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권 독립의 의미 뒤바꾼 조희대 대법원장의 침묵 [서초동M본부]](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10/19/yh251019-8_1.jpg)
■ 대법원장의 침묵
모두가 조희대 대법원장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국회 국정감사 인사말에서 "종전의 관례"에 따라 출석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 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해명하라는 국회의 요구는 부당하다는 취지였습니다. 재판 합의를 공개하지 않도록 한 법원조직법뿐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사법부 독립'에 어긋난다고 했습니다.
90분 동안 국회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자리를 뜰 수 없던 조 대법원장은 침묵했습니다. 궁지에 몰린 모양새였습니다.
많은 판사가 충격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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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사무 즉 사법 행정도 아닌, 판결에 대해 입법부가 개입하려 한 이번 일로 대법원으로서는 권위가 없어졌다"며 "국회가 도를 넘어섰다. 잘못된 선례로 남을 것"이라도 했습니다. (지방법원 부장판사 B)
수모로도 여겼습니다. "상고심 논란에 대한 질의가 예정된 상황에서, 대법원장이 애초에 국회에 나가지 말았어야 한다"고 합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C)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에 나가 자리를 지킨 것은 입법부에 대한 존중을 표시한 것인데, 국회는 "기관 대 기관으로서 존중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판사 A)
■ 독립은 견제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 해명 요구가 사법 독립 침해라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대신해 자리를 지킨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삼권분립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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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법관 가운데 선거를 거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사법부는 선거로 심판받는 입법부, 행정부에 비해 유권자들의 통제를 덜 받습니다. 판사에겐 10년이라는 임기가 있지만, 대부분 재임용되어 그마저 무의미합니다. 이렇게 직접 민주주의를 거치지 않아도 '권력'의 정당성을 채워주는 건 국민의 사법 신뢰입니다. 견제장치가 없는 독립이 아닙니다.
그런데 선거 개입 논란을 두고 대법원은 외부의 비판을 '사법 독립'으로 방어하려 합니다. 헌법재판소의 통제 대상에, 그동안 빠져 있던 법원 재판을 포함하는 재판소원을 도입하겠다고 하자 그것도 싫다고 합니다. 헌법에 어긋난다고도 합니다.
사법을 성역이라고 여기는 느낌이 듭니다. '독립'된 권력과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동의어가 아닙니다. 더구나 견제받지 않은 권력이 부패하는 건 역사 속에서 되풀이돼 왔습니다. 헌법의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말은 '사법권 독립'을 뜻합니다. 이는 '법관 독립' 이 아닌 '재판 독립'을 의미합니다. 부당한 재판을 한 판사도 보호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한 판사는 "헌법이 말하는 법원 '독립'은 법원이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스스로 권력이 되란 뜻도 아니다. 대법원장은 국민의 대표자로 이뤄진 국회에서 헌법상 법원 '독립'을 왜곡했다"고 했습니다. (지방법원 판사 D)
천대엽 처장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정적 의미에서 안쓰러웠다. 땀을 뻘뻘 흘리며 억지 논리를 동원하고, 말을 바꾸고, 때로는 모욕을 감수해야 했다. '사법부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스스로 희생했는지 모른다. 그 절박한 심정은 결국 법원에 대한 국민의 비웃음을 불러왔고, 법원의 품격을 무너뜨렸다." (판사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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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관의 양심에 따라 부당한 재판도 가능한가
대법원장도, 대법원장의 침묵을 지켜본 판사들도 사법 독립과 함께 법관의 양심을 언급합니다. 사법 독립의 중요한 수단이 법관의 양심이라는 것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 왔으며, 정의와 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며 자신처럼 판사를 증언대에 세운다면 "법관들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는 것이 위축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 판사는 "반년이 지나도록 이어져 온, 해당 상고심 판결 논란에 대해 대법원장은 마땅한 설명을 못 하고 있다. 본인이 초래한 것이고, 본인이 감내해야 하는 결과다. 그 정도는 당연히 감수하고 파기한 것 아닌가, 법관의 양심이라는 게 그런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습니다. (법원장 경험 부장판사 E)
헌법 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돼 있습니다
헌법과 법률, 양심 가운데 양심에 관해서는 논쟁이 많습니다. '헌법과 법률을 따르고 싶지 않은 양심도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 조항에서 '양심에 따라'라는 표현을 신중하게 해석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양심'이라는 표현이 추가된 것은 박정희 군부 정권 당시입니다. 제헌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했지만, 1962년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이걸 "법관은 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고쳤습니다. 참고로 이는 일본 헌법에서 가져온 것인데, 일본에서도 법관의 양심이 무엇인지 의견이 갈린다고 합니다.
당시 법원은 고문 흔적을 무시하고, 공판 조서를 조작하는 등의 갖가지 방식으로 독재 정권의 편에 선 역사가 있습니다. 법관의 양심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개인의 양심처럼 다루면, 재판에 선입견이나 정치적 의지가 작동할 우려가 있습니다.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을 진행한 속도에 많은 국민들의 의구심을 갖는 이유입니다.
![사법권 독립의 의미 뒤바꾼 조희대 대법원장의 침묵 [서초동M본부]](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10/19/yh251019-11.jpg)
■ 법원이 이재명 재판을 재개할 가능성
대법원 국정감사 당일, 대법원 앞 인도에는 '윤 어게인' 지지자들의 응원 화환이 줄줄이 놓였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지지 메시지와 함께 "이재명 재판 속개하라" "이재명을 재판하라“ 등의 문구가 심심찮게 보였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국정감사 인사말에서 자신에 대한 출석 요구가 '계속 중인' 재판에 대한 합의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옳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파기해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선거법 사건이 아직 완전히 멈추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전후로 그가 받던 재판은 순차적으로 멈췄습니다.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에 따라 재판이 정지된다고 명시한 재판부도, 그렇지 않고 일단 재판을 미뤄둔 재판부도 있습니다.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선 이후 재판을 정지하며 헌법 84조를 언급했지만, 위증교사 항소심 재판부는 대선 전 재판을 멈추면서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내년 초 법원 인사로 재판부가 바뀌면, 또는 그렇지 않더라도, 재판을 다시 진행할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지난 5월 1일 이재명 후보자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 여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취약한 발판을 떠받칠 국민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사법은 현실과 상식에 맞아야 합니다. 법률가의 언어가 아무리 치밀해도, 국민이 납득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의가 아닙니다.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은 아무리 법리적으로 완벽해도 정의롭지 않습니다." (판사 D)
사법권 독립은 민주주의의 목표가 아니라 민주주의 방법이고 수단이라는 것을, 선출되지 않은 법관들은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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