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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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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난방비 대란 2025년까지 지속될 것"

[알고보니] "난방비 대란 2025년까지 지속될 것"
입력 2023-02-01 10:48 | 수정 2023-02-0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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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보니] "난방비 대란 2025년까지 지속될 것"

    난방비 폭등 [자료사진]

    이번 겨울, 급등한 난방비를 두고 '네탓' 공방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잘못이라는 시각에서 나오는 해법도 제각각입니다. <알고보니>는 지난주 해당 주제로 팩트체크를 한 바 있습니다. 네탓 공방은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결론입니다. 이와 관련해 여건상 기사에 반영하지 못했던 에너지 전문가인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 학장(교수)과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올립니다.
    [알고보니] "난방비 대란 2025년까지 지속될 것"
    "장기계약 물량은 등락폭 크지 않아"

    질문: 우리나라 가스공사가 들여오는 LNG는 대부분 20년 이상 장기 계약이라고 들었는데, 고정 가격인가요 아니면 변동 가격인가요?

    유 교수: 유가에 연동됩니다. 100% 유가에 연동되는 경우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70%만 유가에 연동되고 나머지 30%는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 지수에 연동이 되는 '하이브리드 계약' 형태가 요즘에는 많은데, 기본적으로 유가 영향을 받습니다.

    질문: 가격 변동에 상한선이 있나요?

    유 교수: 네, 유가가 3배로 뛰었다고 해서 LNG도 3배가 꼭 되냐 하면 그렇지는 않고요. 약간의 캡(상한선)은 있습니다.

    질문: 일본보다 우리가 캡이 더 느슨해서 등락폭이 크다고 하던데요?

    유 교수: 그게 이제 협상력에 달려 있는데, 우리는 그래도 가스공사가 세계 최대 바이어(Buyer)거든요. 그래도 보면 대체로 유리하게 하고 있는 편이기는 합니다. 일본이나 중국은 한 사업자가 가스를 사는 게 아니라 여러 사업자가 나눠서 사옵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스공사가 거의 독점적으로 사 오다 보니까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어죠.

    질문: 유가가 급등하면 LNG 장기 계약분도 많이 오르나요?

    유 교수: 영향을 미치는데 제한적이죠. 작년에 BP(영국 최대 정유기업)하고 계약한 건 mmbtu(열량단위)당 10달러 정도의 계약을 했어요. ‘유가’와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 지수’하고 같이 반영을 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었는데, 그럼 유가가 오르고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이 오른다 해도 거기서 한 2~3달러 정도 더 붙는 거죠. 10달러짜리가 30달러가 되고 40달러가 되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알고보니] "난방비 대란 2025년까지 지속될 것"
    "난방비 급등은 현물 가격과 관련"

    질문: 그럼 지금 난방비가 오른 건 장기 계약 가격 때문은 아닌 건가요?

    유 교수: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지금 도시가스 요금이 많이 오른 데 영향을 미친 거는 사실 장기 계약 물량이 아니에요. 장기 계약으로만 공급할 수는 없거든요. 현물 시장에서 사오는 물량이 한 20~30%를 차지하는데, 그게 폭등을 한 거예요. 작년 9월에는 70달러까지 올라갔고요.

    질문: 현물 비중은 20~30% 정도인데, 이게 영향이 크다고요?

    유 교수: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게, 예를 들면은 독일은 도시가스 요금이 8배로 올랐거든요. 작년에 왜 8배로 올랐냐면 다 스팟(=현물시장)에서 사오니까요. 그래서 여덟 배로 오른 거고 우리는 38%만 오른 이유는 뭐냐면 장기 계약 물량이 70~80%를 점했기 때문이죠.

    질문: 우리가 장기 계약 물량이 많아서 안정적으로 공급을 한 셈인 건가요?

    유 교수: 그래서 선방한 거죠. 우리는 굉장히 선방한 거죠. 일본만 해도 재작년 대비 작년에 두 배로 올랐거든요. 근데 우리는 38%밖에 안 올랐으니까요. 일본은 특히나 민간 기업들이기 때문에 바로 가격에 반영을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가스공사가 공기업이다 보니까 많이 못 올린 거죠. 조금만 올린 거죠.
    [알고보니] "난방비 대란 2025년까지 지속될 것"
    질문: 일본도 장기 계약을 많이 하나요?

    유 교수: 많이 합니다.

    질문: 민간에서도 장기 계약을 한다는 얘기네요.

    유 교수: 민간도 장기 계약하죠. 우리 SK, GS, 포스코도 다 장기 계약 물량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현물에서 사오는 것도 있지만 장기 도입 물량도 있습니다. 직접 예를 들면 포스코 같은 경우에는 미얀마의 가스전을 개발해서 직접 들여오고, SK E&S 같은 경우 호주의 가스전을 개발해서 직접 들여오기도 하고요. 그렇게 직접 자기가 개발해서 가져오기도 하고 스팟 시장에서 사 오기도 하고 장기 계약 물량도 있고 이런 게 섞여 있습니다.

    "LNG 발전 증가한 것은 탈석탄과 관련"

    질문: 탈원전으로 LNG 발전이 늘어나고, 수요가 많아져서 난방용 가스 가격이 오른 측면도 있을까요.

    유 교수: 그런 면도 일부 있지만 사실 원전 쪽을 가스가 대체하지는 않습니다. 원전을 대체하는 건 재생에너지고요. 왜냐하면 둘 다 '무탄소' 전원이기 때문이죠. 국제적으로 보면 석탄 때문에 문제가 많잖아요.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도 많이 배출하니까요.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 문재인 정부 때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여기에 우리가 국제사회에 온실가스도 저감하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석탄의 발전량을 줄이고 그것을 천연가스로 대체해 나가던 중이었거든요. 그건 우리뿐만 아니라 독일도 그렇고 글로벌 트렌드입니다. 똑같이 화석 연료인데 온실가스는 LNG가 석탄의 3분의 1 정도이고 미세먼지는 거의 안 나오다 보니까 천연가스를 좀 더 선호하거든요.
    [알고보니] "난방비 대란 2025년까지 지속될 것"
    질문: 석탄보다 천연가스가 더 비싼가요?

    유 교수: 네. 그래서 석탄을 천연가스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상 요인도 발생하죠. 석탄에 비해서 천연가스는 기체다 보니까 수입하기도 힘들고, 공급의 불확실성도 있고, 가격 변동성이 크죠. 그러다 보니까 우리가 더 취약해진 것은 맞아요. 그런데 그것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저감하라는 국민적 요구와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LNG 수입가격은 변수가 다양"

    질문: 우리가 작년 1월에 일본보다 비싸게 LNG 수입을 했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어떤가요?

    유 교수: (보도에서) 현물 가격을 기준으로 비교를 한 것 같더라고요. 우리 가스공사가 공기업이잖아요. 일본의 가스 기업들은 다 민간 기업이거든요. 그래서 치열한 정도가 달라요. 일본은 민간 기업이다 보니까 조금 더 싸게 사려고 하는 유인도 강한 부분이 있죠. 우리는 공기업이다 보니까 가격보다는 공급 안정성을 더 높게 평가를 해요. 약간 가격이 높더라도 더 안정적이고 제때 오고 이런 것을 선호하고요. 일본은 민간 기업이니까 가격 위주로 보고 해서 그때 스팟(=현물시장)에서 사오는 거죠.

    질문: 장기계약 위주로 들어온 작년 4월에는 우리가 일본보다 더 쌌다는 가스공사 측 반발도 있었더라고요.

    유 교수: 애매해요. 비교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현물 가격도 매일 달라지니까 그게 구매일이 같으면 비교가 되는데, 구매일이 다르면 매일 다른 건 맞거든요. 그러니까 우연히 일본은 좀 싼 날에 현물을 샀고 우리는 우연히 비싼 날에 샀을 수도 있거든요.

    질문: 그때그때 다르네요.

    유 교수: 네. 그런데 우리가 겨울을 나야 되기 때문에 비싸다고 안 살 수가 없어요. 공기업에서는 그러니까 비싸도 사야 되는 거고요. 일본은 비싸면 안 사고 '그냥 우리 아껴 쓰자, 덜 쓰자'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문화 차이도 좀 있어요.

    질문: 계절도 변수죠?

    유 교수: 우리는 특히나 지난 정부에서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온실가스 감축 등이 굉장히 중요한 주제였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석탄 가동을 거의 못하게 하면서 LNG 발전소의 가동률을 높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가스공사가 그때그때 비싸더라도 현물로 사와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알고보니] "난방비 대란 2025년까지 지속될 것"
    "따뜻한 겨울, 예상과 달리 LNG 하락세"

    질문: 결국 탈석탄 기조의 에너지 정책 때문에 LNG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었네요.

    유 교수: 맞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 작년에 사실 9월부터 비싸게 많이 사 왔어요. 지금 사서 저장해놓은 것도 비싸게 산 것들이에요.

    질문: 그건 장기 계약인가요, 현물인가요?

    유 교수: 현물이죠. 장기 계약만 갖고는 부족하니까 올겨울을 나기 위해서 우리는 비싸게 많이 샀어요. 이렇게 떨어질 줄 모르고요. 유럽이 저렇게 따뜻할지 누가 알았습니까. 작년 9월에는 유럽에 북극 한파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부랴부랴 정부하고 전문가 대책 회의를 하면서 가격과 상관없이 겨울을 나기 위해서 비싸도 사야 된다는 게 중론이었고 그렇게 결정을 했는데, 유럽에서 저렇게 해수욕을 하고, 지금 한겨울에 알프스에 눈이 없고 이렇게 될 줄은 몰랐죠.

    질문: 결과만 놓고 보면 지난 정부에서 가격 인상이나 예측을 잘못한 부분도 있는 거네요?

    유 교수: 그런데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 같아요. 그래서 지난 정부도 특별히 잘못한 것은 저는 없다고 보고, 이번 정부도 잘못한 게 없다고 봐요. 그래서 여야가 싸우는 건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보고요. 지금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할까를 고민해야 해요. 이 위기가 올해만 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 2025년까지는 계속 반복될 것이기 때문에.
    [알고보니] "난방비 대란 2025년까지 지속될 것"
    "2025년까지 LNG 공급 안 늘어"

    질문: 왜 2025년까지인가요?

    유 교수: 천연가스 공급은 늘어나도 LNG 공급은 2025년까지는 안 늘어납니다. 최근 ESG 경영 분위기가 전 세계를 지배하면서 에너지 기업들이 LNG 공급 시설에 투자를 못 했어요. 펀딩도 안 되고. 그래서 이제 투자를 하기 시작해서 실제 생산이 늘어나는 시점은 2026년이거든요. 그러니까 25년까지는 이렇게 힘든 시기를 보낼 수밖에는 없습니다. 공급이 안 늘어나요.

    중국도 이제 수요가 살아나고 있거든요. 이제 경제 코로나 봉쇄를 풀었잖아요. 그러면서 활동량이 증가하면서 LNG 수요가 중국에서 살아날 거거든요. 우리가 작년 9월, 10월에 LNG를 비싸더라도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이 안 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중국의 수요가 살아나면 가격이 올라갈 거고 그게 25년까지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아껴 쓰고 최대한 싼 거를 확보를 해야 되는 급박한 과제에 봉착해 있는 거죠.

    질문: 현재 LNG 가격이 떨어졌는데 이걸 구입하면 안되나요?

    유 교수: 힘들어요. 작년에 비싸게 사 온 것을 지금 쓰고 있어요. 여름을 대비하기 위해서 이제 4월부터 살 거예요. 지금 싸다고 살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저장해 놓을 데가 없거든요. 2월까지 나기 위해서 이미 다 채워놨거든요. 저장해 놓을 데도 없고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작년 말까지 9조 원이고 올해 이번 달에 또 한 1~2조 원 늘어날 거고요. 그러니까 가스공사가 사올 돈도 없습니다. 가스를 사올 돈도 없어요.


    "천연가스 싸다고 무조건 구매 불가능"

    질문: 싼 걸 사려 해도 여의치가 않네요. 공간도 그렇고.

    유 교수: 기체는 저장이 쉽지 않습니다. 천연가스를 액화시킨 것이 액화천연가스, LNG인데요. 우리는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가 없어요. LNG만 수입이 가능하거든요. 부피가 기체라서 워낙 크니까 액화시켜서 우리나라로 가져와야 됩니다. 액화된 걸 ‘쓸 때’는 기화를 시켜야 됩니다. 액화 상태를 유지하려면 또 너무나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석유는 한 120일치를 비축하고 있지만 가스는 비축해 놓으면 계속 없어집니다. 자연적으로 사라져요. 기체는 아무리 탱크가 완벽해도 조금씩 사라지기 때문에 지금 사서 저장해 놓으면 여름 되면 많이 날아가 버리거든요. 그러니까 미리 사서 저장해놓는 게 안 됩니다. 세계적으로 천연가스는 한 9일 내지 10일치만 비축해 놓습니다.

    질문: 천연가스가 까다로운 연료네요.

    유 교수: 재작년에는요. 현물 가격이 2달러고 장기 도입 물량 가격이 10달러여서 누가 장기 계약 많이 했냐고 그랬어요.

    질문: 왜 이렇게 등락폭이 커요?

    유 교수: 천연가스는 그렇습니다. 석탄이나 석유와 달리 저장이 용이하지 않다. 그래서 수요에 따라서 막 이렇게 생산을 늘리기도 줄이기도 어렵고, 그러니까 가격으로 바로바로 반영이 되는 거죠.
    [알고보니] "난방비 대란 2025년까지 지속될 것"
    "네탓 공방 대신 취약계층 대책 집중해야"

    질문: 가스는 예측이 거의 힘드네요.

    유 교수: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유럽이 러시아와 파이프를 연결한 거죠. 그러면 안정적으로 싸게 공급받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밸브를 잠글 줄은 몰랐던 거죠. 우리도 재작년까지는 러시아하고 파이프라인 연결이 논의가 됐거든요. 그런데 그 논의는 이제 물 건너갔죠. 러시아를 믿을 수 없으니까. 그래서 지금처럼 여야가 '네탓 공방'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봐요. 대신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거냐,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발생하는 취약계층을 어떻게 살려낼 거냐, 그거에 논의를 집중해야 될 때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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