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파리협정에 따라 새로운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하는 해입니다. NDC에 대해 잠깐 설명하면, NDC는 파리협정 출범에 따라 도입된 개념입니다. 교토의정서는 개별 국가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할당하는 방식이었던 반면, 파리협정은 각국이 스스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도록 규정을 바꿨는데 이 감축 목표를 NDC라고 부릅니다.

NDC는 향후 10년 동안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담고 있으며, 5년마다 새로 갱신해야 합니다. 그리고 새 NDC는 반드시 이전보다 진전된 목표를 제시해야 합니다. (하단 링크 1) 파리협정 이후 각국이 2020년부터 제출한 첫 번째 NDC를 간단히 '2030 NDC'라고 부릅니다.

'2030 NDC'는 2021년~2030년의 10년간 감축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올해 제출하는 NDC는 '2035 NDC'입니다. 새 NDC는 2026년~2035년의 10년간 감축 목표로, 반드시 '2030 NDC'보다 감축폭을 늘려야 합니다.
NDC가 중요한 이유는 파리협정의 성패가 NDC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파리협정 제2조는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의 온도 상승을 2℃ 이하로 유지하고, 1.5℃ 이내로 제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1.5℃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금보다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줄여야 할까요? 그리고 각국이 스스로 제출한 감축 목표는 1.5℃ 목표를 달성하는 데 충분할까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하단 링크 2)에서 지구 온난화를 1.5°C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보다 43% 줄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529억 톤이라고 밝혔습니다(토지이용, 토지이용 변화 및 임업(LULUCF) 온실가스 제외). 529억 톤의 43%는 228억 톤입니다.


그러니까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28억 톤 줄여야 1.5℃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수치를 기억하고 각국이 제출한 감축 목표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보고서는 '2030 NDC'에 제출된 각국의 배출량을 더하면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에서 483억 톤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483억 톤은 2019년 배출량보다 약 46억 톤(비율로는 8.6%) 줄어든 것으로 파리협정 목표 달성에 필요한 감축량의 5분의 1 수준입니다. (주: 가장 부정적인 시나리오에서는 배출량이 547억 톤으로 오히려 더 늘어납니다. 이번 글에서는 최대한 긍정적인 시나리오로 살펴봤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가 지난 2021년 '2030 NDC'를 제출하며 약속한 목표는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 감축입니다. 우리나라의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7.8억 톤이었으니까 여기서 40% 줄이면 4.7억 톤입니다. 즉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7억 톤으로 줄여야 합니다. 이 목표치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얼마나 큰 노력을 해야 할까요? 우리는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지난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어느 정도 감이 옵니다. 환경부는 지난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6.9억 톤이라고 밝혔습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감축량을 단순히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매년 0.15억 톤씩 줄인 셈입니다. 이 추세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2030년 배출량은 약 6억 톤입니다. 이 수치는 2018년 배출량에서 24% 줄어든 것으로, '2030 NDC'에서 약속한 감축량의 60% 수준입니다.
지금까지 '2030 NDC'와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현재 파리협정 목표 달성이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알 수 있습니다. 각국이 제출한 NCD 목표를 모두 그대로 달성한다 해도 1.5℃ 제한선을 지키는 데 필요한 감축량의 5분의 1에 불과한데 우리나라처럼 약속한 목표 달성도 쉽지 않은 나라도 있습니다. '2030 NDC'로는 애당초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습니다. 올해 각국이 제출해야 하는 '2035 NDC'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2035 NDC'가 '2030 NDC'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파리협정의 목표 중 1.5℃ 제한선을 지키는 건 불가능합니다. 최근 유엔 총회를 앞두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5℃ 목표가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초 '2035 NDC'의 제출 마감일은 올해 2월까지였습니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어지러운 국제 정세 등으로 마감일이 9월 말로 연장됐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넘기는 나라들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도 그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환경부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주도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대국민 공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하단 링크 3). 공개 논의는 다음 달 16일까지 이어지며 누구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공개 논의는 네 가지 NDC 안(2035년까지 48%, 53%, 61%, 65% 감축)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정부는 공개 논의 결과를 토대로 11월 중에 ‘2035 NDC’를 제출할 계획입니다.

'2030 NDC'의 목표는 2030년까지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3%를 감축해 1.5℃ 제한선을 지킨다는 것이었습니다. '2035 NDC'의 목표는 2035년까지 2019년 배출량 대비 60% 감축입니다.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유엔이 주도해온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저감 정책에 대해 "전 세계에 저질러진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입니다. '2035 NDC'를 둘러싼 난기류가 거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는 11월 10일부터 브라질에서는 30번째 유엔 기후변화회의(당사국총회, COP30)가 아마존의 벨렝에서 열립니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됐고 1995년 첫 번째 기후변화회의(COP1)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2015년 21번째 기후변화회의(COP21)에서 파리협정이 체결됐습니다. 파리협정 이후 10년, 30번째 기후변화회의에서 그동안 세계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치러온 시험에 대한 중요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됩니다.《뉴스인사이트팀 김승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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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링크>

1. 파리협정과 NDC
https://unfccc.int/process-and-meetings/the-paris-agreement

2. 2024 NDC 종합 보고서
https://unfccc.int/process-and-meetings/the-paris-agreement/nationally-determined-contributions-ndcs/2024-ndc-synthesis-report#Projected-GHG-Emission-levels

3.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대국민 공개 논의
https://opinion.2050cnc.go.kr/main.do?pageN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