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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차현진

[M피소드] "고3이야? 전반적으로 템포가 좋네"‥어느 음대 교수의 '수상한 과외'

[M피소드] "고3이야? 전반적으로 템포가 좋네"‥어느 음대 교수의 '수상한 과외'
입력 2023-12-29 09:01 | 수정 2023-12-2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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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피소드] "고3이야? 전반적으로 템포가 좋네"‥어느 음대 교수의 '수상한 과외'
    ■ 실기 시험 직전, 평가 위원의 '개인 레슨'?‥교육부 경희대 음대 교수 조사 착수


    지난 2021년 1월, 피아노를 앞에 두고 선생과 제자가 만났습니다.

    장소는 서울 동대문구의 선생님 자택이었습니다.

    [선생님]
    "그러니까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인 거야? 쭉 해봐"


    [제자]
    "네"


    -지난 1월 서울 동대문구 아파트(녹취록)-



    5분 동안 이어진 학생의 피아노 연주. 곡은 헝가리 태생의 미국 음악가 도흐나니의 '여섯 개의 연주회용 연습곡'이었습니다.

    감상을 마치자마자 선생님은 제자에게 곧바로 조언해줍니다.

    [선생님]
    "전반적으로 좋고 템포(박자)도 좋은 거 같다"

    "도흐나니는 내 생각엔 네가 약간 빠른 축인 거 같거든. 근데 그래서 좋아."


    -지난 1월 서울 동대문구 아파트(녹취록)-



    곡 평가뿐만 아니라, 입시와 관련된 학생 성적도 물어봅니다.

    [선생님]
    "네가 입시평가회에서는 점수가 어떻게 나와?"

    "너 수시는 안 봤었니?"


    -지난 1월 서울 동대문구 아파트(녹취록)-



    고등학생에게 과외를 해준 의혹을 받는 사람은 다름 아닌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피아노과 교수. 학원법 제3조는 '대학교수를 포함한 교원의 과외 교습'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교수가 이를 어기고 고등학생을 개인 교습해준 정황이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긴 겁니다.

    교수는 이날에만 도흐나니 곡뿐만 아니라, 2021학년도 경희대학교 피아노과 실기 곡으로 지정된 3곡을 과외수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심지어 이 교수는 1월 중순에 있을 경희대학교 피아노과 '정시 실기고사' 평가위원이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즉 자신이 평가해야할 곡을 미리 과외수업해준 셈입니다.

    관련 제보를 접수한 교육부도 조사에 나섰습니다.

    교육부는 교수가 개인 교습을 해주고 학생들에게 수십만 원의 현금을 받은 걸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사교육입시비리대응팀은 "신고 내용에 대해 증빙 자료를 추가로 접수하는 등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취재진은 해당 교수에게 전화와 문자로 거듭 입장을 물었지만, 끝내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다만 교육부 현장 조사에서 관련 의혹을 대부분 부인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M피소드] "고3이야? 전반적으로 템포가 좋네"‥어느 음대 교수의 '수상한 과외'
    ■ 숙대 이어 서울대도‥잊을만하면 '또' 음대 입시비리


    지난 12일 서울대학교 성악과 사무실과 입학본부 등에 경찰이 들이닥쳤습니다.

    '2022년학년도 서울대 성악과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 입학 서류 등을 확보하기 위해섭니다.

    동시에 당시 실기 시험 외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가천대·강원대·울산대 소속 교수를 입건하고, 사무실과 자택 등도 압수수색했습니다.

    또 이 교수들의 추천권을 갖는 당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학과장도 수사 선상에 올렸습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0월 숙명여대 성악과에서도 비리 의혹을 포착하고 강제 수사에 나선 바 있습니다.

    서울대와 숙대 두 사건의 내용은 매우 비슷합니다.

    입건된 브로커가 학생과 교수를 연결해주고 교습해준 교수는 실제 시험 현장에서 연주를 펼치는 과외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식입니다.

    평가는 블라인드로 진행되지만, 전문가들은 곡의 한 소절만 들어도 단번에 이 학생이 누군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서울의 한 대학 성악과 교수/서울대 입시 비리 최초 제보자]
    "같은 곡을 불러도 그 사람의 음색이 다를 수도 있고‥가사에 대한 악센트도 다를 수 있고‥자기가 가르친 학생의 음색을 기억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최근 법원은 불법 과외 혐의를 받는 연세대학교 피아노과 교수에게 "음대 입시 실기시험 전반에 관한 공정성이 크게 의심받게 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음대 '입시비리'. 취재진에게 제보해 온 학생, 학부모, 교수 모두 입시비리가 '공공연한 일'이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학생]
    "교수 과외가 있다는 소문은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파다했고, 암암리에 많은 대학교 교수들이 그렇게(과외)를 하고 있는 걸로 알아서"

    [서울의 한 예술고등학교 학부모]
    "OO예술고등학교 음악부장이 OO대학교 교수와 친해서 아이들 과외를 연결하고, 뒷돈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서울의 한 음악대학 교수]
    "브로커로부터 학생을 소개받아 레슨을 하면 시간당 많게는 30만 원 넘게 챙길 수 있다."


    개인 레슨 내역, 입시자료 등을 수년 치 확보한 경찰은 입시 비리 수사 대상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경찰관계자는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대상자들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며 "다른 대학으로 수사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입시비리에 연루된 교수와 학생 수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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