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shall, will, intends to'는 무슨 차이? 팩트시트 디테일](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11/19/joo251119_25_1.jpg)
딘 애치슨 전 미국 국무부 장관
이처럼 외교관의 말 한마디는 전쟁을 일으킬 수 있고, 향후 수십 년의 국제 정세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외교관들은 상대국과의 조약이나 공동성명 등 작성 시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고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단어를 쓰는지에 따라 법적 구속력이 생길 수도 있고, 아니면 반대로 소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알고보니] 'shall, will, intends to'는 무슨 차이? 팩트시트 디테일](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11/19/joo251119_24_1.jpg)
2023년 발간 외교부 책자
국가 간 합의에서 쓰이는 단어들은 아주 정밀하고 기술적으로 구별해 선택한다고 외교부는 설명합니다. 국제법상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treaty)과, 공동성명과 같은 단순 국가 간 합의는 그 내용이 문맥상 같은 취지더라도 쓰는 단어가 다 다르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shall'과 'will'의 차이입니다.
'Shall'의 사전적 의미는 '해야 한다'입니다. 강제성을 띈 단어로 법적 구속력을 가진 합의를 뜻하기 때문에 조약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반면, 'will'의 사전적 의미는 '해야 한다'라기보다는 '할 것이다', '한다'가 됩니다. 'Shall'보다는 구속력이나 강제성이 약합니다. 따라서 'will'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공동성명에서 주로 쓰인다고 합니다.
물론 일반인이 보기에는 'will'이나 'shall'이나 말장난 같습니다. 그럼에도 외교관으로서는 상대국가에 자기 뜻을 오해 없이 명확하게 전달하려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외교의 '말'에 대해서 나름 상세하게 소개해드린 건, 이번 한미 간 팩트시트의 단어 선택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입니다.
![[알고보니] 'shall, will, intends to'는 무슨 차이? 팩트시트 디테일](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11/19/joo251119_21_1.jpg)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팩트시트에 21번 쓰인 'will'
우선 팩트시트는 조약이 아니라 공동성명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한국과 미국 둘 중 어느 나라든 합의한 내용을 어기더라도 국제법상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만큼 양국의 합의 이행 의지, 즉 '신의성실'을 확인하는 게 중요할 것입니다. 이를 짐작해보려면 공동성명에 어떤 단어와 표현이 들어갔는지 살펴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앞서 외교부 책자에서 본 것처럼 팩트시트는 조약이 아닌 공동성명으로 'shall'이라는 표현이 들어갈 자리는 없습니다. 대신, 'shall'과 맞먹을 정도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는 표현인 'will'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정확성을 위해 원문 문장 전체를 싣고, 그 밑에 번역문을 더했습니다.
The United States will reduce its Section 232 sectoral tariffs on automobiles, auto parts, timber, lumber, and wood derivatives of the ROK to 15 percent. (공동성명 원문)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 원목·제재목과 목재 제품에 대한 232조 관세를 15%로 인하한다. (외교부 제공 비공식 국문번역문)
The United States and the ROK will enhance U.S. conventional deterrence posture against all regional threats to the Alliance, including the DPRK.
한미 양국은 북한을 포함하여,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할 것이다.
자동차 관세 15% 인하, 핵잠수함 도입의 문을 열어준 한미 군사 동맹 강화는 양국의 합의가 사전에 어느 정도 이뤄졌던 항목들이죠. 이들 관세 인하에 대해서는 'will'이라고 함으로써 강력한 합의 이행의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일일이 세어보니 팩트시트에는 'will'이라는 단어가 무려 21번 사용됐습니다. 같은 단어를 반복해 사용함으로써 합의 이행 의지를 거듭 확인한 것입니다.
![[알고보니] 'shall, will, intends to'는 무슨 차이? 팩트시트 디테일](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11/19/joo251119_22_1.jpg)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관세를 철폐할 생각이 있다?'
그런데 눈에 띄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intends to'입니다.
'Intends to'의 사전적 의미는 '하고자 한다', '할 생각이 있다' 또는 '할 마음이 있다'입니다.
'해야 한다'는 'shall'이나, '할 것이다', '한다'는 뜻의 'will'에 비해, 단순 마음을 표현하는 수준에 그쳐 확실히 구별됩니다.
'Intends to'는 팩트시트에 세 차례 등장합니다. 반도체 관련 합의 사항에서 한 차례, 의약품 관련 합의 사항에서 두 차례. 마찬가지로 정확성을 위해 원문을 있는 그대로 옮기고, 번역문을 밑에 덧붙였습니다.
For any Section 232 tariffs imposed on semiconductors, the United States intends to provide terms for such Section 232 tariffs on Korea that are no less favorable than terms that may be offered in a future agreement covering a volume of semiconductor trade at least as large as Korea’s, as determined by the United States.
반도체에 부과되는 어떠한 232조 관세의 경우에도, 미국은 한국에 대한 232조 관세에 대해 미국이 판단하기에 한국의 반도체 교역규모 이상의 반도체 교역을 대상으로 하는 미래 합의에서 제공될 조건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고자 한다.
For any Section 232 tariffs imposed on pharmaceuticals, the United States intends to apply to originating goods of the ROK a Section 232 tariff rate no greater than 15 percent.
의약품에 부과되는 어떠한 232조 관세의 경우에도, 미국은 한국산 상품에 대한 232조 관세율이 15%를 초과하지 않도록 적용하고자 한다.
The United States intends to remove supplemental tariffs imposed pursuant to Executive Order 14257 of April 2, 2025, as amended for certain products identified on the list of Potential Tariff Adjustments for Aligned Partners, such as generic pharmaceuticals, generic pharmaceutical ingredients, generic pharmaceutical chemical precursors, and certain natural resources unavailable in the United States.
미국은 2025년 4월 2일 자 행정명령 제14257호 및 그 개정에 따른 추가 관세를 제네릭 의약품, 원료, 화학전구체, 미국 내 생산되지 않은 특정 천연자원 등 '조율된 파트너국에 대한 잠재적 관세 조정' 목록에 명시된 특정 상품에 대해 철폐하고자 한다.
우리 외교부는 비공식 번역문에서 'intends to'를 '하고자 한다'로 번역했는데요. 이는 'intends to'의 뜻 중 가장 적극적인 뜻으로 임의로 번역한 겁니다. 'Intends to'를 같은 뜻이지만 다른 표현인 '할 생각이 있다'로 번역했다면 어땠을까요. '관세를 철폐할 생각이 있다?' 합의된 게 없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을 것입니다.
![[알고보니] 'shall, will, intends to'는 무슨 차이? 팩트시트 디테일](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11/19/joo251119_23_1.jpg)
자동차 관세 등에 대해 한미는 21차례 'will'을 썼지만, 왜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에 대해서는 유독 'intends to'라는 표현을 쓴 걸까.
트럼프 "반도체 산업 안 돌아오면 관세 올릴 것"
반도체와 의약품은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3천5백억 달러 투자 가운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들입니다. 이번 투자에는 1천5백억 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 투자가 포함되고, 2천억 달러는 반도체·의약품을 비롯해 에너지·핵심광물·AI 투자 등으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반도체·의약품 관세 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intends to', 즉 '의향'만을 밝히는 수준으로 표현해 한국의 투자 이행 여부를 우선 지켜보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팩트시트 발표 사흘 뒤인 17일(현지시각), 특히 반도체와 관련해 한국을 향해 경고성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반도체 '칩'을 만들 줄 모른다. 반도체 산업이 대만과 한국으로 떠났다. 관세를 통해 미국으로 반도체 산업이 돌아오게 할 것이다. 돌아오지 않는다면 관세는 매우 가파르게 오를 것이다."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한국·대만에서 다시 미국으로 되돌리겠다는 정책 의중이 명확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낮춰줘 가면서 한국 반도체 품목을 쉽게 수입해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팩트시트의 단어 선택만으로 협상 성과를 단정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다만, 미국이 '의향'만을 표시한 품목들에 대해선 한국이 향후 더 집중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디까지나 팩트시트는 출발점일 뿐입니다. 'Will'로 합의된 사안은 약속대로 잘 이행하고, 'intends to'가 붙은 부분은 'will'과의 간극을 메워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는 게 앞으로의 관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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