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압니까? 인사 논란도 아니고 폭우 전화지시 논란도 아닙니다. 무능과 무기력의 분위기가 대통령실에 확산되고 있다는 거에요." (대통령실 관계자 A)
최근 만난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에게 '취임 100일도 안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져 걱정이 많겠다'고 인사를 건네자 돌아온 말입니다.
이 관계자는 가장 무서운 건 박순애 교육부 장관 논란도 아니고, 윤 대통령의 폭우 고립 논란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지지율 20%대 추락은 더더욱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는 무능하고 무기력한 분위기가 대통령실에 퍼지면서 직원들이 의욕을 잃어가는 것을 제일 걱정스러운 일로 꼽았습니다. ■ '만 5세 입학' 논란에, '사과냐 아니냐' 논란에, '일베' 논란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5일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임명이 늦어져서 언론과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 소신껏 잘 하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대로 소신껏 잘 하려던 박 전 장관은 취임 3주 만에, 취학연령 1년 인하를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신속히 방안을 강구하라"는 확답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여론의 거센 역풍. 박 장관은 취학연령 인하를 발표한지 10일 뒤 자진 사퇴했습니다.
- "만 5세 입학 발표된 뒤에 분위기가 좀 이상하게 돌아가더라고요. 일은 커지는데 아무도 박 장관을 안도와주는 거예요. 대통령실에 책임있는 사람 누구도 나서지 않더라고요. 결국 국민들의 불만을 대통령이 다 뒤집어쓰게 된 거잖아요. 무능이 따로 있나요?" (국민의힘 관계자 B)
지난 8일엔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물난리가 나면서 20명 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침수 현장을 보면서도 윤 대통령은 그대로 퇴근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0일 윤 대통령은 비 피해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가 곧바로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사과냐 아니냐'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대통령의 메시지를 핵심 참모가 흐려놓는 황당한 일이 발생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또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숨진 '반지하 참사 현장' 사진을 국정홍보 카드뉴스에 활용했다가 국민적 공분을 산 뒤 급하게 삭제해야 했습니다.
대통령실이 '상징적 의미'라며 영입을 발표한 '청년 대변인' 박민영씨도 '일베'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박 씨가 과거 극우성향 사이트 '일베'의 용어를 인터넷 상에서 사용했다는 의혹이 터진 건데요. 박 씨는 "가족이 계정을 공유해서 벌어진 일이고 해당 글은 동생이 작성했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이 모든게 취임 100일 동안이 아니라, 지난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단 5일간 벌어진 일들입니다.
■ 입만 열면 논란 커지는 대통령실.."국민들 숨이 넘어갑니다"
- "대통령실의 채용은 엽관제다"
- "사적 채용은 사실을 왜곡한 프레임 공격이다"
- "관저 공사업체가 여사와 관계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가 아니다"
- "건진법사 의혹? 어느 정부에서나 있는 현상이다"
- "윤 대통령이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는건 적절치 않다"
- "비 예보가 있고 비가 온다고 해서 대통령이 퇴근을 안하나"
대통령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했던 발언들 역시 논란입니다. 대통령실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적극 방어하기 위해 쏟아낸 말들인데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급기야 강 수석은 과거 부정선거를 주장했던 모 보수 유튜브 방송에도 출연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의 성과가 없는 건 아닙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취임 8일만에 여당 의원 100여명을 이끌고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우리 모두가 광주 시민"이라며 국민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취임 11일만에 성사된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한미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고 경제안보의 신호탄도 쏘아 올렸습니다. 취임 후 아침마다 언론과 소통하는 출근길 질의응답은 대통령실의 새로운 소통 문화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각종 인사 논란과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 경찰국 신설 논란, 대통령실의 비선 논란, 사적 채용 논란, 여당 원내대표의 9급 공무원 발언과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 파문, 여당 대표의 성접대 의혹과 징계 후폭풍, 여당 의원의 수해현장 기우제 발언 논란 등은 지난 100일간의 윤석열 정부의 크고 작은 성과들을 모두 집어 삼켰습니다.
여기에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의 복합적인 경제 위기도 윤 대통령 말대로 국민들을 숨 넘어가게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과학 방역을 비웃기라도 하듯 코로나19 확진자는 하루 15만명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연금개혁과 노동개혁, 교육개혁은 취임 100일이 되도록 주무 부처의 장관을 제대로 임명하지 못해 제대로 시동도 걸지 못하고 있습니다.■ "깨진 독에 물 붓고 있으니 그게 됩니까?"
- "국민들에게 유능함을 보여줘야 하는데 유능함이 나올 데가 없네요." (대통령실 관계자 C)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이끌고 가는 주체가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나마 임기 초반이고 당분간 선거가 없는게 천만다행이라고 쓴 웃음을 지었습니다.
- "깨진 독을 끌어안고 물을 부으면 지지율이 회복됩니까?" (전직 국회의원 D)
한 원로 정치인은 현재 대통령실을 깨진 독에 비유했습니다. 때워서 써봤는데 안되면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인적 쇄신을 한다, 안한다, 크게 한다, 적게 한다 말들만 난무할 뿐 정작 윤 대통령은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취임 100일. 대통령 처음 해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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