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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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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피소드] 80만 명 분량 필로폰, 인천공항 세관 직원 도움으로 들어왔다?

[M피소드] 80만 명 분량 필로폰, 인천공항 세관 직원 도움으로 들어왔다?
입력 2023-11-19 10:14 | 수정 2023-11-1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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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피소드] 80만 명 분량 필로폰, 인천공항 세관 직원 도움으로 들어왔다?
    ■ "세관 직원이 저지선 열어줘" 마약 조직원 진술


    '순정' 필로폰을 대거 들여오려던 마약 조직을 붙잡았다는 경찰 발표가 시작이었습니다. 말레이시아와 중국, 한국 3개국 조직이 유기적으로 연합해 필로폰 74kg을 들여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말레이시아 조직원 6명이 여객기를 타고 약 80만 명 동시 투약분인 필로폰 24kg을 밀수해 왔다는 사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 명도 아닌 여러 명이, 몸과 옷 사이에 숨겨 인천공항의 보안 검색을 통과했다는 사실이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교차 취재를 통해 들은 사실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조직원들이 원래 가야 할 경로가 아닌 다른 경로로 입국장까지 수월하게 나왔고, 이 과정에서 세관 직원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주장한다는 겁니다. 당시엔 대면으로 세관 신고서를 제출하는 게 의무였는데요. 더군다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출발한 해당 여객기는 '검역 일제검사' 대상이었습니다. 세관 신고서를 제출한 전원이 검역 검사대로 향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거죠. 이 과정에서 조직원들이 입을 모아 "세관 직원이 저지선을 열어줘 입국장으로 곧장 빠져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만약 검역 검사대로 향했다면 적발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직원 한 명은 몸에 두른 마약으로 다리를 절며 걷고 있었고요. 한 명은 직원의 지시를 잘못 이해해 가방을 검사대에 올려두었는데도 "직원이 놀라더니 웃으며 입국장으로 내보내줬다"고 진술했습니다.
    [M피소드] 80만 명 분량 필로폰, 인천공항 세관 직원 도움으로 들어왔다?

    자료사진

    나아가 미리 메신저를 통해 세관 직원들의 사진을 교환하고, 말레이시아 총책으로부터 "세관 직원들이 편의를 봐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사전에 들었다고 조직원들은 말합니다. 경찰 현장검증을 통해 직원들의 얼굴을 보고 공통적으로 지목했다고도 하고요. 조직원들이 서로 다른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만큼 사전에 공모해 입을 맞췄을 가능성도 현저히 낮아 보입니다.

    ■ 압수수색 영장, 재신청 끝에 발부


    사람이 직접 마약을 들여오는, 이른바 '인편'은 국제 우편이나 특송화물보다 난이도가 높습니다. 검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경험적 증언을 넘어 통계로도 드러납니다. 관세청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마약류 밀수단속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밀수 경로는 국제우편 > 특송화물 > 여행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람이 마약을 들여오다 검거된 경우는 81건. 상반기 전체 325건의 약 25%였죠.

    그런 '인편 밀수'를 가능케 한 게 세관 직원의 도움이라니,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습니다. 먼저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부에 확인해봤습니다. "세관 직원이 신고서를 받고, 일제 검사 대상이라는 걸 인지해 검역 검사대 쪽으로 승객들을 보내야 한다"고 합니다. "승객들을 안내하는 건 세관의 고유 업무라, 검역본부에서 관여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항공사에도 물어봤습니다. "검역 일제 검사 대상 여객기에서 내린 승객이 세관 직원의 허가 없이 이탈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합니다.
    [M피소드] 80만 명 분량 필로폰, 인천공항 세관 직원 도움으로 들어왔다?

    자료사진

    최초 보도를 한 지 10여일이 지나고, 내사 단계였던 직원들이 피의자로 정식 입건됐습니다. 이미 직원들의 통신기록 조회는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 단서가 담겼을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이었습니다. 검찰 조직 개편으로 담당 부서가 바뀌거나, "범위가 넓다"며 검사가 영장을 반려하며 하루하루가 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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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말 경찰이 재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습니다. 경찰은 직원 일부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추가로 두 차례의 현장검증에 나섰죠. 지난 10일, 현장검증에 나선 이들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사복 형사들과 교도관들이 수갑을 찬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을 둘러싼 채였습니다. 경찰이 확보한 마약 유통 CCTV 영상 속에서 본 얼굴들이었습니다.
    [M피소드] 80만 명 분량 필로폰, 인천공항 세관 직원 도움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경찰은 다소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해당 구역은 세관이 관할하는 CCTV만 있는데, 이미 기한이 한참 지나 삭제됐다고 세관은 밝히고 있죠. 경찰이 대가가 오갔는지 조사할 수 있을 계좌 압수수색 영장도 검찰이 돌려보냈습니다.

    ■ '마약 밀수 조력' 의혹에 관세청 입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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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보도가 이뤄진 지난달 11일, 관세청과 인천공항세관은 해당 사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서면으로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습니다.

    "세관 자체적으로 확인해 본 바 여러 가지 정황상 개연성이 낮은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우리 청은 수사기관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 협조하여 해명 중에 있다. 관세청은 사회의 안전을 위해 국경 최일선에서 마약 밀수 단속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미확인된 사항에 대해서는 보도에 신중을 기해주시기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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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광효 관세청장 [자료사진]

    고광효 관세청장 역시 다음날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죠.

    "정황상 개연성은 낮아 보인다고 생각을 합니다. … 이게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한두 사람의 행동으로 마약밀수 단속에 허점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은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직원 조력' 의혹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어떻게 24kg의 마약이 공항 보안 검색을 그대로 통과했는지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자체 조사 결과 개연성이 낮다"지만, 어떤 연유에서 그렇게 판단했는지는 해명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인천공항 1·2터미널에 재발 방지를 위해 마약까지 탐지 가능하다는 보안 검색대를 확대 설치했다고만 밝혔죠.

    관세청의 '자체 조사'는 어떻게 이뤄진 걸까요?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정식 감찰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관세청의 공식 입장이 보도된 직후, 수사기관 역시 해당 자료를 세관에 참고차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하고요. 의혹을 받고 있는 직원 한 명은 현재 공항세관에서 관세청 본부로 인사 발령이 났는데, 경찰의 현장검증 동행 요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관세청 측은 "수사 결론이 나지 않은 만큼, 개개인의 경찰 조사 상황을 보고받거나 이에 개입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관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9월까지 수사기관이 관세청에 소속원을 수사하고 있다고 통보한 건 총 61명입니다. 음주운전과 같은 비교적 '경미'한 범죄부터 강제추행이나 흉기 협박까지, 다양한 죄목입니다. 같은 기간 관세청이 자체 비위 조사를 통해 징계 조치를 한 직원은 36명뿐입니다.
    [M피소드] 80만 명 분량 필로폰, 인천공항 세관 직원 도움으로 들어왔다?
    세관 직원들은 특정 부서의 경우 수사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약 범죄는 물론, 밀수 등 관세 사범에 대해 '특별사법경찰'로서 피의자 신문과 증거 수집 등의 권한을 행사하는데요. 1차 수사를 한 뒤 검찰에 넘기죠. 수사 공적을 홍보하기 위해 언론을 상대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브리핑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번 사안이 더 중하게 다가온 이유였습니다. 공식 입장에서 밝혔듯이, 관세청은 "사회의 안전을 위해 국경 최일선에서 마약 밀수 단속"을 하니까요.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단순 실수일지, 개인의 일탈일지, 지위를 악용한 사익 추구일지‥ 면밀한 수사는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내부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취재: 유서영 rsy@mbc.co.kr·송서영 shu@mbc.co.kr / 영상취재: 김승우·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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