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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M] 한밤의 비명소리‥재결합 거부하자 전 아내 마구 찌른 현역 군인

[탐정M] 한밤의 비명소리‥재결합 거부하자 전 아내 마구 찌른 현역 군인
입력 2022-10-08 09:03 | 수정 2022-10-0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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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M] 한밤의 비명소리‥재결합 거부하자 전 아내 마구 찌른 현역 군인
    사건은 경기도 파주의 한 군인 아파트에서 일어났습니다.

    지난 5월 15일, 모두가 잠든 조용한 새벽.

    아파트 복도에는 비명이 울려 퍼졌습니다.

    한 남성이 아파트 밖으로 도망치는 여성을 1층 현관에서 붙잡아 승강기 안으로 끌고 들어갑니다.

    잠시 후 승강기가 3층에 도착하자 남성은, 여성의 머리를 잡은 채 바깥으로 끌어냅니다.

    여성은 손잡이를 붙잡고 안간힘 쓰지만 역부족입니다.

    이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오랜만에 아이들 만나는 날‥전 아내 살해 시도

    가해 남성은 육군 상사로, 여성 김모 씨(가명)와 6년 간 결혼생활 끝에 이혼한 전 남편입니다.

    김 씨가 전 남편 집에 가야만 했던 이유는, 아이들이 아빠를 만나는 '면접교섭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날 김 씨는 전 남편의 재결합 요구를 거절했고, 성폭행과 구타를 당했습니다.

    김 씨가 잠시나마 밖으로 도망칠 수 있었던 건 첫째 아이가 잠에서 깨어났기 때문입니다.

    전 남편이 아이를 다시 재우러 간 틈을 타, 김 씨는 '살려달라'고 울부짖으며 계단을 뛰어내려갔습니다.

    맨발에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뒤쫓아 온 전 남편의 손에 붙잡힌 김 씨는 맥없이 다시 집안으로 끌려와야 했습니다.

    희망 잃은 순간‥목숨 구해 준 옆집 부부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김 씨 앞에는 비명소리를 듣고 나온 옆집 부부가 서 있었습니다.

    옆집 부부는 전 남편과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로, 전 남편을 진정시키며 김 씨가 옷을 입고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런데, 김 씨가 안도한 순간 더 끔찍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옷을 입기 위해 안방으로 들어간 김 씨를 따라, 전 남편이 흉기를 들고 쫓아온 겁니다.
    [탐정M] 한밤의 비명소리‥재결합 거부하자 전 아내 마구 찌른 현역 군인
    김 씨는 등과 옆구리가 찔려 신장과 근육이 파열됐고, 3주 동안 수술만 4차례 받아야 했습니다.

    도망치며 흉기를 막느라 김 씨의 가슴과 손가락에도 흉터가 남았습니다.

    '이대로 죽는구나'라고 생각했던 김 씨를 구해준 건 옆집 부부였습니다.

    이들은 전 남편이 들고 있던 흉기를 맨손으로 빼앗고, 경찰과 구급대를 불렀습니다.

    이 과정에서 옆집 남성도 크게 다쳐 치료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7시간 녹취록‥군 경찰은 가져가지 않았다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군 수사관들은 입원 중인 김 씨를 찾아왔습니다.

    군 수사관들은 김 씨의 진술서를 가져갔지만 그 후 아무 연락이 없었습니다.

    성범죄인 만큼 여군 수사관을 보내주겠다고도 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사건 당일 상황이 생생하게 기록된 김 씨의 녹취록마저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만날 때마다 녹음을 하거든요. 무서워서." -김씨

    전 남편을 만나야 할 때마다 동의를 구하고 녹음을 한다는 김 씨는 7시간에 달하는 사건 당일 녹취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군 수사관에게 녹취록이 있다고 말했지만, 그 누구도 녹취록을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탐정M] 한밤의 비명소리‥재결합 거부하자 전 아내 마구 찌른 현역 군인
    전 남편은 자신을 신고하면 김씨는 물론 아이들까지 찾아가 살해하겠다는 협박을 했지만, 녹취록에 담긴 협박을 그 누구도 듣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전 남편이 징역형을 받는다 해도 출소 후 자신을 해코지 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하루하루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군사 경찰도, 군 검사도 김씨를 직접 불러 조사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군 수사관은 김씨가 응급실에 있어, 연락하기 힘들었다고 밝혔습니다.

    퇴원 후에도 김씨가 병상에 누워 작성한 진술서로만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수사기관은 가해자인 전 남편이 혐의를 인정해, 피해자 대면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군 검사는 김씨에게 미흡한 수사를 사과하며 처음으로 대면조사를 하겠다고 연락해왔습니다.
    [탐정M] 한밤의 비명소리‥재결합 거부하자 전 아내 마구 찌른 현역 군인
    김 씨는 지난 6일에야 처음으로 군 검사를 만나 녹취록 내용과 관련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변호사 없으면 재판 일정 알려주지 않는다? 피해자만 몰랐던 첫 재판

    문제는 부실한 수사만이 아니었습니다.

    김 씨는 전 남편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는지조차 몰랐습니다.

    첫 재판은 지난 8월 18일.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재판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받지 못했던 김 씨는 첫 공판에 방청 신청도 못했고, 재판을 받는 전 남편의 모습도 보지 못했습니다.

    한때 전 남편이 구속영장 집행 정지를 신청했다가 기각됐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집행정지 신청 자체가 김 씨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팩트였는데도 말입니다.

    그랬던 김 씨는 사건 발생 4개월이 지나서야 피해자 보호기관의 도움을 받아, 두 번째 재판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재판 당사자인 피해자가 어떻게 첫 재판이 시작됐는지도 몰랐을까.

    군 검사에게 물어봤습니다.
    [탐정M] 한밤의 비명소리‥재결합 거부하자 전 아내 마구 찌른 현역 군인
    돌아온 답변은 "국선 변호사가 없어서"였습니다.

    보통 피해자는 국선 변호사를 선정하는데, 변호사가 법원 혹은 검찰에 재판 일정을 문의하면 알려준다는 겁니다.
    [탐정M] 한밤의 비명소리‥재결합 거부하자 전 아내 마구 찌른 현역 군인
    법 기준에는 피해자 혹은 피해자 법정대리인이 '신청하면' 알려줘야 합니다.

    하지만, 김 씨는 신청해야 알 수 있다는 정보를 몰랐습니다.

    김 씨가 국선 변호사를 선정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변호사 선임 같은 움직임이 전 남편 눈에 띄면, 보복심리를 더 불태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변호사 선임 같은 것 안 해도 오로지 법이 공명정대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만 기대했던 김 씨였습니다.


    10분 만에 끝난 재판‥"피해자 증인 신청"

    변호사 없이 홀로 재판을 준비하던 김씨는 두 번째 공판에서야 방청 신청을 했습니다.

    두 번째 공판은 지난 5일 열렸습니다.

    피고인 신문이 예정돼 있었던 이날 재판은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청한다"는 군 검사의 말과 함께 10여 분 만에 끝났습니다.

    그동안 피해자 조사를 하지 않았던 군 검찰이 추가 증언을 듣겠다며 김 씨를 증인으로 신청한 겁니다.

    검찰은 이제야 피해자의 증언과 녹취록 조사를 통해 전 남편의 '보복혐의' 부분을 추가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언제 죽을지 몰라 영정사진까지‥"아이들과 오래 살고 싶어요"
    [탐정M] 한밤의 비명소리‥재결합 거부하자 전 아내 마구 찌른 현역 군인
    김 씨의 꿈은 보복당할 걱정 없이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전 남편이 언제 찾아올지 몰라 김씨는 미리 영정사진까지 찍어놨습니다.

    전 남편의 동료들이 감형을 위한 탄원서를 쓰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김 씨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현재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는 가해자가 친족관계를 이용해 주민등록초본이나 가족관계증명서를 열람하지 못하도록 신청할 수 있습니다.

    [연관기사]
    10.04 뉴스데스크 [단독] 재결합 거부하자‥전 부인 향해 흉기난동 벌인 군인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13915_35744.html

    10.04 뉴스데스크 [단독] 군, 피해자 조사 '부실'‥가해자 동료들은 '탄원서'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13917_35744.html

    10.05 뉴스데스크 '공포의 전남편' 이제야 피해자 조사‥협박죄 추가되나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14290_35744.html


    (취재: 김현지 local@mbc.co.kr · 김상훈 sh@mbc.co.kr / 영상취재: 김신영 손지윤 최인규 이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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