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는 바람에 날려 올라갔던 모래흙이 비처럼 땅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떨어진 이 모래흙은 어디에서 불어온 걸까요.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에 떨어졌던 170차례 황사의 발원지와 이동 경로를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절반 이상이 몽골과 중국 북부에 해당하는 고비와 내몽골 지역에서 발원해 발해만을 거쳐 오고 있군요.
특히 기상청은 2000년 이후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보다 몽골에서 불어오는 황사가 더 자주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몽골에서 불어오는 황사는 왜 늘어나고 있을까요. 작년 12월 황사가 전국을 뒤덮은 날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런 분석을 내놓습니다.
"황사 발원지인 몽골과 중국 북부지역에서 연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모래폭풍이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기온상승으로 황사 발원지가 더 메마른 땅으로 변하면서 모래흙이 더 자주 불어올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는 건데요. 겨울에도 매마른 땅이 눈으로 덮이지 않으면서 겨울철 황사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몽골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황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건 다름 아닌 기후변화인 셈이죠.
황사발원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취재하기 위해 몽골로 향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세 시간 반이 걸려 도착한 몽골 칭기즈칸 국제공항. 게이트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두꺼운 패딩을 찾아 입었습니다. 이날 울란바토르의 기온은 영하 15도. 여기에 더해 열차가 탈선할 수 있다는 초속 40미터의 바람이 불어 금방이라도 온몸이 얼어붙는 듯 했습니다.
추위의 고통도 잠시. 차를 타고 몽골 남부로 여정을 떠난 지 얼마 뒤 광활하게 펼쳐진 몽골의 풍광이 금세 시선을 빼앗습니다.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 드넓게 펼쳐진 대지에서 풀을 뜯는 양과 염소. 그 뒤를 따르는 말을 탄 유목민.
그러나 멀리서 봤을 때 아름다웠던 풍광은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달리 보이는 점들이 많았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이 물결치듯 이어집니다. 가축을 먹일 수 있는 풀 한 포기 나기 힘든 황량한 땅. 80킬로미터에 달하는 엘승타사르해 사막 지대입니다.
몽골어로 엘승타사르해는 '끊어진 모래'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막 지대가 서로 연결되어있지 않고, 중간중간 식생이 자라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양과 말이 풀을 뜯던 곳은 점차 사라지고 사막은 무서운 속도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사막에서 채 10킬로미터가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어릴 때부터 사막 주변에서 유목 생활을 해왔던 바트더르지 씨는 주변 환경의 변화를 증언해줍니다. 바트더르지 씨가 어릴 때만 해도 나무로 울창하던 지금은 황량한 돌산이 됐습니다.
사막이 넓어지며 모래폭풍도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취재팀이 만난 유목민 막마르수렝 씨는 2년 전 살인적 모래폭풍이 마을을 덮쳤다고 말합니다. 한낮의 태양을 완전히 가려버릴 정도로 강력한 모래폭풍은 유목민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막마르수렝 씨 가족은 또다시 올지 모를 모래폭풍 피해를 조금이라도 완화해보기 위해 나무 서른 그루를 집 근처에 심어봤습니다.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일 년도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나무가 바람에 날아가 버렸죠. 남겨진 땅이 더 황량하게 보였습니다.몽골의 심각한 사막화는 통계로도 나타납니다. 30년 전 몽골의 사막은 전 국토의 40퍼센트 정도였지만 지금은 절반을 넘어 두 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그 원인이 되는 기후변화도 수치로 입증됩니다. 몽골의 연평균 기온은 지난 80년간 2.25도 상승했고, 강수량은 8%나 줄어 땅이 말라붙고 있습니다.
몽골어로 '호수가 많은 땅'이라는 뜻을 가진 바양노르입니다.
하지만 겨울철이면 마을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놀던 이 호수는 4년 전 완전히 말라버렸습니다. 지난 1990년대 이후 마을 주변 9개의 호수 중 5곳이 사라졌고 나머지도 빠른 속도로 말라가고 있습니다.
몽골의 기후변화는 유목민을 말에서 끌어 내리고 있습니다.
취재팀은 수천 마리의 염소와 양을 발견하면 일단 차 속도를 늦추고 유목민부터 찾기 시작했습니다.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교정시력 1.0이 채 되지 않는 제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몽골인 기사님은 달랐습니다. 그렇게 만난 유목민들에게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더 북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남쪽은 물론이고 몽골 중부 역시 급속도로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가축들을 먹일 풀이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평균기온은 상승하지만, 겨울 추위는 더 혹독해졌습니다. 극심한 한파를 몽골 사람들은 '조드'라고 부릅니다.
지난 2016년 겨울 조드가 닥쳤을 때 촬영된 영상을 보면 소와 양 등 수많은 가축이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많은 유목민이 유목을 포기하고 도시로 몰려듭니다. 평생 가축만 키우던 유목민이 대도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수도 울란바토르 외곽에 있는 쓰레기 매립장입니다.
쓰레기 매립지 내부로 들어가 봤습니다. 트럭들이 계속 들어와서 새로운 쓰레기를 쏟아내면 그 안에서 공병이나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넝마에 주워 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도시로 몰려든 유목민 중 일부는, 쓰레기 매립지에서 재활용품을 주워 팔아 생계를 이어갑니다.
몽골 당국은 지금까지 60만 명, 매년 4만 5천 명의 유목민이 수도로 몰려오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시내 중심부 집값의 25% 수준인 수도 외곽 게르촌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4년 전 유목 생활을 접고 이곳에 온 유목민 아리온토야 씨입니다. 남편은 택시 운전을 하고, 아리온토야 씨는 지역 공공기관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인 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초원 생활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림과 사진에만 남아있는 초원. 여름에는 집 앞에 설치한 게르에서 잠을 자며 하늘과 땅을 벗 삼아 살던 초원 생활을 추억합니다.수천 년간, 양과 말을 키우며 살아온 유목민들. 온실가스 배출과는 큰 상관이 없는 삶을 살아왔지만 지금 기후변화의 폭탄을 맞고 있는 그들.
몽골의 사막화를 멈추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NGO 푸른아시아에서 지원해 축구장 54개 면적에 조성한 숲입니다. 이 숲은 모래의 바다로부터 마을을 지켜주는 제방입니다.
숲이 자라면 바람을 막아주고, 건조한 땅도 촉촉하게 해 주기 때문에 사막화를 어느 정도 막아줍니다. 실제로 2천 명이 거주하는 바양노르의 주민들은 나무를 심고 난 뒤부터 모래바람이 불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몽골 정부는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사막에 저항하려 합니다. 그러나 모래의 바다는 너무 넓고,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로 불어오는 몽골발 황사도 늘어나겠죠. 몽골의 사막화에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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