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을 맡아 7개의 유망구조를 도출해냈다는 '액트지오'에 대한 신뢰성, 또 경제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발표한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이 계속됩니다. 일부의 지적처럼 과학의 영역에 정치가 끼어든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정치의 영역에 과학이 끼어든 것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논란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우리가 면밀히 살펴봐야 할 의문을 정리해봤습니다.
① '액트지오'와 아브레우 박사는 믿을 수 있나?
석유공사는 아브레우 고문이 세계 최대 석유 회사인 '엑슨 모빌' 출신에 심해 탐사 경험이 많은 컨설턴트라고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견된 심해 유전인 남미의 '가이아나' 광구 분석을 이끌었다는 경력도 부각했습니다.
문제는 석유공사가 '석유개발 서비스 회사'의 '빅3'로 불리는 '슐럼버거', '할리버튼', '베이커 휴즈'를 모두 접촉해놓고도 왜 결국은 1인 기업에 가까운 '액트지오'를 선택했냐는 겁니다. 석유 탐사와 분석, 그리고 개발까지 담당하는 '빅3' 업체는 우리에겐 친숙하지 않지만, '슐럼버거'의 경우 한 때 시총이 삼성전자와 맞먹을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MBC 취재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이 세 회사에 모두 울릉분지 탐사 결과 분석 용역에 입찰 의사를 타진하기 위해 2022년 11월 미국 휴스턴 본사에 찾아가 접촉했고, 이 가운데 '슐럼버거'와 '할리버튼'은 실제 응찰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무엇을 근거로 '빅2'를 제치고 '액트지오'를 뽑았는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입찰 당시 아브레우 고문의 사무실이자 자택을 직접 찾아갔던 동해탐사팀장 A 씨의 인물 관계도 역시 논란이 됐습니다. 아브레우 고문은 미국 텍사스 대학의 '데이비드 모릭' 교수와 함께 논문을 펴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동해탐사팀장 A 씨는 모릭 교수로부터 수년 간 가르침을 받은 제자로 확인됐습니다. 또 '액트지오'의 분석 결과를 검증한 전문가 집단에 모릭 교수도 포함됐고, 이 전문가 집단은 팀장 A씨와 논문으로 얽힌 사이라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즉, '액트지오'를 선택한 이유가 '학연'에 있지 않냐는 겁니다. 서로 잘 알고 있는 사이기 때문에 다른 대형 업체들보다 '개발 가능성'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을 가능성이 있지 않냐는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아브레우 고문의 전공인 '순차 층서학'이 '액트지오'를 선택한 이유라고 설명합니다. '순차 층서학'은 1970년대 말 미국 석유기업 '엑슨'의 학자들이 개발한 방법으로, 해수면의 변동에 따라 심해퇴적 양상이 변화하는 것을 해석하는 학문이라고 보면 됩니다. 다른 회사들도 이런 분석을 하긴 하지만, 아브레우 고문만큼 경험이 풍부하지 않고 관련 전문가도 '액트지오'에 더 많았다는 겁니다. '해석'의 영역인 만큼 '회사의 크기'보다는 '경험의 크기'가 중요했다는 겁니다.
석유공사는 '순차 층서학'이라는 학문이 우리나라 동해같이 짧은 대륙붕과 가파른 대륙사면을 가진 지형을 해석하기에 '적절하다'고 봤습니다. 잠시 과학적인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석유나 가스가 저장돼 있으려면 모래의 퇴적으로 만들어진 '저류층'이 있어야 하는데 심해에는 모래가 쌓일 일이 잘 없습니다. 퇴적물이 바다로 이동하는 동안 퇴적물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보통 '머드'가 쌓이게 되는게 보통이겠죠. 그런데 해수면이 낮아지거나 지진이 발생할 때 대륙붕에 쌓인 모래가 한번에 대륙사면을 타고 대륙대로 내려가게 되는데, 그 때 심해에도 모래가 쌓일 수 있고 이런 퇴적을 '저탁류 사암'이라고 합니다. 아브레우 고문은 기자회견에서 이런 동해의 지형이 110억 배럴의 석유가 묻혀있는 '가이아나'와 비슷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동해에서 '저탁류 사암'을 발견한 것은 아브레우 고문이 처음은 아닙니다. 석유공사는 2019년 호주의 석유 개발 업체 '우드사이드'와 조광권 연장 계약을 하면서 "심해 퇴적층의 존재를 확인했다"는 언급을 했는데요, 이것이 바로 '저탁류 사암'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저탁류 사암'의 존재를 우드사이드도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심해 석유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저탁류 사암'을 확인하고도 '우드사이드'는 과감히 철수한 건데요, 도대체 왜 그랬던 걸까요?
② '우드사이드'와 '액트지오'의 해석은 무엇이 달랐나?
그런데 지난 2022년 3월, 우드사이드는 돌연 철수 의향을 밝힙니다. 석유공사 설명으로는 우드사이드가 당시 영국 석유 업체 BHP와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었다고 합니다. 우드사이드는 BHP와 합병을 위해 지난 2022년 4월 각 사의 자산가치 등을 평가한 보고서를 만듭니다. 베이커 휴즈의 자회사인 '가프니 클라인'이 두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를 맡았습니다. 한국 파트는 단 두 단락입니다. '대게(Daege)'와 ‘집게(Jibgae)’라는 한국말이 나와 있는데요, '유망구조'로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잠재구조'라는 뜻의 'Lead'라는 단어로 표현돼 있습니다. '잠재구조'는 '유망구조'로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잠재적으로 유망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망구조'가 되기에는 추가적인 데이터나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대게'와 '집게'가 '유망구조'로 발달할 확률은 각각 75%와 25%로 분석했습니다.
게다가 '가프니 클라인'은 동해에 대한 투자가 '비용 대비 마이너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시추 비용이나 추가 탐사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그다지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 것이죠.
석유공사는 처음에는 우드사이드가 8광구과 6-1광구 북부를 3D 물리 탐사를 해놓고도, 이 데이터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석유공사의 이런 해명에 대해선 좀 더 들여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대게'와 '집게'를 해석하기 위해 2008년 2D데이터와 2014년 3D 데이터, 또 2021년 3D 탄성파 데이터도 함께 해석에 활용했다고 명시했기 때문이죠. 아무리 합병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몇 백억을 투자해 얻은 새로운 자료를 우드사이드가 제대로 검토도 하고 나가지 않았다는 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MBC 취재 결과 우드사이드가 마지막까지 검토하던 이 두 곳이 이번에 발표된 7개의 '유망구조'에 포함됐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처음에는 '7개의 유망구조를 '새롭게' 도출했다'고 하더니, 결국 '우드사이드'가 주목하고 있었지만 석유나 가스가 묻혀있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던 지역을 다시 들여다본 셈입니다.
그렇다면 '액트지오'는 무엇이 달랐길래 해석이 이렇게 달라진 걸까요? 석유공사는 2022년 우드사이드 철수 직후 쉬어워터(Shearwater)사와 함께 6-1광구 중동부에 3D 물리 탐사를 실시했고, 천해에 해당하는 대륙붕 지역에 대한 데이터도 '액트지오'에 추가로 제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한정돼 살펴보던 '우드사이드'와 달리, '액트지오'는 대륙붕 지역부터 심해까지, 8광구부터 6-1광구 중동부까지 동서남북으로 더 넓은 지역을 살펴봤다는 겁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대륙붕과 대륙사면 데이터가 추가되면서 기존에 검토하던 '대게'나 '집게'보다 더 넓은 지역으로 유망구조가 도출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기존에는 여의도만한 지역을 유망구조로 봤다면, 천해 데이터가 추가되면서 서울 3분의 1만한 크기의 유망구조가 됐다는 거죠. 유망구조 자체가 넓고 크기 때문에 최대 140억 배럴이 있을 수도 있다는 엄청난 추정이 나오기도 한 거고요.
다만 석유공사는 석유나 가스가 있을만한 '그릇'이 있다고 하더라도 보통은 바닷물이 차 있기 때문에, 단순히 지형만을 본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아브레우 고문은 동해 영일만이 유망하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로 AVO에서 '이상'을 언급했는데요, 7개의 유망구조에 차 있는 게 물인지 가스인지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여기서 '이상'이 발견됐다는 건 적어도 물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는 이야기 입니다. 물론 '홍게'의 경우처럼 해당 가스가 이산화탄소로 판명돼서 석유나 가스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 석유공사는 홍게에서도 가스가 발견되기는 했지만 이산화탄소 비중이 너무 높아 경제성이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번에 발견한 7개 유망구조는 기존의 가스전이 있는 곳과 더 가깝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셰일층의 압력이 높아 시추에 실패한 방어보다는 북쪽에 있으며 7개의 유망구조에는 그러한 높은 압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에 아브레우 고문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광구 서쪽 25㎢ 구역"이라는 점을 종합하면, 6-1광구 북부 서쪽에 유망구조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액트지오'는 대륙붕을 포함한 지형이나 AVO 테스트 결과, 기존 시추공 데이터를 종합해서 봤을 때, 동해 유전은 20%의 성공 확률을 가졌다고 결론 내린겁니다. MBC가 취재를 진행하면서 접촉한 모든 전문가는 "동해와 같은 미개발 지역에서 시추 성공 확률이 20%면 시추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륙붕과 대륙붕 사면 데이터의 추가와 저탁류 사암 등 과 관련한 석유공사의 설명에 대해 이해가 간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약 1억4천만 달러를 투자해 울릉분지를 들여다본 '우드사이드'의 결론과 약 18억원의 자문료를 받고 11개월 간 자료를 분석한 '액트지오'의 분석이 정반대인 것은 여전히 사실입니다. 얼마 전 세네갈에서도 유전 개발에 성공한 쪽집게 같은 우드사이드가 과감하게 동해 프로젝트를 버리고 갔다는 게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또 아브레우 고문이 '순차층서학'에 경험이 많은 인물인 것도 맞지만 그러한 분석을 '우드사이드'나 다른 대형 서비스 업체에서도 제공하고 있다는 건 석유공사의 해명에 다시금 의문을 제기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③ 탐사 정보는 공개하기 어렵나?
하지만 석유공사 내에서도 '액트지오'에 대한 의문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액트지오'의 분석 결과를 들은 석유공사 고위 관계자들조차 여러 차례 검증을 요구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그동안 함께 일하던 회사도 아닌 데다, 그 파장이 워낙 클 것이기 때문에 그랬을 텐데요. 기존에 서비스 회사 '빅3'와 주로 일하던 석유공사가 왜 이번 '대왕고래' 프로젝트에는 부티크 업체인 '액트지오'를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좀 더 설명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석유공사가 정보공개포털에 공개했던 일부 문서와 MBC 취재에 따르면, 기존에 알려진 외국 교수진 이외에도 다른 유수의 외국 업체를 통해 탐사 리스크 예측을 위해 탄성파 자료 역산 용역을 실시하는 등 검증 작업을 실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추가적인 검증을 어떻게 실시했고, 결과는 어떻게 나왔는지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의문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정치권과 학자들은 이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분석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분야에 권위를 가진 학자들이 살펴보고, '액트지오' 분석의 타당성을 한 번 검증해보자는 겁니다. 하지만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면 해외 업체와 광구 협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많게는 1조 원까지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시추와 개발을 위해 해외 업체의 투자는 불가피한데, '가능성'과 '불확실성'을 두고 가격을 따지는 광구 거래의 특성을 고려해 달라는 요청인 겁니다.
논란이 2주째 계속되자 석유공사는 MBC 취재진에게 다음주부터 일부 공개가능한 정보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조각조각 일부 공개되는 자료가 오히려 추가적인 논란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못 믿는 것인가
한국갤럽이 자체조사(6월 11일~13일, 전화면접)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28%만이 정부의 동해 석유·가스 매장에 대한 발표를 신뢰한다고 답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이와 비슷한 26%가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닐 겁니다. 지금까지 제기된 '액트지오'에 대한 의구심의 꼭지점에 반드시 '액트지오'와 아브레우 고문만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 대목입니다.1998년 울산 앞바다에서 가스전이 발견됐을 당시에도 논란이 됐습니다. 경제성이 확인된 상태에서 발표했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해 국정감사에서 나온 한국석유개발공사(현 한국석유공사)에 대한 지적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7년이 지났지만 또다시 복사·붙여넣기를 한 것 같은 의문이 반복되는 것은 국민들을 설득하기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자원 개발의 특성이 하나의 이유일 겁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지만 시추하기 이전에는 '해석'과 '가능성'의 영역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낮은 가능성'과 '투자', 그 빈틈을 메워주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어야 합니다. 이미 신뢰성에 의문부호가 찍힌 아브레우 고문을 급하게 한국으로 불러 방패막이로 세워야 했을 일이 아니라, 정부가 차분하게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을 설명하면서 천천히 국민을 설득할 계획을 갖고 있었어야 합니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당연히 '우드사이드'의 철수와 '액트지오'에 대한 의문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먼저 석유공사의 결정과 사정을 철저히 점검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산업자원통상부와 석유공사는 첫번째 시추에 필요한 착수금 120억 원을 마련했다고 발표했습니다. 12월 작업을 시작하는 첫번째 시추지점은 7개의 유망구조 중 가장 부존량이 큰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추선이 바다 위에 뜨게 되면, 1천 미터 아래 심해로 내려간 드릴이 2천 미터 깊이의 진흙과 암석을 뚫고 내려가 '저류층'에 도달하는 데는 40일 정도 걸립니다.
'저류층'에 도달하게 되는 순간, 석유나 가스가 있는지, 경제성이 있는 수준인지에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7개월 뒤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겁니다. '액트지오'는 과연 믿을만한 업체였던 것인지, '액트지오'에 분석을 맡긴 석유공사에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희망 섞인 가능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다 논란을 자초한 것은 아닌지, 우리가 믿지 못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우리가 지금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에 대한 대답은 20%의 확률에 1천억 원을 들여야만 알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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