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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M] '다윗의 별' 흔들더니‥마가도 20대도 변심

[인싸M] '다윗의 별' 흔들더니‥마가도 20대도 변심
입력 2025-11-05 08:56 | 수정 2025-11-0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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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싸M] '다윗의 별' 흔들더니‥마가도 20대도 변심
    미국 보수층도 한국도 왜 집회할 때 이스라엘 국기를 흔드나?

    요즘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리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를 지나가면서 보면 태극기들 사이로 이스라엘 국기도 펄럭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윗의 별'이 그려진 이스라엘의 깃발이 보수층의 현 정부 비판 혹은 부정선거 주장 등과 무슨 연관이 있어서 들고 나오나 궁금할 겁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미국 보수층, 기독교단체도 집회할 때 성조기 사이로 드물지만 이스라엘 깃발을 흔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보수, 기독교층은 왜 이스라엘을 응원할까 궁금한 일이죠. 그런데 이 이스라엘 응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기도 전에 좀 김샌다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이 응원여론의 본산지라 할 미국의 민심도 변하고 있다는 걸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즉 이스라엘 지지 여론은 약해지고 반이스라엘 정서가 미국에서 강해지고 있습니다.
    [인싸M] '다윗의 별' 흔들더니‥마가도 20대도 변심

    미국 의회습격 때 등장한 이스라엘 국기 [트윗 @jvplive]

    [인싸M] '다윗의 별' 흔들더니‥마가도 20대도 변심

    한국 보수집회에서 등장한 이스라엘 국기 [트윗 @koshercockney]

    이 기사 내용은 유튜브의 MBC뉴스채널 '골라본세상' 코너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luzNIxcPAY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하고 이스라엘 지지도는 떨어지고

    가자 전쟁 2주년을 맞은 지난달 7일 뉴욕 등 미국 각지에선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가자전쟁의 휴전을 촉구하는 게 주된 표어였지만 이스라엘의 가자 폭격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아시다시피 원래 가자전쟁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시작됐고 당시 이스라엘인 1천2백 명이 숨졌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당연히 이스라엘에 대한 동정여론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이스라엘이 가자를 무차별로 공격하면서 6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오면서 학살로 보복해서야 되겠냐며 여론이 뒤집힌 겁니다. 미국 여론도 크게 변한 건데요.

    지난 10월 22일에 로이터와입소스가 여론조사한 결과를 보면 미국인 59퍼센트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을 지지했습니다. 팔레스타인에 힘을 싣고 이스라엘의 정책엔 반대되는 여론인 건데요.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원 가운데는 80퍼센트가 지지해서 압도적인데요. 공화당원들은 41%가 팔레스타인 인정을 지지했고요. 여전히 절반 넘는 53%는 반대했습니다. 이전 시기 비슷한 여론조사가 없어서 직접 비교는 힘들지만 공화당원들의 여론도 이전보다는 팔레스타인 옹호 쪽이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놀랍고 직접적인 여론조사결과도 나왔습니다. 뉴욕타임스가 미국인들에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운데 어느 편을 지지하냐 물어본 지난 9월 조사인데요. 결과는 팔레스타인 지지가 35%가 나왔고 이스라엘 지지는 34퍼센트가 나왔습니다. 물론 통계적으론 작은 차이여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지지도가 어느 쪽이 높다고 볼 수 없다고 보는 게 맞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숫자상 팔레스타인 지지가 높게 나온 건 처음이에요. 가자전쟁 시작 직후와 비교하면 극적으로 역전된 겁니다.
    지난 2023년 12월에 같은 뉴욕타임스의 조사에선? 이스라엘 지지가 47%이고 팔레스타인 지지는 20% 퍼센트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여론이 크게 바뀐 겁니다.
    [인싸M] '다윗의 별' 흔들더니‥마가도 20대도 변심

    뉴욕타임스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지도 조사 결과

    게다가 젊은 세대일수록 반이스라엘 정서가 강한 것도 결과로 나왔습니다. 이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서 이스라엘에 추가로 경제, 군사적 지원을 해야 하는지도 물었더니 18에서 29세까지는 지원해야 한다가 23%에 불과했고 지원에 반대한다가 68%나 나왔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65세 이상에선 지원해야 한다가 54%, 지원에 반대한다가 38%로 나왔습니다. 게다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런 젊은 세대의 반이스라엘 응답은 정치성향과 관계없이 그러니까 공화당지지자냐 민주당이냐에 상관없이 높게 나왔다고 합니다.

    SNS세대의 SNS가 부른 반이스라엘 정서

    지난 2년간 이스라엘이 가자를 무차별 공격한 것이 여론을 돌렸다고 봐야겠습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대량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 이젠 주장이 아니라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라 보입니다.
    특히 젊은 미국인들에서 반이스라엘 정서가 급증한 건 이 젊은 밀레니얼 혹은 Z세대, 젠지라고 하죠, 이들의 미디어소비방식이 TV뉴스를 보는 게 아니고 소셜미디어에 집중됐고 거기서 뉴스를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SNS엔 연일 폭격당하는 가자지구의 피 흘리는 어린이들 모습이 여과 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TV뉴스에도 나오지만 아무래도 정제되고 여과돼 있는데 SNS엔 그렇지 않죠.
    이렇게 젊은 세대의 급변한 여론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도 나왔는데요.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작전을 지지하는지 여론조사를 했는데 미국의 젊은 세대 18세에서 34세까지에선 겨우 9%만 지지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55세 이상에선 49%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인싸M] '다윗의 별' 흔들더니‥마가도 20대도 변심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대한 세대별 지지도 차이

    9%대 49%로 정말 차이가 크죠. 미국 젊은 세대의 반이스라엘 정서가 정말 커졌다고 봐야겠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그냥 동맹 아닌 특수한 80년 관계

    그런데 원래 이스라엘과 미국은 그냥 동맹이 아닌, 좀 특수한 관계입니다. 역사를 거슬러가면 이스라엘이 건국을 선언한 때가 1948년인데요. 이때 건국선언 한지 18분 만에 세계최초로 국가승인을 해준 것이 미국입니다.
    2차대전 중이었던 1944년에 미국 민주당은 아예 정강에 "팔레스타인에 무제한적인 유대인 이민과 정착허용", "유대국가 건설 지지"를 집어넣기도 했습니다. 나치의 홀로코스트 만행이 드러나면서 유대인들의 시오니즘에 대한 지지가 한층 증폭돼서 그런 거긴 하지만 시작부터 정말 특별한 관계였던 거죠.
    냉전시기엔 소련의 지원을 받는 아랍정권에 맞서는 대리국으로 이스라엘이 기능하면서 미국입장에선 중동에서 확고한 전략적 거점이기도 했고요. 냉전이 끝난 뒤에도 동맹관계는 민주주의와 기독교적 가치라는 이데올로기가 결합되면서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외교원조를 가장 많이 받은 나라이기도 한데요. 2차대전 이후 받은 원조액이 모두 1740억 달러로 우리 돈으로 250조 정도 됩니다. 인플레를 감안하지 않고 그냥 합산한 금액이라 현재가치로 따지면 그 몇 배는 아니 몇십 배는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도 매년 38억 달러씩의 군사지원을 받고 있어요. 각종 공격무기에다 아이언돔이란 방어시스템에 필요한 미사일 등을 지원하는 금액입니다.
    '기독교인은 이스라엘을 도우라'‥기독교 시오니즘과 세대주의

    이렇게 일방적으로 그리고 특별하게 지원하는 건 경제나 외교적인 이유뿐만이 아닌, 다른 특별한 이유 즉 종교적인 믿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미국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복음주의 기독교신자들이 이스라엘의 적극 지지층입니다. 특히 복음주의 안에 다양한 교리와 파가 있지만 기독교 시오니즘과 세대주의를 믿는 사람들이 신념에 따라 강하게 이스라엘을 돕고 있습니다.

    먼저 기독교 시오니즘은 유대 민족의 회복과 이스라엘국가의 건설이 성경에 나온 예언의 성취라고 믿습니다.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땅에 돌아와 국가를 세우는 것이 하나님의 계획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직결된다는 것이죠. 그러니 기독교도라면 당연하게 하나님의 선택된 백성 이스라엘을 보호해야 하는 결론에 이릅니다.

    세대주의는 기본적으로 하나님이 인류를 구약, 신약, 교회시대, 천년왕국시대로 나누어서 다루게 경영하신다고 설명하는데요. 유대인들이 앞으로 기독교인들이 되면서 만들 새로운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니 여기서도 이스라엘은 세상의 중심이고 미국은 이스라엘을 돕는 사명을 가진 역시 특별한 국가가 됩니다.

    우리나라 개신교계에서도 이 교리가 크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국 개신교가 미국복음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래서 기독교 시오니즘과 세대주의를 설파하는 교회도 많습니다. 그래서 앞서 말했듯 태극기집회 할 때 보면 이스라엘 깃발도 많이 등장하는 겁니다. 그런 집회를 보수기독교인들이 많이 주도하고 있어서 기독교 시오니즘이나 세대주의의 믿음에 맞게 특별한 국가 이스라엘을 강력 지지한다는 표시로 들고 나오는 겁니다.
    보수층 MAGA에서도 균열시작, 이스라엘에 대한 여론 변화

    이렇게 미국에서 트럼프의 핵심지지층이 기독교 보수층이다 보니 그 안에서 당연히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세가 강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요즘 균열이 생겼습니다. 트럼프의 핵심지지층은 종교적으론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이고 정치적으론 '미국을 위대하게' 즉 MAGA를 신봉하는 우파입니다. 그 둘은 많이 겹치지만 동일한 세력은 아닙니다. 그런데 마가 세력들이 요즘 이스라엘에 대해 불만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마가는 '아메리카 퍼스트'로 미국이 우선이고 그래서 외교적으론 다른 나라 일에 신경 쓰지 말자는 고립주의노선을 따르는데요. 지금 이스라엘이 2년 넘게 가자지구를 공격해 온데다 이란도 폭격했고 심지어 미국의 동맹국인 카타르까지 공습하면서 미국에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때문에 중동전쟁에 같이 휩쓸려 들어가 '미국 우선' 가치를 지킬 수 없게 한다는 겁니다. 시오니즘의 서사에 빠져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돕느라 자원을 쓸데없이 소모하고 있다고 마가 진영도 보기 시작한 겁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도 그래서 반대하는 건데 미국이 또 다른 중동전쟁에 매이는 걸 우려하는 겁니다.

    이건 마가 지지세 강한 공화당원들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나는데요. 지난 2024년 미국 시카고 의회의 조사에선 공화당원의 23%만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나치게 지원한다고 답했는데요. 지난 9월 조사에선 47%의 공화당원이 이스라엘 지원이 지나치다고 답해서 이스라엘에 반발하는 기류가 급증한 걸 보여줬습니다.

    이스라엘을 저주하면 저주받는다‥그런 말이 어딨어?

    마가 진영과 기독교 시오니즘 진영이 이스라엘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상징적 사건도 벌어졌는데요.
    지난 6월 폭스티비 출신으로 마가 진영의 대표자인 터커 칼슨의 토크쇼에서 칼슨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벌인 설전입니다.
    [인싸M] '다윗의 별' 흔들더니‥마가도 20대도 변심

    마가 방송인 칼슨과 크루즈 상원의원 간의 설전

    종교적 가치관이 센 크루즈 의원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이스라엘을 축복해야지 저주하는 사람은 저주받는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칼슨이 "그런 말이 성경 어디에 있냐, 있어도 그런 맥락이 아니다"며 싸웠습니다. 마가 논객 칼슨은 무조건적으로 이스라엘 지원하느라 중동전쟁에 미국에 끼어들지 말고 마약 같은 국내문제나 치중하자는 것인데 이것이 요즘 마가 진영에서 힘을 얻는 의견입니다.

    더 나아가서 마가 진영도 기독교신자들이다 보니 기독교시오니즘을 종교적으로도 공격하기도 합니다. 창세기 때 이스라엘민족이 선택받았다고 해도 그게 지금 2천여 년도 훨씬 지난 지금의 유대인들과 동일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냐라든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레바논이나 팔레스타인의 기독교인들도 피해보는 건 어떻게 봐야 하느냐 등의 공격입니다.

    막강한 로비력‥이스라엘에 대한 정책 바뀔 수 있을까?

    지지층에서 균열이 생기고 여론이 변하고 있으면 앞으로 미국 정부 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스라엘에 대한 정책도 바뀔 가능성이 있을까요?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도 친이스라엘이고 미국 정책을 결정하는 의원들도 크루즈 의원처럼 아직은 변화가 없습니다. 80년간 지속돼 온 강력한 특수관계가 쉽게 변하진 않는 건데 이런 특수관계의 바탕엔 강력한 로비력을 가진 유대계 단체들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전미이스라엘 협의회, IAC인데 이런 유대계 단체는 300개 이상 존재하고요. 풍부한 자금력을 가지고 미국 정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정치자금을 대는 산업계와 금융가의 큰 손들 상당수가 유대계인데요,? 트럼프의 사위이자 이번 가자전쟁 휴전도 이끌었다는 쿠슈너부터 유대인입니다.
    젠지와 마가가 '반이스라엘'로 손잡는다면?

    이렇게 보면 당장은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이 크게 변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젊은 층과 마가층 내에서 반이스라엘 흐름이 계속되면 장기적으론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규모가 변화가 있을 수 있는데 현재 이스라엘에 대해 매년 38억 달러씩의 지원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 지원계획은 2028년에 종료됩니다. 이후엔 의회에서 다시 결정해야 합니다. 이때 만약 젠지라고도 부르는 진보적인 젊은 세대와 극우적인 마가층이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하면서 손을 잡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진다면 정책은 변할 수 있습니다. 의원들로서도 반대여론이 거세다면 부담이 있을 것이고 그래서 이스라엘에 대해 지금같이 무조건적으로 지원하기보다는 조건을 달거나 지원규모를 줄이는 쪽으로 정책을 결정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80년에 걸친 특수한 관계, 그러나 진보와 보수층 양끝에서 변화하기 시작한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여론은 역사와 종교, 현재의 SNS 지형까지 복잡하게 얽힌 방정식이기도 합니다.



    《뉴스인사이트팀 전봉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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