찰 출신’ 인사는 13명이고, 문재인 정부의 ‘민변 출신’ 인사는 1명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주요직책은 내각의 장·차관(급) 인사와 청와대의 수석·비서관(1, 2급 고위공무원)입니다.

    내각과 대통령실(청와대)을 구분해서 보면, 윤 정부의 검찰 출신 고위공직자 13명 가운데 장차관급은 7명, 대통령실은 6명입니다. 장차관급 정부 인사는 각각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노공 법무부 차관,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이완규 법제처장, 조상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등 7명입니다. 대통령실의 경우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윤재순 총무비서관, 강의구 부속실장,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등 6명입니다.
    [알고보니] "과거에는 민변 도배" 주장 따져보니‥

    대통령실(청와대) 검찰 출신 6명-민변 출신 0명

    [알고보니] "과거에는 민변 도배" 주장 따져보니‥

    정부 내각 검찰 출신 7명-민변 출신 1명

    문재인 정부의 경우 출범 후 한 달 동안 임명된 '민변 출신' 장차관급 인사는 김외숙 법제처장 한명이었습니다. 청와대에는 민변 출신이 한명도 없었습니다. 다만 정부 출범 이후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2017년 7월),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2017년 9월) 등 시간이 갈수록 민변 출신의 고위 공무원이 늘어나긴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문 정부 5년 동안 민변 출신 고위 공무원들로 따로 집계해 후술하겠습니다. ‘초기 정부 인사’를 놓고 보면 검찰 쏠림이 민변 쏠림보다 훨씬 두드러집니다. 즉 민변이 도배했으니 검찰 도배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은 정권 출범 초기에는 성립하지 않는 주장입니다.

    5년 간 민변 출신 38명‥법무부가 3분의 2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민변 출신은 얼마나 될까. 공공기관이 아닌 '사회단체'인 민변 출신은 정확히 집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본인의 민변 경력을 적극적으로 내세우지 않는 경우도 있고, 정치인 경력이 민변 경력보다 훨씬 부각되는 인물들도 있습니다. 또한 선출직의 경우 대통령의 임명과 무관합니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 서울시장이었던 고(故) 박원순 시장과 오세훈 시장도 민변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기존의 장차관급 인사와 청와대(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외에 중앙부처 실국장급과 특별검사, 정부 산하 위원회까지 합친 결과 38명이 민변 출신인 것으로 <알고보니>는 집계했습니다. 이 가운데 내각의 장관은 총 3명이었습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입니다. 앞서 <알고보니>는 방송에서 민변 출신 ‘장관급’ 인사가 한 명이었다고 보도했지만, 이 보다는 '장관'이 한명이었다는 기술이 정확합니다.

    이외에 장관급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등 2명인 것으로 집계됩니다. 전해철, 박범계 장관의 경우 3선 국회의원이었다는 점에서, 검찰 출신인 현 정부의 권영세, 원희룡 장관과 마찬가지로 정치인 출신으로 분류했었지만, 민변 출신의 외연을 넓히는 취지로 이번에 재포함시켰습니다. 이같은 기준으로 다시 정리한 민변 출신 주요 인사를 정리한 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알고보니] "과거에는 민변 도배" 주장 따져보니‥

    문재인 정부 민변 출신 정부 인사(장차관급)

    [알고보니] "과거에는 민변 도배" 주장 따져보니‥

    문재인 정부 민변 출신 청와대 주요 인사

    [알고보니] "과거에는 민변 도배" 주장 따져보니‥

    문재인 정부 민변 출신 법무부 인사

    눈에 띄는건 법무부입니다. 박범계 장관까지 포함시킬 경우 법무부와 법무부 산하 위원회의 민변 출신 인사는 25명입니다. 전체 민변 출신 인사 38명의 3분의 2에 해당됩니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의 탈검찰화'와 검찰 개혁을 위한 위원회 설립, 특별검사 구성에 민변 출신 법조인들이 대거 영입이 됐기 때문입니다. 사법부에도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등에 민변 출신들이 진출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민변 출신이 주로 맡은 직책은 본래 활발하게 활동을 펼쳤던 법조계나, 인권 관련 분야에 몰려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법조계에 몸담았던 사람의 시각에서 볼 때 '민변 도배'라는 인식이 강화됐을 것이라고 참작할 수 있습니다.

    검찰 쏠림 vs 민변 쏠림 다른점은?

    따라서 정권 초기가 아닌 정권 전체를 놓고 보면, 숫자상 현 정부의 검찰 출신 인사처럼 이전 정부에서 민변 출신 인사들이 요직에 많이 있었다는 말은 일견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달리 볼 수 있습니다. 첫째 현 정부의 검찰 출신과 전 정부의 민변 출신이 맡은 직책의 차이입니다.

    앞서 살펴봤듯 정치인과 민변 이력이 겹치는 인사들을 제외하고 민변 출신들은 대개 인권과 법무 등 전문 분야의 직책에 임명됐습니다. 반면 현 정부의 검찰 출신은 이전에 검찰 출신들이 맡지 않던 직책에 많이 임명됐습니다. 사상 첫 법조인(검사) 출신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포함해, 대통령의 살림을 책임지는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비서 역할을 담당하는 대통령실 부속실장, 국무총리 비서실장, 국가보훈처장은 지난 정부에서 검찰 출신 뿐만 아니라 민변 출신도 단 한 번도 맡지 않던 직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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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 민변 출신 청와대 주요 직책 8명

    더군다나 '권력의 지근거리'에 있는 청와대의 경우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민변 출신 고위 공무원급은 김진국 민정수석, 이광철 민정비서관, 김외숙 인사수석, 김미경 균형인사비서관,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 강문대 사회조정비서관, 김성진 사회혁신 비서관, 김한규 정무비서관 등 ‘8명’이었습니다. 비교 기준은 다르지만 숫자로만 보면 현 정부 출범 초기 검찰 출신 '6명'보다 두명이 많은 수준입니다. 반면 정권 출범 초기, 대통령의 참모로 검찰 출신이 동시에 6명이 대통령실에 들어갔다는 점에 오히려 특수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들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에서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인사들로 알려졌습니다.

    둘째로 검찰과 민변이라는 집단의 차이입니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검찰이라는 국가조직과 자생적 사회단체인 민변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대통령이 민변을 거론한데 대해, 민변측은 "현 단계에선 공식 입장을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현 정부의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해서 법적인 검토를 해서 추후 입장을 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도 '중앙일보'등 다른 언론들이 지적했듯 현 정부의 인사 분야는 검찰 출신 대통령실 인사기획관과 인사 비서관이 특정 인사를 추천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휘하는 법무부 인사정보 관리단이 해당 인사를 검증하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의 차이 역시 두 정부의 인사의 직접적인 비교를 어렵게 합니다.
    [알고보니] "과거에는 민변 도배" 주장 따져보니‥
    정부 인사 편중에 따른 문제점에 관해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료의식이 가장 강한 공무원 집단인 검찰에 소속됐던 사람들이 다양한 직종과 직위를 차지하게 되면 권력 분립의 틀에 어긋나게 된다"면서 "다양한 배경의 인사를 통해 권력이 남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검찰 편중 인사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사상 첫 검사 출신 기관장이 취임하면서 금융감독원과 검찰의 공조가 강화될 거란 기대도 있지만, 금융 감독 권한에 대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민변 도배" 주장에서 간과하는 것

    다시 '민변 도배'라는 주장으로 돌아와 봅니다. 정리를 하자면 정부 출범 초기에는 민변 도배라는 말을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전 정부 5년 동안 민변 출신들이 정부 요직에 참여 했다는 주장은 보는 관점에 따라 사실일 수 있습니다. 검찰 편중 인사와 민변 편중 인사를 동일선상에서 볼 수 있는지는 양 기관의 속성과, 이들 출신들이 맡았던 역할을 비교 해본다면 단순 비교가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얼마만큼을 도배라고 볼 수 있는지를 팩트체크 하는 것이 사안의 본질은 아닐 수 있습니다. '민변 출신이 도배했으니 검찰도 도배해도 괜찮다'. 혹은 '민변 정도 도배는 아니다'라고 하는 입장은, 현 정부가 그동안 줄곧 비판해온 전 정권의 선례를 답습하고, 오히려 심화하는 모양새라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 자료 조사: 권혜인, 박호수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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