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사는 바람에 날려 올라갔던 모래흙이 비처럼 땅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떨어진 이 모래흙은 어디에서 불어온 걸까요.

황사 발원지 통계 [자료제공 : 기상청]
특히 기상청은 2000년 이후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보다 몽골에서 불어오는 황사가 더 자주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몽골에서 불어오는 황사는 왜 늘어나고 있을까요. 작년 12월 황사가 전국을 뒤덮은 날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런 분석을 내놓습니다.
"황사 발원지인 몽골과 중국 북부지역에서 연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모래폭풍이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기온상승으로 황사 발원지가 더 메마른 땅으로 변하면서 모래흙이 더 자주 불어올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는 건데요. 겨울에도 매마른 땅이 눈으로 덮이지 않으면서 겨울철 황사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몽골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황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건 다름 아닌 기후변화인 셈이죠.

몽골 중부 돈드고비의 한 초원에서 가축들이 풀을 찾아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인천공항에서 세 시간 반이 걸려 도착한 몽골 칭기즈칸 국제공항. 게이트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두꺼운 패딩을 찾아 입었습니다. 이날 울란바토르의 기온은 영하 15도. 여기에 더해 열차가 탈선할 수 있다는 초속 40미터의 바람이 불어 금방이라도 온몸이 얼어붙는 듯 했습니다.
추위의 고통도 잠시. 차를 타고 몽골 남부로 여정을 떠난 지 얼마 뒤 광활하게 펼쳐진 몽골의 풍광이 금세 시선을 빼앗습니다.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 드넓게 펼쳐진 대지에서 풀을 뜯는 양과 염소. 그 뒤를 따르는 말을 탄 유목민.
그러나 멀리서 봤을 때 아름다웠던 풍광은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달리 보이는 점들이 많았습니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차를 타고 네 시간 만에 도착한 엘승타사르해 사막.
몽골어로 엘승타사르해는 '끊어진 모래'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막 지대가 서로 연결되어있지 않고, 중간중간 식생이 자라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양과 말이 풀을 뜯던 곳은 점차 사라지고 사막은 무서운 속도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엘승타사르해 사막 인근 초원에서 가축을 치는 유목민 바트더르지 씨.
어릴 때부터 사막 주변에서 유목 생활을 해왔던 바트더르지 씨는 주변 환경의 변화를 증언해줍니다. 바트더르지 씨가 어릴 때만 해도 나무로 울창하던 지금은 황량한 돌산이 됐습니다.

유목민 막마르수렝 씨가 나무 서른 그루를 심었던 부지에서 인터뷰하는 장면
막마르수렝 씨 가족은 또다시 올지 모를 모래폭풍 피해를 조금이라도 완화해보기 위해 나무 서른 그루를 집 근처에 심어봤습니다.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일 년도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나무가 바람에 날아가 버렸죠. 남겨진 땅이 더 황량하게 보였습니다.



4년 전 말라버린 바양노르의 한 호수
하지만 겨울철이면 마을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놀던 이 호수는 4년 전 완전히 말라버렸습니다. 지난 1990년대 이후 마을 주변 9개의 호수 중 5곳이 사라졌고 나머지도 빠른 속도로 말라가고 있습니다.

2년째 북으로 이동하고 있는 유목민 잉흐 투르 씨
취재팀은 수천 마리의 염소와 양을 발견하면 일단 차 속도를 늦추고 유목민부터 찾기 시작했습니다.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교정시력 1.0이 채 되지 않는 제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몽골인 기사님은 달랐습니다. 그렇게 만난 유목민들에게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더 북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남쪽은 물론이고 몽골 중부 역시 급속도로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가축들을 먹일 풀이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몽골어로 재앙이란 뜻을 가진 '조드'는 폭설로 가축들이 떼죽음에 이르는 현상을 말함
지난 2016년 겨울 조드가 닥쳤을 때 촬영된 영상을 보면 소와 양 등 수많은 가축이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에 있는 쓰레기 매립장.
수도 울란바토르 외곽에 있는 쓰레기 매립장입니다.
쓰레기 매립지 내부로 들어가 봤습니다. 트럭들이 계속 들어와서 새로운 쓰레기를 쏟아내면 그 안에서 공병이나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넝마에 주워 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도시로 몰려든 유목민 중 일부는, 쓰레기 매립지에서 재활용품을 주워 팔아 생계를 이어갑니다.
몽골 당국은 지금까지 60만 명, 매년 4만 5천 명의 유목민이 수도로 몰려오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시내 중심부 집값의 25% 수준인 수도 외곽 게르촌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4년 전 몽골 볼강 지역에서 수도로 이주한 아리온토야 씨.
그림과 사진에만 남아있는 초원. 여름에는 집 앞에 설치한 게르에서 잠을 자며 하늘과 땅을 벗 삼아 살던 초원 생활을 추억합니다.


NGO 푸른아시아에서 관리하는 바양노르솜 조림지
숲이 자라면 바람을 막아주고, 건조한 땅도 촉촉하게 해 주기 때문에 사막화를 어느 정도 막아줍니다. 실제로 2천 명이 거주하는 바양노르의 주민들은 나무를 심고 난 뒤부터 모래바람이 불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몽골 정부는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사막에 저항하려 합니다. 그러나 모래의 바다는 너무 넓고,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로 불어오는 몽골발 황사도 늘어나겠죠. 몽골의 사막화에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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