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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Now] 머스크가 이길까? 매버릭이 이길까?‥유인 전투기의 운명은?

[World Now] 머스크가 이길까? 매버릭이 이길까?‥유인 전투기의 운명은?
입력 2025-03-07 10:20 | 수정 2025-03-0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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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rld Now] 머스크가 이길까? 매버릭이 이길까?‥유인 전투기의 운명은?
    "언젠가는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2022년 개봉한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 주인공 매버릭은 자신을 전출시키는 제독에게 이렇게 따집니다. 명령도 잘 안 듣는 성가신 인간 파일럿들 대신 중력가속도의 한계도 없고 잠도 잘 필요 없는 무인 드론기의 세상이 올 것이라고 일갈하는 제독에게 맞서며 한 말입니다.
    [World Now] 머스크가 이길까? 매버릭이 이길까?‥유인 전투기의 운명은?

    영화 '탑건 매버릭'

    지금 미 공군도 이렇게 돈 많이 드는 유인기는 이제 그만 만들고 무인기로 가자는 '드론파'와 그래도 인간파일럿이 조종해 공중을 장악하는 신형 공중우세기가 필요하다는 '인간파'로 갈려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계속된 논쟁이지만 지금 달라진 건 이 '드론파'를 새롭게 이끌며 인간파를 궁지에 몰고 있는 수장이 이제 일론 머스크라는 겁니다.

    <"유인기는 멍청이짓" 드론에 올인한 머스크>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이 돼서 예산을 줄이고 공무원들을 자르는 칼을 휘두르고 있는 머스크는 작년 11월에 한국공군도 보유한 첨단스텔기인 F-35를 가리켜 비싸고 설계부터 잘못된 실패작이라며 "아직도 이런 유인전투기를 만드는 멍청이들이 있다"고 신랄하게 비난했습니다. 한마디로 이젠 유인기는 그만 만들고 드론이나 만들어 돈 아끼자는 겁니다.
    [World Now] 머스크가 이길까? 매버릭이 이길까?‥유인 전투기의 운명은?

    테슬라CEO이자 정부효율부 수장인 머스크

    [World Now] 머스크가 이길까? 매버릭이 이길까?‥유인 전투기의 운명은?

    F-35에 비난 퍼붓고 드론 주장한 머스크의 글

    미 공군 안에서도 유인기를 계속 만들어야 하는가의 논쟁은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습니다. 미 공군은 유인기인 차세대 공중우세전투기(Next Generation Air Dominance combat jet) 사업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전투기의 발전단계로 말하면 6세대 스텔스 전투기인데요. 시제기 시행비행도 한 것으로 알려진 이 사업은, 그러나 머스크의 일갈이 있기 몇 달 전인 지난해 7월부터 잠정 중단된 상태입니다. 비용 문제가 컸는데 1대당 가격이 현재 F-35의 3배인 3억 달러로 예상됐기 때문입니다. 여기다가 숙련된 파일럿 한 명을 교육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더해야 하는데 우리 돈으로 150억 원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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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텔스 전투기 F-35의 비행 모습

    [World Now] 머스크가 이길까? 매버릭이 이길까?‥유인 전투기의 운명은?

    유인기와 무인기가 편대비행하는 상상도

    그렇게 높은 비용이 예상된 반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보여진 드론의 전천후 활용성이 크게 다가온 것이죠. 지상전투를 보조하거나 미사일을 대신하는 기존의 활용뿐 아니라 공중전에서도 드론으로 전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보게 된 겁니다. 그래서 유인기 대신 관심이 집중된 건 AI를 탑재한 드론이 유인 전투기와 편대를 이뤄 임무를 수행하는 '협동전투기'(CCA, Collaborative Combat Aircraft) 사업입니다. 처음엔 앞으로 개발될 6세대 유인 스텔스 전투기가 중심이 되고 드론은 그 윙맨이 돼서 정찰 같은 보조임무를 수행하는 개념이었습니다. 그런데 안두릴(Anduril) 같이 첨단 AI를 활용한 전투기 드론을 만드는 회사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유인기 대신 자신들의 드론에 집중하라고 로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론을 보조개념으로 생각하지 말고 반대로 유인기 개발 대신 AI가 탑재된 드론 만드는 데 집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신형 유인 스텔스 전투기 개발사업은 잠정 중단됐고 급기야 머스크가 '유인기 무용론'을 강하게 들고 나온 겁니다.
    [World Now] 머스크가 이길까? 매버릭이 이길까?‥유인 전투기의 운명은?

    안두릴사의 공격드론 'Fury'

    <드론옹호자들 뒤의 '페이팔 마피아'>


    이렇게 머스크가 유인기를 폄하하고 드론 집중론을 들고나온 건 그의 신념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머스크 외에도 드론에 힘을 싣고 있는 미국 방위산업의 거물급 인적네트워크가 있고 이 인적네트워크가 머스크의 생각에도 큰 영향을 줬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World Now] 머스크가 이길까? 매버릭이 이길까?‥유인 전투기의 운명은?

    페이팔 시절의 머스크와 피터 틸. 페이팔 마피아의 시작

    바로 '페이팔 마피아'라는 인적네트워크입니다. 핀테크기업 페이팔을 창업해 성공한 공동창업자들이 이후 각각 기술대기업들을 만들어 키우면서 서로 도움을 주며 형성한 인적 네트워크를 말합니다. 이들 전 페이팔 창업자들은 각자 대기업을 키우면서 서로 투자하고 경영에 협력하면서 실리콘밸리 생태계에 엄청난 영향을 줬는데요. 일론 머스크는 페이팔의 초대 CEO였고 2대 CEO는 피터 틸인데 이 피터 필은 AI 기반 방산기업인 팔란티어의 창업자로 페이팔 마피아의 중심인물입니다. 피터 틸은 J.D. 밴스를 트럼프에게 소개해 부통령으로 만들기도 만들기도 했을 정도로 강력한 인맥을 자랑합니다. 이 피터 틸이 만든 팔란티아에서 나온 인재들이 만든 회사가 군사드론의 강자가 된 안두릴입니다. 팔란티어와 안두릴은 머스크의 스페이스X사 등과 함께 미국 방위사업 입찰을 따내기 위한 컨소시엄도 구성 중입니다. 이렇게 페이팔 마피아들은 AI와 드론을 앞세워 미국 방위산업에서 중심적 위치에 올라서고 있고, 트럼프 선거운동에 거액을 후원해 정치적 영향력도 커졌습니다.

    안두릴사의 무인비행체 선전영상
    https://youtu.be/fzVD4vb5ZxU

    페이팔 마피아가 미국 국방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기사를 쓴 적 있는 미국 에비에이션 위크지 특파원인 김민석 기자에게도 문의해봤습니다. 김 위원은 머스크 등 페이팔 출신들이 주도하는 미국 국방산업 구조 개편 때문에 보잉과 록히드마틴 같이 유인기를 만드는 전통 방산기업이 오히려 팔란티어 등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머스크가 '페이팔 마피아' 인연으로 피터 틸의 팔란티어와 안두릴을 엄호하기 위해 도발적인 내용을 sns에 게시한 것으로 본다"고 평했습니다.

    <그럼에도 인간 파일럿이 타야한다는 결론을 낸 미 공군, 이유는?>


    하지만 이렇게 방위산업의 큰 손이자 트럼프 행정부의 주축이 된 머스크 등 드론파에 맞서서 미 공군의 장성들은 반대의견을 내놨습니다. 미 공군의 미래를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장성들이 '유인기는 여전히 필요하고 미래전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은 겁니다.

    현지시간 4일 콜로라도주 오로라에서 열린 공군 및 우주군 협회(Air & Space Forces Association)의 심포지엄에서였는데요. 이 협회에서 발간하는 AFA 매거진의 기사에 따르면 공군의 전력 설계 책임자인 조셉 쿤겔 소장이나 케네스 월스바흐 항공전투사령관 등은 심포지엄에서 미국이 미래전에서도 공중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유인 스텔스 전투기만큼 확실한 수단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유인전투기가 무인 드론과 팀을 이뤄 작전하는 방식이어야 하고 무인기에만 의존해야 하는 시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World Now] 머스크가 이길까? 매버릭이 이길까?‥유인 전투기의 운명은?

    현존 최고 성능의 스텔스 전투기 F-22

    특히 윌스바흐 사령관은 매버릭의 대사가 연상되는 말까지 했는데요. "아직 AI는 인간의 뇌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되지는 않았다"며 "언젠가는 그럴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사람이 조종하는 유인기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무인기로부터 정보를 얻고 위험한 상공에 먼저 들어가게 하는 등의 도움을 얻을 수 있지만 결국 '중요한 선택'의 순간은 인간 조종사가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유인기로 일단 제공권을 가져야 정찰을 하든 폭탄을 투하하든, 지상공격을 하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중국의 신형 유인 스텔기들이 준 충격>


    그런데 AI가 아직 인간의 두뇌만 못하다는 이유 말고도 미국이 신형 유인 스텔기 개발을 계속해야한다고 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의 신형 스텔기들의 출현입니다. 작년 12월 말 중국의 SNS플랫폼 웨이보에는 중국의 6세대 시제기가, 그것도 2종류의 기체가 비행하는 사진들이 공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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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비행한 중국의 스텔스기 J-36

    [World Now] 머스크가 이길까? 매버릭이 이길까?‥유인 전투기의 운명은?

    시험비행한 중국의 스텔스기 J-50

    12월 26일 중국 청두 상공에서 관찰된 J-36은 가오리모양으로 꼬리날개가 없는 전형적인 6세대 스텔스기의 외형입니다. 엔진이 특이하게 3개 달린 대형기체입니다. 또 다른 신형기인 J-50은 같은 날 중국 선양에서 시험비행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돌고래 모양으로 엔진은 2개로 보입니다. 라이벌 관계인 청두항공사와 선양항공사가 같은 날 신형 스텔스기를 시험비행한 것입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예상보다 3년 이상 빠르게 신형 스텔스기를 시험비행했고 그것도 한 종류도 아니고 2종류를 동시에 선보인 것에 경악했습니다.

    앞서 인용한 월스바흐 미국 항공전투사령관도 "두 중국 스텔기는 모두 제공권 장악을 위한 전투기로 본다며 미국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잠정중단했던 차세대 공중우세 전투기 사업(NGAD)를 재개해야한다는 주장입니다.

    <빠르면 이달 판가름‥신형 유인기의 운명>


    현재 이 차세대 전투기 사업은 참여회사들이 설계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재개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효율부의 수장이면서 페이팔 마피아로 얽힌 드론주의자들을 이끄는 일론 머스크입니다. 그는 자신의 스타링크로 움직이는 AI드론을 주축으로 해 미국의 국방시스템을 확 바꾸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습니다. 거기에 신임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도 2026년도 국방예산을 전면 재검토하고 매년 8%씩 예산을 줄이라고 엄포를 놓은 상황입니다.

    이런 서슬 퍼런 예산 압박에서 1대에 3억 달러짜리 신형 스텔스전투기 개발이 쉽게 재개될지는 예단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대로 중단시키기엔 새로 등장한 중국의 신형 스텔스기의 위협이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물론 "언젠가는 AI에 밀릴지 모르지만 오늘은 그때가 아니"라며 인간의 능력을 믿는 매버릭 같은 공군 조종사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달 24일까지 예산 감축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상황이라 신형전투기사업의 운명은 어쩌면 이달 안에 결론이 날 수도 있습니다. 머스크가 이길지 매버릭이 이길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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