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3일 저녁 6시 반쯤. 경기 포천시 선단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16개월 된 송모 양은 저녁을 먹다 그만 토를 하고 말았습니다. 밥과 김, 계란이 토사물에 섞여 있었습니다. 얼마 뒤 몸이 축 늘어진 송 양은 구급대원 품에 안겼습니다. 처음 들른 종합병원에선 "큰 병원을 가야 한다"며 구급차를 돌려보냈습니다. 그날 밤 도착한 대학병원. 의식이 없는 송 양을 검사한 의사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로부터 2시간여 뒤인 새벽 1시쯤, 송 양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119 녹취록을 살펴봤습니다. 신고 여성은 주소를 말하고는 딸이 "숨을 안 쉰다"고 했습니다. "밥 먹다 목에 뭐가 걸린 거 같다"고 설명하다가 갑자기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마주한 송 양의 작디작은 몸은 피멍으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갈비뼈가 부서졌고 간과 뇌혈관은 파열된 상태였습니다. 체중은 8.5kg으로 미달이었고, 헤모글로빈 수치도 정상치보다 5배 낮아 영양결핍이 의심됐습니다. 그렇습니다. 의사는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했습니다.
20대 친모와 그의 30대 사실혼 남편은 송 양의 몸에 난 상처에 대해 "키우던 개와 놀다 긁힌 것"이라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개는 대형견도 아니었습니다. 1.5kg '말티푸'였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외상성 쇼크', 즉 강한 외부 충격으로 송 양이 숨졌다는 1차 소견을 내놨습니다. 경찰서에서 송 양의 변사 처리를 하고 나오던 부부는 그 길로 긴급 체포됐습니다.
구속된 부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학대는 지난 9월 시작됐습니다. 친모는 "남편이 친자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딸을 손으로 밀쳐 넘어뜨리고 효자손으로 때렸다"고 했습니다. 사실혼 남편은 "아내가 훈육을 한다며 딸의 엉덩이와 발바닥 등을 효자손으로 폭행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배우자의 학대를 말린 적은 없다고 했습니다. 머리가 휘청일 정도로 맞고, 피멍이 들었다는 송 양을 병원에 데려간 적도 없었습니다. 친모의 휴대전화에서 멍 자국을 가리는 크림을 검색한 비정한 기록만 발견됐을 뿐입니다. 경찰은 친모가 남편에게 "딸의 버릇을 고쳐놓겠다"고 보낸 SNS 메시지 등을 확보하고 이들이 학대를 공모했다고 판단했습니다.
![[M피소드] 16개월 송 양에게 가해진 학대‥막지 못한 죽음](//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12/07/ljm_20251207_5.jpg)
<자료화면>
부부의 은폐 시도에도 송 양의 피멍을 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송 양은 지난 6월부터 포천의 한 어린이집을 다녔습니다. 씩씩하고 음식도 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9월, 2주 동안 보이지 않던 송 양이 어린이집에 다시 나왔을 때 몸엔 멍 자국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사진을 찍어서 보관했습니다. 하지만 "넘어져서 다쳤다"는 엄마의 말을 믿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그 뒤인 10월 중순부터 송 양은 어린이집에 아예 등원하지 않았습니다. 이때도 신고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송 양이 다닌 어린이집에 행정처분을 내려달라고 관할 지자체에 통보했습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어겨도 1차 위반은 과태료 3백만 원 처분에 그칩니다. 경찰은 어린이집 관계자들에 대해 "제때 신고를 해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형사 처벌까진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M피소드] 16개월 송 양에게 가해진 학대‥막지 못한 죽음](//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5/12/07/ljm_20251207_7.jpg)
2020년 양부모 상습 학대로 숨진 생후 16개월 정인이
지난 3일, 경찰은 송 양의 친모와 사실혼 남편에게 '아동학대 살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아동학대 살해죄는 지난 2020년 양부모의 상습 학대에 시달리다 입양 8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정인이 사건으로 만들어진 법입니다. 형법상 일반 살인죄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도록 한 '정인이법'에도, 정인이와 같은 생후 16개월 송 양의 죽음은 막지 못했습니다.
이제 막 엄마와 아빠를 부르고, 세상의 생경한 단어를 하나씩 깨우쳐 가는 나이. 송 양이 부모에게 받은 건 사랑이 아닌 매질이었습니다. 뱃속에 생명을 품은 엄마는 송 양을 교정해야할 존재로 경시했고, 송 양이 아빠라 믿었을 남성은 잔악한 학대의 공범이 됐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도 나서 주지 않았습니다. 외롭고 쓸쓸하고 처절하게 고통스러웠을 학대의 시간. 5년 전 정인이에게 그랬듯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뒤늦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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