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유흥업소 비리를 수사하던 20대 형사.
젊은 형사는 새벽까지 이어진 정보원과의 술자리 이후 갑작스럽게 결근을 하고 뭔가에 쫓기듯 서둘러 부산으로 향합니다.
그러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
치료를 받던 병원을 빠져나가 자취를 감췄고 실종 이틀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의문투성이인 죽음이지만 수사도 하기 전부터 자살로 단정 지은 동료 형사들.
그리고 가족들의 끈질긴 추적 끝에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는 그날의 수상한 행적.
하지만 자살도, 타살도 아니라는 이상한 결론을 내린 채 마무리된 수사.
미궁에 빠진 젊은 형사의 죽음.
강남경찰서 이용준 형사 사망 사건입니다.# 강력반 형사의 죽음
양팔을 감싼 채 서둘러 병원을 빠져나가는 남성.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반 고 이용준 형사입니다.
병원 CCTV에 이 형사의 모습이 촬영된 지 이틀 뒤, 27살 젊은 형사는 충북 영동의 한 낚시터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최초 목격자]
"머리가 까맣게 사람 머리가 떠오르니까 내려와서 확인하면서 보니까 팔 모습이 이러고 있더라고요, 물속에 비친 것이."
강남경찰서의 형사가 왜 평일 대낮에 충북 영동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걸까.
이 의문점을 풀기 위해서는 이 형사가 숨지기 전 행적을 되짚어 봐야 합니다. # 정보원과의 술자리‥서둘러 떠난 이 형사
이용준 형사가 시신으로 발견되기 3일 전인 2010년 7월 26일.
당시 유흥업소 비리를 수사 중이던 이 형사는 전 근무지인 역삼지구대를 들러 사건 관련 자료를 복사한 뒤 정보원 서 모 씨를 만나 술자리를 갖습니다.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
양주 4명을 나눠 마셨다는 게 서 씨의 주장입니다.
[이한주/故 이용준 형사 아버지]
"나는 지금도 그게 의심스러운 게 우리 용준이가 그렇게 만난 지 별로 안 된 사람하고 이렇게 새벽까지 술을 마셨네 뭐 이렇게 하고 자기네 집에 와서 잤다 뭐 이렇게 진술했다고 그러는데 그것이 나는 과연 그럴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다음날 오전 9시경,
"왜 출근하지 않느냐"는 동료 경찰의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깬 이 형사.
경찰서 대신 동료 경찰이 부탁한 도난사건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현장 사진을 찍은 뒤 자취방에 들러 간단히 샤워를 하고 다시 집을 빠져나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이 형사가 향한 곳은 경찰서가 아니었습니다. 오전 10시 30분경,
서초나들목 버스전용차로 감시 카메라에 찍힌 이 형사의 차량.
뭔가에 쫓기듯 교통법규까지 위반하며 서둘러 부산으로 향하는 중이었습니다.심지어 교통사고까지 났습니다.
종잇장처럼 구겨져 버린 차체.
단독 사고였고,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당시 출동했던 보험사 직원은 이 형사가 뭔가 불안해 보였다고 말합니다.
[보험회사 관계자]
"(이용준 형사를)차 조수석에 태웠는데 담배를 계속 달라고 했어요. 고민이 있는 것처럼 담배를 태우시더래요."
병원으로 이송된 이 형사.
검사를 받던 중 화장실을 간다는 말을 남긴 채 병원을 빠져나갔습니다.
이 모습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이 형사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용준이가 우릴 배신했다"
사인도 동기도 불명확한 의문투성이 죽음.
하지만 동료 형사들은 초반부터 이 형사의 죽음을 자살과 연결시켰다고 가족들은 말합니다.
[이한주/故 이용준 형사 아버지]
"경찰서에 가서 이제 또 조사를 받는데 그때부터 조금 이상한 게 이제 우리 딸한테 경찰들이 시키는 거는 자살을 한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진술하라고 유도를 하는 거예요, 우리 딸한테. 영동서 형사과 직원이 우리 딸하고 조사를 받는데 그 옆에서 강남서 직원들이 자꾸 그런 식으로 얘기하니까‥" 그리고 그날 저녁부터 이 형사의 자살을 암시하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당시 현장에서는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정확한 사인도 나오지 않은 상황.
변사자의 사인을 규명하기 전에 자살로 단정 지은 셈입니다.
가족들은 실종 단계에서부터 동료 형사들이 자살을 언급했다고 증언합니다.사체 발견 약 2시간 전,
이 형사의 누나가 가족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입니다.
이 형사를 찾기 위해 통신기록 조회가 필요한데, 통신 조회를 하려면 이 형사가 "누굴 죽이고 죽는다고 했다"고 진술해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더 이상한 건 동료형사가 "용준이는 우리를 배신했다"는 얘기를 수차례 했다는 것.
[이한주/故 이용준 형사 아버지]
"용준이 사체 발견되기 그 전날 그때부터 최 형사가 내가 저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배신을 한다고 그 소리 한 10번도 더 들었어요."
도대체 뭘 배신했다는 걸까?
[이한주/故 이용준 형사 아버지]
"지금 생각하면 그 배신했다 소리가 왜 나왔느냐. 하루 결근한 사람을 가지고 배신했다 소리를 할 수는 없는 거야 일반적으로 생각해서 그러니까 그거가 뭐가 무슨 용준이가 자기네들한테 안 맞는 뭐를 조사를 했다든지 뭐 서류를 가져갔다든지 뭔가 이상한 게 나중에서 그 생각이 나는 거지‥"
공교롭게도 이 형사가 숨질 무렵 경찰과 유흥업소와의 대대적인 유착 의혹이 불거져 가족들의 의심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배신이라는 말을 언급했다는 당시 동료를 수소문해 연락해 봤습니다.
[당시 동료 경찰]
"나하고 근무했던 부분은 6개월 짧은 기간에 3개월 교육가 있고 1개월 이상 입원해 있었고 이러이러한 거 해서 6일에 한 번씩 근무 돌아오는데 2~3번 정도 같이 당직한 거밖에 없다고‥"
(팀장님은 배신 이런 얘기는 전혀 안 하셨다는 거죠?)
"배신? 모르지 내가 그 당시에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까지 그렇게 (잘)해줬는데 지 행동 돌발적인 그런 행동 술 먹고 가서 교통사고 냈던 거 그런 게 확인됐으니까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냐 그런 얘긴 했겠지‥"
당시 경찰은 이 형사가 과도한 음주로 제시간에 출근을 못 하자 주변 사건 현장에서 사진촬영을 하는 등 잘못을 만회하려는 소심한 행동을 보이다 우발적으로 고속도로로 빠져나가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살을 결심한 사람의 일반적인 행동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말합니다.
[배상훈/프로파일러]
"자살을 결심해서 이동하는 사람들은 급격히 흥분하거나 말하자면 이런 것이 아니라 대단히 차분한 상태에서 행동을 조심하고 이렇게 나타나죠 이용준 형사 같은 경우는 그것과는 정반대로 무엇인가 급한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행동이 나타나서 자살을 생각한 사람하고는 이제 그 행동이 맞지 않는다."
그리고 곳곳에서 감지되는 이 형사의 타살 가능성을 암시하는 신호들.# 타살을 암시하는 정황들?!
이용준 형사가 발견된 충북 영동의 낚시터는 이 형사의 마지막 모습이 찍힌 병원으로부터 약 2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지만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외부인이 찾아오기에 쉽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형사가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됐는지, 왜 여기서 죽음을 맞이하게 됐는지 등 무엇하나 명확하게 드러난 게 없습니다.
이 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경찰 수사 결과를 가족들이 믿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심지어 이 형사가 실종된 당일에는 늦은 밤까지 낚시터에 손님들이 있었기 때문에 만약 실종 직후 낚시터에서 숨졌다면 누군가 그 장면을 목격했을 것이라는 게 가족들의 주장입니다.
발견 당시 이 형사의 시신은 이미 숨진 지 며칠이 지난 듯 부패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고, 낚시터의 수심도 깊지 않았습니다.
[당시 출동 구급대원]
"물 깊이는 그렇게 깊지 않았어요. 허리춤 정도밖에 안 왔어요. 당시에 사체는 약간 부패가 진행되어 있는 상황이었어요."부검 결과 폐에서만 플랑크톤이 발견된 점도 의문으로 남습니다.
만약 이 형사가 산 채로 물에 빠져 숨졌다면, 심장이 펌프질하는 동안 플랑크톤이 모세혈관을 타고 간이나 신장 같은 다른 장기로 이동했을 것이라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가족들은 이 형사가 제3의 장소에서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뒤 옮겨졌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한주/故 이용준 형사 아버지]
"법의학자들 얘기가 그 자살할 경우는 그런 경우가 아니라는 거 아니에요. 다 이 장기 전체에서 플랑크톤이 나와야 되는데 죽은 다음에 들어갔기 때문에 여기 폐에서만 나올 수 있다."주변 사람들도 이 형사의 죽음을 전후로 이상한 점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 형사 실종 당일 낚시터 인근에서 수상한 차량을 목격했다는 것.
[최초 목격자]
"(거실에서 밖을 쳐다보고 있는데) 큰 고급승용차가‥저 차가 우리 집을 보나 (생각했죠.)"
실종 하루 뒤인 28일에는 한 통의 전화가 병원으로 걸려왔습니다.
젊은 남자 목소리였습니다.
[이한주/故 이용준 형사 아버지]
"(원무과장이)전화를 받았는데 용준이 가족이라고 하면서 용준이는 이상 없고 왜 나갔느냐 그러니까 그냥 무서워서 나갔다고 그렇게 하면서 안심하라는 식으로 과장한테 전화를 했다고‥"
이 형사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한 남성.
도대체 누구일까?
[이한주/故 이용준 형사 아버지]
"그런 걸 조사해 달라고 그랬지만 경찰이나 검찰에서 전혀 조사해봤더니 못 찾는다 이거지‥나중에는 원무과장도 글쎄 잘 모른다는 식으로다가 처음에 말한 거는 분명히 전화가 왔다는 건데 심지어는 그 목소리가 000(동료형사)하고 비슷하다는 소리까지 했었어요‥"
수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정보원 진술 그리고 수면 유도제
이 형사를 마지막으로 만났던 정보원 서 씨는 이 형사와 양주 4병을 나눠 마셨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이 형사가 평소 술을 잘 마시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이한주/故 이용준 형사 아버지]
"술 안 먹어요 별로. 조금 먹으면 바로 취하기 때문에 많이 먹지를 못해요."
교통사고 직후 체혈 검사에서 나온 이 형사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1% 미만.
체내에 거의 알코올이 없는 수준입니다. 숨진 이 형사의 체내에서는 디펜히드라민이라는 약물도 검출됐습니다.
수면유도제로 일반적인 감기약에도 들어있는 성분입니다.
외국에서는 범죄에 디펜히드라민이 사용되는 경우도 종종 보고됩니다.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지만, 누군가를 재우는 등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습니다.
이상한 건 병원이나 인근 약국 어디에서도 이 형사가 관련 약을 구입한 흔적이 없다는 겁니다.
[이한주/故 이용준 형사 아버지]
"병원에서야 주지는 않았을 거 아니에요. 거기서는 검사만 하는 중에 나간 거라‥그러니까 그 감기약 성분이 나왔다 그러면 누가 약을 병원에서 나온 다음에 약을 줬다는 얘기밖에 안 돼."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의문점은 이 형사는 왜 갑자기 서둘러 부산으로 향했는가입니다.
지금까지는 또 다른 정보원 김 모 씨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 씨는 이 형사가 숨지기 전 마지막으로 만났던 정보원 서 씨가 소개해준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이한주/고 이용준 형사 아버지]
"잘 아는 사람이라면서 이제 같이 술 먹자고 그렇게 소개를 했다는 거지."
이런 수상한 정황들은 모두 가족들이 직접 현장을 발로 뛰면서 하나씩 모은 겁니다.
끈질긴 추적과 문제 제기 끝에 검찰은 이 형사의 죽음을 자살로 단정 지을 수 없다며 경찰의 수사 결과를 뒤집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타살로 볼 증거도 명백하지 않다며, 자살도 타살도 아닌 이상한 죽음으로 결론 내립니다.# "순직 인정받아 명예 회복하길"
3년 연속 모범 경찰 표창을 받을 정도로 일에 열정적이었던 아들.
그런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얽힌 진실을 동료 형사들이 밝혀줄 것이라 믿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대는 의심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한주/故 이용준 형사 아버지]
"이걸 수사를 깊숙이 하면 뭐가 여러 가지가 튀어나오면 거기 관련된 사람들이 뭐 혹시 징계를 먹을 수도 있는 거고 뭐 다른 뭐가 있을 수 있으니까‥" 지금도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 아들.
아버지는 아들의 빈자리가 아직도 실감 나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은 순직이 인정돼 아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이한주/故 이용준 형사 아버지]
"분명히 용준이는 순직인데 공무 수행 중에 이렇게 사망한 건데 그걸 증거가 없다고 그래서 밝혀주지도 않고 밝힐 생각도 안 하는 것 같아요. 지금 그렇지만 하여튼 지금 12년이 됐는데 지금 더군다나 더 힘들겠죠. 그런데 여하튼 나는 내 마지막 소원이라면 어떻게든지 용준이가 순직 처리돼서‥ 그런데 내가 이제 살면 또 얼마나 살지."
▶[엠빅뉴스] [이거 실화야?] 강력반 이용준 형사의 석연찮은 마지막 행적
https://imnews.imbc.com/original/mbig/6451714_29041.html
사회
임명찬
[이거 실화야?] 강남경찰서 형사의 수상한 죽음
[이거 실화야?] 강남경찰서 형사의 수상한 죽음
입력 2023-02-04 12:50 |
수정 2023-02-04 12:56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