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이 운영하는 '든든어린이집'에서 일하는 교사들이었습니다.
든든어린이집이란 서사원이 장애아동, 다문화가정 아동, 심야시간대 취약 보육을 위해 설치한 공공 어린이집입니다.서울시 7개 구(노원구, 서대문구, 중랑구, 은평구, 영등포구, 송파구, 강동구)에 지난 2020년 설치됐습니다.
이들이 왜 거리를 나왔을까.
바로 서울시가 이 사업을 민간으로 넘기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 송파구 든든어린이집이 시작이었습니다.
'경영 혁신'이 그 이유였습니다.
또 "민간 영역과 업무가 겹친다"는 이유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민간에 맡겨질 경우 공공 보육이라는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었습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MBC가 지난해 11월, 보도해 드린 바 있습니다.
[집중취재M] '취약보육' 민간에 넘기겠다?‥무늬뿐인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39757_36199.html
■ 서울시, 파업 시작 전부터 대체 인력 검토?
보육교사들의 파업은 11월 13일까지 2주 동안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다른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보육교사들을 대신할 대체 인력 투입 논란입니다.
당시 서사원 노초 측은 서울시가 대체 인력 파견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보육 공백을 대비한다는 명목이었습니다.
파업을 명분으로 사용자 측이 무조건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에 해당됩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43조 1항은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일방적인 민간 위탁 결정 조치에 '극약 처방'으로 결정된 파업이지만, 보육 현장 공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보육교사들은 파업 기간 동안 업무에 손을 완전히 놓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파업이 진행되는 2주 동안 든든어린이집 6개소 중에서 휴원을 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노조 측은 파업 돌입 전에 학부모들에게 양해 공지를 올렸다고도 말했습니다.
보육 공백이 없을 순 없지만 학부모의 수요 등을 고려했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MBC는 이같은 대체인력 투입 시도가 사실인지 확인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사실임을 확인했습니다.
서사원 사측과 서울시는 경영 혁신안을 두고 진통이 계속되자 파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대체인력 파견을 준비해 온 겁니다.먼저, 서사원 측이 파업 시작 닷새 전인 10월 25일에 서울시로 올려보낸 공문서입니다.
수신자는 '서울특별시장'과 '복지정책과장'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파업이 예정되어 있어 대체 보육 교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파업 기간에 대체 인력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당 자치구 및 육아종합재가센터 등에 협조 요청"이라고 적혀 있습니다.이 공문을 접수받은 서울시도 그다음 날부터 조치에 나섭니다.
MBC가 입수한 공문을 보면 서울시의 로고가 선명하고 하단에 '영유아정책팀장'과 '영유아담당관'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수신자는 '중랑구청장'인데, '수신자 참조'라고 적혀 있어 이 문서를 받은 곳이 한 군데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참조 수신자는 누구일까.MBC가 단독 입수한 자치구별 문서 수신현황 목록입니다.
문서 제목은 '어린이집 관련 업무 협조 요청', 발송자는 '영유아담당관, 서울특별시장'입니다.
수신기관은 모두 7개, 수신자는 든든어린이집이 위치한 자치구들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처리일시는 10월 26과 27일로 각각이지만, 처리상태는 모두 '접수'로 확인됩니다.
즉, 서울시 담당자가 각 자치구에 파업 기간 중 대체 인력 파견을 요청한 것이 문서상으로 확인된 겁니다.
실제로 은평구는 대체 인력을 든든어린이집 보육 현장에 파견했습니다.
■ "피해는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vs "대체인력 파견은 불법"
이 모든 조치는 서사원 노조의 본격적인 파업일 이전부터 이뤄졌습니다.
보육교사들이 파업에 실제로 나서기도 전에 대체인력부터 물색한 겁니다.
물론 파업 시 대체 인력 투입이 가능한 '필수 직종'이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조합법 43조 3항에서 대체를 허용하는 필수 직종에 '영유아 보육'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16조 1항에도 "파견사업주는 쟁의행위 중인 사업장에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근로자를 파견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이 명확히 적혀 있습니다.
이 사실을 접한 서사원 노조가 서사원 담당 부서에 진위를 묻자, 담당자는 "법 위반 소지가 있음을 몰랐다",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서사원 노조 측은 지난 11월 8일, 서사원 원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전 서울시 복지기획관 조 모 씨 등을 상대로 고용노동부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노동 분야 전문가들은 대체인력 파견 요청의 위법 여부를 알았든 몰랐든,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파업 시작 전부터 대체인력 파견 업무를 공식 진행한 경위를 묻는 MBC 질문에 서울시 관계자는 "파업으로 인한 보육 현장 공백의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가게 되니,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보육 현장에선 하루라도 돌봄 공백이 생기면 학부모들에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공공 보육의 책무를 다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물밑에서 진행된 합의 시도‥보육 갈등 지속엔 양측 모두 부담
보육 현장에서 파행이 계속되는 건 분명 서사원 노조와 서울시 모두에 부담입니다.
파업이 끝난 지난 11월 이후, 서사원 노조 측과 서사원은 물밑에서 합의를 위한 대화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고용노동부에서 심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양측 모두 책임을 짊어지게 됩니다.
노조 측은 본인들의 파업이 '불법 파업'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서사원 측은 대체 인력 파견 결정이 아이 돌봄 인력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MBC 취재 결과, 양측은 다음 주 초쯤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보육 문제를 두고 법적 공방을 길게 끌고 가는 것에 현실적인 부담감이 따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시는 서사원 폐지가 아니라 경영 혁신을 통한 조직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 도마 위에 오른 서사원 예산‥그럼에도 "공공이 해야 할 일" vs "대체인력 파견은 불법"
서사원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담당하는 출연금 액수를 줄여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3년도의 경우, 당초 서사원에서 한 해 동안 필요하다고 추산한 210억 원에서 최종 68억 원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서사원이 올해에는 148억 원이 필요하다며 서울시에 제출했지만, 시는 100억 원으로 깎았습니다.
작년에 비해서는 소폭 늘어났지만, 서사원 보육 사업들을 지속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액수입니다.
2022년 만해도 서울시 출연금은 188억 원 규모였습니다.
서울시는 여전히 조직 비대화, 불필요한 비용 지출 등에 따른 '경영 혁신'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서사원이 서울시 산하 기관임은 사실입니다.
경영 차원에서 효율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합당한 의견입니다.
하지만 민간 부문에서 다루기 어려운 취약 보육을 공공에서 전담한다는 취지는,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 정책에 부합합니다.
지난 11월 MBC 뉴스 리포트에 나온 한 학부모의 인터뷰로 끝맺음합니다.
"야간 보육해 주시는 거, 그리고 장애아 보육해 주시는 거, 민간에서는 꺼려하는 보육이거든요. 그걸 저희 (든든)어린이집이 나서서 감당을 해주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게 바로 공공이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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