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침묵 택한 판사들‥비공개 회의록 살펴보니 [서초동M본부]](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07/19/ch202507191-1.jpg)
MBC는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열린 두 차례 전국법관대표회의의 회의록을 입수했습니다.
"방어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기득권을 지키려고만 하는 인상을 줄 수 있어서 국민의 신뢰를 더 잃게 되지 않을까.
…
법원이 아무런 책임도 인식하지 않고 있구나라는 인식을 주게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 6월 30일, 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대표 A
지난달 30일 두번째 회의에서 나온 한 판사의 발언입니다. 법원의 '방어'란 무엇이며, 그는 왜 이런 걱정을 했던 걸까요?
이날 회의는 이재명 대통령이 아직 21대 대선 후보 신분일 때 결과가 나온 20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판결을 주제로 열렸습니다.
지난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전원합의체 회부 일주일 만에 선고일을 지정하는 등 졸속 판결 논란이 일었습니다. 판결문에 반대의견을 적은 대법관들은 '설득과 숙고에는 어느 정도 시간의 지속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시간이 부족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건이 전원합의체로 올라가기 전에도 이미 대법관들이 기록을 검토하고 의견을 수렴했다고 파악됐지만, 대법원의 해명은 부족했습니다. 국민을 설득하기 어려웠습니다.
판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음날부터 판사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내부망에 실명으로 된 비판글이 줄줄이 올라왔습니다.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개인 생각을 알리는 것을 꺼리고, 특히 재판과 판결에 대해서는 더욱 의견 표명에 조심스러운 판사들로서는 이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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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법원의 대의원 격인 '법관대표' 판사들이 모여 논의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대선을 앞둔 5월 26일 임시회의를 연 이유입니다. 판사들은 이번 사안 관련해 공통된 의견을 발표할지 토의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을 맡은 법관회의 의장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는 회의 첫머리부터 "오늘 회의록이 적어도 대선 전에 공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 참고해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법관 대표들은 표결을 미뤘습니다. 대선 전이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사법개혁이 의제화되며 법관들의 표결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대선 이후 연 6월 30일 회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90명이 원격 회의로 모여 5가지 안건을 찬반 투표에 부쳤지만, 모두 부결됐습니다.
1. 대법원 판결로 초래된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정치적 중립을 위해 노력한다. (찬성 29명, 반대 57명)
1-1. 대법원 판결이 사법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을 엄중히 인식한다. (찬성 29명, 반대 56명)
2. 분과위원회를 통해 제도 개선안을 연구·논의한다. (찬성 26명, 반대 57명)
3. 법관 특검·탄핵 등은 사법권 독립 침해이다. (찬성 16명, 반대 67명)
4. '정치 사법화'를 막을 방안을 연구·논의한다. (찬성 18명, 반대 64명)
5. 재판 독립 침해를 우려하며 대응책을 논의한다. (찬성 14명, 반대 67명)
안건의 갈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사법 불신, 재판 독립. 먼저 전자는 대법원 판결로 초래된,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의문에 응당 답해야 한다는 의식입니다. 후자는 그러한 의문 제기가 정치권의 사법부 개혁 시도로 이어지는 데 대한 반응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두 가지 다 의견을 내지 않게 된 겁니다.
또 다른 판사가 한 발언으로 당시 분위기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절차 진행을 비판하는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외부적으로는 법관들이 판결 내용을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 특검, 탄핵 등은 외관을 형성한 법관으로서 감수해야 할 부분이므로 마찬가지로 재판독립 침해에 대한 의견표명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입니다." (6월 30일, 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대표 B)
요약하면, 법관으로서는 이 사안에 어떠한 의견을 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겁니다.
■ 계엄에 말 아낀 대법원장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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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는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런 취지는 이미 법원행정처장 명의로 구성원들에게 공지를 마쳤습니다. … 이런 어려운 때일수록 사법부가 본연의 임무를 더 확실하게 하겠습니다."
계엄 선포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는 "차후에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한 번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에 대한 비판은 없었습니다. 사법기관 양대 수장 중 한 명인 대법원장이, 그날 전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본 비상계엄 사태에 사실상 침묵했습니다.
여기에 반론도 있습니다. 어차피 법정으로 갈 사안이라는 겁니다. 윤 전 대통령 등의 계엄 사건을 맡을 재판부에 예단 또는 가이드라인을 주는 셈이 되기에 말을 아낀 것이라는 판사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진 이례적인 구속 취소 판결까지, 조 대법원장 말과 달리 "국민들은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먹을 들어올리며 구치소에서 걸어나오던 때 많은 이들이 느낀 무력감과 분노. 이번 사법 개혁 논의는 그때 일이 불씨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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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최근 열린 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한 판사는, 침묵의 이유를 세 가지로 진단했습니다.
첫째, 현재 상황을 판사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무관심했던 것 같다.
둘째, 지나치게 법원 내·외부 눈치를 보지 않았나 싶다.
셋째, 그동안 꼭 목소리를 내야 했던 경우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거나 않았던 경험이 있다.
판사들이 의견을 내지 않기로 택한 안건은 두 갈래였습니다. 사법 불신과, 재판 독립. 하지만 신뢰 없이 독립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
헌법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물론 재판은 여론에 발맞춰 결론을 내리는 절차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재명 당시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결론 때문에 논란이 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판사들조차 의문을 제기하는 판결 과정과 절차에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일까요.
대법원장 특검·탄핵 시도에 대한 비판 입장을 밝히자는 안건을 두고, 한 판사가 낸 반대 의견입니다.
"국민주권주의를 무시한다, 법관은 절대불가침의 존재냐는 반응이 먼저 들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적 이해관계와는 무관하게, 국민은 재판 절차의 공정성, 일관성, 예측가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인데… 판결에 대한 비판을 넘어선 문제제기가 사법권 침해라고 선언하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국민의 감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듯한 인식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입니다." (6월 30일, 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대표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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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침묵으로써 방어를 택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사법부를 위해서도 옳은 것일까요. 법관회의 경험이 있는 한 부장판사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법관회의의 가장 큰 목적이어야 할 '사법 신뢰'에 오히려 해가 된다"고 했습니다.
"법관들이 외부의 비판에 대해 본능적으로 '재판의 독립'이라는 갑옷을 입고는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사회적 비판조차 '사법부 독립의 침해'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어서 문제가 더욱 크다는 생각입니다.
새로운 제도를 모색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부가 외부로부터의 개혁 대상이 되기 전에 제일 먼저 '개혁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법원 내의 유일한 기구입니다.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이번과 같은 사태를 일반 국민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 의식으로 대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외부로부터의 개혁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법관회의 경험 부장판사 D)
신뢰는 맹목적이지 않습니다. 일방향일 수도 없습니다.
서울 소재 법원의 한 판사에게 사법 불신과 재판 독립을 묻자 돌아온 답을 소개하며 마칩니다.
"법원은 삼권분립의 세 축 중 민주적 정당성이 가장 약합니다. 국민들로부터 선출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법원은 강제력도 없습니다. 법원은 판결을 내리지만, 그 판결 내용을 현실로 만드는 건 행정부입니다.
그렇지만, 법원은 헌법기관으로 우리 사회 각종 분쟁을 해결하고 있고, 법원이 내리는 판결은 현실이 됩니다.
민주적 정당성도 크지 않고, 강제력도 없는 법원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때문입니다.
그 신뢰는 판사들이 내리는 판단은 절대적으로 옳을 것이라는 믿음이 아닙니다. 적어도 판사들은 양쪽 당사자들에게 자기주장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줄 것이고, 그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며, 어느 쪽에 과하게 치우치지 않고 판단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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