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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송정훈

[M피소드] 차가 와도, 사람이 불러도 '고요'‥도로 위 '노이즈캔슬링' 괜찮을까?

[M피소드] 차가 와도, 사람이 불러도 '고요'‥도로 위 '노이즈캔슬링' 괜찮을까?
입력 2023-12-02 07:58 | 수정 2023-12-1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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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피소드] 차가 와도, 사람이 불러도 '고요'‥도로 위 '노이즈캔슬링' 괜찮을까?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의 한 대학가 이면도로. 많은 보행자들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거나 헤드폰을 쓰고 있습니다. 인근의 다른 대학가에서도 이런 보행자들은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M피소드] 차가 와도, 사람이 불러도 '고요'‥도로 위 '노이즈캔슬링' 괜찮을까?
    그런데 보행자 바로 뒤로 차량이 다가와도 알아채지 못하고, 아슬아슬하게 사람을 빗겨가는 아찔한 상황도 목격됩니다.

    이런 보행자들, 뒤에서 따라가며 불러봐도 못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M피소드] 차가 와도, 사람이 불러도 '고요'‥도로 위 '노이즈캔슬링' 괜찮을까?
    이들이 쓰고 있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은 대부분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노이즈 캔슬링'이라고 부르는 주변 소음 차단 기술은 주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말합니다. 이어폰이나 헤드폰 외부에 달린 마이크에서 외부 소음을 감지하면, 이와 반대되는 파형을 발생시켜 이를 상쇄하는 기능이죠. 시끄러운 주변 소리에 방해받고 싶지 않거나, 감상하는 콘텐츠에 몰입하고 싶을 때 매우 효과적인 기술입니다.

    "차 소리가 시끄러워서 주로 끼는 편이고요.", "노래가 더 잘 들리니까. 방해받지 않고 음악을 잘 들으면서 가고 싶어서".

    저마다 찾는 이유는 다르지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갖춘 이어폰이나 헤드폰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시장조사기관인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는 2021년 약 130억 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시장이 2031년에는 4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노이즈 캔슬링'. 분명 유용한 기능이지만, 이를 사람과 차량이 함께 다니는 도로에서 사용한다면 위험할 게 뻔해보입니다.

    ■ 직접 실험해보니


    사람과 차량이 뒤섞이는 골목길 이면도로나 횡단보도에서 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과연 어떻게 작용할까요? 도로교통공단과 실험을 진행해봤습니다. 실험 참가자 3명이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갖춘 이어폰과 헤드폰을 착용하고 서있다가 차량이 뒤에서 다가오는걸 알아채면 손을 드는 방식입니다.

    차량을 인지한 시점에 차량과 사람의 거리를 측정해봤습니다. 비교를 위해 1)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켰을 때, 2)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껐을 때, 3) 노이즈 캔슬링과는 반대로 주변 소리를 더 잘 듣게 해주는 '주변음 허용 모드'를 켰을 때의 3가지 경우를 실험해봤습니다. 실험에 사용한 차량은 엔진 소음이 크다고 알려진 경유 차량과 비교적 조용한 전기차 2종류였습니다.
    [M피소드] 차가 와도, 사람이 불러도 '고요'‥도로 위 '노이즈캔슬링' 괜찮을까?
    □ 먼저 경유 차량.

    귀를 완전히 덮는 헤드폰의 경우,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켜면 실험자 3명 모두 차량이 바로 옆에 다가와도 전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끄면 3명 모두 적어도 1미터 밖에서는 차량을 인지했고, 주변음 허용 모드까지 켰을 때는 평균 3.6미터 밖에서 다가오는 차량을 알아차렸습니다.
    [M피소드] 차가 와도, 사람이 불러도 '고요'‥도로 위 '노이즈캔슬링' 괜찮을까?
    이어폰을 낀 실험자들은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켜면 평균적으로 차가 0.8미터 뒤까지 다가왔을 때에야 차량을 인지했습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만 꺼도 평균 4.6미터 밖에서 손을 들었고요, 아예 주변음 허용 모드를 켰을 때는 평균 8.7미터 밖에서도 차량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M피소드] 차가 와도, 사람이 불러도 '고요'‥도로 위 '노이즈캔슬링' 괜찮을까?
    [M피소드] 차가 와도, 사람이 불러도 '고요'‥도로 위 '노이즈캔슬링' 괜찮을까?
    □ 다음은 소음이 거의 없는 전기차.

    실제로 전기차는 소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국토교통부 시행령에 따라 시속 20킬로미터 이하의 주행상태에선 소음을 강제로 발생시키게 돼있습니다.
    [M피소드] 차가 와도, 사람이 불러도 '고요'‥도로 위 '노이즈캔슬링' 괜찮을까?
    실험장에서 실제로 평균 시속 10킬로미터 미만으로 주행하는 차량의 소음을 측정해보니 약 65dB 정도가 나왔습니다. 일상적인 대화 수준의 소음입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쓰고 있으면 이 전기차가 다가오는 걸 인지할 수 있었을까요?

    실험 결과, 헤드폰을 낀 참가자들은 노이즈 캔슬링을 켜면 차량이 다가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노이즈 캔슬링을 끄면 평균 0.3미터 밖에서 차량을 인지했고, 주변음 허용 모드에서야 1.4미터 밖에서 차량의 소리를 듣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어폰을 끼면 노이즈 캔슬링 모드에선 2명이 차량을 인지하지 못했고 단 1명의 참가자만 0.1미터 밖에서 차량을 인지했습니다. 노이즈 캔슬링을 끄면 0.7미터, 주변음 허용 모드를 켜면 1.6미터로 차량을 인지한 거리는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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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험장 밖에서라면?


    여러 조건이 잘 통제된 실험상황과 달리 실제 도로 환경은 훨씬 복잡하죠. 차량의 소음 말고도 주변 사람들의 말소리, 가게의 음악 소리 등이 뒤섞이면 이어폰을 낀 보행자가 다가오는 차량을 인지하긴 쉽지 않습니다. 노이즈 캔슬링을 켰다면 더욱 어려울 겁니다. 게다가 골목길 교차로 옆에서 차량이 온다면, 차량이나 건물에 가로막혀 시야까지 차단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합니다.

    해외에선 이런 사고도 있었습니다. 지난 5월 미국 뉴욕주에서 한 청소년이 헤드폰을 낀 채 기찻길을 건너다 기차에 치여 숨진 겁니다. 차량보다 크고 시끄러운 기차에도 사고가 벌어진다면, 도로에서는 더욱 안심할 수 없겠죠.
    [M피소드] 차가 와도, 사람이 불러도 '고요'‥도로 위 '노이즈캔슬링' 괜찮을까?

    미국 기차 사고 보도 영상

    ■ 전문가들 의견은?


    이세원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보행 중 이어폰이나 헤드폰 사용은 청각 정보를 차단하기 때문에 주변 상황 인식을 방해하고, 돌발 상황에 대한 반응이 늦어져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보행 중 이어폰이나 헤드폰 사용이 위험하다는 걸 인지하는 건데, 불가피하게 도로에서 사용하더라도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주변음 허용 모드'를 사용하라고 권합니다.

    걷다보면 도로에서 들리는 소음이 시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죠. 남들이나 주변 소리로부터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고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는 도로에서 주변 소음을 멀리할수록,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속도도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변 소음을 차단해주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 유용하게 사용하되, 도로에서만큼은 모두의 안전을 위해 주변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면 어떨까요.

    (영상취재: 김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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