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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제은효

[M피소드] '전기차 보조금'이 54억이나 줄줄?‥"위조 서류로도 거뜬했다"

[M피소드] '전기차 보조금'이 54억이나 줄줄?‥"위조 서류로도 거뜬했다"
입력 2023-12-01 08:06 | 수정 2023-12-0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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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피소드] '전기차 보조금'이 54억이나 줄줄?‥"위조 서류로도 거뜬했다"
    흰색 전기 중형 승합차 한 대가 서 있습니다. 내부를 들여다보니 회의실과 같은 모습입니다. 그런데 2020년 12월 중국에서 수입할 때는 이 차에 배터리가 없었습니다. 한 수입 업체가 전기차를 사면 정부가 주는 보조금을 가로채려고 들여왔기 때문입니다. 이 업체는 이렇게 배터리도 없는 차를 팔았다고 꾸며 정부 보조금을 받은 뒤, 수입 1년이 지나서야 배터리를 부착해 차량을 판매했습니다.

    ■ '배터리 없는 전기차' 팔았다며 1대당 보조금 5천~7천만 원 받아

    이 자동차 수입·제조 업체를 운영한 사람은 50대 남성 이 모 씨. 이 씨는 2020년 12월부터 1년간 중국에서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이 빠진 전기 중형 승합차 92대를 차체만 수입했습니다. 싼 가격을 주고 말입니다. 이후 대구시, 경기 김포와 용인시 등에 사업장을 둔 차량 특장업체 대표와 지인 등 35명과 공모해 차량을 판매한 것처럼 꾸몄습니다.
    [M피소드] '전기차 보조금'이 54억이나 줄줄?‥"위조 서류로도 거뜬했다"
    원래 정부와 지자체는 전기차를 구매할 때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판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소비자는 차량 가격에서 보조금을 뺀 금액만 내도록 하는 것이죠. 이들 일당은 바로 이 점을 노렸습니다. 껍데기만 있는 '미완성 차량'을 팔았다고 꾸민 뒤 판매자에게 제공되는 보조금을 받아 가로챈 겁니다. 이런 식으로 차량 한 대 당 가로챈 돈만 최소 5천만 원에서 최대 7천만 원. 그렇게 얻은 범죄 수익은 54억 원에 달했습니다. 특히 어린이 통학차량 등 중형 승합차가 보조금이 많다는 점을 노리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보조금법 위반과 사기 혐의를 적용해 주범 이 씨를 구속 상태로, 공범 35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또, 범죄 수익 40억 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 신청하고, 환경부와 지자체에 보조금 환수를 요청했습니다.

    ■ "서류 검토만 통과해도 전기차 보조금 지급"

    당장 '정부 보조금이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된다고?'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를 해보니, 일단 정부와 지자체에서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차량 매매 계약서, 계약자 등본과 구매지원 신청서, 차량 등록증 등이 필요합니다. 이들은 이런 서류들을 위조해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공범의 명의로 등본과 신청서, 계약서를 준비했고, 허위 서류로 차량을 등록해 등록증도 마련했습니다.

    자동차 관리법에 따라 자동차 제작사는 스스로 기준 적합 여부를 인증해 자동차 제작증을 발급할 수 있다는 것을 악용했습니다. 이 씨가 자동차 제작사 대표이기도 한 만큼, 이들은 직접 자동차 제작증을 만들 수 있었던 겁니다.
    [M피소드] '전기차 보조금'이 54억이나 줄줄?‥"위조 서류로도 거뜬했다"
    결정적으로, 차량등록사업소에서 차량을 등록할 때 사실상 실물을 면밀히 점검하지 않는다는 점, 이게 가장 큰 빈틈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허위 제작증으로 차량을 등록하고,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세금계산서도 위조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활성화된 '비대면' 업무까지 범행에 활용했습니다. 해당 서류들을 온라인으로 냈더니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겁니다.
    [M피소드] '전기차 보조금'이 54억이나 줄줄?‥"위조 서류로도 거뜬했다"
    ■ 보조금만 가져가고 '차량 방치'‥환경부에도 걸리지 않아

    이들 일당은 보조금 편취에 쓰인 차량은 대구, 경기 김포와 용인, 평택 등 창고에 방치했습니다. 취재진은 어제 경기 김포에 있는 한 업체를 찾아가봤는데요. 보조금 편취에 사용된 후 판매됐다가 사고가 난 차량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습니다. 현행 제도상 보조금으로 구매한 전기차는 최소 2년간 무조건 운행을 해야 하거든요. 의무 운행 기간을 채우지 않을 경우 보조금을 되돌려줘야 하지만, 차량 구매자가 스스로 '방치'를 결정하고 2년이 흐르면 의무 기간을 수행한다고 보기 때문에 이들의 범행은 발각될 수 없었습니다.
    [M피소드] '전기차 보조금'이 54억이나 줄줄?‥"위조 서류로도 거뜬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의 부정 수급을 처음으로 적발한 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경찰은 같은 유형 범죄를 막기 위해 실물 차를 확인해야 전기차를 등록할 수 있고, 보조금을 지급한 뒤 실제 운행 여부를 확인하도록 관계기관에 제도개선을 건의할 방침입니다.

    이렇게 전기차 보조금이 줄줄 샐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주무부처인 환경부도 깜짝 놀랐겠죠. 즉각 설명자료를 내고 대응에 나섰습니다. 우선 부정 수급한 것으로 확인된 보조금을 즉시 환수하기로 했고요. 또 부품이 없는 차량을 완성차로 위장해 보조금을 받은 사실이 있는 사람이 향후 수입하는 모든 차량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명의를 대여한 사람에게도 보조금을 주지 않을 방침입니다. 앞으로 수입·제조사가 차량 신규등록을 대항할 때, 보조금 지급 전에 지원 대상 차종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겠다고 뒤늦게 밝혔습니다.

    영상 취재: 남현택 이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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