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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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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 뒤에 가려진 거대한 물결. 파리협정의 진짜 힘 | 기후인사이트 14 [인싸M]

보이는 것 뒤에 가려진 거대한 물결. 파리협정의 진짜 힘 | 기후인사이트 14 [인싸M]
입력 2025-11-16 09:00 | 수정 2025-11-1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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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는 것 뒤에 가려진 거대한 물결. 파리협정의 진짜 힘 | 기후인사이트 14 [인싸M]
    "기후변화회의는 원론적인 선언만 반복하는 쇼다"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가 아마존 열대우림 도시, 브라질 벨렝에서 지난 10일 개막됐습니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지구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UNFCCC)이 채택됐고, 협약에 서명한 당사국들이 1995년에 첫 총회를 연 이후로 정확히 30번째 총회입니다. (주: 매년 총회가 열리니까 올해는 31차 총회가 되어야 하지만 2020년은 코로나19로 총회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역사적인 파리협정이 체결된 지 10년입니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합의와 규범을 만들어가는 회의입니다. COP3에서 합의한 '교토의정서', COP21에서 합의한 '파리협정'이 가장 대표적인 성과입니다.
    보이는 것 뒤에 가려진 거대한 물결. 파리협정의 진짜 힘 | 기후인사이트 14 [인싸M]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

    그러나 기후변화 회의는 지금까지 많은 비판에 직면해 왔습니다. 30년 넘게 회의를 거듭해 왔지만, 온실가스는 계속 증가하고 기온은 상승하고 있으며, 법적 구속력이 없어 선진국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기업들의 로비와 정치적 타협으로 원칙적인 선언만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이런 비판을 염두에 두고 눈여겨봐야 할 보고서가 있습니다. 매년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유엔환경계획(UNEP)은 <배출 격차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 EGP)>를 발간합니다. 이 보고서를 발간하는 목적은 지구 온난화를 제한하기 위해 필요한 온실가스 감축 수준과 실제 각국의 감축 약속 사이의 '격차'를 평가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파리협정 10년을 맞아 발간한 올해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후변화회의 무용론'에 대한 UN의 응답입니다.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 원문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어두운 뉴스에 가려진 4가지 큰 진전"

    보고서는 우선 파리협정 이후 기후 행동은 협정이 기후변화를 1.5도나 2도 아래로 억제하는 데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각국이 자발적으로 제시하는 감축 목표(NDC)도 많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를 파리협정이나 다자주의의 실패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오히려, 어두운 뉴스들에 가려진 상당한 진전을 인정하고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보고서는 이어 ‘상당한 진전’이 무엇인지 크게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해 나갑니다.
    보이는 것 뒤에 가려진 거대한 물결. 파리협정의 진짜 힘 | 기후인사이트 14 [인싸M]

    배출량 격차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 2025)

    "첫째, 기후 정책과 국가 감축 공약의 진전으로 지난 10년간 금세기 말까지 예상됐던 지구 온난화의 폭이 크게 낮아졌다. 파리협정 체결 당시 지구 기온은 금세기 말 4°C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금은 2.3~2.5°C로 하락했다. 온난화 전망치의 하락 추세는 분명하다."
    보이는 것 뒤에 가려진 거대한 물결. 파리협정의 진짜 힘 | 기후인사이트 14 [인싸M]

    파리협정 체결 당시 세계 상황

    위 그림은 2015년 파리협정 체결 당시에 공개된 <배출량 격차 보고서>에 드러난 당시 세계의 상황입니다. 10년 전 세계는 금세기 말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매년 1천억 톤 이상으로 늘릴 추세였고, 그 때문에 지구의 온도는 4도를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그러나 파리협정이 체결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의 지구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년 600억 톤 아래에서 정점을 찍고, 금세기 말 기온 상승 폭은 2.3도 선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로 달라졌습니다.

    "탄소중립으로 인식 대전환, 재생에너지 기하급수적 확산"

    "둘째, 세계는 탄소중립에 대한 약속이 전혀 없던 상태에서, 금세기 중반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는 거의 보편적인 인식으로 전환되었다. 셋째, 기후 거버넌스와 기후 관련 정책, 입법이 크게 진전되었다. 이는 국가별 공약 수립과 이행 점검 추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넷째, 재생에너지 기술 혁신으로 태양광과 풍력, 전기차 보급률이 예상을 뛰어넘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향후 10년 내 파리협정 온도 목표 달성을 위한 모든 해결책이 저비용으로 이용 가능하며 상당한 경제적 이득과 일자리 창출, 건강상 혜택을 동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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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출량 격차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 2025)

    "이러한 발전은 국제사회가 10년 전보다 기후 행동을 가속화하기에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음을 의미하며, (기후 위기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가속화는 시급히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의 어려운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기후 행동을 공정하고 지정학적으로 균형 잡힌 방식으로 지속하고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파리협정과 같은) 다자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어두운 뉴스에 가려 쉽게 파악하기 힘들었던 파리협정의 힘을 돌이켜 보게 하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 혁신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성과가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기술 혁신 덕분이지, 파리협정 덕분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런 회의론에 대해 영국 셰필드대 마이클 제이콥스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혁신은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혁신은 수익성을 만들어내는 정책에 의해 촉진된다. 지난 20년간 각국 정부들은 연비 기준, 재생에너지 목표, 보조금 등을 도입해 기업들이 신기술을 개선하도록 자극했다.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목표는 더욱 강화될 수 있었고, 그 결과 가격은 더 낮아졌다. 정책이 혁신을 이끌고, 혁신이 다시 정책을 강화하는 선순환이 생겼다. 이것이 바로 유엔 기후 체제가 중요한 이유다. 이런 국제적 틀이 없었다면 정치적, 경제적 상황이 서로 다른 수많은 나라들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보이는 것 뒤에 가려진 거대한 물결. 파리협정의 진짜 힘 | 기후인사이트 14 [인싸M]

    마이클 제이콥스 (영국 셰필드대 교수)

    "청정에너지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 속도, 그리고 그에 따라 지구온난화를 얼마나 늦출 수 있을지는 경제 주체들이 이 전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얼마나 갖는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정부가 기후 목표에 계속 헌신해야 유지될 수 있다. 그래야만 녹색 투자와 혁신이 계속될 수 있다." (출처: The Conversation)

    보고서의 핵심은 위기의 강도가 줄어들었다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가진 힘을 믿고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지금 필요한 건 우리의 의지라고 말합니다. (이어서 계속됩니다.)



    《뉴스인사이트팀 김승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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