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범 조희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약 4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무려 7만 명의 투자자들로부터 5조 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사건의 주범.
수사가 본격화하자 중국으로 밀항해 신분을 세탁하고 생활하던 중 경찰과 검찰의 사망 발표로 공식적으로는 고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목격담이 끊이지 않으며 죽음 자체가 미스터리가 됐습니다.
15년째 조희팔은 살아있다고 믿으며 추적 중인 사람들.
그리고 실제 죽었다던 조희팔의 실체에 다가갔던 인물.
엠빅뉴스가 이들과 함께 조희팔을 추적해 봤습니다.# "석연찮은 사망 발표"
2011년 12월, 중국 옌타이시의 한 장례식장.
국화꽃을 든 사람들이 눈물을 훔칩니다.
투명한 관 속에 누워있는 남성은 5조 원대 다단계 투자사기 사건의 주범 '조희팔'.
경찰은 조희팔 가족에게서 확보한 장례식 영상과 중국 공안이 발급한 사망확인서 등을 토대로 조희팔이 심근 경색으로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합니다.[박관천/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2012년 5월 21일 뉴스데스크)]
"각종 사망 관련 증명서 등의 진위 여부가 확인됐고, 관련 의사 및 기타 목격자들의 증언이 있었기 때문에‥"
화장한 탓에 시신을 확보하지 못했고, 유족들로부터 받은 유골에 대한 DNA 검사 결과는 '판정 불가'.
조희팔의 사망을 직접적으로 증명해 줄 수 있는 증거는 없었습니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경찰의 조희팔 사망 발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합니다.[김상전/바실련(조희팔 사건 피해자 모임) 대표]
"정말 사망을 선언할 만큼의 결정적 증거가 있던가요? 없습니다. 단 한 줄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보고 믿으랍니다. 조희팔 사망을 발표한 경찰이 어떻게 보면 조희팔이 사망하지 않았다고 피해자들이 강하게 주장할 수밖에 없는 그 단초를 제공했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또 하나 석연찮은 점은 조희팔 사망 발표 시점입니다.
사망 발표가 있기 얼마 전 경찰청 범죄정보과 소속 직원들이 조희팔을 찾겠다며 중국으로 갔다는 겁니다.
한쪽에서는 조희팔을 찾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조희팔이 사망했다고 발표한 것.
[김상전/바실련(조희팔 사건 피해자 모임) 대표]
"너무 기가 찬 거예요. 그래서 내가 전화를 했어요. 이게 뭔 소립니까. 반장님 이게 무슨 소리예요. 무슨 조희팔이 왜 죽어요. 아 몰라 우리는 반대했는데 발표를 하네. 우리는 아니라고 했는데 자꾸 발표하네 위에서‥"
경찰의 사망 발표 후에도 조희팔을 봤다는 목격담이 잇따랐고, 가짜 사망설까지 불거지자 이번에는 검찰이 조희팔 생존 여부에 대한 수사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경찰과 검찰 두 사정기관이 조사한 두 번의 사망 발표.
하지만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조희팔 가짜 사망설.
그 이유는 상당히 구체적인 목격담이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 전 경찰청장의 제보‥"죽었다던 조희팔을 만났다"
2015년 10월, 시사인 정희상 기자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전직 경찰청장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습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지인이 조희팔을 목격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는 것.
[정희상/시사인 기자]
"전직 경찰청장을 통해서 제보가 들어왔어요. (경찰)조직에서는 이미 사망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본인이 그렇게 나서서 움직이는 것은 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그러니까 조용히 중국 들어가서 만나보고 사실 확인을 해보라고 권유를 하더라고요."
제보의 내용도 상당히 구체적이었습니다.
산둥성 칭다오시의 한 카페에서 조희팔로 추정되는 남성과 면접을 본 여성들이 있다는 것.
[정희상/시사인 기자]
"당시 한인회 커뮤니티 사이트에 조희팔 수배 전단을 올려놓은 게 있었던 모양이에요. (여성들이)그걸 보고 이 사람이 우리 지난번에 만났던 사람 아니냐 뭐 이러면서 얘기가 된 거죠."당시 정 기자가 중국으로 가 직접 촬영한 사진.
카페 건물 앞에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은 여성 2명이 서 있습니다.
이 여성들은 사진 속 카페에서 자신을 '조 사장'이라고 소개한 사람과 맞선 성격의 도우미 면접을 봤다고 밝혔습니다.
[정희상/시사인 기자]
"본인의 시중도 들고 살림 시중도 들고 그러면서 본인의 현지처 형태의 그런 역할도 하고. 이제 월급제로 섭섭하지 않게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고‥"
여성들은 '조 사장'이 사업을 하다 망해 중국에 들어왔고 현재 조선족 명의로 땅을 구입해 큰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에 아들과 딸이 하나씩 있는데 죽을 때까지 한국에 안 들어갈 것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정희상/시사인 기자]
"목격했던 그 분들에게 (조희팔 사진과 동영상을)보여주고 했더니 그분들은 거의 100%다 자기들이 보면 100%다라고 확신의 얘기를 하고‥"
당시 현장에는 건달 10여 명이 조 사장의 주변에서 지키고 있었다고 합니다.
[정희상/시사인 기자]
"건달들이 앉아 있었고 주변에 그러니까 바로 옆에 앉지는 않고 보디가드죠. 대동해서 나왔다고 그래요. 그리고 보디가드들은 조선족이었다고 얘기를 하고‥"
정 기자는 카페 종업원에게도 조희팔 사진을 보여주고 재차 확인해 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당시 여성들과 함께 있던 남성과 동일인이라는 것.
여성들이 만났다는 조 사장이 조희팔이 맞다는 확신을 갖게 된 정 기자는 칭다오 총영사관을 찾아가 관련 정보를 넘겨줬습니다.
한중 공조수사가 진행되는 듯 했지만, 중국 공안의 미온적인 태도에 수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고, 결국 정 기자는 조희팔을 직접 찾기로 합니다.# 조희팔의 생존신호
정 기자는 조희팔이 농장을 하고 있다는 마을을 수소문해 찾아갔습니다.
주민들에게 조희팔 사진을 보여주며 탐문을 이어가던 중 사진 속 조희팔을 봤다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목격자들의 증언은 상당히 구체적이었습니다.
[정희상/시사인 기자]
"조선족들을 데리고 다니고 이 근처에서 큰 농장을 하고 있고 장날마다 중국 군복을 입고 나타나고 공안들이 보호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같이 자신이 조희팔에 관해 얘기했다는 걸 비밀로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합니다.
[정희상/시사인 기자]
"그 지역에 마을의 당서기가 보호를 하고 있는데 그(조희팔)가 뭘 잘못했다고 해서 당신들이 찾아왔다면, 그(조희팔)에게 해가 될 것 같다면 당 서기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식으로 얘기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정 기자는 조희팔의 연락처까지 확보해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하지만 '여보세요'라는 한국어를 듣자마자 상대방은 말이 없었고, 그 이후로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제보자 여성들은 중국 공안 조사까지 받으며 적극 협조했지만, 공안은 일부러 수사를 회피하는 듯했습니다.
[정희상/시사인 기자]
"중국 공안에서는 사실은 밀려서 이제 하는 못내 마지못해 하는 그런 분위기였다는 거예요. 중국 공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겠어요. 사실상 석연찮은 형태로 종결돼 버린거죠. 그건 조희팔이 아니다 라고‥"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버린 추적.
정 기자는 현재도 조희팔의 흔적을 찾고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피해자 중 한 명도 비슷한 경험담을 털어놓습니다.
몇 년 전 지인이 조희팔의 아들로부터 아버지가 잘 지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
[조희팔 사기 피해자]
"(몇 년 전에 친구가)우연치 않게 조희팔 씨 아들하고 만나게 됐는데 옆에 계시는 분이 저 누군 줄 아냐 그러니까 저 조희팔이라고 하는 사람 아들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어 그래? 그러면서 이렇게 뜬금없이 물었대요. "야 너 아버지 잘 있나?" 하고 그러니까. 네, 아버지 잘 계세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냥 네 아버지 잘 계세요 그렇게 이야기한다는 거는‥"
조희팔의 중국 밀항을 도왔던 최측근 최모 씨도 언론 인터뷰에서 2013년 말까지 조희팔과 직접 통화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조희팔 생존설에 무게를 싣는 발언입니다.
그렇다면 조희팔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조희팔은 지금 어디에?
피해자들과 조희팔을 추적했던 사람들은 조희팔이 아직 중국에 있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군부나 공안의 비호, 중국 폭력조직의 도움을 받아 한국인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생활하고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밀항 전부터 중국에 투자 형식으로 돈을 빼돌려 기반을 마련해 놓았다고 주장합니다.
[김상전/바실련(조희팔 사건 피해자 모임) 대표]
"이미 2008년 1월부터 사업 망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중국에 투자를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 공장을 돌린다는 얘기는 이미 그전부터 나왔으니까. 그쪽에 투자했기 때문에 미리 그 어떤 바운더리가 다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하게 이제 어떤 준비 없이도 중국에 가서 지금 잘 지내고 있다."
정희상 기자도 조희팔이 중국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희상/시사인 기자]
"중국을 근본적으로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많은 부분이 중국에 얽혀 자기를 보호해주는 세력이 있고 자금이 중국에 많이 묶여 있잖아요. 그냥 현금으로 은행에 있는 게 아니고 여러 형태의 공장, 사업체로 있기 때문에 그걸 다 정리하고 어디로 간다는 게 말처럼 쉬운 문제는 아닐 거라는 생각‥"하지만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다른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중국에서 이미 신분이 많이 노출된 만큼 현재는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이 적은 제3국으로 이동했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는 중남미 지역을 유력한 조희팔의 은신처로 보고 있습니다.
[배상훈/프로파일러]
"중남미 지역이라든가 이런 데 그러니까 상당히 조폭들이 힘을 가지고 있지만 비교적 어떤 뭐 치안이 그들(범죄조직)에 의한 치안이 안정된‥"
특히 조희팔이 이동하려면 은닉한 것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자금이 함께 넘어가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중국이 중남미지역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 기업 투자를 가장해 은닉 자금을 빼돌리기에는 최적의 장소라는 겁니다.
[배상훈/프로파일러]
"중국의 자본이 중남미 쪽으로 많이 일대일로 사업을 하면서 같이 돈이 빠져나가야 갈 수 있는 거지 나 혼자 간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조폭들이 이동할 때는 그러니까 돈과 같이 가야 되는 거예요."# "조희팔 꼭 잡는다"
경찰과 검찰의 사망발표에도 조희팔은 살아있다고 믿는 사람들.
불신의 원인은 검경이 제공했다고 말합니다.
[배상훈/프로파일러]
"말도 안 되는 수사죠. 그건 뭐 소위 말하는 어린 애들도 할 수 있는 수사죠. 다단계 수사에 대한 기본이 안 돼 있어요. 윗선을 잡으려고 하지 않다가 조희팔이 드러나게 된 것도 검경 사이의 알력 때문에 드러나는 걸로 제가 알거든요."
사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경찰과 검찰 내 조희팔 비호세력은 이런 불신에 불을 지폈습니다.조희팔 측근 등으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억대 뇌물을 받아 7년 형을 받은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
조희팔에게 9억 원의 뇌물을 받고 수사 정보를 흘려 9년 형이 확정된 권혁우 전 대구경찰청 총경.
이처럼 조희팔을 돕다 처벌된 전현직 경찰과 경찰 관계자는 8명.
정관계 로비 의혹도 불거졌지만 수사로 밝혀낸 건 없습니다.
현재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정희상/시사인 기자]
"조희팔 다단계 사기 범죄 본사가 있는 대구 지역 경찰서 같은 경우는 조희팔이 먹여 살린다고 얘기할 정도니까. 경찰이 조희팔에 대해 그냥 뇌물을 먹는 정도가 아니고 동업자 형태로 일을 하고 그랬잖아요."
[김상전/바실련(조희팔 사건 피해자 모임) 대표]
"저는 그 사람들은 몸통이 아니라고 봐요. 그 역할로 해가지고 이런 대형 사건이 터졌다고요? 사건은 이만하면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도 이만큼 해야 됩니다. 조희팔 씨가 이런 조그마한 수첩이 있어요. 수첩과 핸드폰은 잘 때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근데 거기에 아마 소위 말하는 이제 본인을 구원해 주거나 아니면 본인을 어떤 케어해 줄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어떤 리스트가 있었겠죠."
무려 7만 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사건.
피해자 중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수많은 가정을 파탄 냈습니다.
[조희팔 사기 피해자]
"다 긁을 수 있는 돈을 금액을 다 긁어가지고 다 밀어 넣었었어요. 그러고 나서 얼마 있다가 이렇게 뻥 터지게 되니까 정말로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고요.
아버님은 이제 더 이상 밖에 활동 안 하시고 어머니도 대인기피증이라 그럴까요. 집사람은 그때부터 이제 탈모가 되고, 저 같은 경우도 경제 활동을 못 하겠더라고요."
피해자들은 조희팔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합니다.
[김상전/바실련(조희팔 사건 피해자 모임) 대표]
"그냥 진실 규명하게끔 본인만 잘못한 거 아니잖아요. 본인 도와준 사람 좀 제발 밝혀주세요. 그 사람들. 본인은 숨어 다니지만 그 사람들(조력자) 당당하게 다니고 있거든요. 그리고 당신도 양심이 있다면 이제 살 날 얼마 안 남았잖아요. (피해자들은) 아픔도 없어요. 너무 둔해져 버렸어요. 너무 세월이 많이 흘려버렸고 너무 많은 것을 겪고 너무 경찰·검찰에 실망했기 때문에‥"
▶[엠빅뉴스] [이거 실화야?] "조희팔을 만났다"..전 경찰청장의 제보
https://imnews.imbc.com/original/mbig/6404289_29041.html
사회
임명찬
"조희팔은 살아있다?" 잇단 목격담‥15년 간의 추적
"조희팔은 살아있다?" 잇단 목격담‥15년 간의 추적
입력 2022-09-04 07:33 |
수정 2022-09-0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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