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M] 김정은과 트럼프는 올해 안에 만날 수 있나?](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09/23/kds_20250923_30.jpg)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장면
올해 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졌고, 남북미 관계에서 희망과 진전을 논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김 위원장도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털고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언급된 적은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김 위원장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표현과 함께 일각에선 북미 간 회동의 실현 가능성이 커지는게 아니냐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옵니다. 그런데 정말 조만간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있는 걸까요?
반복되는 말의 향연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거나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는 등의 말을 쉼 없이 해왔습니다.
그런 만큼 한미 정상회담에서 '올해 안에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고 한 발언도 솔직히 그리 큰 울림은 없었습니다.
카메라 앞에 앉은 한미 양국의 정상이 꽤 긴 시간 이야기하며 뭔가 잘 될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긴 했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남북미 관계와 관련한 새로운 합의나 유의미한 진전은 거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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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뉴스 제목으로 그럴듯하게 소비될 수 있는 말의 성찬이 양국 정상의 입을 통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런 말의 향연은 대부분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되던 것이기도 했습니다.
"회의에서 빠져나와 무언가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중에서 가장 의미 있게 다가왔던 부분은 10월에 열리는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원하신다면 제가 그 회의에서 잠시 빠져나와 (이재명) 대통령님을 위해 무언가를 같이 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APEC에 참석하더라도 김정은 위원장의 APEC 참석 가능성은 거의 없는 만큼 경주에서의 만남은 성사되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는 터라 APEC을 계기로 제 3의 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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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미 정상회동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모습
가장 유력한 장소로는 일단 6년 전 남북미 정상회동이 열렸던 판문점이 거론됩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남북미 정상회동 당시 수많은 총부리가 자신을 겨누는 걸 봤지만 안전하다고 느꼈다면서 다시 갈 수 있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습니다.
또 다른 대안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최근 완공된 북한의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도 검토 가능한 카드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서 세계인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 라브로프 외무장관 환영 연회를 관광지구 안에 있는 명사십리 호텔에서 열고, 요트 회담을 하는 등 북한은 원산갈마 지구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취임 첫날 북한이 아주 많은 콘도를 지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북한 해안가 개발에 관심이 있는 듯한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경호 등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트럼프 성정상 원산행을 결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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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리나라를 외교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우리나라를 '패싱'할 우려가 나오는 만큼 만약 북미대화가 성사된다면 판문점보다 원산갈마해안지구에서 열릴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한반도가 아니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 제 3국의 또 다른 도시들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관측들은 말 그대로 관측일 뿐 아직까지는 언제 어디서 열릴지, 진짜 열리기는 할지 모든 게 물음표인 상황입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의 중요 변수 중 하나로 꼽힙니다. 북한은 러·우 전쟁 여파로 러시아의 뒷배 속에서 적지 않은 이익을 챙기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쟁이 종식된다면 북미의 만남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전쟁이 종식되면 러시아의 주된 관심도 유럽 지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고, 북한도 외교적으로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복원할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황은 또 유동적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고 6년 만의 북중정상회담도 개최하면서 한동안 소원했던 중국과의 관계가 회복됐음을 알렸습니다.
중국을 중심으로 북한과 러시아가 함께 반미, 반서방 연대 세몰이를 하는 듯한 모습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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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으로선 미국과의 관계가 좋아지고 제재가 해제되면 좋기야 하겠지만 다른 것들을 희생해가며 거기에 목맬 필요는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북한의 핵능력은 2019년 '하노이 노딜'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많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당시 느낀 일종의 배신감으로 인해 북미 대화에 한층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분석합니다.
비핵화와 핵군축의 덫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 방문에 앞서 중요 군수기업소와 미사일총국 산하 연구소를 잇따라 시찰했습니다. 북한으로 돌아온 뒤에는 곧바로 탄소섬유 고체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참관했습니다.
각종 전략무기가 등장하는 중국 열병식을 전후로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능력을 과시한 겁니다. 더 이상 비핵화는 논의의 대상이 아님을 웅변하듯 보여줬습니다.
![[인싸M] 김정은과 트럼프는 올해 안에 만날 수 있나?](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09/23/kds_20250923_36.jpg)
북한 매체에 보도된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시찰 장면으로 김 위원장은 중국 방문 직전 미사일총국 산하 연구소 등을 잇따라 둘러봤다
핵 보유국임을 전제한 핵 군축 협상이면 몰라도 비핵화를 전제한 대화에는 절대 응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기존의 접근법으로는 북미 정상의 재회가 사실상 힘들어 보입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신문방송 편집인협회 간담회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이나 미국이 가지고 있는 궁극적 목표로, 북한이 이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 목표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달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정상이 만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물론 전통적인 외교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요구를 적절한 수준에서 감내하며 담판을 추진할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레임덕이 시작되기 전, 사실상 내년까지가 마지노선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이 노벨 평화상 같은 업적을 위해서든 국내 정치 역학관계에 따른 계산에 따른 것이든 그의 판단과 행동을 북한 또한 신중하게 주목할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말이라도 화자가 누구냐에 따라 무게감은 다르게 전달됩니다. 업계에서는 늘 반복되던 말이라 하더라도 한 나라 정상의 입을 통해 전달된 발언의 무게감은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새로울 게 별로 없는 ‘반복되던 말의 향연’이었다 하더라도 다시 한번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뉴스인사이트팀 김필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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