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엔 공원을, 도로는 지하로"‥오세훈 서울시장의 '국회대로 공원화 사업'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서부터 영등포구 국회까지를 잇는 국회대로의 미래 모습입니다. 50년 넘게 자동차 전용 도로로 이용됐는데, 조만간 공원으로 재탄생할 예정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7.6km에 이르는 이 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에 서울광장 8배 크기의 공원을 만드는 이른바 '국회대로 지하화 사업'을 지난 2020년 발표하고 추진 중입니다.
총 예산이 4천억 원을 웃도는 대규모 사업으로, 서울시는 해당 도로를 경의선숲길 같은 녹지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도로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데,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한 구간이 있습니다. 바로 양천구 신정동(홍익병원 사거리)에서부터 목동(청소년수련관 삼거리)까지 920m로, 약 987억 원 규모의 공사 구간입니다.
◇ 1천억 원 규모 공사, 착공 전부터 "무너질 수도" 우려
해당 구간 역시 내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7월 사업자가 선정돼 올 3월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었습니다.
평소 교통 정체가 심한 곳이라, 920m 중 550m 구간은 도로를 통제하지 않고 지하차도를 만들 수 있도록 추진했습니다.
도로를 직접 파지 않고 공사가 가능한 이른바 '비개착 공법'을 적용하도록 해 업체를 선정했는데, 공법이 공개된 직후부터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선정된 업체의 특허 공법은 이른바 '강관 압입' 방식을 기반으로 한 'STS공법'입니다. 지반의 단면에 원기둥 모양의 강관들을 꽂아 넣어 'Π' 모양의 구조물을 만든 뒤 흙을 파내는 공법입니다. 'Π' 모양의 구조물 안 쪽으로 흙을 파기 때문에 구조물 위 도로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강관들을 연결해 압력을 견디도록 하는 게 핵심인데, 문제는 이번 공사에선 위쪽 강관들을 빼기로 했다는 겁니다. 상부 도로가 위쪽 강관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게 업체 설명입니다. 하지만, 상부에 강관 없이 양쪽으로 11자 모양으로만 강관을 넣는다면, 구조물의 지지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들어가는 강관을 줄인 건 공사비를 줄이기 위함입니다. 약 170억 원 정도의 비용이 절감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방식이라며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A 토목공학과 교수]
"주변 흙이 내려앉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공법"
[B 토목공학과 교수]
"종횡으로 지지대 설치해도 도로 일부 균열 가능성"
[C 토목공학과 교수]
"불완전한 공법으로 시공이 불가능하다"
공법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되자 공법 선정 과정도 함께 도마에 올랐습니다.
시공의 적합성과 안전성을 구체적으로 검증하지 못했고, 심사 대상이었던 '시공 경험' 역시, 평가가 부실했다는 지적입니다. 이 업체가 실제로 '11자 공법'으로 공사를 해본 적이 있는지도 서울시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 4차례 전문가 자문회의, 공법 보완에도 '안전성' 우려는 계속
지난해 8월 MBC가 이같은 내용을 보도한 후, 두 달 뒤 열린 서울시 국정 감사에선 '공법 전면 재검토'까지 권고됐습니다.
서울시는 부랴부랴 해법 마련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6달동안 4차례에 걸쳐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었고, 자문 의견들에 따라 공법은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습니다. 그렇게 변경된 설계안이 나왔지만, 이 설계안 역시 안전성에 우려가 잇따릅니다.
새 공법은 도로 위에 1천2백여 개의 구멍을 내고, H자 모양의 'H 파일' 철강을 말뚝처럼 꽂아넣는 이른바 'H파일 말뚝 기초 공법'입니다. 위쪽 강관을 빼면서 부족해진 지지력을 도로에 수직으로 철근을 박아 보완하겠다는 겁니다.
멀쩡한 도로에 천 개가 넘는 구멍을 뚫는 공법에 전문가들은 다시 '안전성' 우려를 제기합니다.
[전문가 A]
"아무리 보강 조치를 하더라도 한번 손상된 도로는 복구가 어려워 누수나 균열 등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어"
[전문가 B]
"강관구조설계 및 시공지침 부적절, 공법이 설계의 기본사항들을 만족시키지 못 해"
공사로 인해 구멍이 뚫리고 파헤쳐진 도로가 달리는 차량들의 하중을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겁니다.
◇ '안전성'만큼이나 희미해진 '공법 취지'‥착공은 언제?
처음으로 돌아가 '비개착 공법' 선정의 취지 역시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당 구간에 대한 공사가 이뤄질 때의 전제는 '전면적인 교통차단 불가'였습니다. 하지만 변경된 공법대로 도로에 구멍을 뚫어 시공을 하려면 도로 전면 통제는 필수적입니다. 그 불편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됩니다.
공사 기간 역시 그렇습니다.
본래 계획보다 착공이 훨씬 늦어지게 되면서, 완공일 역시 기약할 수 없게 된 상황입니다. 완공일을 하루라도 앞당기려면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공사의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반복되는 안전성 논란에 서울시는 "구체적 설계 과정에서 안전성 확보를 위해 공법을 보완하고 있다"며 "우려되는 부분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는 토목학회에 새 공법에 대한 구조 안전성 검토를 의뢰했습니다. 오는 10월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 언제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련의 논란에 대해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 측에도 수차례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지만, 업체는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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