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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자이미지 전영우

[인싸M] 윤석열과 '우정의 무대'‥텅 빈 자아, 그의 '4가지 잘못'

[인싸M] 윤석열과 '우정의 무대'‥텅 빈 자아, 그의 '4가지 잘못'
입력 2025-07-18 11:09 | 수정 2025-07-1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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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싸M] 윤석열과 '우정의 무대'‥텅 빈 자아, 그의 '4가지 잘못'
    https://www.youtube.com/watch?v=vBKthkXU1as
    [TV 앨범] '사랑의 대화' 조갑경·이현우 병장 (2020.07.21/뉴스투데이/MBC)

    왜 국민들은 '우정의 무대'에 환호했나

    위의 링크를 클릭해 보셨나요? 출연자들이 노래를 참 잘 부르죠?

    지난 1989년 7월 29일 방송된 '우정의 무대' 제14회, 육군 '열쇠부대' 방영분 중 일부입니다. 열쇠부대는 중서부 전선을 지키는, 이른바 '철책 부대'입니다. 당시 인기 가수였던 조갑경 씨와 열쇠부대의 이현우 병장이 함께 '사랑의 대화'를 불렀습니다. 이현우 병장이 원곡의 가수 이정석 씨 부분을 노래했는데요. 아마추어의 노래 실력이 아닙니다.

    '우정의 무대'는 1989년부터 햇수로 9년 동안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현역 병사로 가면 최소한 2년 반 이상 군 생활을 하는 시대. 뽀빠이 이상용 씨의 유머러스한 진행, 웃음이 절로 터지는 병사들의 장기 자랑, '엄마가 보고플 땐 엄마 사진 꺼내 놓고…'로 시작하는 주제가와 "뒤에 계신 분은 우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로 유명한 '그리운 어머니' 코너 등, '안방극장'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이 기상천외한 '군대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를 떠받치고 있던 건, 전·현직 혹은 미래의 군인인 남성들, 그리고 자식이나 형제, 연인을 군대에 보낸 가족과 친구들이었습니다. 젊은 군인들을 '내 피붙이와 사랑하는 이'로 받아들인 국민들이 '우정의 무대'를 보러 TV 앞으로 모여든 것이었습니다.
    [인싸M] 윤석열과 '우정의 무대'‥텅 빈 자아, 그의 '4가지 잘못'
    "계엄령이라고?‥군대 간 내 아들, 내 딸 어쩌나!"

    남성들 중 군 복무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군 시절 얘기를 하지 않는 사람은 또 거의 없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도 서로 군대 시절 얘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서로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금세 친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여성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군대에서 축구하는 얘기'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지요.

    한국 사람들에게 '군대'는 그만큼 가까운 존재입니다. 아마 군에 다녀오신 분들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젊은 병사들을 만나면, 군 시절이 생각나 미소를 짓곤 하실 겁니다.

    2024년 12월 3일 계엄의 밤. 가장 놀란 사람은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님들이었을 겁니다. 전방 부대에 자식이 있는 부모님은 휴전선에서 작은 충돌만 생겨도 가슴이 철썩 내려앉는다고 합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그런데 내 아들, 내 딸이 계엄군으로 나서건, 혹시라도 반란 진압군으로 나서건, 실제 총탄이 빗발치고 폭탄이 터지는 전투 상황에 내 자식이 던져진다면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계엄령이 내려지자마자 다급히 장교로 복무 중인 아들에게 전화를 건 아버지의 간절한 목소리는 우리 국민들이 느낀 모든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줍니다.
    [인싸M] 윤석열과 '우정의 무대'‥텅 빈 자아, 그의 '4가지 잘못'
    https://www.youtube.com/watch?v=qamLeJqBKDg
    "민간인 공격 안 돼!" 당부한 장교 아버지‥'해제 안 됐으면 어쩔 뻔' (2024.12.06/뉴스데스크/MBC)

    그렇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령은 한반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국회에 투입된 특수부대의 모습을 생방송으로 지켜보는 국민들은 1953년 멈춘 전쟁의 공포,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은 '1980년 광주'의 두려움에 떨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구속만 되면 '조사 거부'‥'내로남불'의 극치

    국민들의 공포와 두려움은 지난 4월 4일, 계엄령 선포 5개월 만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된 뒤에야 한풀 꺾였습니다. 그리고 12.3 계엄 사태로부터 꼭 7개월 만에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자 사람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새벽 다시 구속됐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수사와 법의 심판을 통해 내란을 쉬이 끝낼 걸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재구속 뒤 특검의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법원에 구속 적부심도 청구했습니다. 자신의 구속이 '적법하지 않다,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많은 국민이 분통을 터뜨립니다.
    [인싸M] 윤석열과 '우정의 무대'‥텅 빈 자아, 그의 '4가지 잘못'

    [사진 설명: 지난 9일 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법원을 떠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화를 내는 이유 중 하나는 윤석열의 '내로남불' 때문일 겁니다. 윤 전 대통령은 검사 시절 많은 사람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웠습니다. 검찰총장 때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아내, 딸, 아들 등 전 가족에게 법의 이름으로 잔혹할 만큼 칼을 휘둘렀습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취임 전후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 등을 상대로 376회의 압수수색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정작 자신은 12.3 계엄령 뒤 공수처와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습니다. 법원에서 발부한 체포 영장 집행은 경호처의 무력을 앞세워 보름이나 막았습니다. 체포된 뒤에는 법조계에서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체포 적부심 청구'라는 방법까지 동원했습니다. 지난 1월19일 첫 구속 뒤에는 공수처의 조사를 거부했습니다. 그리곤 법원에 '구속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지귀연 판사의 '이상한 계산법'으로 구치소에서 나왔습니다. 광복 이후 80년 동안 구속 기간을 '날짜 단위'로 계산했는데, 오직 윤석열 씨에게만 '시간 단위'를 적용했습니다. 그 후에도 '시간 단위'는 구속 기간 계산에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오직 '윤석열'에게만 적용된 법 논리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때도 서류 송달을 요리조리 피하며 법 집행을 가로막았습니다. 계엄령이 야당에 대한 '경고용'이었다는 궤변도 늘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구속 뒤에는 구치소 독방에서 버티며 특검의 조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인싸M] 윤석열과 '우정의 무대'‥텅 빈 자아, 그의 '4가지 잘못'

    [사진 설명: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왕윤종 전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왼쪽부터)이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는 모습입니다.]

    '현상' 윤석열과 '텅 빈 자아'‥텅텅 빈 '우정의 무대'

    윤석열은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지만, 과거 윤석열의 측근들은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채 상병 특검'의 조사에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에 이어 이충면 전 대통령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도 이른바 '대통령 격노설'을 사실로 인정했다는 기사가 속속 나옵니다. 측근 중의 측근이라 할 수 있는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도 내란 특검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이 사후 계엄선포문에 서명하고 폐기를 지시했다'는 취지로, 즉 윤석열에게 불리한 내용의 진술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이제 윤석열에게 '우정의 무대'는 없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손발처럼 부렸던 부하는 물론, 함께 술잔을 기울였던 술친구들마저 그의 곁을 떠나고 있습니다. 그의 '우정의 무대'는 텅텅 비었습니다. 아니 그에게 원래 '우정의 무대'는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유교 경전 대학(大學)에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란 구절이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안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나를 다스리는 것이 모든 일의 근본'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제대로 출근하지 않은 날이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다'는 취지의 증언으로 미뤄볼 때 그는 '수신(修身)'하지 못한 게 분명합니다. 부인 김건희 여사를 대상으로 하는 특검에서 16가지 이상의 혐의를 조사한다고 하는 걸 보면 '제가(齊家)' 근처에도 못 이른 듯합니다.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졌으니 '치국(治國)'에도 실패했습니다. 북한에 무인 항공기를 보내 최소한 국지전 이상의 분란을 일으키려고 했다는 의혹이 점점 힘을 얻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화약고인 한반도에서 분쟁을 일으켜 계엄령의 명분으로 삼으려고 했다면 동북아 평화,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협한 행위가 분명합니다. '평천하(平天下)'의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습니다.
    [인싸M] 윤석열과 '우정의 무대'‥텅 빈 자아, 그의 '4가지 잘못'
    20대의 3분의 1인 40개월 동안 군 복무를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최정예 부대인 707 특수임무대와 공수특전여단 등 장병들이 국회에 진입하는 광경은 정말 참혹하고 가슴 아픈 장면이었습니다. 이 정예 군인들은 박봉에도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날마다 이어지는 힘든 훈련과 근무를 이겨냅니다. 이 젊은이들이 '민의의 전당' 국회를 짓밟는 모습은 처참함, 그 자체였습니다.

    아무리 군 복무 경험이 없다고 하지만 국회에 특수부대를 투입해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면, 그래서 영구 집권을 기도했다면,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저는 윤석열의 '자아(自我)'는 '텅 빈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텅 빈 자아'.

    그는 말하지만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는 지시하지만 그의 지시는 더 강력한 누군가로부터 나오거나, 아니면 더 강력한 존재에게 가로막힌 듯한 정황도 발견됩니다. 정말 그렇다면 그는 존재하지만 동시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는 젊을 때 읽고 외우는 능력이 뛰어나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습니다. 9번이나 문을 두드리긴 했지만 그 어렵다는 사법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검사의 힘에 맛을 들였을 겁니다.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력까지 손에 쥐었습니다. 잡아들이고, 추궁하고, 죄를 묻고, 벌을 줬습니다. 이런 행위를 반복할수록 그의 내면은 더욱 텅, 텅, 비어간 듯합니다.

    윤석열의 행위 양식과 존재 방법은 검찰의 그것입니다. 수많은 '윤석열'이 검찰에, 또 다른 엘리트의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 곳곳에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개인(個人·individual)'이 아닙니다. '현상(現象·phenomenon)'입니다.사람들은 그가, 우리 사회의 이른바 엘리트들이, 총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총명(聰明)'. 사전은 그 뜻을 '보거나 들은 것을 오래 기억하는 힘이 있음. 썩 영리하고 재주가 있음'이라고 풀이합니다. 하지만 원래의 뜻은 '귀 밝을 총, 밝을 명'. 즉 귀가 밝고 눈이 밝다, 바로 듣고 바로 본다, 그래서 지혜롭다는 의미입니다. 잘 듣고, 제대로 보는 사람이 슬기롭다는 말입니다. 윤석열은 열심히 듣지도, 제대로 보지도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이제 윤석열의 '우정의 무대'는 텅텅 비었습니다. 아무도 그와 함께 무대에 오르려 하지 않습니다. 책임을 그에 미루고, 슬그머니 뒷걸음질칩니다. 그와 별 사이 아니라고 손사래도 쳐댑니다. 이런 일은 윤석열의 '텅 빈 자아'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비극은 그가 '개인'이 아니라 '현상'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 사회엔 '윤석열들'이 많을 겁니다. 그래서 진정한 내란 종식, 새 나라 건설은 갈 길이 멉니다. 쉽게 지치지 말고, 일찍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뉴스인사이트팀 전영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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