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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M] 금강산 높이가 달라? - 북한에 있는 세계유산

[인싸M] 금강산 높이가 달라? - 북한에 있는 세계유산
입력 2025-08-06 10:47 | 수정 2025-08-0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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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싸M] 금강산 높이가 달라? - 북한에 있는 세계유산
    북한이 밝힌 금강산 정상 비로봉의 높이는 1639m입니다. 우리나라 각 기관이나 사전 등에서 제공하는 수치 1638m보다 1m가 높습니다. 북한 방송 화면에 나오는 비로봉 정상 바위에도 1639m라는 숫자가 명확하게 나옵니다.

    사실 최근 '해발 1638m 비로봉을…'이라는 글로 시작하는 뉴스 리포트를 편집하면서 해당 부분에 비로봉 정상 바위 화면을 쓸까 하다가 불필요한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다른 화면으로 대체했습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겠지만 고민을 좀 했습니다.

    백두산 높이도 남북이 각각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교 다닐 때 다들 외웠듯이 2744m인데, 북한에서는 2750m라고 합니다. 작은 차이라지만 민족의 명산으로 꼽히는 산의 높이마저 통일하지 못하는 게 현실을 반영하는 듯해 씁쓸하기도 합니다.
    [인싸M] 금강산 높이가 달라? - 북한에 있는 세계유산
    '복합유산'으로 등재된 금강산

    규정하는 높이는 서로 다르지만 금강산의 절경에 대한 찬사는 남북이 큰 차이가 없습니다. 금강산이 불교 유산의 보고라는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표훈사, 신계사, 장안사, 유점사 등의 유명 사찰이 있고 부도 등 문화유산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7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회의에서 금강산을 세계유산에 등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정식 명칭은 '금강산'(Mt. Kumgang - Diamond Mountain from the Sea)입니다.

    앞서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 유적협의회와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지난 5월에 금강산의 등재를 권고했던 만큼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이기는 했습니다.

    금강산의 세계유산 등재로 한반도에 있는 세계유산은 총 20개가 됐습니다. 남측에 17개, 북측에 3개입니다. 그런데 기존 한반도의 세계유산이 각각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으로 나뉘어 등재된 반면 금강산은 한반도에 있는 세계유산 가운데 처음으로 복합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위원회는 금강산이 독특한 지형과 경관, 불교의 역사와 전통, 순례 등이 얽혀 있는 문화적 경관으로서 가치가 크다고 봤습니다. 북한이 세계유산위원회에 낸 등재 신청서는 무려 668쪽에 이르는데 이같은 내용이 상당히 세밀하게 서술돼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북한이 세계유산 등재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북한 매체들은 금강산의 세계유산 등재 소식을 전하면서 복합유산으로 등재됐다는 부분을 부각했습니다. 우리 학계에서도 금강산의 뛰어난 풍광과 함께 우리나라 불교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은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개성 역사유적지구

    금강산에 앞서 2013년에는 개성 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습니다.

    고려의 500년 도읍지인 개성에는 고려시대 각종 유적이 즐비합니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개성 역사유적지구에는 모두 12개의 개별유산이 포함돼 있는데 수도를 방위하기 위해 세운 성곽들과 궁궐 유적인 만월대, 성균관 등이 있습니다.

    정몽주가 이방원 일파에게 피살된 장소라는 선죽교와 왕건왕릉도 포함되고, 고려 왕릉 가운데 가장 보존 상태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공민왕릉도 중요한 유적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인싸M] 금강산 높이가 달라? - 북한에 있는 세계유산

    개성 역사유적지구 입구에 세워져 있는 표지석으로 201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북한 매체에서는 요즘도 가끔 <역사문화도시, 개성시를 찾아서>와 같은 편집물을 제작해 개성시의 유적 곳곳을 소개하기도 하고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라는 사실을 부각하기도 합니다.

    만월대 유적지의 경우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총 8차례에 걸쳐 남북 공동 발굴 조사가 실시되기도 했었는데, 사실 이런 유적지는 관광지 개발 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의미를 두고 중요하게 살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구려 고분군

    2004년에는 평양시와 남포시, 평안남도 대동과 황해남도 안악 일대의 고구려 고분군이 세계유산에 등재됐습니다. 총 63기의 고구려 고분이 망라되는데 그 중 벽화고분은 16기입니다. 강서대묘 사신도 등 교과서에서 봤던 벽화가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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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비슷한 시기 랴오닝성과 지린성에 있는 고구려 유적을 '고구려 수도, 왕족과 귀족무덤'이란 명칭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는데, 북한은 이와 별개로 북한 내에 있는 고구려 고분군을 한데 묶어 등재한 겁니다.

    당시 21개 이사국의 만장일치로 등재가 결정됐는데 등재 과정에서 남북은 상호 협력하며 등재를 위한 외교 작업을 공동 진행했고, 남북 문화유산 교류 활동에 긍정적인 전범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금강산 관광 재개발?

    금강산의 세계유산 등재 소식을 전한 7월 16일 조선중앙TV 8시 보도는 “... 유구한 역사와 문화, 천하절승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명산이 인류 공동의 재부로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더욱 명성 떨치게 됐습니다.”라고 끝을 맺었습니다.

    ‘세계적인 관광 명소’라는 표현을 쓴 걸 보면 북한이 금강산 관광 개발에 관심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북한은 이미 금강산과 얼마 전 완공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연계하는 종합관광지 건설을 계획했었던 만큼 금강산을 관광 자원으로 개발하겠다는 전략은 계속 견지하는 기본 방향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금강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이틀 전인 7월 11일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꼭 17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금강산 지구 내 남측 시설은 10여 년간 방치되다가 2019년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 이후 잇따라 철거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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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11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금강산지구 현지 시찰 모습으로 김 위원장은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 봉사시설을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 중에는 ‘금강산이 마치 남북의 공유물처럼 되어 있고 남북 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도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인식’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남한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금강산 관광을 추진하고 시설도 북한식으로 짓겟다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금강산 지구 내 남측 시설의 철거 이후 북한이 새로운 시설을 지었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가능성과 기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시도된 다양한 변화에 따라 극한으로 치닫던 남북의 긴장이 어느 정도 완화되는 듯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남북 간 실질적인 대화가 진전되고 평화가 정착되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정치적으로 또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고, 과거와 같은 금강산 관광은 아직은 요원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손 놓고 가만히 있기보다는 작은 움직임이라도 계속 시도해본다면 가능성은 조금씩 더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봅니다.

    남북은 1998년 체결된 '금강산 문화재 복원을 위한 합의서'를 바탕으로 금강산에 있는 신계사 공동 복원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이후 북한의 핵실험 같은 정세 변화 속에서도 복원사업은 일관되게 진행됐고 2007년에는 복원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마침내 낙성식을 봉행했습니다. 금강산 신계사는 남북 불교 교류와 민족 화해의 상징물로 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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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0월, 남북 공동 복원작업을 끝내고 남북 불교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신계사 복원 낙성식의 한 장면

    역사학자인 한 후배는 앞서 언급한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조사를 끝맺지 못한 게 너무 안타깝다고 털어놓더군요. 발굴에 참여해 꽤 많은 성과를 축적했었는데 공동 발굴조사가 중단되는 바람에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을 개탄했습니다.

    꽉 막힌 남북관계, 다시 시작은 이렇게 학문적 종교적 측면에서부터 조금씩 간극을 좁혀가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같이 발굴하고 연구하는 건 이미 해봤던 기억이 있는 만큼 물꼬만 튼다면 할 수 있는 일이 꽤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거창하게 무슨 정치 경제적 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운 단위부터 하나씩 문제를 풀어간다면 해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겁니다. 남북 불교 교류의 상징 신계사가 있는 금강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맞춰 매듭을 풀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뉴스인사이트팀 김필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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