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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임명찬

수의대생 이윤희 실종 미스터리‥16년 전 그날의 진실은?

수의대생 이윤희 실종 미스터리‥16년 전 그날의 진실은?
입력 2022-10-01 07:42 | 수정 2022-10-0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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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의대생 이윤희 실종 미스터리‥16년 전 그날의 진실은?
    새끼 호랑이를 품에 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여성.

    그녀는 서울의 한 대학에서 통계학과 미술을 전공한 뒤 동물이 좋다는 이유로 전북의 국립대로 편입해 수의사의 꿈을 키워나갔습니다.

    그러다 졸업을 불과 한 학기 남겨둔 2006년 6월 종강 모임을 끝으로 행적이 묘연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마지막으로 목격했다는 남성.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돼 대대적인 수사까지 받았지만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여성만 증발하듯 사라졌고 16년의 세월 동안 아무것도 밝혀진 건 없습니다.

    이 여성은 전북대 수의학과에 재학 중이던 이윤희 씨입니다.

    16년 전 그날 대체 윤희 씨에게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수의대생 이윤희 실종 미스터리‥16년 전 그날의 진실은?
    #2006년 6월 6일 새벽에 생긴 일#

    서울에서 차로 꼬박 2시간 반을 달리면 나오는 강원도 철원의 산골 마을.

    마을 입구에서도 굽이진 길을 한참 더 들어가면 나오는 집 한 채.

    마치 세상과의 연을 끊어버린 듯 윤희 씨 부모님의 집이 산속에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사라진 딸을 찾아 헤매기를 16년, 어느덧 80이 넘은 노부는 지금도 기운이 빠질 때까지 농사일을 하며 자식을 잃은 분을 삭이고 있습니다.

    [이동세/이윤희 씨 아버지]
    "가급적이면 (윤희)생각을 안 해야지 생각을 하면 몸이 상해요. 자꾸 딴 일을 하면서 땀 흘리고 그래야지 그냥 한 가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아마 죽었을거야 벌써‥"

    1남 3녀 중 유난히 재주가 많았던 막내딸.

    지금도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 윤희 씨는 2006년 여름,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수의대생 이윤희 실종 미스터리‥16년 전 그날의 진실은?
    사람들 기억 속 윤희 씨의 마지막 모습으로 남은 2006년 6월 5일 저녁.

    당시 전북대 수의학과 4학년이던 윤희 씨는 교수와 동기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종강 모임을 갖습니다.

    장소는 집에서 약 1.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한 주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모임.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어떤 이유에서 인지 교수 옆에 앉아있던 윤희 씨가 갑자기 동기생 김 모 씨에게 자리를 바꿔 달라고 부탁했고 김 씨는 자리를 바꿔 줬습니다.

    그리고 모임 중간에 약 두세 차례 화장실을 다녀왔다는 윤희 씨.

    화장실을 다녀온 윤희 씨가 갑자기 자리를 바꿔준 동기생 김 씨에게 이상한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수의대생 이윤희 실종 미스터리‥16년 전 그날의 진실은?
    [김도봉/당시 수사 담당 경찰]
    "김00 한테 네가 왜 화장실 따라왔냐 그래서 아니다. 그런 적 없다."

    대답을 듣자마자 무언가에 쫓기듯 자리를 박차고 나간 윤희 씨.

    [김도봉/이윤희 실종사건 수사 경찰]
    "그랬더니 그 말끝에 이제 핸드백을 놓고 밖으로 이제 뛰쳐나가는 것을 바로 이제 김00가 쫓아나간 거죠. 김00가 이제 따라가 보니까 이윤희 학생이 한 100여 미터를 좀 달리기를 했다고 그래요. 쫓아가서 무슨 일이냐 물어봐도 아무 말이 없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 씨는 윤희 씨를 따라갔고 자취방인 원룸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했다는 게 동기 김 씨의 주장입니다.
    수의대생 이윤희 실종 미스터리‥16년 전 그날의 진실은?
    #'112'와'성추행'‥컴퓨터에 남은 검색 기록#

    갑작스레 종강 모임에서 사라진 윤희 씨.

    그날 이후 연이어 이틀간 수업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윤희 씨가 사라지기 며칠 전 휴대전화가 든 가방을 날치기당했던 터라 연락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동기들이 집으로 찾아가 봤지만, 반려견들이 짖는 소리만 들릴 뿐 인기척도 없었다고 합니다.

    종강 모임에서의 석연찮은 귀가와 이후 연락 두절.

    뭔가 일이 생겼다고 생각한 동기들은 가족들에게 알린 뒤 119와 경찰에 신고해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드러난 현장은 평소와 달리 매우 어지럽혀진 방이었습니다.

    [이동세/이윤희 씨 아버지]
    "문을 부수고 들어가 보니까 사람은 없고 강아지들은 원래 그 별도로 주방에다가 이렇게 가둬 놓고 학교에 가거든요. 근데 강아지가 방에 들어와서 그냥 쓰레기통이고 뭐고 다 뒤엎어 가지고 엉망으로 그렇게 돼 있더라는 거예요."

    범죄 현장일 수도 있었지만, 당시 경찰은 현장 보존 조치를 하지 않았고, 경찰이 자리를 비운 사이 동기생 김 씨와 다른 친구가 어질러져 있던 방을 청소하기까지 합니다.

    [김도봉/당시 수사 담당 경찰]
    "(이윤희)부모님이 내려오시면 방안이 지저분하면 좀 보기가 좀 그러니까 깨끗하게 치우는 게 예의다 생각하고 치웠다고 그래요. 근데 물론 이제 치우지 않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치워버린 것이 조금 수사하는 데 좀 어려움이 좀 있었죠"

    그날 저녁 무렵 도착한 윤희 씨 언니는 동생의 흔적을 찾아 컴퓨터를 뒤지던 중 수상한 검색어를 발견합니다.

    종강 모임에서 빠져나온 윤희 씨가 집에 도착한 직후로 추정되는 시간에 ‘112’와 ‘성추행’을 검색한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혹시 종강 모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찰은 당시 동석자들을 상대로 탐문조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특이점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김도봉/당시 수사 담당 경찰]
    "학생들이나 주변 동료한테 물어봐도 그런 상황이 있었다고 진술해 준 사람도 없었고 본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조금 난감했죠. 사실 그때 당시에 성추행이 과연 있었냐 없었느냐 그것은 상당히 좀 의문으로 남았죠."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수상한 흔적은 또 있습니다.
    수의대생 이윤희 실종 미스터리‥16년 전 그날의 진실은?
    #윤희 씨 집에서 발견된 케타민#

    윤희 씨 집에서는 주사기 여러 개와 동물 수술에 쓰이는 마취제인 럼푼과 케타민이 발견됐습니다.

    이 중 케타민은 수면마취제로 사용되는 약물로 지난 2006년 2월부터는 마약류로 지정됐습니다.

    수의대 실습 과정에서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외부 반출은 엄격히 통제됩니다.

    그런데 윤희 씨는 어떻게 케타민을 가지고 있던 걸까.

    심지어 케타민을 어딘가에 사용한 흔적도 발견됐습니다.

    [이윤희 씨 언니]
    "(강아지)거세수술 그거를 했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랑. 그때 마취하려고 가져다 놓은 것 같아요."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케타민의 출처.

    종강 모임이 있던 날 윤희 씨를 집까지 바래다줬던 동기 김 씨가 구해다 준 약물이었습니다.

    [김도봉/당시 수사 담당 경찰]
    "평상시에 김00 학생이 이윤희가 부탁하면 많이 들어주는 편이었고 또 이윤희가 편하게 얘기하면 쉽게 얘기하면 잘 들어주고 잘 해줬기 때문에 얘기해서 부탁을 들어오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데 윤희 씨 실종을 추적하다 보면 곳곳마다 등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동기생 김 씨입니다.

    윤희 씨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목격한 것도 김 씨.

    경찰이 윤희 씨 집 문을 열고 들어간 그날 윤희 씨 집을 치운 것도 김 씨였습니다.

    [이동세/이윤희 씨 아버지]
    "(함께 청소한 동기가)주방에서 이렇게 (청소)하다가 보니까 (김 씨가)어디서 20리터들이 그 무슨 저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뭘 그냥 발로 꾹꾹 눌러가면서 그 담더래요. 그걸 집 밖에도 아니고 그 집에서 한 백여 미터 떨어진 다른 주거지역에 쓰레기통에다가 버렸다는 거예요."

    금지 약물인 케타민을 구해준 것도 동기생 김 씨입니다.

    가족들이 윤희 씨 실종에 동기생 김 씨가 깊게 연관돼 있다고 의심하게 된 이유입니다.

    [이동세/이윤희 씨 아버지]
    "그렇죠! 다 김00에요. 그러니까 김00를 빼놓고는 이 이 사건을 뭐 취급해봐야 헛일이에요. 얘를 빼놓고는 안돼요"

    심지어 김 씨가 평소 윤희 씨에 대해 집착을 보였다는 주변의 진술까지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김 씨가 주요 용의 선상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김 씨의 집에서 발견된 수상한 물건.
    수의대생 이윤희 실종 미스터리‥16년 전 그날의 진실은?
    #용의 선상에 오른 동기 김 씨#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 씨의 수첩을 확보합니다.

    수첩에는 윤희 씨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 기분은 어땠는지 등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듯 적어놓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김 씨는 윤희 씨의 머리카락을 보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동세/이윤희 씨 아버지]
    "이윤희 방에 있던 그 조그마한 소품 같은 거 이윤희가 이렇게 예뻐하고 하는 거, 그런 것들이 어느 어느 때 보면 갑자기 없어지고 그런데 거기에(동기생 김씨 집) 다 있더라는 거예요."

    [김도봉/당시 수사 담당 경찰]
    "그건 뭐 개인 성향이고 좋아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좀 과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했죠. 그 당시의 분위기나 학생들의 진술을 들어보면 김00 혼자서 많이 좋아했던 건 사실이에요."

    경찰은 김 씨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그리고 김 씨 가족들까지 광범위하게 조사를 벌였지만 어떠한 증거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거짓말 탐지기까지 했지만, 결과는 모두 진실.

    [김도봉/이윤희 실종사건 수사 경찰]
    "그 학생(김 씨)의 주변 인물들도 물론 다 조사해 봤어요. 다 수사를 했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은 발견 못 했죠."

    범위를 넓혀 윤희 씨가 서울에서 학교에 다닐 당시 친구들을 비롯해 주변인들로까지 수사 범위를 넓혔지만 별다른 특이점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하던 수사는 2009년 한 남성이 검거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습니다.
    수의대생 이윤희 실종 미스터리‥16년 전 그날의 진실은?
    #또 다른 용의자 전주 발바리의 죽음#

    2009년 전주 일대를 공포에 떨게 한 상습 성폭행범 30대 김 모 씨가 검거됐습니다.

    그는 2001년 8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모두 20여 차례에 걸쳐 부녀자 26명을 성폭행한 흉악범입니다.

    에어컨 설치 기사인 김 씨는 가스 배관을 타고 여성이 혼자 사는 원룸에 몰래 숨어 들어가 성폭행을 한 뒤 자신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여성을 깨끗하게 씻기고 도망가기도 했습니다.

    의심스러운 점은 김 씨의 범행 패턴.

    주기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다가 윤희 씨가 실종되던 2006년 6월 이후 갑자기 수개월간 별다른 범행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일종의 휴지기로 보이는 기간.

    여성이 혼자 사는 원룸을 노렸고 트럭을 가지고 있어 만약 집 안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에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동이 자유로웠다는 점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았습니다.

    더욱 수상한 건, 경찰이 김 씨를 상대로 조사하던 중 윤희 씨 사건에 대해서 묻자 갑자기 경찰서 건물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겁니다.

    수상하게 생각한 경찰은 윤희 씨 사건을 계속 추궁했고 김 씨는 교도소에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그렇게 윤희 씨 실종 사건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습니다.
    수의대생 이윤희 실종 미스터리‥16년 전 그날의 진실은?
    #내 딸 윤희야 어디 있니?#

    가족들이 윤희 씨를 마지막으로 본 건 실종 약 일주일 전.

    아버지 생일잔치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을 때였습니다.

    [이동세/이윤희 씨 아버지]
    "그때가 내 생일 했을 때 그 무렵했을 거여‥그래서 한 2, 3일이 정도 집에 다녀갔어요."

    그날도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아버지와 상의했다는 윤희 씨.

    [이동세/이윤희 씨 아버지]
    "공항에 뭐 그 검역하는데 그런데서 몇 사람씩 이렇게 해마다 뽑는데 자기가 시험에는 자신 있으니까 그런데 합격할 자신이 있다고. 그래서 공무원 우선 직장생활을 하다가 적절한 기회에 이제 병원을 개업하기로‥"

    딸과 함께 그렸던 장밋빛 미래는 이제 꿈으로만 남았습니다.

    [이동세/이윤희 씨 아버지]
    "만약에 살아있었다면 아마 서울에서 아주 큼직하게 동물병원 하나 했을 테고, 애완동물도 분양하고‥그럼 내가 코치 받아서 여기서 키우면 얼마나 좋아요."

    하지만 아직 딸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동세/이윤희 씨 아버지]
    "이윤희가 어디에서 살아만 있었으면 되겠고 그 관련된 자들은 내 딸이 죽지 않고 살아서 건강한 몸으로 가족들 앞에 나타나기만 하면 내가 그 사람들한테 무슨 책임을 묻게 한다든지 내가 그런 짓은 안 하겠어요. 내가 지금 85살이고 집사람이 82살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죽기 전에 딸이 살아있다는 걸 좀 확인하고 죽고 싶어요."

    ▶ [엠빅뉴스] 사라진 수의대생과 용의선상에 오른 두 남성
    https://imnews.imbc.com/original/mbig/6412963_2904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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