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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김승환

[인싸M] 기후 재난 백화점 된 여름, 안심할 곳 없는 재난의 시대 | 기후인사이트 9

[인싸M] 기후 재난 백화점 된 여름, 안심할 곳 없는 재난의 시대 | 기후인사이트 9
입력 2025-09-07 08:00 | 수정 2025-09-1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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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싸M] 기후 재난 백화점 된 여름, 안심할 곳 없는 재난의 시대 | 기후인사이트 9
    올여름 폭염, 2024년, 2018년, 1994년 여름 제쳐

    올여름(6월~8월) 전국의 기온은 기상관측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올여름 평균 최고기온은 30.7℃를 기록해 폭염으로 악명을 떨쳤던 2024년과 2018년, 1994년 여름 기록을 모두 뛰어넘었습니다. (기상청, '2025년 여름철 기후 특성') 바닷물 온도도 지난해에 이어 역대급으로 높았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여름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1위라는 말과 수치로는 올여름이 어떤 상황인지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기온과 수온이 이렇게 높이 치솟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현장을 보겠습니다. 현재 가장 문제가 심각한 지역부터 빠르게 훑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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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강원도 - 극심한 가뭄, 고랭지 폭염 피해

    강원 영동, 극심한 가뭄에 재난 사태

    현재 강원도, 그중에서도 강릉을 비롯한 영동 지방의 상황이 심각합니다. 시작부터 이상했던 장마에 이어 올여름 비구름은 영동 지방을 외면했습니다. 강력한 폭염 기단으로 비구름과 태풍이 접근하지 못했고, 태백산맥에도 비구름이 가로막혔습니다.

    여름철 강수량은 232.5mm로 예년(679.3mm)의 34%에 불과했고 강수일수도 역대 최저였습니다. 인구 20만 명, 영동 최대의 도시 강릉의 식수원인 오봉 저수지 수위가 역대 최저치로 낮아지면서 국가 재난 사태가 선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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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태백 최고기온

    해발 714m 태백, 30도 넘은 날이 43일

    <그림 2>는 올여름 태백의 최고기온입니다. (점선은 평년 기온) 기상청 태백 관측소의 해발고도는 714m로 대관령 관측소(해발 772m)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고지대입니다. 평년 기온을 보면 여름에도 최고기온이 23~28℃ 사이로 에어컨이 필요 없다는 말이 나오던 곳입니다.

    그런데 올여름에는 92일 중 43일이 30도를 넘었고, 그중 14일은 폭염 기준인 33도를 넘었습니다. 기상청은 대관령에서는 기상관측 이후 처음으로 33도를 넘는 폭염이 관측됐다고 밝혔습니다.

    강원도는 고랭지 배추의 90% 이상을 재배하는 주산지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악의 폭염이 닥치면서 배추를 비롯한 고랭지 농업의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고랭지 작물뿐 아니라 이런 폭염에는 벼를 비롯한 다른 작물들의 작황도 악화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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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 남해, 제주 - 고수온, 독성 해파리 출현

    남해 기록적 고수온, 제주도 독성 해파리 뒤덮어

    남해안과 제주도를 비롯한 바다의 상황도 심각합니다. 올여름 전 세계 바다 중에서 수온이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이 한반도 주변 해역입니다. <그림 4>는 현재 우리나라와 북서태평양의 수온이 평년보다 얼마나 높은지 보여 줍니다. 지난해에 이어 심각한 해양 폭염이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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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4> 기록적 해양 폭염

    기후변화로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고 있는 데다 폭염 기단이 뒤덮으면서 일사량이 급증해 수온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기록적인 수온은 9월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 남해안 전역과 천수만 등에는 고수온 경보와 주의보, 적조주의보가 발령돼 양식 어류가 폐사하는 등 피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독성 해파리인 '푸른우산관해파리'가 출현해 해안을 뒤덮었습니다. 뜨거운 바닷물과 바다에서 나온 수증기는 육지의 폭염과 열대야, 폭우에도 기름을 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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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5> 수도권, 전국 - 온열질환, 가축 폐사 급증

    전국 폭염 환자 4천 명 넘어, 가축 피해 사상 최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전국에서는 온열 환자가 급증했습니다. 올해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환자는 4,300명이 넘어,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온열질환으로 숨진 사람은 29명입니다. (2025년 9월 6일, 질병관리청 응급실 감시체계 기준)

    질병관리청은 그러나 실제 폭염 사망자는 응급실 감시체계로 집계한 사망자보다 15배 정도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추세로 보면 실제 온열질환 사망자는 400명 이상으로 추산돼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기후인사이트 7편(하단 링크)>에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폭염으로 사람만 죽는 게 아닙니다. 가축 피해도 급증해 지금까지 186만 마리의 돼지와 닭 등이 폐사했습니다. 폭염이 심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만 마리나 많은 역대급 피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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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6> 서해안 - 사상 초유의 극한 호우

    한 번도 본 적 없는 극한 호우

    서해안에서는 기상관측 이후 한 번도 본 적 없는 극한 호우가 쏟아졌습니다. 오늘 새벽 전북 군산에는 시간당 152.2mm의 물 폭탄이 떨어졌습니다. 지난달 인천 덕적도에서는 시간당 149.2mm, 전남 함평에서는 시간당 147.5mm의 물 폭탄이 떨어졌습니다.

    기상청은 시간당 강수량이 72mm를 넘을 때부터 극한 호우라고 하는데 극한 호우의 기준을 2배 이상 뛰어넘는 '초극한' 호우였습니다. 시간당 100mm 이상 물 폭탄이 떨어진 곳만 13곳에 달합니다.

    충남 서산 등에서는 500년에서 200년에 한 번 빈도의 폭우가 쏟아져 곳곳에서 제방이 붕괴됐습니다. 정부에서 관리하는 국가하천은 200년 빈도,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방하천은 50년에서 80년 빈도의 빈도로 설계돼 있는데, 최근 쏟아지는 극한 호우는 설계 기준을 쉽게 넘어서고 있습니다.

    기후 재난 여름에 집중

    기후변화로 재난이 발생한다면 가장 위험한 계절은 여름입니다. 여름에는 대기의 에너지와 수증기가 급증하면서 물 순환이 빨라지고, 이 때문에 폭염과 폭우, 가뭄 피해가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주식인 벼를 비롯해 피해에 노출되는 농작물도 많습니다. 가을이나 겨울에도 산불과 한파, 폭설 피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여름 피해가 훨씬 큽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피해가 모두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기후변화 없이 설명하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완화? 적응? 탄소 배출 줄이며 방재 대책 서둘러야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대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등 기후변화 자체를 줄이는 것을 '완화'라고 부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기후변화를 오히려 더 좋은 기회로 만드는 것을 '적응'이라고 말합니다.
    [인싸M] 기후 재난 백화점 된 여름, 안심할 곳 없는 재난의 시대 | 기후인사이트 9

    <그림 7> 기후 변화 적응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완화 활동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이미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를 당장 멈출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파리협정이 설정한 기후변화 억제 목표인 1.5℃, 더 나아가 2℃를 지킬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기후변화 '완화' 노력에 속도를 내면서 '적응' 작업도 서둘러야 합니다. 적응의 핵심 계절은 여름이고, 올여름은 기후변화 '적응'의 방향을 교과서처럼 가리키고 있습니다.



    《뉴스인사이트팀 김승환 논설위원》

    [연관기사] [인싸M] 기후변화가 죽인 사람은 몇 명인가? "폭염은 무서운 재난입니다" | 기후인사이트 7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14/0001444590?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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