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허상 '대왕고래'‥"'구덩이'도 '가스'도 없었다" [국회M부스]](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09/20/jh_20250920_1.jpg)
불과 1년 전 일이지만 좀 복잡하니까, 다시 24년 6월 3일로 돌아가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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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첫 국정 브리핑을 통해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의 가스와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을 깜짝 발표했습니다. 이례적으로 '매장 가능성'만으로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 나서자, 기대와 불신이 동시에 쏟아졌습니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삼성전자 시총의 5배', '20%의 성공 확률은 다섯 번 시추하면 한번은 나온다는 뜻'이라는 등 장밋빛 전망이 쏟아내기도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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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주가 그래프, 2024년 5~6월
당시 총선 패배와 김건희 여사 이슈로 20% 초반대로 곤두박질친 지지율을 붙잡기 위한 고육지책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었는데요, 이슈는 곧 '대왕고래'를 포함한 7개의 유망구조를 분석한 액트지오사의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에게 쏠렸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자택에 주소지를 둔, 법인세까지 체납한 연 매출 3천8백만 원 정도의 작은 회사라는 게 알려졌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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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레우 박사는 동해의 지형, 그러니까 트랩 구조가 110억 배럴의 석유가 묻혀있는 '가이아나'와 비슷하다고 언급했었는데요, 이때 나오는 게 '층서트랩' 입니다. 동물의 사체 등이 섞여 있는 대륙붕의 모래가 가파른 대륙사면을 타고 심해로 쓸려 들어갔다는 건데요, 석유공사는 아브레우 박사가 층서트랩을 연구하는 순차층서학의 권위자라 '슐럼버거'나 '핼리버튼'같은 세계적인 석유 개발 서비스 업체 두 곳을 제치고 선정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아브레우 박사의 분석에 자신감이 있었다는 이야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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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탐사시추 경과 및 결과' 보고서 (출처 :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실)
문건은 저류층과 덮개암은 '양호하다'고 평가하고, 근원암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유기질 셰일층을 발견했다며 '향후 탐사 계획 수립 및 탐사 성공률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적혀있는데요, 결국 대왕고래의 실패에도 추가 탐사를 이어 나가겠다는 의미겠죠.
그런데 하나 빠져있는 게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석유 시스템의 4요소 중 하나인 '트랩'에 대한 설명이 없죠. 4요소 중에 하나만 분석을 하지 않은 걸까요, 아니면 일부러 누락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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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1 시추후평가 중간결과 (출처 :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실)
최종 보고서와 중간 보고서를 종합하면, 저류층과 덮개암은 양호했지만 예측했던 근원암에서 발생한 탄화수소(석유·가스)가 발견되지 않았고, 트랩 구조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4개 중에 절반이 꽝인 겁니다.
석유공사에 4요소 중 하나인 트랩에 대한 분석은 왜 담지 않냐고 물었더니 "유의미한 부분이 근원암과 저류층, 공극률 부분이라 일단 그렇게 넣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 "유의미한 수준의 가스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트랩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근원암에서 가스가 발생했고, 저류층의 움직임이 확인되고, 덮개암이 단단하다고 하더라도 이 모양이 석유나 가스를 담을 수 있는 트랩이 아니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데 트랩은 왜 언급하지 않은 걸까요.
최경식 교수는 "4가지 요소가 사위일체를 이뤄야 하는데 그걸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영일만의 광역적인 유망성이 높지 않다는 이야기로 들린다"며 "기본적인 지질 모델의 출발점이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니까 기존에 아브레우 박사가 했던 분석을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는 건데요. 순차 층서학의 권위자로서 영일만의 지질을 분석한 아브레우는 두 차례의 분석 용역으로 약 43억 원을 받아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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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
석유 시추를 위한 구멍 하나를 뚫을 때마다 1천억 원가량 드는데요, 석유공사는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한 해에 1공 정도는 뚫어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었습니다. 당시 재정적인 부담이 이슈가 되자 해외 메이저 석유 업체의 투자를 받아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아직 희망은 남은 걸까요? 한 석유 개발업 관계자는 "이 정도 중간 평가 결과면 투자 유치를 위한 협상을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투자자를 끌만한 시추 결과는 아니"라는 거죠.
석유공사 관계자는 해외 투자업체와 계약을 맺게 되면 "유망구조 도출부터 새롭게 시작해 보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즉, 세계적 권위자였던 아브레우의 분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포항 영일만의 장밋빛 미래는 잘못된 분석에 기반한 허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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