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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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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피소드] '보행상 장애가 심한 장애인'?‥없는 개념으로 장애인 콜택시 이용 거부한 서울시

[M피소드] '보행상 장애가 심한 장애인'?‥없는 개념으로 장애인 콜택시 이용 거부한 서울시
입력 2023-12-31 09:07 | 수정 2023-12-3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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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피소드] '보행상 장애가 심한 장애인'?‥없는 개념으로 장애인 콜택시 이용 거부한 서울시
    대중교통으로는 이동하기 어려운 교통약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장애인 콜택시'. 그런데, 자격이 충분한데도 관할 지자체에서 거부를 해, 이용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M피소드] '보행상 장애가 심한 장애인'?‥없는 개념으로 장애인 콜택시 이용 거부한 서울시

    황덕현 씨

    '경추척수증'을 진단받아 보행기나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어려운 황덕현 씨. 서울에 살고 있는 황 씨는 지난 2020년 장애인 콜택시 이용을 거부를 당했습니다. 황 씨는 자신의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약 2년간 법적 공방을 벌여야 했습니다.

    ■ "보행상 장애가 '심한' 장애인"?

    국토교통부는 장애인 콜택시를 비롯한 특별교통수단의 이용대상자 자격을 3가지로 정했습니다.

    <'장애인 콜택시' 이용대상자>
    "보행상의 장애인으로서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서 버스·지하철 등의 이용이 어려운 사람"

    -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제6조



    황덕현 씨는 세 가지 자격을 모두 갖췄습니다. 보행상 장애라고 판정받았고, 종합장애도 '심하다'고 분류됐으며, 보조기가 있어도 이동이 어려우니 대중교통은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서울시 측은 황 씨 하체의 장애 정도는 '심하지 않다'는 세부 판정 내역을 근거로 들며 이용을 거부했습니다. 종합 장애가 아닌, 상지기능과 하지기능의 장애 기준을 구분해서 본 겁니다. 그러면서, 하지기능의 장애가 경증이니 '보행상 장애가 심하지 않다'는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보행상 장애가 심해야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보행상 장애가 심하지 않다'는 건 존재하지 않는 개념입니다. 장애를 판정하는 보건복지부는 보행상 장애는 '있다'와 '없다'로 구분될 뿐 증세의 심각성은 따지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애초에 보행상 장애는 '심하다'거나 '심하지 않다'고 분류할 수 없는 겁니다. 게다가 하지기능 장애 정도와 보행상 장애 유무는 별도로 판정돼, 두 조건의 연관성을 마음대로 해석해서도 안됩니다.
    [M피소드] '보행상 장애가 심한 장애인'?‥없는 개념으로 장애인 콜택시 이용 거부한 서울시

    보건복지부 답변

    이러한 자의적 해석에 대한 근거는 바로 국토교통부의 답변이었습니다.
    [M피소드] '보행상 장애가 심한 장애인'?‥없는 개념으로 장애인 콜택시 이용 거부한 서울시

    국토교통부 공문

    서울시의 질의에 대한 국토부의 답변엔 보행상 심한 장애인이 자격 조건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기준을 만든 국토부에서조차 '없는 개념'을 자격 삼은 겁니다.

    그렇다면 국토부의 입장은 어떨까. 돌아온 답변은 '책임 회피'였습니다.

    "승인을 하고 이렇게 하는 것은 지자체의 권한인 거예요. 지자체마다 이용 대상자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와의 통화 (2023년 8월)



    장애 판정 기준은 보건복지부가, 장애인 콜택시 이용대상자 기준은 국토교통부가, 이용대상자 선정은 지자체가 합니다. 복지부에서 내지도 않은 장애 판정 기준을 두고 국토부와 서울시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었습니다.

    ■ "위법하지만 잘못은 안했다"는 1심 재판부

    하지만 황 씨는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잘못된 해석으로 황 씨에게 피해를 입힌 게 '과실'이나 '장애인 차별'로 보긴 어렵다는 겁니다.

    "피고 서울시설공단이 원고의 장애인콜택시 이용신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나, (...) 공무원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 손해배상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서울중앙지법 제26민사부 1심 판결 中 (2022년 12월)



    재판부는 그러면서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이용자들의 범위를 어느 정도 제한하는 것은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효율'을 인정해준 1심 재판부는 정작 '차별'에 대해서는 박했습니다.

    결국 황 씨는 항소하면서 또다시 싸움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애인 콜택시는 여전히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M피소드] '보행상 장애가 심한 장애인'?‥없는 개념으로 장애인 콜택시 이용 거부한 서울시

    황덕현 씨

    ■ 같은 조건, 다른 결정

    황 씨가 2심을 진행하는 사이, 비슷한 상황에 놓인 또다른 장애인이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홍 모 씨 또한 보행상 장애를 가진, 종합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었습니다. 장애 판정 기준상 황 씨와 같은 조건이죠.

    홍 씨는 지난 4월 장애인 콜택시 이용을 거부당했습니다. 서울시 측이 이번에 내놓은 사유는 "반드시 보호자를 동반해야 한다"는 규정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황 씨 때와 같은 논리를 추가로 펼쳤습니다. 홍 씨의 보행상 장애가 심하지 않다는 겁니다.

    홍 씨는 소송과 함께 차별행위 중지 임시조치를 신청했습니다. 소송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게 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재판부는 홍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법이 '보행상 장애가 심해야 한다'고 자격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며, 홍 씨가 콜택시 이용 대상자라고 못박았습니다. 또 거부의 주된 이유가 됐던 '보호자 동반'에 대해서는 돌발행동 우려가 없는 지적 장애인에게도 일률적으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고 명시했습니다.

    황덕현 씨의 1심 재판부와는 사뭇 다른 판단이었습니다. 그렇게 홍 씨가 낸 임시조치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홍 씨는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장애인 콜택시를 탈 수 있게 됐습니다. 본안 결과는 아니었지만, 의미있는 결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 결국엔 승소‥"장애인 차별"

    이후 이어진 황덕현 씨의 항소심. 2심 재판부는 황 씨 편에 섰습니다. 가장 쟁점이 됐던 '보행상 장애'의 경중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명확했습니다.

    "어디에서도 '심한' 보행상 장애와 '심하지 않은' 보행상 장애를 구분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으므로, 결국 관련 법령상 '보행상의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 2심 판결 中 (2023년 12월)



    황 씨가 당한 콜택시 이용 거부 결정이 차별이라고도 판단했습니다. 장애인콜택시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한, 교통약자가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겁니다.

    "공공기관 등은 장애인이 (...) 자신의 권리를 보호·보장받기 위하여 필요한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 장애인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 제1항



    담당 공무원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1심의 판결도 뒤집혔습니다. 서울시 측에서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담당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고 증명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렇게 재판부는 서울시 측이 황 씨에게 3백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황 씨는 기쁨도 잠시, 걱정이 앞섰습니다. 장애인 콜택시를 대폭 늘리지 않는 이상, 또다른 교통약자가 소외받을 것이라는 우려였습니다.

    "거꾸로 (콜택시 대수를) 늘릴 생각을 해야지, '대수가 적기 때문에 너는 타지 말아라'‥"

    -황덕현 씨와의 인터뷰 (2023년 12월)



    황 씨 측은 이러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선 장애인 콜택시 이용자 기준에 대해 보다 명확한 해석이 필요하다며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교통약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특별교통수단, 그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지금 장애인들이 싸우고 있는 건 이동권에 대해서 싸우는 거지, 모든 생활이 교통 빼고는 얘기가 안 되잖아요. 저는 기본적인 걸 얘기를 하는 거예요."

    -황덕현 씨와의 인터뷰 (2023년 8월)


    [관련 보도]

    1. [제보는 MBC] "걷지 못하는데 '장애인 콜택시' 못 타게 해"‥서울시와 법정 공방 2라운드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14684_36199.html

    2. "보행 장애 심하지 않아도 장애인 콜택시 탈 수 있어야"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56075_36199.html

    취재기자 : 김세영 유서영
    영상취재 : 장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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