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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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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재판은 '중계 0번' 왜? 법정에도 '재판 CCTV' 달린다 [서초동M본부]

김건희 재판은 '중계 0번' 왜? 법정에도 '재판 CCTV' 달린다 [서초동M본부]
입력 2025-10-26 09:29 | 수정 2025-10-2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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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 재판은 '중계 0번' 왜? 법정에도 '재판 CCTV' 달린다 [서초동M본부]
    ■ 김건희 재판 '중계 0번' 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재판 영상, 뉴스에서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특히 한 전 총리 재판에서는 그동안 증언으로만 전해졌던 12·3 비상계엄 당일 국무회의의 풍경이 드러났습니다.

    증거로 제출된 영상을 법정에서 트는 일은 흔합니다. 하지만 일반인 방청객은 물론 언론의 촬영도 제한되죠. 게다가 대통령실 CCTV는 군사상 비밀입니다. 특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밀 공개 허가를 요청하면서 특검법에 근거해 영상 중계까지 요청했습니다. 대통령을 말리지 않고 책임을 저버린 한 전 총리와 여러 국무위원들 모습이 공개될 수 있던 건, 재판 중계를 규정해둔 특검법 덕분인 겁니다.

    김건희 재판은 '중계 0번' 왜? 법정에도 '재판 CCTV' 달린다 [서초동M본부]
    특검법에 따른 재판 중계는 이렇게 이뤄집니다. 특검 또는 피고인 측이 신청을 하면, 재판부에서 허가 여부를 정합니다. 그 뒤 법원 차원에서 촬영을 한 뒤 녹화본을 기자들에게 제공합니다. 법률을 토대로, 언론을 통해서 재판 중계가 이뤄지는 겁니다.

    김건희 씨 재판은 벌써 네 번째 공판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김 씨가 법정에 들어오는 모습이 짧게 공개된 것을 제외하고는 '재판 중계'가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특검팀에 신청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지만 별다른 설명은 없었습니다.

    전 국민이 피해자인 내란 사건에 비해 개인의 비위를 다루는 김건희 씨 재판은 알 권리 보장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서일까요. 내밀한 사적 내용이 공개될 가능성 등에도 재판 중계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건희 재판은 '중계 0번' 왜? 법정에도 '재판 CCTV' 달린다 [서초동M본부]
    ■ 공개 재판 원칙 강화할 '재판 중계'


    재판은 공개하는 겁니다. 헌법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헌법 109조)

    밀실 재판을 거친 형벌을 받지 않을 피고인의 권리(헌법 27조 3항)를 넘어, 일반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재판의 정당성을 담보하기 위한 겁니다. 피고인이나 검사, 변호인 등 사건 관계자뿐 아니라 국민 누구나 듣고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법원이 주로 '방청', 직접 찾아가 재판을 보는 행위로만 재판 공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법정에서는 기본적으로 촬영과 녹취가 금지됩니다. 또다른 재판 공개 수단이라는 판결문 제공은 확정이 안 된 형사 사건은 볼 수 없는 등 제약이 많습니다.

    촬영은 원칙적으로 피고인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재판장의 허가를 받으면 촬영은 물론 중계방송도 가능한 것처럼 돼 있지만(법원조직법 59조), 조건이 붙습니다. 선고일이 아니라면, 재판을 시작하기 전 법정 풍경만 제한적으로 촬영이 가능하다고 합니다(대법원규칙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5조 1항 1호). 재판 진행 내용은 찍지 말라는 겁니다.

    이렇게 촬영을 제한해 둔 법원이지만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2018년 4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TV 생중계 됐습니다. 하급심 선고가 촬영돼 공개된 첫 사례입니다. 7년이 지난 지금은 특별법을 통해 재판 내용까지 촬영본으로 공개하게 된 겁니다.
    김건희 재판은 '중계 0번' 왜? 법정에도 '재판 CCTV' 달린다 [서초동M본부]
    ■ 법원, 최초로 '재판 촬영용' 카메라 상시 설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이곳에 최근 카메라 넉 대가 설치됐습니다. 각각 재판부와 피고인, 증인, 검사석을 비춥니다. 언뜻 보면 CCTV처럼 생긴 이 카메라, 화질도 좋습니다. 1920 x 1080 풀 HD입니다.

    311호, 358호 법정까지 총 세 곳에 카메라가 설치됐습니다. 재판을 촬영해 공개하기 위한 겁니다. 해당 용도의 카메라가 법정 안에 반영구적으로 놓인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다음주부터 재판 중계가 이뤄지면 이 카메라로 촬영을 한다고 합니다.

    그동안 내부 촬영을 엄격히 제한해 온 법원은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요?

    개정 '3특검법'이 재판 중계 조항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특검 기소 사건이 늘고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세 특검이 기소하거나 검찰로부터 공소유지를 넘겨받은 사건은 20개에 육박합니다.

    법원은 공판 한 번 당 5백~6백만원 정도 드는 외부 업체 비용을 줄이고 보다 안정적인 운영을 하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했습니다. 공사 비용은 모두 합해 2억 3천만 원, 인력도 따로 뽑아 운용하겠다고 합니다.
    김건희 재판은 '중계 0번' 왜? 법정에도 '재판 CCTV' 달린다 [서초동M본부]
    ■ "촬영 부담스러운데"‥법원의 고심


    법원행정처는 개정 내란 특검법의 1심 중계 의무화 조항에 대해 국회에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헌법 109조 공개 재판 원칙 규정의 뒷부분에는, 공개를 하지 않아도 되는 때로 "국가안전보장, 안녕질서, 선량한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언급돼 있습니다. 무조건 재판을 중계하게 되면 이런 경우도 다 공개를 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입니다. 원칙은 공개하는 겁니다.

    중계를 통해 재판 내용이 확산되면 무죄 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그렇습니다. 언론 보도로 이미 재판 내용의 실시간 전달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 역시 금지해야 한다는 걸까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형사재판 촬영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노르웨이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2011년 폭탄과 총기 난사로 77명을 살해한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 검찰과 피해자 측은 그가 재판 중계를 자신의 극우 사상 전파 도구로 쓸 것이라며 반대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법원은, 피고인 진술이나 피해자 증언 등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중계를 허가했습니다. 특히 공소장 진술의 경우 피해자들의 이름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만 이미 광범위한 언론 보도로 실명은 물론 사진까지 공개되어 있으므로 재판 방송을 허가하여도 추가적인 피해가 거의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태형, 「재판 방송의 가능성, 한계 및 구현 방안 : 비교법적 고찰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박사학위논문, 2017)

    언론을 통해 많은 국민이 알게 되니 재판 중계를 자제하고, 주의해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이미 언론에 공개된 내용은 중계를 해도 그 손해가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이 높지 않을까요?

    우리는 매일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도 시차 없이 속보로 접하고 있습니다. 알 권리 차원을 넘어 재판의 정당성 자체에 재판 공개가 필수적이라면, 시대의 변화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요. '법원에 오면 재판을 보여 주겠다'는 지금 방식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법정에 등장한 상설 카메라가, 법원을 비추는 시민의 CCTV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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