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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M] 모욕당한 동맹, 이제 '한국식 동맹 현대화' 요구해야

[인싸M] 모욕당한 동맹, 이제 '한국식 동맹 현대화' 요구해야
입력 2025-09-16 10:32 | 수정 2025-09-1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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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싸M] 모욕당한 동맹, 이제 '한국식 동맹 현대화' 요구해야
    "돌아왔다!"
    "자유다!"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이민 당국에 7일간 구금돼 있던 한국인 노동자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던진 외침입니다. 사정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어느 범죄 집단에 억류돼 있다 풀려난 이들로 오해했을지 모릅니다.
    [인싸M] 모욕당한 동맹, 이제 '한국식 동맹 현대화' 요구해야
    모욕당한 동맹국 국민

    동맹이 모욕을 당했습니다. 그들은 한국 노동자들이 비자 지침을 어겼다는 혐의를 잡아 차량 수백 대, 군용 험비, 헬기까지 동원한 군사 작전으로 단속을 감행했습니다. 미국 땅에 공장 지어주러 간 것뿐인 이들을 극악한 중범죄자로 취급해 족쇄와 쇠사슬로 묶어 끌고 갔습니다. 곰팡이 가득한 침대와 냄새 나는 물, "개도 안 먹을" 음식을 제공했습니다. 구금된 이들 중에는 규정에 맞는 비자를 받았거나 영주권자도 끼어 있었습니다. "동맹이 아니라 식민지 취급을 당했다"라고 분통해하는 수감자도 있습니다.
    [인싸M] 모욕당한 동맹, 이제 '한국식 동맹 현대화' 요구해야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강경한 국경 단속맨"이라며 불법 이민자 단속의 전권을 부여한 '국경 차르(Border Czar)' 톰 호먼이 지휘하는 이민세관단속국(ICE)에 한국인 노동자들은 동맹국 국민이 아닌 그저 단속의 대상, 실적으로만 보였습니다. ICE 요원들이 한국인을 '노스 코리아(North Korea, 북한)'라 부르고 손가락으로 눈을 찢어 원숭이 흉내를 냈다는 증언을 들으니 미국 내에서도 오만한 공권력으로 악명높은 ICE 특유의 막무가내식, 반인권적 행위에 격한 분노를 느낍니다. "그냥 미국에 남아서 미국인에게 교육을 해주면 안 되겠냐?"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인들 자진 출국 직전에 던진 아쉬운 한마디는 행여 한국인을 자존감 없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건 아닌지, 오히려 모욕감을 더해 줬습니다.
    [인싸M] 모욕당한 동맹, 이제 '한국식 동맹 현대화' 요구해야
    트럼프가 던진 '동맹의 현대화'

    한국인으로서 치욕스러움을 함께 느끼면서 트럼프 2기 정부가 의제화시킨 '동맹의 현대화'를 고민해 봅니다. '동맹의 현대화'는 군사-안보 분야에서 시대의 변화, 새로운 도전 과제에 맞게 동맹을 재설계하자는 취지일 겁니다. 미국은 당장 전통적인 군사 분야 동맹에선 주한 미군의 재배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주한 미군의 역할을 확대하고 유사시 한국군도 조력 개입하기를 원합니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 긴장합니다. 미국으로선 주한 미군의 재배치이지만 우리에게는 감축이고 이 조치가 주한 미군의 대북 인계철선 기능을 약화해 한반도의 긴장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차라리 이참에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져오는 등 한국군의 자주국방 역량을 키우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반면 "절대 안 된다. 경제-무역 분야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한반도 내 미국의 군사 역량만큼은 축소하지 말자"는 반론이 맞섭니다. 하지만 모욕당하는 동맹 앞에 국내 자주파-동맹파끼리의 설전은 부질없게 들립니다.
    [인싸M] 모욕당한 동맹, 이제 '한국식 동맹 현대화' 요구해야
    트럼프식 동맹의 현대화 속을 들여다보면 철저히 한국에 대한 일방적 요구 일색입니다. ▲ 미국의 군사 보호를 받으려면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고 ▲ 미국의 안보만 제공받지 말고 역내-글로벌 안보 비용도 한국이 더 떠안고 ▲ 경제-기술-공급망에서 미국에 더 종속되기를 바라고 ▲ 대 중국 이슈에서 확실하게 미국 편에 서기를 바랍니다. 전 세계 일률적으로 적용했던 '25% 보편관세'만 놓고 봐도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라는 지위를 속절없이 도난당했습니다.

    '한국식 동맹의 현대화'를 요구할 때

    동맹 현대화를 피할 수 없다면 이제 한국의 목소리를 낼 차례입니다. '한국식 동맹의 현대화'는 미국식 군사-경제적 재조정을 넘어 동맹국에 대한 상호 존중, 동맹국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야 겁니다. 한국의 골목골목 영어 어학원마다 취업해 활동 중인 무자격 미국인 영어 강사의 존재를 몰라서 단속 안 하는 게 아닌 것처럼, 한국인만 미국 땅에서 부당한 단속 대상이 돼야 하는 일방적-수직적 동맹 관계를 수평화시키는 계기가 돼야 합니다.
    [인싸M] 모욕당한 동맹, 이제 '한국식 동맹 현대화' 요구해야
    비록 한국과 미국 사이 군사력, 경제력에서 비대칭이 있더라고 동맹의 근간은 "서로를 동등한 파트너로 대한다"는 원칙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한국인 구금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나 인종 차별은 동맹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들었습니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 기반하지 않는 동맹은 일방적 종속이나 굴종으로밖에 보이지 않고 유사시 동력도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미국 감옥에 갇혀있다 돌아온 아빠의 손을 그러쥔 아이에게 "다시 공장에 가봐야 해"라고 다독이는 게 쉬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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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익이 돼야 사인" 결국 주권의 문제

    당장은 한미 무역 협상 과정에서 이번 사태를 지렛대 삼아야 합니다. 그저 겁주기 과잉 단속 정도로 끝내선 안 된다는 한국 내 반발 여론에 움찔하고 놀란 것은 트럼프 정부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무역 협상 최종 서명을 두고 "좋으면 사인해야 하는데 이익되지 않는 사인을 왜 합니까?"라고 반문했던 인식을 근간으로 미국의 강압적 요구에 휘둘려선 안 된다는 우리만의 결기가 필요합니다. 수평적 동맹의 자리는 우리 스스로 다져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주권의 문제입니다. 한국식 동맹의 현대화, 국민주권정부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왕종명 뉴스인사이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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