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M] '초코파이 절도 사건'은 '현대판 장발장'이 아니다](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12/03/joo251203_1_1.jpg)
=>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합니다.
'초코파이 절도 사건'은 2024년1월18일 04시 06분쯤 발생했습니다. 한겨울 새벽 시간이었던 거죠.
공간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생산하는 버스와 트럭을 출고센터에서 탁송해주는 물류담당 협력(하청)업체 H사의 2층 사무실입니다.
사건 당사자인 피고인 K씨는 현대차 전주공장의 보안을 담당하는 협력(하청)업체 B사 소속 직원으로 (본인의 야간 근무지 내에 위치한) H사 2층 사무실에 있던 냉장고 속 시가 450원 상당의 초코파이 1개, 시가 600원 상당의 카스타드 1개, 이상 1천50원 상당의 물품을, 피해자의 관리가 소홀한 틈을 이용하여 몰래 가지고 가 절취한 혐의입니다.
이 장면이 사무실 CCTV에 포착됐고 초코파이 한 개와 카스타드 한 개를 도난당한 H사의 관리소장이 K씨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형사 사건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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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 (초코파이와 카스타드의 주인인 탁송업체 H사의) 사무 공간과 탁송기사 대기 공간이 분리돼 있는데 초코파이가 들어있던 냉장고는 사무공간 끝 부분에 자리한 책상과 같은 선상에 있어 사무 공간에 위치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사무 공간은 탁송기사들도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점.
- H사 소장인 피해자가 "탁송기사들도 냉장고를 함부로 열지 않고 탁송기사들이 대기할 때 H사 직원들이 냉장고의 간식을 꺼내 탁송기사들에게 제공하거나 H사 직원들 허락을 받고 냉장고의 간식을 꺼내 간다"고 진술한 점.
- 피고인 K씨는 H사 직원이 아닌 탁송기사들로부터 냉장고에 있는 간식을 가져다 먹으라는 말을 들었는데 탁송기사들이 H사 직원이 아니고 탁송기사들에게 H사 사무실 냉장고 속 물품에 대한 처분 권한이 없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 사무실 근무 직원한테서 직접 '간식을 가져다 먹어도 좋다'는 말을 들은 게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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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사건의 엄중한 사법 절차를 두고 이렇게 표현하기 뭐하지만…) 이 유치하기 짝이 없는 혐의를 두고 신고, 수사, 기소, 재판을 거친 끝에 1심 재판부는 K씨에게 벌금 5만 원을 선고합니다.
'뭐, 벌금 5만 원 정도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행 경비업법상 보안(경비) 업무 종사자는 절도죄로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당연퇴직(자동해고) 사유가 됩니다. 벌금 5만 원 때문에 K씨는 20년 가까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거죠. K씨로선 항소가 절박했습니다.
검찰이 애초에 벌금 50만 원으로 재판 없이 약식 기소했지만 K씨가 "절도 혐의를 인정할 수도, 벌금형을 수용할 수도 없다"면서 정식 재판을 신청한 배경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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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 첫 기일에 재판장은 재판 기록을 살피면서 "사건이 400원짜리 초코파이랑 650원짜리 카스타드를 가져가서 먹었다는 것인데… 참 각박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라며 헛웃음을 뱉었다고 합니다. 항소심이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이유도 정리합니다.
- (재판 증인으로 나온) 탁송기사 C씨는 "사무실이 위치한 출고센터 출입문 여는 시간이 본래 오전 4시인데 미리 온 탁송기사들이 대기하지 않도록 보안업체 직원들이 미리 출입문을 열어주곤 했으며 보안업체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종종 탁송기사를 위해 마련한 간식을 건네주기도 한다. 사무실 여직원들이 보안업체 직원들 출출하면 위 사무실 간식을 가져다 먹으라는 이야기 하는 걸 들은 일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 (재판 증인으로 나온) 보안업체 직원 D씨 "탁송기사들이 새벽 4시 이전 출근하면 미리 출입문을 열어주었고 탁송기사들이 고마움의 표시로 보안업체 직원들에게 간식을 제공하는 일이 종종 있고 나 역시 새벽 4시 이후 순찰을 돌다가 냉장고에 든 음료수와 간식을 먹은 적이 총 2번 있고 다른 보안업체 직원들도 그런 일이 있다"고 진술한 점.
- 수사 단계에서 B사 직원 39명(K씨의 회사 동료)이 진술한 주요 내용이 "탁송기사들이 '배고프면 사무실 간식을 가져다 먹으라' 하였고 위 사무실에서 간식을 먹은 적이 있다"는 것. 이 사건 이전에는 보안업체 직원들이 사무실 간식 먹는 게 전혀 문제 된 적이 없었다는 점. 피고인 K씨가 절도 혐의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직원 39명이 절도 혐의를 수사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피고인과 동일하게 "간식을 먹은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보면 신빙성을 쉽게 배척할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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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 제기 1. "이게 고소할 일인가?"
이 사건의 개요와 재판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는 이유는 단순히 빵 한 조각 훔쳐 먹은 '현대판 장발장'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저 '비정하고 각박한 사건' 정도에 그쳐선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우선, 물류 협력(하청)업체 H사는 왜 보안 협력(하청)업체 소속 K씨를 상대로 주의나 경고 없이 곧바로 형사 고소를 했는지 그 배경이 의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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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H사는 K씨를 콕 찍어서, 그것도 형사 고소까지 했을까요? 금속노조 현대차 전주 비정규직지회(이하 노조)는 "과거 현대차의 구사대 역할을 해왔던 보안업체의 직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시작하면서 원청과 갈등을 빚어왔고 사건 발생 한 달 전 노조에 가입한 K씨가 그 갈등의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합니다.
"고소인 H사가 원하는 고소의 효과, 즉 절도죄 벌금형 이상 선고에 따른 합법적 해고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과거 동종 전과로 선고유예 이력이 있던 K씨를 타깃으로 삼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간식을 먹었다고 자백한 다른 직원들은 비조합원이거나 조합원이라 해도 동종 전과가 없어서 고소를 한다 해도 (해고 사유가 되지 않는) 기소 유예에 그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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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이 절도 혐의로 해고되면 다른 조합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봐줬던 관행을 두고 회사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라면서 겁을 먹을 수밖에 없다."
사무실 냉장고를 향해 CCTV가 설치된 시점도 이 즈음이었다고 합니다. 노조 측 주장대로라면 노조원 K씨는 그 본보기가 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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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 직후 K씨가 합의를 위해 연차까지 써가며 H사 소장을 만나려 했지만 만나주질 않았다고 합니다. 며칠 만에 만난 소장은 "나도 주의 조치만 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사건이 커져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K씨가 직접 녹취하여 재판부에 제출) 소장은 사건 확인 8일이 지나서야 경찰에 신고했는데 K씨에게 "사건이 커졌다"고 말한 사실과 묶어서 추론해보면 8일이라는 시간 동안 본인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주의 말고 형사 고소' 의사가 개입해 사건화를 부추겼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노조 측은 "이번 사건이 원청인 현대차 전주공장의 총무팀까지는 올라갔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장 내 사건사고 보고는 해당업체 선에서 끝나지 않고 원청사까지 단계적으로 보고되는데 사건 확인 후 8일이 지나서야 경찰에 신고되었던 것은 원청사가 이번 사건 대응 수위를 결정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눈엣가시 같던 노조의 특정 노조원에게 '초코파이 절도 혐의'를 씌워 자연스럽게 해고함으로써 부당 해고가 아닌 경비업법상에 따른 합법적 해고를 만들어내려고 했다는 얘기로 번질 수 있는 거죠. 물론 어느 단계의 누가 결정했는지, 현재로선 그들만이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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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지 냉장고에 든 초코파이 하나, 카스타드 하나 먹었다고 벌어진 이 사건이 재판까지 가고 항소까지 하고… 전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일을 키워야 했는지 그래서 결국 관련 주체들에게 남은 게 무엇인지… K씨는 무죄 선고 직후 이런 소회를 밝혔습니다.
"그동안 무척 치욕스럽고 힘겨운 날들을 보냈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동료 직원들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럽고 감사합니다.
고발인(물류하청업체 H사의 소장)을 비롯한 상대 물류업체에 섭섭함이나 원망이 없을 수 없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하청 회사의 사정을 하청노동자인 저도 어느 정도 짐작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결국 원청사의 개입 없이는 발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섭섭함이나 원망의 정도는 원청사에 더 깊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비록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신세지만 20년 가까이 맡은 업무와 노동에 자부심을 가지고 현대자동차 발전에 공로했다고 생각하는데 왜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는지 아직도 의문입니다."
=> 노조 측 주장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반복해서 H사 측에 연락했지만 "할 말이 없다"면서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H사는 현대차 전주공장의 물류담당 협력업체 현대글로비스의 협력업체이고 B사는 현대차 전주공장의 보안담당 협력업체 현대엔지니어링의 협력업체"라고 밝혔습니다.
《왕종명 뉴스인사이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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