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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Now] 월드컵으로 '중국몽'서 깨어나나

[World Now] 월드컵으로 '중국몽'서 깨어나나
입력 2022-11-25 14:54 | 수정 2022-11-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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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rld Now] 월드컵으로 '중국몽'서 깨어나나

    25일 오전 바이두 검색어 순위

    25일 오전 10시 기준, 바이두 상위 검색어 8개 가운데, 포르투갈이 3-2로 가나를 이겼다는 해시태그를 비롯해 절반이 월드컵과 관련한 검색어입니다.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한 이후 중국은 축구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중국 팀은 본선엔 올라오지 못했지만, 관심만큼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뜨겁습니다.
    [World Now] 월드컵으로 '중국몽'서 깨어나나

    중국 국영기업이 건설한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 [출처: 인민일보]

    중국의 월드컵 열기‥그런데 "마스크 왜 안 써?"

    관영매체들은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루사일 스타디움은 중국의 국영회사가 지었고, 월드컵을 위해 1천500대의 중국의 전기차와 판다가 카타르로 건너갔다며 '중국적 요소'가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경기장 내 광고 보드에는 중국의 대표 회사 멍니우, 비보, 완다그룹 등이 노출됩니다. 카타르 월드컵에는 중국 선수들 빼고 다 갔다는 조롱도 나오지만, 그만큼 중국이 이번 월드컵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World Now] 월드컵으로 '중국몽'서 깨어나나

    월드컵 경기에 등장하는 중국 기업 광고 [출처: 웨이보]

    하지만 중국인들에게 이번 월드컵이 묵직한 질문을 하나 안겼습니다. 사우디 국민들이 아르헨티나전에서 승리한 이후 '메시는 어디 있냐'고 질문했듯 '코로나는 어디 있냐?'라는 질문입니다.
    [World Now] 월드컵으로 '중국몽'서 깨어나나
    (좌) 수많은 관중이 마스크 안 쓴 모습을 보고 놀란 웨이보 이용자 (우) 월드컵과 중국의 현실을 대비한 사진 [출처: 웨이보, 트위터]

    "전 세계가 월드컵에 환호할 때 우리는 격리 중"

    꽉 들어찬 관중석의 영상과 함께 웨이보에 올라온 글에는 "아이에게 사람들이 마스크를 안 쓰고 있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바이러스가 휴가 갔다고 말할 수밖에 없네요"라는 글이 적혔습니다.

    "축구는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월드컵 영상을 보면 설레요. 그런데 현실로 돌아와 뉴스를 보면 또 짜증나네요. 코로나 죽어라!"

    "이제 이 행성에서 바이러스가 계속 상주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별의 다른 곳에선 이미 바이러스를 받아들였습니다."

    "전 세계가 월드컵을 본다. 우리는 PCR 검사를 위해 줄을 선다. 전 세계가 축구를 본다. 우리는 격리를 한다. 전 세계가 함성을 지른다. 우리는 마스크를 잘 쓰고 있는지 매일 확인한다."

    한 누리꾼은 카타르의 전통 복장 아바야를 입고 있는 관중 사진을 올리며 "카타르의 코로나 상황이 심각한가 보다. 객석에 앉은 사람들이 다 '따바이(중국의 방역요원을 가리키는 말)' 네"라는 유머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 반응들을 보면 3년 동안 '제로코로나'가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해 온 많은 중국인들이 월드컵을 통해 단체 '멘붕' 상태를 겪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World Now] 월드컵으로 '중국몽'서 깨어나나

    카타르 관중석이 다 방역요원인 걸 보니 코로나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고 조롱하는 웨이보 게시물

    "무슨 근거로 우리가 코로나19를 없앨 수 있나?" 근본적 질문

    이를 보여주듯 온라인에는 열 가지 질문(十問)이라는 제목의 중국의 방역 당국에 띄우는 공개서한이 전파됐습니다. 질문에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도 없고, PCR 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도 들은 적이 없다. 우리가 사는 별이 다른 건가,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들을 피해 가는 건가?’라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또 ‘역사적으로 어떤 독감 바이러스가 인간에 의해 소멸했는가? 무슨 근거로 코로나19를 없앨 수 있는가?’, ‘절대다수 국민이 코로나19 백신을 3회 이상 맞았는데 왜 감염되는가? 효과가 있는 건가?’, ‘오미크론 변이가 치명적이지 않다고 했는데, 왜 치명적이지 않은 질병을 통제하는가?’ 등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World Now] 월드컵으로 '중국몽'서 깨어나나

    중국 온라인에 퍼졌던 방역당국을 향한 10가지 질문

    이 글은 곧바로 삭제됐지만, 많은 중국인들은 ‘왜’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당국으로선 가장 당혹스러운 질문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지역별 의료 격차가 크고, 열악한 곳이 많아 전염병이 퍼지면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크다는 논리를 3년째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의료 여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모든 인력과 자원을 PCR 검사에 쏟아부었기 때문입니다. 3년 동안 도대체 뭐한 거냐는 비판이 나오면서 방역당국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습니다.

    방역 정책 완화와 확진자 폭증‥혼돈의 '카오스'

    중국의 국무원은 지난 11일 과학·정밀 방역을 내세우며 20가지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조치에는 해외 입국자 격리 완화 정책 등이 담겨있었습니다. 25일, 중국의 확진자는 3만1천987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중국에선 확진자가 워낙 적었기 때문에 코로나19 사망자가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지난 20일, 6개월 만에 첫 사망자가 나온 이후 계속 추가되고 있습니다. 중앙의 방역 완화 조치에 호응하려던 베이징 시도 사망자가 나오자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유턴하고 있습니다. 학교 등교 중단 조치와 더불어 식당 내 취식이 금지됐고, 체육관, 미용실 등 모든 생활시설은 문을 닫았습니다. 중국에는 담임선생님은 누군지, 같은 반 친구는 누군지 얼굴도 못 보고 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있고, 가슴에 한이 맺혀 울분을 토하는 자영업자들이 있습니다.
    [World Now] 월드컵으로 '중국몽'서 깨어나나

    봉쇄된 아파트. 동 밖으로 나가는 시간은 PCR 검사할 때뿐이다.

    제가 사는 베이징 왕징의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나온 옆 동이 지난주 봉쇄됐는데, 제가 있는 동도 (바로 옆에 붙어있다는 이유로) 갑자기 봉쇄됐습니다. 주민 단체 채팅창에는 국무원의 정밀 방역을 언급하며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는데, 왜 봉쇄를 하냐는 항의성 글이 올라오고 있지만 주민위원회의 응답은 없었습니다. 전면 봉쇄 우려에 마트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배달원 수요가 폭증하면서 식자재 배달이 어렵다는 한인들의 호소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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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저우시 폭스콘 또 폭동. 폭스콘은 폭력 사태가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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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동이 일어났던 광저우시 하이주구의 농민공들이 격리시설에 갔다 돌아와 갈 곳이 없어 길에서 노숙하고 있다.

    중국 정저우의 세계 최대의 아이폰 생산 공장인 폭스콘에서 사측이 처우 개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또다시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영상에서 사람들은 "도대체 기자는 어디 있는가?" 묻습니다. 코로나로 9만여 명을 격리 시설로 보낸 하이주구에서는 시설에서 풀려난 사람들이 봉쇄된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노숙자처럼 길거리를 나돌고 있습니다. 방역 정책에 항의하던 남성은 방역 요원에게 발로 걷어차였습니다. 중국 곳곳에서 인내심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카타르 월드컵이 기름을 붓게 되는 계기가 되진 않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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