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M] 트럼프판 계엄‥일상이 된 군 투입은 어디까지 가나?](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08/27/joo250827_14_1.jpg)
시그소이어 권총을 찬 군인들과 수도 워싱턴
지난 일요일부터 미국인들의 SNS에 생소하진 않지만 조금 어색한 사진과 영상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권총을 차고 거리를 순찰하는 군인들의 모습입니다. 거의 처음 올라온 영상은 미국군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스위스제 시그소이어 권총을 차고 도심의 분수대앞에 서 있는 모습인데요. 그 군인들은 엄지를 치켜들고 지나가는 시민에게 사진을 같이 찍자고도 말합니다.
그런데 이제 이 군인들은 워싱턴의 곳곳의 풍경이 됐습니다. 아래 사진들에서 보듯 박물관과 기념물들이 모인 관광지인 내셔널몰을 비롯해 식당이나 술집, 아이들 놀이터 등등 어디에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인싸M] 트럼프판 계엄‥일상이 된 군 투입은 어디까지 가나?](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08/27/joo250827_8.jpg)
워싱턴의 무장한 주방위군들
이건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입니다. 미국 국방부는 트럼프의 지시에 따라 워싱턴 DC에 배치된 주방위군이 권총과 소총을 소지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들 무기는 부대원에게 실제적인 위협이 가해질 때만 규정에 따라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발단은 골프장 가다 본 노숙자들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이 수도에 무장한 군대를 투입하게 된 이유는 뭘까요? 그건 군 투입 하루 전에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외출에서 비롯됐습니다.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버지니아 골프클럽으로 가다가 차 안에서 좋지 못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바로 길가의 노숙자들 텐트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걸 보고는 노숙자들을 쫓아내고 워싱턴을 더 안전하고 아름답게 만들겠다고 선언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급기야는 이번 주부터는 무장지시까지 내린 것이죠. 이렇게 해서 워싱턴이 얼마나 깨끗하고 안전해졌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를 겁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도 관련한 언급을 했습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워싱턴의 치안이 좋아졌다며 11일간 살인사건이 없었다고 서울보다 안전해졌다고 자부하긴 했습니다.
뉴욕에도 시카고에도 주방위군을 보내겠다고
이렇게 자신감이 붙은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외에 다른 곳에도 주방위군을 보내겠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22일 기자회견에서 시카고는 엉망진창이고 시장이 무능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선 "아름다운 여성들이 제발 자신에게 시카고로 와달라고 소리치고 있다"면서 주방위군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시카고를 바로잡고 그다음은 뉴욕이 될 것이라고 다음 목표 도시들까지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폭스뉴스는 최대 1천700명이 시카고 등에 배치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인싸M] 트럼프판 계엄‥일상이 된 군 투입은 어디까지 가나?](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08/27/joo250827_9.jpg)
시카고에 주방위군 투입방침 밝힌 트럼프 대통령 (지난 22일)
논란의 핵심 주방위군은?‥연방군이면서 주의 군대
그럼 여기서 도대체 주방위군이란 건 뭐길래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동원해서 자신의 업적을 만들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주방위군은 미국에만 있는 독특한 군대조직입니다.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영국 식민지시절까지 가는데요. 주민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든 Minutemen, 즉 민병대가 시초입니다. 미국 독립전쟁 때 각 주들이 모여서 독립을 결의하고 영국과 싸웠고 그때 주력이 된 군대는 각 주 주민들의 민병대였습니다. 이런 전통이 이어져서 각주가 자치권을 가지는 연방주의가 미국의 토대가 됐고 각 주는 자체적인 군대인 주방위군도 가지게 된 겁니다.
그러나 외교와 국방권은 연방정부가 가지니 연방정부의 통제도 받습니다. 그래서 주방위군은 연방과 주정부 모두의 통제를 받는 하이브리드적 구조를 갖게 됐는데요. 평시에는 해당 주의 주지사 지휘 아래 주방위나 재난대응임무를 수행합니다. 하지만 전시나 이에 준하는 위기상황에선 대통령의 지휘를 받아서 연방군으로 전환되는 겁니다.
![[인싸M] 트럼프판 계엄‥일상이 된 군 투입은 어디까지 가나?](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08/27/joo250827_10.jpg)
주방위군 마크
주방위군의 동원요건은?
일단 주방위군이건 연방군이건 군대는 기본적으로 외적과 싸워 나라를 지키는 게 임무이고 민간사회의 치안은 경찰이 담당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원칙이죠.
하지만 예외적으로 국가비상상황에서만 군이 국내치안에 투입되는 것이 원칙이겠는데 그런 예외적 사항은 헌법과 법률로 엄격히 제한됩니다. 이런 원칙이 깨지는 일을 우리 국민은 물론 지난겨울에 몸으로 겪긴 했지만요.
아무튼 미국의 주방위군도 기본적으로 동원될 때는 법적, 제도적 요건이 엄격히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각 주의 군대다 보니 주지사의 요청이 있어야 대통령이 동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예외는 있는데 다만 그런 예외상황을 규정한 법이 따로 있습니다. 1807년에 제정된 반란법, Insurrection Act 입니다. 폭동이나 연방정부에 대한 무장봉기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만 대통령이 주방위군을 주지사 동의 없이 동원할 수 있게 했습니다.
미국 현대사에 남은 60년 만의 동의 없는 동원
역사적으로도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때도 당시 조지 H.W. 부시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주지사 요청에 따라 주방위군을 투입해서 폭동을 잠재웠습니다. 또 트럼프 1기이던 지난 2020년 경찰의 폭력적인 체포로 흑인이 숨지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이 벌어졌을 때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났는데요.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24개 주의 지사들의 요청에 따라 주방위군을 동원했습니다.
![[인싸M] 트럼프판 계엄‥일상이 된 군 투입은 어디까지 가나?](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08/27/joo250827_11.jpg)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 때 주방위군
흑인민권운동이 한창이던 시기인 1965년에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은 앨라배마 주지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방위군을 앨라배마에 투입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는 셀마다리 행진으로 대표되는 인권시위대의 행진에서 시위대가 주 경찰들에 의해 무차별 공격당하는 일이 벌어지자 존슨 대통령이 시위대를 보호하고 치안도 확보하기 위해 주방위군을 동원한 겁니다. 즉 공익적 목적 때문에 주지사 동의 없이 동원한 건데 이때 주지사는 흑인시위대의 안전엔 관심이 없었다고 하니 대통령의 조치는 정당했다고 하겠습니다.
![[인싸M] 트럼프판 계엄‥일상이 된 군 투입은 어디까지 가나?](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08/27/joo250827_12.jpg)
흑인민권운동 당시 투입된 주방위군
민주당 텃밭만 가는 주방위군
그런데 캘리포니아, 워싱턴, 시카고, 뉴욕 등 주방위군이 투입됐거나 투입이 예정된 곳은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민주당의 텃밭이란 겁니다.
캘리포니아는 민주당세가 강한 곳이고 현재 주지사인 개빈 뉴섬은 민주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유력합니다. 워싱턴DC의 뮤리엘 바우저 시장도 민주당 소속이고 워싱턴 자체도 민주당세가 아주 강합니다.
다음 주방위군 투입이 유력한 시카고는 더한데요. 민주당 출신 오바마 전 대통령이 처음 상원의원이 된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입니다. 그리고 1931년 이후 줄곧 민주당 시장만 나온 민주당의 아성입니다.
법과 질서 담론‥수호자 트럼프 vs 무능한 민주당
이렇게 공화당주지사나 시장이 있는 곳에 주방위군이 투입된 경우는 없고 모두 민주당 지역인데요. 이렇게 주방위군을 보낼 때마다 트럼프가 제시하는 이유의 골자는 '법과 질서'입니다. 나라의 법과 질서가 흔들리는 비상상황이니 주방위군이 필요하고 주방위군을 동원해서 자신이 법과 질서를 회복시켜 미국을 다시 위대하고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겁니다.
이 트럼프의 법과 질서 담론을 따라가면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법과 질서의 수호자이고 민주당 주지사와 시장들은 기본 치안도 못 지키는 무능한 지도자들로 '법과 질서' 담론 안에서 위치가 지워지는 겁니다.
![[인싸M] 트럼프판 계엄‥일상이 된 군 투입은 어디까지 가나?](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08/27/joo250827_13.jpg)
LA에 배치된 주방위군과 시위대
시민영역에 들어온 최고의 물리력‥민주주의의 위기
이번 주방위군 동원은 여러 면에서 미국민주주의를 다시 보게 만드는데요. 우선 미국의 고유한 연방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방정부가 각 주들의 자치권을 보장하던 전통과 달리 대통령이 주지사 동의 없이 주방위군을 일상적으로 동원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헌법의 중요한 원칙이 사실상 깨지고 있는 것이죠.
또 일반적인 민주주의 자체의 원칙만 놓고 보면 더 근본적인 문제가 나오는데요. 군이란 최고의 물리력을 가진 집단을 외적 때문이 아니라 내부문제로 동원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0월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도 "우리의 적은 둘"이라면서 "내부의 적이 중국, 러시아 같은 외부의 적보다 위험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내부의 위기를 해결한다며 주방위군을 동원한 것인데요. 불법이민자 단속에 대한 저항, 노숙자, 시위대 모두 내부의 적으로 간주되는 것입니다. 이민에 적대적인 지지층을 결속시키고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세력은 적의 위치로 보내는 겁니다.
거기에 작년 우리처럼 계엄령이 선포된 것은 아니지만 가장 강력한 무력집단인 군이 무장한채 거리에 나타나 일상의 풍경이 된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위축이라 할만 합니다. 무장한 군인들 앞에서 거리 시위는 엄청난 모험이 될 것이고 시민들도 외부로 드러나는 행동 하나하나도 조심하게 될 테니까요.
바로 그런 효과를 노린 것이 주방위군의 투입이라고 결론 내리기엔 아직 이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일상적인 자기검열의 우려가 커졌다는 것만으로도 민주주의의 위기가 시작됐다고 말하는 건 무리가 아닐 겁니다.
《뉴스인사이트팀 전봉기 논설위원》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